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6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68화(268/405)
윤슬의 시선을 따라간 재겸은 이때다 싶어 입을 열었다.
“어? 하제인 씨 완전 연예인 됐네.”
그러게 병에 걸린 윤슬의 옆에서 눈치 없이 자신은 프랑스 귀족 브이로그에 적발의 양아치 상단주로 출연시켜 달라고 졸라, 동기들에게 많이 맞은 뒤였다. 내내 침묵해야 했던 재겸은 옆에 앉은 윤슬을 쿡쿡 찔렀다.
“영애님도 또 광고 찍는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저거 다 갈아버려~. 어?”
“그러게….”
“아니 근데 저분 요즘 들리는 소문이 없던데…. 이상하다. 마음먹고 잠적 탄 느낌? 흠 뭔가 수상해 수상해.”
윤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제인의 광고는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거리가 온통 제인이었다.
* * *
“알아 왔어.”
다이아수저는 바로 다음 날 나를 찾아왔다. 머리가 아픈지 미간이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설명하기엔 길고. 읽어 봐요.”
짜증스러운 손길로 나에게 자료가 든 태블릿을 건넸다. 나는 받아 든 화면을 빠른 시선으로 읽어 내려갔다.
[sejanmue]‘뭔 이름도 이렇게 읽기 어려운 감성적인 걸로….’
브랜드명 바로 아래에는 친절하게도 설명이 써 있었다.
muse-jane,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순간은 온전히 소중한 기억입니다. 코끝에 닿는 향기로 머릿곡에 떠오르는 영감이 방해할 수 없는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 낼 때. 우리는 그걸 첫눈에 반했다. sejanmue라고 말합니다.
‘뭐라는겨.’
아무튼 감성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잘 알겠다. 마침 이때가 슬슬 로드 숍 중에서도 신생 브랜드들이 치고 올라오는 때이기도 하지. 적당히 무드 잡은 유스타그램 감성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을 끌어 올 때다.
“핸드크림 브랜드를 만들 건가 봐. 하긴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게 아니니까 컴플레인은 극도로 적을 거고, 패키징만 잘해 두면 구매에 망설일 시간도 없을 테니까.”
심플한 디자인의 베이지 컬러는 하제인의 우아함과 잘 어울렸다. 자그마한 필기체로 각각의 제품명이 적혀 있었다.
‘와. 핸드크림 가격이.’
그러고 보니 본격적으로 핸드크림에 감성을 입혀 오만 원에 팔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었지. 장사 수완 하나는 정말 인정한다. 젬스톤 잘하네.
“들어보니까 이제 젬스톤도 독자적인 현금 유통 방법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 가지고 타 브랜드랑 협업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안 거지.”
인플루언서의 수입 루트는 다음과 같다.
“이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인데요.”
PPL을 비롯한 브랜디드 광고.
▶조회수 352,888회
영상 시청 전 나오는 광고로 인한 수입.
[Youstagram]우리 구독자님들만을 위한 이벤트♥ 정말 어디가서 이 가격에 두 번 다시 못 만나봅니다아( ´•̥̥̥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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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3개
-ㅠㅠㅠㅠ진짜 너무 좋아요 안그래도 효소 다 떨어져서 공구 기다렸어요
-리뷰퀸 이벤트 언제 오픈되나유? 두근두근
공동 구매.
[말랑쫑X실크앤실크 파자마 콜라보]콜라보.
그리고 이 모든 건 곧 양날의 검과 같다.
-요즘 전부 광고뿐이라 너무 질려요… 의리로 보는데도 한계가 있음
-시청수 높이려고 제목으로 어그로끄는거 좀 당황스러워요 언니ㅠㅠ 제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거같음…. 좀 멀어진 느낌
˪ㅁㅈ 매번 큰일난것처럼 썸네일에 박아넣고 막상 보면 아무것도 아니잖음
들어오는 수입과 비례해 팔로워들의 호감도가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이 선택한 게 바로 그거다.
뒷광고.
