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6화(26/405)
한 발짝, 두 발짝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최백휘 맞은편의 여자가 보였다. 라벤더 핑크색의 니트를 입고, 긴 머리를 반묶음으로 묶은 윤슬이.
만나면 바로 인사를 할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도서관에 올 때도 잘 차려입고 고데기까지 한 윤슬과 달리 감지 않은 머리, 대충 선크림과 틴트만 바른 얼굴에 후드티를 입고 나온 자신이 새삼스레 비교되는 기분이었다.
“그럼 윤슬아, 오늘 수학 집중이 안 되면 영어 위주로 할까?”
갑작스럽게 들린 최백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은주는 인사를 하는 것도 잊고 조금 떨어진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박….’
목소리를 들어 보는 건 처음인데, 생긴 거랑 진짜 잘 어울리는 낮은 중저음이었다.
‘최백휘가 공부 가르쳐 주나 봐….’
“…나, 못 가르쳐?”
최백휘를 보느라 못 봤었는데, 바로 옆에 앉은 라이더 재킷을 입은 남자도 분위기가 다르게 잘 생겼다는 걸 알게 된 은주는 잠깐 헙, 크게 숨을 쉬었다.
“나, 다음엔 더 쉽게 가르칠 수 있어….”
‘미쳤다….’
둘에게 따로 과외를 받는 것 같은 윤슬이 더 미친 듯이 부럽기 시작했다.
은주는 괜히 정리 안 된 눈썹을 한번 만지며 옆자리 윤슬을 한 번 더 힐끗 쳐다봤다. 부드러워 보이는 긴 웨이브의 흑발, 커다란 눈, 밝은색의 니트와 코끝이 동글동글한 흰색 스니커즈.
“저기요, 여기 제 자린데요.”
“아… 네….”
도서관 입구에서 기계로 자리 선택을 하고 온 사람이 예약 종이를 보여 주며 은주를 쫓아냈다. 덥석 앉은 자리에서 비켜나며 은주는 다시 한 번 백휘와 그 옆 남자를 눈에 담았다.
[익명] 우리 반 애 도서관에서 만났는데 부끄러워서 도망가뮤ㅠㅠㅠ (댓글37)우리 반에 친해지고 싶은 애 있는데 도서관에서 만났거든..
나는 걔 알아봤고 걔는 내 쪽 못 봤어
남친? 인가 남사친? 인가 잘생긴 애들 둘이랑 같이 공부하고 있던데
괜히 말 걸었다가 분위기 깰까 말 못 걸었는데 다음엔 같이 공부하자고 해도 되려나..
걔는 좀 잘 꾸미는 편이고 나는 아닌데 그거 때문에 싫어하면 어쩌지ㅜㅜㅜㅜㅜ
너네라면 할말?
-안 꾸민다고 같이 안 앉으면 걔가 인성 터진 거ㅋㅋㅋㅋㅋ 도서관인데 뭔 상관임
˪2222
-그 친구가 근데 꾸미는 거 신경쓰는 편이면 싫을 수도..
˪조심스럽게 22 나도 좀 별로 남친이랑 있다며??
안 친한데 넌 왜 끼고 싶어하는 거야?
˪친해지고 싶다잖아;
˪그럼 교실에서 말 걸면 되지 왜 굳이..? 남 데이트하는데?ㅋㅋ
-학교에서 먼저 친해지고 나중에 같이 공부하자 해~
˪ㅁㅈ 대뜸 약속 안 잡고 가서 인사하면 갑분싸..
˪이거다
자주 가는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린 조은주는, 어떻게 하면 윤슬과 친해질 수 있을지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버렸다.
어느새 조은주는 자연스레 백휘와 재언 맞은편에 윤슬과 자신이 함께 앉는 상상을 했다.
* * *
“윤슬아, 너 조은주랑 친해?”
평소와 같은 점심시간, 맞은편에서 가영이 물었다.
