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6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67화(267/405)
그렇게 가방을 갖고 나온 윤슬의 발걸음은 홀가분해 보였다. 윤슬은 지난번 봤던 버스 정류장의 유신사 광고를 다시 바라봤다. 운이 좋게도 버스는 곧 도착에 떠 있었다.
[별거 아니잖아.]정말 별거 아니었다는 듯 웃은 윤슬은 새로 면접을 본 알바 사장에게 연락했다.
입력: [내일부터 일 가능합니다. 말씀해주신 앞 파트도요. 내일 통장 사본 들고 가면 될까요?]
저 멀리에서 버스가 정류장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잉- 지잉- 지잉-
―네. 여보세요.
―아이고 학생. 어떡하지?
―…네?
―내 조카가 말이야. 그 녀석이 다음 방학 때 유럽 여행을 가고 싶다고 제 스스로 돈을 번다네? 삼촌 식당에서 일하면 안 되냐고 어찌나 조르던지. 기특해서 그냥 그러라고 했어.
⎯…….
끼익-
윤슬의 앞에는 타야 할 버스가 섰다. 하지만 윤슬은 제 자리에 서서 고개를 천천히 아래로 떨궜다.
―미안해요 미안해. 다음에 친구들이랑 한 번 놀러 와. 서비스 팍팍 줄게!
―…네. 감사합니다.
그새 버스는 떠나갔다. 빠르게도 멀어지는 버스를 멍하니 보던 윤슬의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
[☎식당 사장님]윤슬은 거절을 누르려던 손가락을 천천히 옮겼다. 이윽고 수화기 너머에서 식당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야. 그렇게 나가면 어떡하냐. 어?
―…….
―너 기분 상한 것도 알겠는데. 내 사정도 좀 봐줘 가면서 해야지. 요즘 손님 없는 거 너도 알잖냐.
―…네. 그쵸.
―일 정말 그만둘 거 아니지?
윤슬은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네.
―잘 생각했어. 요즘 그 알바 구하기도 쉽지 않고.
주절거리는 식당 사장의 목소리가 천천히 페이드아웃되었다. 윤슬은 또다시 버스 전광판을 바라봤다. 다음 버스는 20분 뒤에나 왔다. 그리고 화면은 또다시 전광판 아래에 있는 유신사 광고를 잡아 보여줬다.
[별거 아니잖아.]윤슬은 피식 웃으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화면 안에는 윤슬의 낡은 운동화가 여전히 보였다. 윤슬의 내레이션으로 영상은 끝났다.
내레이션: 남한테는 별것도 아닌 것들.
내레이션: 하지만….
내레이션: 나한테는 참 별 거인데.
* * *
[Intube]30초 웃짤
[다들 나라에서 유신사지원금 나오냐?] 00:30나는 인튜브 영상이 업로드되기가 무섭게 30초 웃짤에 여러 구간을 잘라 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개강을 앞두고 있던 대학생들 사이로 인튜브 링크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Intube creative]▶공유 수: 2,021회
카톡으로 공유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30초 웃짤의 구독자와 함께 대학일기 구독자가 늘어났다.
-ㄹㅇㅋㅋㅋㅋ 아니 뭔 티셔츠가 십만원임
-보세여도 몇만원 넘어가니까 나도 모르게 그냥 이럴거면 브랜드에서 사자 하게 되더라
-조금만 더 보태면 더 좋은 브랜드 조금만 더 보태면 이러다 보니까 티셔츠 삼십만원됨;
˪보태보태병 ㅇㅈ합니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차지한 건 유신사 PPL 클립 영상이다. 동기들이 나에게 ‘이거 싸고 예쁘지 않아?’ 하고 내게 보여주는 제품들이 전부 가격이 나가는 영상이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쉬웠으니까.
그 영상이 인기가 많아질수록 알고리즘에 또 다른 영상들이 뜨게 되어 있다.