“…이래서 하제인에게 어떤 광고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 이제 이해가 간다.”
“그치. 호감도를 유지하고 현금을 끌어오는 방법이 있으니까.”
마지막은 정말 확실하게 사랑을 받는 인플루언서들만이 가능한 방법. 바로 브랜드 만들기다. 하제인 이미지상 영상에서 꾸준히 사달라고 졸라 구독자를 질리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하제인은 그냥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쓰는 모습만 보여주면 될 거 아닌가. 이미지 소비는 적고 하제인 구독자들의 파워는 그대로 가져오는 영리한 수법이었다.
“근데 엔지생건 쪽에서 웬일로 공장을 내줬네요? 보통 이러면 라이벌 회사가 생기는 거니까 안 달가워하는 거 아닌가.”
“…이건 정말 극비사항이었는데.”
목소리를 한껏 작게 낸 다이아수저가 가까이 다가왔다.
대체 뭐지? 엔지생건을 어떻게 자기 편으로 만들었냐고.
“아직 팔로워가 그렇게 많지 않은 젬스톤 소속 인플루언서들을 상대로… 엔지생건 위주의 영상을 제작하게 만든대요.”
“어떻게? 광고비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말이지. 이거지.”
다이아수저의 설명을 들은 나는 그만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그러니까 젬스톤이 엔지생건을 회유한 방법은 이거다.
인플루언서 기프트
MCN을 들어가게 되면 브랜드나, 업체별로 들어오는 제품을 선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 길게는 한 달에 한 번.
아직 팔로워 수가 많지 않은 인플루언서들은 브랜드 컨택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MCN 앞으로 들어오는 컨택은 수도 없이 많거든.
‘회사빨 받는다는 게 이거지.’
회사 앞으로 들어온 선물을 산더미같이 인플루언서에게 갖다 안기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콘텐츠가 된다.
[Intube] [이번달 잘 쓴 제품들♥ 애정템만 모아봤다!] 30:21이런 식으로. 그리고 신생 인플루언서들은 유스타 포스팅이나 인튜브 영상을 만들 때 회사와 논의하는 걸 좋아하지. 이런 건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음, 아무래도 브랜드는 로드 숍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명품 브랜드가 확 이목을 끌기엔 좋다지만, 지속성의 문제가 있으니까. 엔지생건 이 제품이 요즘 잘 나가고, 또 브랜드에서 광고해 줄 인플루언서 찾던데…. 몇 번 먼저 언급해보시면 해당 브랜드에서 제의 오실 것 같아요!”
그렇게 무료로 광고를 만들게 한다. 대사까지 지정해서. 그렇게 인플루언서는 본인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콘텐츠로 엔지생건을 추천한다.
“게다가 바이럴도 이렇게 풀었다네요….”
[이슈게시판/ 진짜 광고 없는 인튜버들이 추천하는 엔지생건 신제품.jpg]대형인튜버들은 광고 투성이라 점점 안보게되는 나…ㅋㅋ 나같은 익순이들 또 있겠지ㅠㅠ 그래서 내가 요즘 잘 보고 있는 신생 인튜버들 모아옴
근데 다들 한번씩은 엔지생건 선크림 추천하길래 신기해서ㅋㅋㅋㅋ 이 사람들은 광고 아닌데도 진짜 좋으니까 말하는거잖음?
-오 광고 아니니까 믿게되네ㅋㅋㅋ
-그… 입금후 특유의 억텐 없어서 좋음ㅋㅋ
˪앜ㅋㅋㅋㅋ 뭔지 안다 성분 억지로 말하고 자기들도 그 성분 난생 처음들어봤으면서 마치 이것만을 기다려왔다는 척;;
˪진짜 운명의 제품 만난척 오짐 다음달 되면 또 다른거 찬양하잖앜ㅋㅋㅋㅋ
라몽드의 시카 선크림이 잘 되는 걸 어떻게든 막고 싶은 엔지생건은 젬스톤에게 공장을 연결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제인이 만드는 브랜드는 핸드크림 브랜드였고, 기초나 색조가 아닌 이상은 엔지생건이 당장 견제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견제해야 할 건 바로 1, 2위를 늘 다투는 라모레였지.