조은주가 쉬는 시간마다 윤슬에게로 다가와 백휘와 무슨 사이냐고, 옆에 앉았던 남자애는 누구냐며 친한 척을 가장한 무례한 질문을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주야, 그만해….”
“엥? 왜~. 뭐 어때!! 남친도 아니라면서.”
3교시 쉬는 시간, 사람 좋게 헤헤 웃어주던 윤슬이 점점 표정을 굳히자, 은주의 친구들은 조금씩 눈치를 보며 말렸지만 은주는 그만둘 줄을 몰랐다.
‘왜 저래, 진짜….’
윤슬은 조은주의 머리 위 호감도가 부담스러웠다.
「♥호감도: 190(↑10)/999」
예전엔 호감도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건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윤슬은 몇 번 억지웃음을 짓다 결심했다.
‘상태창.’
「□현재 인벤토리 아이템
[♣‘그냥저냥 넘어가기’ 소원석 (등급 하)]―지금 사용하시겠습니까?
[ Yes ] [ No ]‘처음에 이걸 어디에 쓰지, 생각했던 소원석이 쓰일 날이 올 줄이야….’
소원석을 이때 쓰기로. 윤슬은 고민 없이 Yes를 눌렀다. 사용 완료라는 상태창이 반짝반짝 빛나다 사라졌다. 은주는 아직 윤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근처에 있던 지영이 아직까지 캐묻는 은주를 보더니 가만히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던졌다.
“친구야, 너 윤슬이랑 친해?”
“…어?”
“근데 왜 자꾸 묻지? 나 진짜. 그냥 궁금해서 그래.”
미친 듯한 직구. 지영은 적일 때 정말 싫지만, 내 편일 때 가장 든든한 타입이었다.
지영의 머리 위 스킬이 반짝, 빛났다.
「[스킬: 여기여기 붙어라 (B)]
자기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곤란에 빠지면, 누구보다 먼저 도와주러 와요.
※ 1:1 대치 시 승률이 85% 이상의 스킬입니다.
※ 상대방을 향한 ♥호감도가 170 이상일 때만 편을 들어줍니다.
※ 주의: 상대방을 향한 ♥호감도가 -170 이상이 되면 팩트의 방향이 그쪽을 향할 수 있습니다.」
“그래, 은주야~. 그만해.”
“윤슬이 당황하잖아~”
순식간에 굳어 버린 분위기를 주변에서 풀었으나 아직까지 조은주의 앞에서 팔짱을 끼고 쳐다보는 민지영과 조은주의 사이는 미묘함이 감돌았다.
조은주보다 키가 한 뼘 가까이 큰 지영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은주를 바라봤다.
“왜 대답을 안 해? 난 몰랐는데. 윤슬이랑 친했나? …아, 혹시 지금 기분 나빠?”
“…아니.”
“너가 계속 물어보길래 나도 그냥 질문하는 거야~. 얘 표정 왜 이래?”
“지영아. 같은 반인데 친하고 안 친하고가 어디 있어.”
조은주가 당황해하며 조금 울먹이자 보다 못한 윤슬이 부드럽게 분위기를 무마했다.
‘이게 뭐가 그냥저냥 넘어가기 소원석이야…. 등급이 하라더니, 진짜 얼렁뚱땅 소원을 들어주잖아!’
웃으면서 민지영의 팔을 장난스럽게 흔드는 윤슬 덕에 주변의 긴장감이 풀어졌다. 민지영은 노는 애답게 순식간에 서열을 확실히 인지시키는 법을 알았다.
조용해진 조은주를 바라보던 민지영은 윤슬을 향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음, 그런가? 그래. 윤슬아 이동수업 가자.”
“응 지영아 가자. 소희야 너도 책 챙겨~”
윤슬은 옆 반 방송부 주현과 급속도로 가까워진 이후, 지영과도 많이 친해졌다.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SNS에 서로 댓글을 남겨 주기도 하고, 이제 윤슬이 늦잠 잔 날이면 1교시 쉬는 시간마다 지영은 교실 뒤편 거울로 불러 고데기를 해 주고는 했다.
