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6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62화(262/405)
나는 핸드폰을 소중히 품에 안았다.
“그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네모반듯한 이 그립감, 살짝 다가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켜지는 화면, 쌓여 있는 연락…. 눈물나도록 그리웠다.
“저거 다시 뺏어.”
“아 엄마!!!”
“이놈의 지지배가 느이 아빠를 그렇게 반겨봐라. 콱씨.”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엄마와 아빠에게 핸드폰을 빼앗길 뻔했지만 나는 끝까지 지켰다. 드디어 핸드폰! 내 최고의 무기가 손에 들어왔다.
나는 쌓여 있던 연락을 대충 체크했다. 어제 백휘랑 재언이랑 미리 본 인튜브로 대충 틀을 잡아 놨으니.
‘이제 남은 건 빠른 실행뿐이다.’
설득이고 회의고 뭐고, 할 시간 없다. 플랜은 오로지 하나.
「[미션 완료까지 D-day 26!]」
* * *
마린은 며칠 만에 다시 마주한 윤슬을 바라봤다.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할 때는 그렇게 바들바들 떨었는데, 이제 반대로 떨고 있는 쪽은 마린이 되었다.
“어제 연락 받으셨죠? 광고 받으러 왔어요.”
윤슬은 빚 수금하러 온 깡패 같은 자세였다. 물론 마린의 입장에서야 나쁠 것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스타일 슈어가 유신사에 합병된 뒤로 큼직한 성과는 모두 윤슬이 올려 주고 있었으므로. 어느새 마린의 커리어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윤슬이었다.
“조, 좋죠. 마침 저희 다음번 시즌 신상 나오기도 하고요.”
“네. 근데 제 채널에서 하는 게 아니에요.”
“네?”
“제가 마침 좀…. 새로 시작해보려 하는 게 있어서요.”
윤슬은 간단하게 태블릿을 켜 인튜브 ‘대학일기’ 채널을 보여주었다. 2배속으로 영상을 체크하던 마린은 고개를 잠시 갸웃거렸다.
‘근데 자기 팔로워 다 냅두고, 왜 여기에…?’
윤슬은 짧게 준비한 키워드까지 꺼냈다.
“이번 유신사 세일에 맞춰 주제를 ‘흙수저’로 잡을 예정이에요. 일단 공감이 가는 키워드에 세일에 이만한 게 없죠. 댓글도 많이 달릴 거예요.”
“네. 그쵸. 유신사 입점한 브랜드는 모두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으니까…. 키워드 괜찮네요.”
“개강에 맞춰 다들 옷 사잖아요? 특히 1학년…. 근데 이게 알바 시급으로 따져보면 진짜 비싸니까. 원래 브랜드 의류 십만 원 쉽게 넘잖아요. 이거 때문에 리뷰다 쿠폰이다 다 따져 가면서 사는데. 뭐 여기에서 세일률 한번 더 보여주면서 강조할 수도 있고.”
마린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명쾌하게 정리해 주는 윤슬이었다. 마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같은 의류여도 어느 플랫폼에 입점해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 직영몰에 어느 정도 고객을 빼앗기고 있던 유신사였다.
“그럼 큰 거 한 장.”
“네??? 구독자가 7만밖에 안 되잖아요.”
“네. 근데 거기에 나오는 게 저잖아요.”
윤슬이 받는 광고비보다는 낮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구독자가 반의반도 안 되는 채널에 주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광고비였다.
“물론 제가 맡는 광고니까 주연은 제가 할 거고, 제 유스타 스토리랑 촬영 때 입었던 옷은 추후 제 브이로그에서 한번 더 입고 나올게요. 링크까지 더보기란에 첨부해서. 이러면 됐죠?”
그 와중에 광고 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윤슬은 여러 가지 조건을 내밀었다. 마린은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봤다.
‘아직 서윤슬이 맡은 광고는 몇 개 없지. 지난번 도시락, 그리고 요구르트. 이번에 백록화 정도…. 이 라인업에 끼기만 해도.’
그 서윤슬에게 광고를 맡겼다. 이건 꽤 구미가 도는 일이었다.
어찌 됐든 남는 장사였다. 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는 마린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소영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슬아!!!
“언니~. 오랜만이에요. 지금 통화되세요?”
오늘 금수저 키워드로 고민하려면 빨리빨리 해치워야 한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유신사 담당자랑 이야기하다가…. 언니 채널을 추천했거든요. 얼마 전에 소희한테 들어서. 네네. 보니까 아직 광고가 없더라구요. 그거 아직 제안이 안 온 거예요, 수락을 안 한 거예요?”
-제안이 오긴 왔는데, 몇십만 원 단위. 뭐 그런 거라…. 하하. 구독자 좀 더 늘면 그때 하려고 했어.
“그래서 언니. 광고 받을 생각은 있으신 거죠?”
-어? 그, 그치?
“유신사 담당이 저한테 광고 맡기려고 해서, 음. 언니 채널 보면서 생각해 둔 게 있는데. 이런 건 어떠세요?”
나는 마린에게 말했던 키워드와 대략적인 줄거리를 말했다.
-어어…. 좋은데? 마침 시나리오 담당이 좀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음 스토리 안 나온다고.
“천만 원.”
-…뭐?
“거기 그런 스토리로, 저 출연하면 광고비 천만 원으로 어떻냐고 유신사 담당이 그러는데. 음…. 언니. 아무래도 채널을 오래 유지하려면 그래도 좀 금전적인 문제가 있잖아요.”
유신사 담당이 키워드 정했고, 줄거리 정했고, 이런 식으로 가고 싶어 하고, 거기에 내가 마침 너를 추천하고, 도와줄 의사가 있다! 자!!! 밥상 다 차려졌다!!! 숟가락만 놓으라고!!!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슬아아….
