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6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60화(260/405)
윤슬은 그 뒤로 지독한 금단 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얘들아, 제발 부탁이야. 딱 한 번만….”
“안 돼.”
믿었던 친구들은 냉정했으며.
“엄마. 아빠. 우리 가족이잖아. 어? 이러지 말자. 나 외동딸이야.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죽어가고 있어.”
“안 돼.”
가족마저 등을 돌렸다.
“할머니이….”
“안 돼.”
최후의 부탁마저 거절당한 윤슬은 쓸쓸히 침대에 누워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외롭고 힘들었다.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하하. 잎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슬아…. 지금 여름이야.”
그렇다.
“제발!!! 제발 내 핸드폰 돌려줘!!!”
윤슬은 핸드폰을 빼앗기고 감금당해 있었다.
“하다못해 퇴원이라도 시켜주든가!!!”
입원했던 병원에 그대로.
* * *
윤슬이 쓰러지고 난 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같았다.
그럴 만하지!
쓰러지는 모습을 직접 눈앞에서 목격한 재언과 백휘, 이번이 처음 쓰러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부모님과 할머니까지 모두 뜻을 모았다.
입원 첫날, 윤슬은 탈탈 털린 뒤 한숨을 쉬며 습관처럼 가방 안을 뒤적였다. 그런데 있어야 할 자리에 핸드폰이 없었다.
“잠깐만, 내 핸드폰 어디 갔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둘러싼 이들을 바라보았지만 모두가 시선을 피했다.
“…없어.”
“핸드폰이 왜 없어?”
“음, 당분간은 기억에서 잊어. 핸드폰이라는 걸.”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윤슬은 핸드폰을 비롯해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모든 기기를 뺏겼다. 과로뿐만 아니라 몸에 더 이상은 없는지 강제로 정밀 검진까지 받아야 했다.
핸드폰을 빼앗긴 지 3시간 경과.
“디지털 디톡스라고 생각해 봐.”
“나 진짜…. 업무 확인은 하자.”
“…급한 건은 우리가 하고 있어.”
“너네 내 비번 알아?!”
경악한 윤슬은 재언을 가자미눈으로 노려봤다. 마음 약한 재언은 슬그머니 백휘의 뒤에 가서 섰다. 백휘는 웃으며 윤슬의 어깨를 두드렸다.
“쉬워. 자고, 먹고, 노는 거야. 기한은 개강할 때까지.”
다정히 웃고 있지만 엄격한 조교 같은 명령에 윤슬은 눈물지었다.
“진짜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어? 얘들아 제발.”
한 시간.
어렵지 않은 요구조건이었지만 한 시간 동안 인터넷을 하게 냅두면 윤슬은 또 그사이에 일거리를 찾을 터였다. 더 이상 그들은 일에 미쳐 있는 윤슬에게 속지 않았다.
핸드폰을 빼앗긴 지 10시간 경과.
“야, 나 진짜 너무 심심해서 그래. 일 안 할게. 잠깐 보기만 할게.”
재언이 백휘를 향해 눈짓했다. 백휘는 준비한 스도쿠와 트럼프 카드, 십자수와 컬러링북을 건네주었다.
“나 십자수 할 줄도 몰라… 이렇게 니즈에 안 맞는 걸 들고 오면 어떡해 얘들아.”
“가르쳐 줄게. 금방 할 수 있어.”
“소근육 발달이랑, 전두엽 향상에 좋대….”
윤슬은 갑작스럽게 어린이용 위클래스에라도 끌려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교육적일 수 없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컬러링북을 펼쳤다.
핸드폰을 빼앗긴 지 24시간 경과.
“야!!! 나 제발. 너무 답답해. 뭐라도 읽고 싶어. 꼭 인터넷에 있는 게시글들이 날 피곤하게 할까? 어? 그 뭐냐. 활자중독. 내가 그런 거일 수도 있잖아.”
백휘와 재언은 환하게 웃으며 이북 리더기를 꺼냈다.