음악실로 이동하면서 민지영은 은근히 팔짱을 끼고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 나한테만 알려줘.”
“아, 뭐가 또~”
“잘생긴 남자랑 같이 도서관 간 소감이라도 말해봐!”
지영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윤슬을 어제 본 웹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든 듯했다. 윤슬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지영은 전에 없이 흥분한 것 같았다.
“그래. 사실 얼굴 구경하느라 공부 집중이 안 되더라.”
“야~. 그럴 줄 알았어. 집엔… 데려다줬어?”
윤슬은 지영이 너무 귀여웠다. 아무리 노는 것 같다지만 그 나이 때 같은 여고생의 풋풋한 마음이 보였다.
지영은 음악실에 가서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윤슬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래서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언제 친해졌는지 인터뷰를 하듯 묻는 지영에게 웃음을 참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소희가 톡톡 옆에서 가볍게 손가락으로 치고 음악 교과서를 쓱 내밀었다.
[사귀게 되면 나한테도 말해 줘야 돼]‘지금 비밀 생길까 봐 이러는 거지?’
얘네는 어쩜 보면 볼수록 귀여운지…. 윤슬은 이 어린이들을 어떻게 해야 될까 스믈스믈 올라오는 입꼬리를 눌렀다.
계속 백휘와 재언에 대해 캐묻는 친구들 덕에 문득 윤슬의 머릿속에 도서관이 떠올랐다. 공부를 하던 실루엣이. 넓은 어깨가, 커다란 손이, 내리깔던 속눈썹이.
“윤슬이 집중 안 하지~”
그러다 음악 선생님의 지적에 퍼뜩,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 윤슬의 모습을 조은주는 내내 바라보고 있었다.
* * *
“아니… 말 한 번 안 해본 것 같은데.”
“그치? 근데 걔 아까부터 너한테 자꾸 왜 그래?”
친구가 많은 편인 가영은 조은주를 중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건너 건너 들리는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걔, 잘생겼다는 애 소개받고 싶어서 계속 남친이냐고 묻는 거 같은데. 속 너무 보여.”
「[스킬: 팩트 폭격 시작합니다! (A)]
친구라고 넘어가 주지 않아요, 맞는 말은 해야 합니다. 반박 시 더 한 팩트만이 쏟아져 나옵니다.
※ 상대방을 향한 ♥호감도가 300 이상일 때만 편을 들어줍니다.」
어느새 윤슬의 일에 자기 일처럼 나서주기 시작한 친구들이었다.
다들 머리 위에서 반짝반짝 스킬을 빛내며 한마디씩 보탰다. 처음엔 조금 냉정한 것 같았던 서은도 완전히 윤슬의 편이 됐다.
“그래. 너무 친한 척하는 거 같으면 그냥 거리 둬버려.”
「[스킬: 왕이 될 상인가? (A)]
상대방의 가치를 꼼꼼히 체크합니다.
※ 상대방의 가치가 C- 이하라고 판단되는 순간 ♥호감도가 -30 하락합니다.
※ 상대방의 가치가 A 이상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호감도가 +30 상승합니다.
※ 주의: 가치판단은 새롭게 갱신될 수 있습니다.」
‘처음 저 스킬 나왔을 땐 진짜 놀랐는데….’
어찌 됐든 서은의 판단으로는 윤슬이 옆에 두고 싶은 친구는 맞으니까. 윤슬은 일단 걱정해주는 마음을 받아들였다.
“알겠어, 앞으로는 교실에서 그런 얘기 안 하겠지. 뭐.”
“근데….”
이제 고정처럼 가장 끝, 맞은편에 사람 없이 밥을 먹던 예원이 입을 열었다.