“부담 갖지 마시고. 네? 저도 언니 채널 재밌게 봐서 그래요.”
-니가 도와주면 우린 너무 고맙지….
좋아!!! 넘어왔다!!!
-그럼 시나리오 준비해서 연락할게!
“네. 촬영일 얼른 잡아요, 우리!”
준비도 촬영도 편집도 저쪽에서 해 줄 테니 이제 내 역할은 끝났군. 시간이 대폭 아껴졌다.
나는 곧이어 다음 키워드 검색에 들어가기 전….
“뭐 해?”
“어???”
“…너, 잠깐 걷고 온다 하지 않았어?”
통화를 끊자마자 뒤에서 음습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근데 지금. 일 얘기를….”
“하네…?”
걸렸다.
* * *
윤슬은 자기 집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전자 기기를 받은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음 일할 거리를 시작했다는 것을 백휘와 재언에게 걸렸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고발을 하려던 둘을 말리고 말려 일단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니까. 쉬면서 머리가 안 비워졌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윤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이제 포기했다는 듯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뭐가 하고 싶은데….”
그래도 협상이 쉬운 쪽은 역시 재언이었다. 윤슬은 재언을 바라보며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콜라보! 나 콜라보가 하고 싶어. 그러니까 2주 안에.”
“2주 안에???”
터무니없는 스케줄에 백휘가 답지 않게 큰 소리를 냈다.
「▶System
【미션: 메인】
▶당신의 취향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끌어모아 봅시다!
[금수저]을 주제로, [좋아요 삼천 개]와 [콜라보]를 진행해 보세요!」‘좋아요 삼천 개 받으려면 시간을 열흘 정도는 잡아 놔야 하니까….’
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뻔뻔함에 두 사람은 이제야 깨달았다.
“나도 당분간은 그런 취미를 만들어볼까 해. 구독자 별로 없는 채널에서, 정말 내 취미로. 하고 싶은 그 마음과 순수한 열정으로. 역시 안에만 있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래. 두 사람은….
“키워드는 금수저. 생각해 보니까 현직 금수저 두 분이 앞에 계신데, 왜 내가 혼자 고민하려고 했지? 얘들아. 같이 좀 생각해줘.”
사기당했다….
언제는 순수한 열정과 마음으로 취미를 만들어 본다더니, 누구보다 세속적인 키워드를 가지고 온 윤슬이었다. 취미는 그저 눈속임용이었다. 윤슬은 이미 일이 취미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너네 계속 이러면 난 너네한테 비밀을 만들 수밖에 없어!!!”
심지어 윤슬은 이제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넘어갈 만한 협박이었다.
‘비밀을….’
‘만든다고?’
두 사람은 어젯밤 윤슬과 함께 인튜브 대학일기 채널을 보다 알고리즘에 떴던 짧은 영상을 떠올렸다.
[Intube] [주인이 오기 전 숨어버리는 병든 강아지, 눈물없이 볼 수 없는 그 이유는…?]하얗고 조그마한 강아지가 계속해서 숨어버리던 그 영상.
-ㅠㅠㅠ원래 개들은 주인 걱정 시키기 싫어서 죽을때가 오면 저렇게 숨는대…
-우리집.복순이가생각나네요.씩씩하고.똑똑해서걱정한번 시키지않던녀석이. 어느날부터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다행히 윤슬은 쓰러질 때마다 곁에 누군가가 있었다. 대학 입시장에서는 주현이, 이번 계단 위에서는 재언과 백휘가.
하지만 만일 윤슬이 비밀을 만들다가 어딘가에서 혼자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혼자는 안 돼.’
똑같은 생각을 한 두 사람은 착잡하게 노트북을 열었다.
“그래!!! 너네라면 내 마음 알아줄 줄 알았어. 엄마아빠한테는 비밀로 해 주는 거지? 응?”
윤슬은 숨길 기색도 없이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내 들고 왔다. 밤샘의 신호탄이 또다시 울렸다.
* * *
“정확히 콜라보를 2주 안에 진행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영상을 업로드하고 관련된 콜라보를 2주 안에 하고 싶은 거야?”
“영상을 업로드할 때 이미 콜라보였으면 좋겠어.”
“…그럼 이미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브랜드에 연락을 해 볼 수밖에 없겠는데. 근데 대기업은 안 될 것 같아.”
역시 머리가 셋이 모이니까 한결 낫다. 나는 빠르게 틀이 잡혀가는 우리의 팀워크에 감탄했다.
“그렇지, 아무래도 제작 시간도 있고…. 무엇보다 일의 진행 속도가 더뎌. 소기업 쪽이 좋겠는데.”
“음. 아니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브랜드에 연락해서 이름만 가져오면, 그건 어때?”
“슬아. 백록화…. 그 커피 가을에 신제품 안 낸대?”
“내일 한번 따로 연락해봐야겠어. 아직까진 들은 거 없었어.”
그러고 보니까 흙수저보다 금수저가 훨씬 더 어렵잖아. 가뜩이나 하제인이랑 나름의 경쟁구도가 잡힌 이 시점에서, 내가 뭘 하든 ‘하제인 따라한다’라는 꼬리표가 붙기 쉬우니까.
‘부캐로 흙수저는 어떻게 자연스러운데….’
나는 핸드폰을 잡고 금수저에 대해 검색했다. 슈퍼카, 코인, 와인, 오마카세, 특급호텔의 호캉스, 퍼스트 클래스, 별장, 내방 거실….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 내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콜라보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잉-
[야 퇴원했음?ㅋㅋㅋ 개강전에 밥먹으러 와라 ( •̀_• ́)]민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