[항해의 발전으로 인한 무역의 변화] [세원스쿨 : TOEFL Writing] [죽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고전 문학 100선]백휘의 이북 리더기 위로 재언이 당당히 자신의 것을 내밀었다.
[악당 공작님의 유일한 엽록소가 되었습니다] [악당 공작님의 유일한 엽록소가 되었습니다 후일담 외전] [악당 공작님의 유일한 엽록소가 되었습니다 if외전]“관장 형이 추천해줬어…. 다른 형들도 읽으면서 울더라고.”
어쩐지 뿌듯해 보이는 표정 위로 자신감이 엿보였다. 윤슬은 그나마 재언이 건넨 이북 리더기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쓰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나온 미션이 신경 쓰였다. 상반되는 두 가지 말을 한 번에 들어야 한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동시에 흙수저랑 금수저….’
마침 읽고 있는 이북 리더기에서도 아카시아 영애가 흙수저라 놀림 받고 있었다. 윤슬은 아카시아 영애를 응원했다.
‘아카시아…. 그래도 넌 해피엔딩이겠지….’
순식간에 400만 팔로워를 모아야 하는 윤슬은 울컥한 마음에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재밌긴 한가 봐. 잘 고른 것 같네.”
“그래…. 체육관에서 다 저러면서 읽었다니까.”
그런 거 아니야….
윤슬의 마음도 모르고 둘은 만족스러워했다.
* * *
인터넷 금단 현상은 30시간이 되는 때 폭발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해? 그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
윤슬은 세 번 정도 탈출을 시도했으나 허사로 돌아갔다. 애초에 쪽수로 싸움이 되지 않았다. 저쪽은 다섯 명이었다. 아침은 출근하기 전 들린 엄마와 아빠가, 점심은 할머니가, 오후부터는 사무실에서 돌아온 재언과 백휘가 돌아가면서 윤슬이 쉬나 안 쉬나, 자나 안 자나, 놀고 있나 안 놀고 있나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야말로 극한의 휴가였다….
“사람. 음.”
“필요한 게 그거였구나….”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둘은 다음 날부터 병문안 시스템을 개방했다.
* * *
“슬!!! 너 진짜! 진짜진짜 미쳤어!!! 쓰러질 때까지 뭐하는 거야!!!”
“잘한다, 이나연. 더 세게 때려.”
첫 번째 손님은 당연히 나연과 주현이었다. 편집자 언니는 사 온 주스를 따 주었다. 실컷 두드려 맞은 윤슬은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그래…. 더 때려도 돼…. 근데 나 핸드폰 한 번만 빌려주라….”
못 본 새에 수척해진 윤슬을 보던 세 사람은 그윽한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 대장. 이렇게 몸져눕다니….”
“우리 과는 대체 누가 끌어준답니까!!!”
두 번째 손님은 과 동기들이었다. 동기들은 사 온 케이크를 접시에 담아 주었다. 깨작깨작 케이크를 먹은 윤슬은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형범아…. 나 핸드폰 한 번만 빌려주라….”
형범을 비롯한 모두가 그윽한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일도중요하지만무엇보다중요한건역시건강입니다. 저희엘더아머에서는매년 운동클래스를주관하고있고요, 다음팝업에는꼭와보세요. 아니면저희가함께다니고있는크로스핏장에도….”
“오랜만에 보네요. 윤슬 씨.”
세 번째 손님은 엘더아머 담당자와 하진이었다.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온 그들은 광고 촬영 이후로 같은 크로스핏장을 다니게 되며 친해졌다고 했다. 윤슬은 하진이 직접 깎아 준 토끼 사과를 힘겹게 먹었다. 굳이 플랭크 시범을 보여주면서 삼십 분을 넘게 얘기한 담당자의 말을 끊고 윤슬은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저…. 핸드폰 한 번만 빌려주세요….”
두 사람은 그윽한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발!!! 아니 하진 씨!!! 왜 안 된다는 거예요!!! 믿었는데!!!”