지난번 일 이후로 조금 기가 죽어 보이지만 그 뒤로는 별문제도 일으키지 않았고, 소희한테도 조금씩 잘해 주고 있어 윤슬도 예원의 행동에 차츰 뜻을 두지 않았다.
“조은주, 걔 조심해.”
“…왜?”
“나 걔랑 중학교 때 한 번 같은 반이었거든.”
관심이 모두 예원에게로 가자, 예원이 기분 좋은 듯 입꼬리에 웃음을 달고 말했다.
“걔 좀… 음침해.”
* * *
“같은 반 애들 메일 아이디랑 커뮤? 인터넷? 닉네임 같은 거, 걔가 핸드폰 메모장에 써서 갖고 있었다가 나중에 한 번 걸렸었어. 닉네임 드러나는 게시판에 쓴 글은 캡쳐까지 해서 가지고 있기도 하더라고. 걔가 제일 좋아했던 애한테는 좀 집착? 심해서.. 아무튼 소문 안 좋아.”
“왜 남의 글을 캡쳐해…?”
“모르지 나야. 그냥 궁금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 그런 거 뒤에서 얘기하기도 재밌잖아. 아.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런 애들이 많다는 거지.”
예원은 급하게 덧붙였었다. 윤슬은 아까 예원이 했던 말이 머리를 계속 맴돌았다. 어쩐지 자꾸 스캔하는 것 같은, 힐끔거리는 눈동자가 불편했다.
한 번 의식을 하니 계속 뒤따라오는 두 눈이 소름 끼쳤다.
“저기, 윤슬아….”
학교가 끝난 시간, 윤슬이 가방을 챙겨 뒷문으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턱 팔목이 잡혔다.
“어?”
“나, 번호 좀 알려주라.”
쑥스럽다는 듯 앞으로 내밀어진 조은주의 핸드폰을 보고 윤슬은 잠시간 머뭇거렸다.
같은 반인데 번호 알려주기 싫다고 해도 유난 떠는 사람이 되는 꼴이니 어쩔 수 없이 윤슬은 내키지 않는 손을 내밀어 번호를 찍었다.
“이따 톡할게!”
옆에서 윤슬과 하교를 같이 하기 위해 서 있던 서은은 은주가 등을 돌리자마자 티 나게 표정을 찡그렸다.
“난 쟤가… 왜 이렇게 싫지.”
나도, 목 끝까지 나온 말을 삼키며 윤슬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슬아.”
“어?”
“남자친구 생기게 되면, SNS에 절대 티 내지 마.”
서은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윤슬의 등을 감쌌다. 뒤에서 조은주가 건네는 호의라는 포장지에 감싸여진 축축하고 어두운 악의가 안개처럼 몰려오는 것 같았다. 목 뒤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아까 찜찜해서 다른 반 애들한테 물어봤었거든. 근데 쟤, 친구들 겨울 방학 때 쌍커풀 수술 전후랑 수술 직후에 붓기 어떠냐고 사진 찍었던 거, 전부 저장했었대. 남자친구 있는 티 냈던 SNS 캡쳐하고, 바뀌면 또 캡쳐하고…. 그걸로 아직 뭘 한 건 아니지만, 엄청 찝찝하지 않아?”
* * *
조은주는 버릇처럼 남의 SNS를 미친 듯 염탐하는 버릇이 있었다. 아주 오래된 버릇이라 고치기도 쉽지 않았다.
취미와 자주 가는 장소, 좋아하는 것, 쇼핑 리스트, 그리고 주변 인물까지 간단하게 알 수 있는 SNS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팔로우 리스트에 최백휘가 없네….’
주말에 도서관에서 윤슬을 몰래 찾아간 뒤로, 은주는 윤슬의 SNS 계정을 들어가 최백휘와 옆에 앉아 있던 남자를 끈질기게 찾았다.
처음엔 윤슬이 팔로우해 둔 계정들을 전부 클릭해 보았고, 그다음은 태그된 사진 사이의 계정들을 모두 들어가 봤다.