[Intube] [흙수저라면 누구나 공감할 영상] 00:27 [알바구하다 제일 빡칠 때] 00:25 [넌 놀면서 돈벌지? 그럼 니가 해보시든가요] 00:18이번 시나리오 정말 최고다. 클립 따 오기 이만큼 적합한 게 없지. 게다가 엔딩이 현실적인 것도 한몫했다. 대학일기의 주된 구독자인 20대들의 호감을 샀거든.
나는 무섭게 올라가는 조회수 그래프를 봤다.
“이제 대학일기 계정 다시 한번 체크해 볼까.”
대학일기 계정은 며칠 만에 3만이라는 구독자 수를 올렸다. 총 10만이 되었군. 잘 됐다. 7만과 10만은 들어오는 광고의 질부터 다르니까.
내가 나온 영상의 조회수는 그간 업로드한 영상 중 제일 높았다.
[Intube] [나한테는 별것인 것들. 흙수저의 대학일기] 17:00조회수 489,457회
-이거 진짜인게… 대학 들어가면 자취비용부터 교재비 교통비 돈 나갈 일이 너무 많다 보니까 감당이 안됨
-국장 10분위 나왔다고 하는게 너무 현실고증이라 할말이 없어진다ㅠㅠㅋㅋㅋ
-티셔츠 하나 십만원짜리 그냥 사들이는게 나만 빼고 다 그렇게 살아서 저 감정 뭔지 알고있음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군. 나는 최근 댓글 순으로 훑었다. 그중에서 추천수가 꽤 높은 댓글이 몇 개 있었다.
-근데 서윤슬이 저런 역할 하는 건 좀…ㅋㅋㅋ; 기만 아닌가 중학교때부터 압구정 살았고 지금도 학교 매일 외제차로 학교가는데 시녀들 그것도 모르고 언니가 자기마음 알아준것처럼 감동하는 꼴 우수움…
˪엥? 서윤슬 차있음?
˪ㄴㄴ오피셜로 나온적 없음 구라임ㅋㅋㅋㅋ
˪;건너건너 아는사이임 믿기싫음 믿지마
공감하지 않는 쪽들은 대부분 내가 저런 역할 맡는 건 기만이라는 분위기였다.
“보니까 꾼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
젬스톤 쪽에서 작업 친 건 아니란 말이지. 그럼 논란이 커지지 않을 테니 됐다.
나는 부계정으로 댓글을 달았다.
˪?ㅋㅋㅋ 서윤슬 의리로 출연해준건데 뭔 기만이니 헛소리를 해
서윤슬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ㅇㅇ그렇다쳐
왜냐면 진짜 서윤슬과 나는 한 몸이기 때문이다.
˪(대학일기 유스타 계정) 뭘 그렇다쳐 문맹이냐? 우수움 이러는거 보니까 알만함
[Youstagram]대학일기 채널에 새로운 출연자 등장 |ω•๑`) ♥ 고등학생 때부터 너무 사랑했던 후배… 언니 때문에 더운 날 고생했지ㅠㅠ 항상 언니가 너한테 참 많은 걸 배워
흔쾌히 출연 결정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 서윤슬 파이팅 대학일기 파이팅!
…그리고 나는 또 다른 계정들로 댓글을 달았다. 어쩔 수 없다. 이런 건 스피드가 생명이니까.
˪까고싶어서 괜히 기만이라는 말 쓰는거 뻔히 보임ㅠㅠㅠㅋㅋㅋ우‘숩’다
˪과거 댓글 보니까 매일 악플 달고 다니는 분이신데…다른 채널에서도 봤음ㅋㅋ 당분간 핸드폰을 꺼보세요…
참고로 아래 댓글은 지어낸 거다. 매일 악플 달고 다니든지 말든지 알 게 뭔가. 공격은 더 큰 공격으로 대응한다.
내 대댓글 밑에 또 다른 사람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아마 댓글 알림 곧 가겠지.
자, 곧 삭제될 테니 신경 끄고.
띠링-!!!
