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6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63화(263/405)
“얘들아. 민준이가 밥 먹으러 오라는데.”
그러고 보니까 얼마 전에 민준이가 병문안 오면서 해다 준 필라프, 진짜 맛있었는데. 계절 과일도 걔가 가져오는 건 맛이 다르더라. 이게 바로 S백화점 식품관에서만 과일을 산다는 찐부자의 입맛 뭐 그런 건가.
“내일 갈까.”
“음, 나쁘지 않지.”
나는 의미 없는 웹서핑을 반복하면서 하제인의 유스타에 들어가 봤다.
‘이틀 전 게시글 하나.’
그러고 보니 얘도 종강하고 나서 시간이 제법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게시글이 없지? GU2SS에서 새로운 가을 화보를 촬영한 것, 곧 업로드될 거라는 짤막한 글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Youstagram]GU2SS와 함께하는 가을. 조만간 만나요.
좋아요 12,312개
댓글 203개
-우리언니ㅠㅠㅠㅠㅠㅠ대체 요즘 뭐하고 지내는거예요
-저 얼마전에 제인님 봤던 거 같은데 맞나? 한국 아니시죠?
˪뭐야 어디서 보신거에요ㅜ개부럽당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하제인
하제인의 유스타에는 그야말로 금수저의 삶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대충 훑어 내려보다가 뒤로 가기를 눌렀다.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새 시간은 12시를 넘겼다.
「[미션 완료까지 D-day 25!]」
하루가 또 줄어들었다.
* * *
결국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민준이네로 밥을 먹으러 왔다. 그새 청담동 핫플이 되어버린 민준이의 가게는 입구에서부터 웨이팅이 제법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차들 역시 모두 비싼 것들이로군.
‘저런 차 끌면 일 년에 얼마 정도 고정으로 나가지….’
머릿속에 금수저 키워드만 가득 차니까 이제 뭘 봐도 곧장 이런 생각으로 직행되는군. 아, 대체 뭐가 있지.
“야!!! 슬!!! 괜찮냐?”
“어어. 살만해.”
“나 진짜 놀라가지고. 니 밥을 똑바로 안 먹어서 그래. 밥 잘 챙겨 먹어. 니는 얘 밥도 안 챙기고 뭐 했어.”
“…잘 챙겼어.”
“뭘 잘 챙겨. 야 암튼 잘 왔다. 곧 가을 신메뉴 나오거든. 먹고 얘기 좀 해 줘.”
나는 반갑게 룸으로 안내해주는 민준이에게 등이 떠밀렸다. 그러고 보니까 여기 놓인 것들은 다 비싼 것들이군. 열심히 눈에 담으며 체크했다.
나와 콜라보를 할 만한 것들이 뭐가 있지.
‘인튜버들은 정말 온갖 콜라보를 다 하니까.’
무난하게 의류, 특히 브이로그 인튜버들은 파자마를 많이 한다. 가방을 비롯한 액세서리, 키링이 많이 팔렸지. 마우스나 키보드는 콜라보 대신 공구 형식을 띠었고, 지금 이 시기면 한창 샤인머스캣 같은 것들을 할 때군. 그 뒤에는 토망고. 또 유행하던 게 뭐가 있더라.
“너네 세 명만 온 거야? 세팅 세 개만 한다?”
“아니아니. 한 명 더 오기로 했어.”
병문안 때 투어를 나가 있던 유리가 난리가 났다. 오늘 오전에 입국하자마자 보러 오겠다 해서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
“슬!!!! 야!!!! 야야야야야!!!!”
“야, 김유리!!!”
마침 타이밍 좋게 유리가 들어왔다. 나연이에게 얘기를 들은 건지 들어오자마자 내 등짝을 쉼 없이 갈겼다.
“자, 잠깐….”
“애 죽어. 애 죽어요.”
옆에 있는 재언이와 백휘가 말렸지만 유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하는 안무연습 덕분에 더더욱 강인해져서 돌아왔구나….
* * *
“야, 솔직히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내 얘기를 들은 유리는 피클을 와작 먹으면서 깔끔한 결론을 냈다.
“진짜 그나마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그나마 다꾸? 스티커는 도안만 있으면 빨리 낼 수 있으니까.”
“너 요즘 다이어리 꾸며?”
“아니 매니저 언니가 하던데. 그리고 내 팬들도 트릿터 뒤져보니깐 다꾸를 열심히 하시드라구. 나로 스티커도 만들고.”
점점 금수저 콜라보 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브랜딩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유리라면 왠지 해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 연예인~”
“네~ 김유리입니다~”
후식을 들고 온 민준이랑 유리의 대화 사이로 우리 셋은 또다시 머리를 싸맸다.
“스티커 비슷한 걸로. 윤슬이 이모티콘, 그런 거 있잖아. 윤슬 공주님의 명령 시리즈….”
“나도 그 생각을 해봤는데, 심사 기간만 기본 한 달이래.”
“얘들아, 내 얼굴로 왜 이모티콘을….”
이제 웬만한 콜라보 가능 제품들은 우리 입에서 한 번씩 다 나온 것 같은데. 뭐가 있지, 또.
“투어만 했어? 촬영 그런 건 안 하고?”
“아니. 지난주에 나 요리 프로 촬영했는데 할 줄 아는 게 딱히 없어서 박수만 열심히 쳤어.”
“오. 누구누구 나오는 건데?”
“그 셰프들 나오는 건데…. 유명한 셰프 누구더라. 그. 그 키 크고 머리 짧은. 매일 빨간 넥타이 하고 다니는!!!”