윤슬은 자리를 뜨려 한 하진을 서둘러 잡았다. 친구들은 그렇다 쳐도 이쪽까지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병실 입구에서 동의서에 사인을 해서. 미안해요.”
“동의서?”
“다음에 봐요. 그땐 꼭 빌려줄게요.”
“그게 어딨어!!! 그때 되면 저도 핸드폰 있거든요?”
“그럴 수 있을지는…. 그때 가 봐야 알지도 몰라요.”
불길한 하진의 말에 윤슬은 드르르륵 병실 문을 열었다. 밖에 있던 재언과 백휘가 다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윤슬은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동의서를 빼앗았다.
[병문안 안내문]위 환자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잦은 밤샘 업무와 추가 근무, 학업을 병행해 기력이 쇠약해져 있는 상태이오니 방문객들은 모두 환자를 배려해 아래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는 맡기고 들어가야 합니다.
-SNS 이야기는 병실 내에서 엄격히 금지됩니다.
-업무를 떠올리게 하는 주제 역시 금지됩니다.
…
위 항목에 동의하시는 분은 아래 서명을 해주세요.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그 뒤로 병문안을 왔던 다이아수저와 물결, 방송부 후배들과 소엽 쌤, 한국 요구르트와 백록화 팀, 기타 등등. 모두가 동의서에 사인을 한 만큼 그윽한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게 얼마 만이야!!!”
“와. 서윤슬 병문안으로 다 모이게 되네.”
“박소희 의리 쩐다 진짜. 수능 이제 곧 백일 아님?”
마지막 병문안 손님들은 고등학교 친구들이었다. 재수를 하고 있는 소희까지 와주었다.
윤슬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온갖 얘기를 떠들었다.
“나 진짜 고삼 때도 이렇게 핸드폰 없이는 안 살았다고…. 얘들아 진짜 한 번만.”
“우리 다 밖에 제출하고 왔다니까? 빌려주고 싶어도 못 빌려줘.”
“몰래 숨겨온 공기계 그런 거 없어?”
“…윤슬아. 우리가 아직 고삼인 줄 알아? 평소에 공기계를 왜 들고 다니는데.”
윤슬은 침대를 이리저리 구르며 떼를 썼다.
“으아아아아!!! 나 핸드폰~! 핸드폰~!”
“떼잉. 애 교육을 대체 어떻게 시킨 거야!”
“얘를 나 혼자 낳았어요?! 당신 닮아 이러지!”
“엄마 아빠. 싸우지 마세요. 동생 제가 잘 돌볼게요….”
순식간에 그때처럼 상황극에 몰입하기 시작한 넷을 보며 예원이 한숨을 쉬었다.
“너무 초조해하지 마. 어차피 구독자가 2주 사이에 떨어질 리는 없잖아.”
“맞아. 그사이에 올라가면 올라갔지.”
친구들이 윤슬을 위로했으나 그다지 도움 되지는 않았다. 윤슬은 지금 구독자와 팔로워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상태창이 내 준 미션에 대한 해결책이 중요했다.
“우리 언니가 십만 모으기도 진짜 힘들다고 하더라.”
“언니? 소희 언니 인튜브 하셔?”
소희의 말에 침대를 구르던 윤슬이 벌떡 일어났다.
“언니가 혼자 하는 건 아니고, 친구들이랑 하는데…. 나중에 한번 검색해 봐. 대학일기라고 있어.”
“뭐 하는 건데?”
“그냥 자기들끼리 대본 만들어서. 페이크 다큐? 드라마? 뭐 그런 거.”
윤슬은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았다.
페이크 다큐.
“부캐!!!”
“엥? 부케? 갑자기 왜.”
“소희야 고맙다!!!”
회귀 전 광고 시장을 독식한 건 다름 아닌 인튜브의 페이크 다큐였다. 가상으로 만들어 내는 부 캐릭터. 줄여서 부캐.
“너 나가면 소영 언니한테 연락 한 번만. 내가 언니 채널에 관심 있다고 해 줘.”
윤슬은 인튜브 드라마에 출연해 이번 미션을 완료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