「▶System
【미션: 메인】
▶당신의 취향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끌어모으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흙수저]을 주제로, [댓글 천 개]와 [광고]진행을 완료했습니다.」오. 내가 댓글 단 것도 카운팅해 주는 건가?
드디어 미션이 완벽하게 종료되었다. 나는 떠오른 상태창을 바라보며 무소음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됐다! 됐어! 개강 전에 됐다고!!!’
이 시간까지 안 자는 걸 들키면 옆집 주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나는 이어지는 보상을 읽기 위해 스크롤을 내리려 했다.
지잉- 지잉- 지잉-
“이 시간에 누구야.”
나는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다이아수저에게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
-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들은 줄 알아?!?!
“뭔데요.”
뭐길래 이렇게 흥분한 거지.
다이아수저는 심호흡을 하더니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공장 알아보고 있어!!!
“네? 무슨 공장이요?”
-그, 그그. 젬스톤에서 공장 알아보고 있다니까?!
이게 뭔 소리야. MCN 회사가 무슨 공장을 알아봐. 차근차근 말 해보라고, 흥분하지 말고.
-젬스톤에서 하제인을 대표로 새로운 코스메틱 브랜드를 런칭하려고 해!!!
“뭐어??!?!?!??!?!”
나는 경악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뭐라고? 요즘 좀 잠잠하더니 그거 때문이었냐? 자체 제작 브랜드???
-그간 엔지생건 관련된 공장이랑 일을 진행하고 있었나 봐. 나도 지금 들은 거야!!!
“뭐라고!!!”
내 고함 소리를 들었는지 어느새 찾아온 옆집 주민들이 문을 두드렸다.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 당장 개강이 내일인데!!!
* * *
드디어 다가온 개강 날.
“윤슬~. 오랜만이야~”
“쉿.”
“끌고 가.”
“으붑. 너네 지금 뭐하는….”
윤슬은 강의실 구석에 앉아 누구보다도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윤슬에게 눈치 없게 다가온 동기들은 하나둘씩 처리되었다.
“대장은 지금 병에 걸렸어….”
“뭔 소리야.”
“어떤 말을 해도 답변으로 ‘그러게…’밖에 안 한다고.”
미리 윤슬에게 말을 걸었던 동기들이 양옆에서 팔을 잡아 질질 끌고 갔다. 그리고는 숨죽여 방금 전의 윤슬에 대해 이야기했다.
“잘 지냈어? 나 너 대학일기 나온 거 봤다!”
“…그러게….”
윤슬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공허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개강 날을 맞이하면 인간이 저렇게 변한다지만 저건 해도 너무했다.
“맞아. 상태가 심각하더군.”
안경을 올리며 형범이 말했다. 형범도 방금 전 방학 동안 공부한 것들에 대해 자랑하려 윤슬에게 말을 건 후였다.
“이번 학기 올 에이플의 주인공은 내가 될 거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군.”
“…그러게….”
윤슬의 병문안을 갔던 동기들은 확신에 찬 눈으로 말했다.
“저건 과한 디지털 디톡스의 후유증이다.”
“일리 있어.”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인 동기들은 점심 식사라도 맛있는 걸 먹여야겠다는 결론을 냈다. 오늘도 여전히 같은 과가 아닌데 같은 과처럼 생활하는 재언과 백휘가 함께했다. 모처럼 기분을 내기 위해 멀리 있는 맛집으로 향하던 그때였다.
“…하아아.”
창밖을 바라보던 윤슬이 분노 섞인 한숨을 뱉어냈다.
[GU2SS, FW season Entrance]하제인의 가을 화보 사진이 거리를 점령했다. 그걸 본 윤슬은 어디론가 빠르게 연락했다.
입력: 빨리 알아내라니까 아직까지 못 알아내고 있으면 어떡해요 오늘안으로 정보 물어와요 당장 알아내
험악한 메시지를 적어 내리는 윤슬의 눈이 광기로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