유리는 답답한지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민준이도 꼭 맞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룸 안이 떠들썩해졌다.
“또! 그리고 또!”
“이, 이태리 유학파!”
“알 듯 말 듯. 아…. 이씨였는데!”
“어! 이씨! 이씨야!”
옆에 있던 백휘가 대화를 자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오성 셰프. 됐지.”
“어어어 맞아맞아맞아! 이오성!”
그러자 유리랑 민준이가 더 신이 나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가서 뭐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라면 위주였는데 진짜 맛있었어. 별거 아니었는데 무슨 오일? 그런 걸 넣었거든. 아!!! 무슨 오일이지!!!”
또다시 시작된 퀴즈대회 2차에 백휘가 입을 열었다.
“트러플이겠지. 그분 원래 그 오일 좋아하셔서.”
“어어어!!! 맞아맞아!!! 짜장게티에 넣었는데 와!!! 씨.”
“어…. 그거 옛날에 민준이 너도 해 준 거 아닌가.”
“맞아!!! 근데 이 미친놈들이 막. 음미는 안 하고 일단 처먹기에 바빠서 그 뒤로는 안 해줬다. 그게 얼마나 비싼 건데 그냥 냅다 처먹어!!!”
아.
잡혔다.
“트러플 오일….”
회귀 전 온갖 메뉴에 추가되었던 나름 금수저 메뉴의 상징. 그 트러플 오일. 나는 순식간에 금수저 키워드로 할 수 있는 콜라보를 잡았다.
“민준아. 우린 좋은 친구지?”
“왜 그래?”
“지금부터…. 넌 나와 콜라보를 진행한다.”
“갑자기?”
* * *
며칠 뒤, 윤슬의 인튜브에는 오랜만에 새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엥? 이게 뭐임?”
알림 설정을 해 둔 구독자들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계정명을 다시 보았다. 이게 맞나? 자신이 아는 윤슬이 아니었다.
[Intube] [금수저 프랑스 귀족의 하루 vlog- 가문의 시크릿 레시피 공개]21:30
지나친 컨셉충의 향기가 진하게 났다. 하지만 머뭇거리고 있을 새가 없었다. 최초 공개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우물쭈물하다가는 채팅창의 흐름을 놓치기 때문이었다. 잽싸게 클릭한 구독자는 이윽고 카운트다운에 맞춰 시작하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자막: [이른 아침… 집사의 모닝콜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일어나시죠. 윤스르 드 피앙세 아가?씨….
(송X타월을 한쪽 팔에 끼운 백휘. 목 아래부터 출연 중. 수치스러움에 제대로 대사를 읽지 못하고 있다)
-????이게머임
-아니 집사 프랑스 발음 왜 좋은거임ㅋㅋㅋㅋ
-파독광부 출세했다 이젠 프랑스귀족ㅋㅋㅋㅋㅋ
자막: [어릴 때부터 집사와 메이드들의 모닝콜로 하루를 시작했더니, 혼자서는 깰 수 없어요. 후후.]
윤슬은 흙수저에 이어 금수저까지 부캐로 설정하기로 마음먹었다. 흙수저 쪽은 대본이 있는 연극에 가깝다면, 이건 그냥 상황극에 가까운 연출로.
―식사 준비해 줘.
―네. 커피는 늘 드시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자막: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백록화 1327 커피. 저희 가문 티타임에는 이것이 빠지지 않는답니다.]
화면은 어느새 백록화 커피 캡슐이 담겨 있는 보관함으로 이동했다. 얼핏 보면 앤티크한 그 보관함에는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ㅋㅋㅋㅋㅋ야이씨 다잇소잖아
-이천원이네… ㄷㄷ 역시 아가씨셔
가격표를 떼지 않은 그 커피 캡슐에서 하나를 집은 백휘의 손은 그대로 머신으로 향했다. 커피가 내려오는 소리와 함께 화면은 이동했다. 탁자 위에 자리한 윤슬이 떠먹는 요거트를 들었다. 그리고서는 우아한 손놀림으로 천천히 요거트 뚜껑을 땄다.
-설마
-설마… 제발 그런 일만은….
―역시. 윤스르 드 피앙세 아가…씨. 이십니다. 요거트 뚜껑을 핥지 않…으시다니.
요거트 뚜껑은 버려졌다. 댓글창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윤슬의 기이한 콘셉트에 잡아먹혀 버린 구독자들은 상황극에 있어 최고의 아군이었다.
-혁명!!!o(-`д´- 。) 혁명!!!o(-`д´- 。) 혁명!!! o(-`д´- 。)
-저저저 모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해주겠다 감히 우리 평민들을 상대로 이런 사치스러운 일상을 뽐내다니 귀족의 자질이 전혀없다
윤슬은 요거트를 나긋한 손길로 한 스푼 떴다.
자막: [저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핑크 스푼. 이것으로 먹으니 더 맛이 좋군요…]
X스킨라빈스 스푼이었다.
백휘가 찻잔에 가져다준 커피로 식사를 마친 윤슬은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저 냅킨은 또 어디서 쌔빈거임ㅋㅋㅋㅋ
-아 씨 메X커피 로고있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 옆에 가만히 있는거 개불쌍해ㅠㅠㅋㅋㅋㅋㅋ
―다음 스케쥴은?
―나여느 데 로즈르파르세타… 영애님.과…. 정원 나들이가 있으십니다.
―그래. 마차 준비시켜.
윤슬이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가자 준비한 마차가 서 있었다. 이번엔 또 새로운 하인이 추가되었다.
―…타시죠.
2인용 자전거를 가지고 온 재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