‘최백휘는 유스타 안 하나 보다. 에이스북도 잘 안 하던데….’
친구만 보게 설정되어 있는 최백휘의 에이스북이 아쉬웠다.
이미 조은주는 최백휘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는 모두 캐내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가 아는 것보다는 친한 친구들만 아는 진짜 일상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주말엔 어디에 놀러 가는지, 친한 친구들도 비슷하게 잘생겼는지, 평소 말투는 어떤지. 그런 백휘를 윤슬 혼자만 안다는 것에 꾸물꾸물 배가 간지러웠다.
어두운 방에서 작은 핸드폰 불빛이 은주의 얼굴을 비췄다. 은주는 쉴 틈 없이 빠르게 손가락으로 액정을 두드렸다.
‘친구의 친구 공개면 윤슬에게 친구를 신청한 다음 마음껏 볼 수 있을 텐데.’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자란 은주는 SNS를 오래 잡고 있다 보니 평범한 청소년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들도 너무 쉽게 가질 수 있어 보였다.
[Youstagram]윤슬랑 머리하러 리리 아뜰리에♥ 우리 배고파서 계속 쿠키 까먹고ㅋㅋㅋㅋ (੭ ˃̣̣̥᷄⌓˂̣̣̥᷅ )੭⁾⁾❤ 쿠키털이 2인조
@seo_yoon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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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1
-나연이한테 찰떡ㅋㅋ 나연 윤슬이랑만 가지 말고 나랑도 가~
˪쪼아 담주 영양하러 갈까?
-헉 예뽀 머리 끝 조금 다듬은거지
-모야 제리쌤은? 담당쌤 바꿨어?
˪웅웅 제리쌤 다른 샵 가셨어ㅠㅠ
윤슬의 SNS에서 자주 등장했던, 귀엽게 생긴 여자애. 자주 명품관에서 쇼핑을 하고 분기마다 해외 여행을 다니고.
[Youstagram]같이 맞춘 커플 지갑♥( ˘⊖˘) 윤슬이 아빠카드 마그네틱 닳겠다고 한날ㅋㅋㅋ
@seo_yoonseul
-카드 뺏길 뻔… 나 거지되면 나여니가 먹여 살릴 거지?
˪당연하지 우리 집 와~~ 이정훈 쫓아내고 방 줄게ㅋㅋㅋㅋ
˪서윤슬 라임 뭐야? 합격 목걸이 드립니다
˪이나연 봐 오빠 막 쫓아낸닼ㅋㅋㅋㅋㅋ
-제 자리도 있나요?.. 거지 예약합니다
-나도 이거 색만 다른 걸로 샀는데!ㅋㅋㅋ 대박
˪ 우리 반 모여~~~~.
1년 전엔 윤슬과 함께 쇼핑한 것들이 많았다. 학생이라면 부담스러워할 만한 가격대의 카페도 턱턱 다니고. 머리도 압구정 로데오에서만 하는 것 같았다.
댓글로 샵에서 연예인 누구를 마주쳤다고 하며 웃었다. 그들만의 세상이 은주는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그 연예인이 누군데? 리리 아뜰리에 다니는 거면 시퀀스? 아, 청현 실물 개궁금하다…. 아니면 걸그룹인가…?’
일상을 기록하는 걸 좋아해 700개에 달하는 나연의 유스타그램을 보면서, 은주는 윤슬에 대해 끝없이 추측하고 또 추측했다.
‘이전엔 압구정에서 살면서, 명품 쇼핑도 자주 하고. 비싼 곳도 다니고… 그러다가 여기 온 건데.’
지금은 운동화가 자주 바뀌고, 화장품이 자주 바뀐다지만 옛날처럼 명품을 들고 다니는 건 아니었다.
종종 보이는 명품은 이전 나연의 SNS에 올라왔던, 그러니까 적어도 산 지 1년은 된 것들이었다.
‘혹시… 집이 망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