“아, 진짜 별 머리를 다 쓴다….”
“개치사한 새끼들. 내가 언제 한 번은 이럴 줄 알았지. 정정당당하게 제품으로 쇼부를 봐야지 어디서 양아치 수법만 배워와서는…. 아 XX 진짜 X같아서 못 해 X먹겠네 XXX.”
다이아수저는 전에 없이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지금 하제인을….’
어떻게 막을 방법이 있나? 아직 젬스톤 소속 인플루언서 한 명씩 보내버리지도 못했다. 제대로 이미지가 망한 건 로즈차 한 명, 로즈차 팸들까지 하면 네 명쯤.
최근 로즈차는 한 달간 잠수를 타다 인튜브 영상을 업로드했다.
[Intube] [정말 죄송합니다…] 03:00좋아요 201개 싫어요 3017개
새까만 배경에 수척해진 얼굴, 하나로 묶은 머리로 자신의 심경을 짧게 고백했지. 하지만 먹히지 않았고 싫어요 폭탄을 맞은 영상은 빠르게 내려갔다.
‘로즈차랑 하제인…. 엮을 수가 없다.’
이미지부터가 다르다. 대중들은 아직 하제인을 사랑하고 싶어하니까. 모두에게 미워할 사람이 필요하듯 사랑할 사람 역시 필요하다.
-와… 진짜 넘사… 하제인한테는 벽이 느껴짐 ㅠ 완벽ㅠ
-인생 바꾸고싶은 사람 한명 고르라면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음 하제인이라고
-솔직히 다른 인플루언서도 팔이하기 싫고 그냥 하제인처럼 살고 싶을듯ㅋㅋㅋ 급이 다르잖아
˪ㄹㅇ 돈에 급급해서 광고받는 애들이랑은 다르지ㅋㅋㅋ애잔해ㅜㅜ
하제인한테 주어지는 완벽하다는 수식어. 그건 대중들이 ‘이 사람만큼은 인정한다’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거든.
‘…그 마음은 한 번에 없애기도 쉽지가 않다고.’
무엇보다 하제인 스스로가 삐끗할 만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젬스톤에서는 하제인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뒷광고 한 번을 시키지 않았거든. 그 완벽한 이미지로 브랜드를 만드는 게 훨씬 더 돈이 되니까.
‘…큰일 났다.’
방법이 없다. 젬스톤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논란을 하나로 엮어 하제인에게 타격을 주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당장 하제인의 브랜드는 느려도 두 달 안에 런칭을 시작한다.
“하…. 아무튼 시카 패드 때문에 신경을 좀 못 쓰고 있었더니. 그새 이런 일이 생기네.”
“맞다. 시카 패드 완성본은요?”
“여기. 이것도 제품 완성이지 아직 패키징은 수정 중이에요.”
다이아수저는 가져온 쇼핑백을 두고 업무가 남았다며 사라졌다. 나는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머리로 돌렸다. 시카 패드의 진정 성분도 나를 진정시켜주지는 못하는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하다 간신히 새벽에야 얕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어라.”
거울을 본 나는 당황했다.
“이거….”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
밤새 누구보다 꿀잠을 잔 것처럼 매끄럽고 촉촉했다. 부드러워진 피부결을 만져보던 나는 어제 다이아수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정정당당하게 제품으로 쇼부를 봐야지.”
최소한 하제인 브랜드의 화제성을 빼앗을 수 있는 방법, 생각났다.
“…제품이 압도적으로 좋으면 되는 거잖아.”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시카 패드는 업계 혁명으로 꼽히는 아이템인데!
나는 다이아수저에게 연락했다.
“패키징 수정하지 말고 그대로 가요! 빨리 출시 일자 잡아요!”
하제인의 브랜드가 런칭될 때쯤이면 이미 시카 패드의 효과는 널리 알려진 뒤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