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6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69화(269/405)
물결은 아침부터 숍에 들이닥친 두 사람에게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 시간부터?”
탁-
“이거. 드디어 완성됐어요.”
다이아수저는 결연한 표정으로 초록색 원형 통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아무런 글자가 쓰여 있지 않은 그 통은 시카 패드가 담겨져 있는 통이었다.
“그래? …그래서?”
물결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이아수저를 바라보았다. 고작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냐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윤슬은 옆에서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이게 진짜. 대박. 장난 아니거든요.”
“맞아!!! 얘 피부 좀 봐봐 봐요.”
다이아수저는 윤슬의 얼굴을 냅다 끌어다 물결의 눈앞에 갖다 댔다. 붕어처럼 양 뺨이 눌린 윤슬은 진지하게 물결을 바라보았다.
“어, 뭐, 그래…. 좋네….”
다이아수저는 물결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소리를 질렀다.
“그게 다야! 그게 다냐고!!!”
“난 내가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평가 안 해.”
역시나 탑 클래스다운 답변이었다. 다이아수저는 일단 한 번 써보라는 듯 뚜껑을 열어 내밀었다. 물결은 촉촉한 시카 패드를 한 장 꺼내 얼굴을 슥 닦아보았다.
“어때? 어때?”
“어떠세요???”
물결은 잠시 거울을 바라보더니 답했다.
“시원하고 촉촉하네. 생각보다 패드가 더 부드러워서 자극에 의한 마찰 덜 할 것 같고.”
답변이 되었냐는 듯 바라보는 물결에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아니그게끝이냐고정말그게다예요?!”
“더할말없으세요이게지금한문장으로끝날게아니라고요!”
물결의 귀가 아프도록 소리를 질렀다.
“잠깐!!!”
물결은 도무지 이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물결은 한숨을 쉬었다.
“결론부터 말해. 대체 왜 이러는지.”
* * *
때는 9월. 아직 여름 날씨가 유지되지만 곧이어 옷장 정리를 해야 하는 계절이었다.
“저 지난번 기사 사진 진짜…. 그거 생각하면 우울해요.”
“걱정마. 숍 옮긴 보람 있게 해줄게요.”
따라서 패션 브랜드 행사가 줄줄이 잡혀 있는 시기였다. 환절기는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서기에 최악의 계절이었다. 더위에 지친 모공은 아직 닫히지 않고 여름 스케줄로 인해 피부 곳곳이 울긋불긋했다.
“어? 이거 뭐예요? 되게 시원하다.”
“이거 지금 저희 숍에서만 쓰는 극비템이에요.”
“뭐야뭐야. 저 이거 갈 때 좀 주시면 안 돼요? 이거 따로 살 수 없어요?”
“저희도 물결 쌤이 갖다주셔서 잘은 몰라요! 그래도 쫌만 챙겨드릴게요. 홈 케어할 때 슥 닦아보세요.”
진정되지 않은 피부에 닿는 시카 패드의 촉감은 가히 감동적이었다. 순식간에 열이 오른 피부를 순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글자 하나 쓰여 있지 않은 통에 담긴 패드를 궁금해하는 연예인들이 점점 늘어났다. 물결의 숍에서 나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즐거워 보였다.
“언니 이번 메이크업 대박인 거 같아요.”
“그치? 내 생각도 그래.”
스태프들의 진심 어린 감탄은 물론,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설 때도 두려움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였다.
* * *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하트 한 번! 손하트 한 번!!!”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는 브랜드 파티, 참석한 연예인들은 잠시 뒤 업로드될 기자 사진에 ‘굴욕’이라는 글자가 붙지 않도록 포즈를 취했다. 물결의 숍을 다녀온 연예인들은 모두 모공 하나 없이 촉촉하고 매끄러운 피부 표현으로 찍히는 모든 컷마다 베스트였다.
“어!!! 김유리다!!!”
“김유리 씨!!! 볼하트! 볼하트 해주세요!!!”
한 행사에 참석하는 연예인은 몇십 명이지만 그중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이슈게시판/ 오늘자 명품 D브랜드 참석한 연예인들.jpg]오늘 압구정 D브랜드에서 열렸던 브랜드 행사인데 진짜 연예인 기사사진들 이렇게 적나라? 한거 여기가 갑인듯…ㅜㅜ
-와 잘생겼다고 생각한 몇몇 갑자기 와장창됨
˪ㄴㄷ 당황스럽네요ㅠㅠ
-그냥… 모델이 왜 모델인지 알겠다….ㅋㅋㅋ
-저게 명품 행사장이냐 동묘시장이냐
바로 대중들이 순위를 먹이는 첫 번째.
-와 근데 김유리 찐이다ㅋㅋㅋㅋ
-연예인중에 제일 연예인같음 ㅜ 아가씨… 아름다와요 아름다와요
-피부표현 미쳤다 진짜 고급스러워ㅠㅠㅠㅠㅠ
Vs 게임의 최후 승리자였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사람. 다른 연예인들과 비교하기에 최적의 한 명을 꼽아 내내 언급하고는 했다.
[이슈게시판/ 오늘 D행사장에서 제일 반응좋은 연예인.jpg]<프로젝트 111>끝나고 솔로 헤메코는 좀 아쉽다는 반응 많았는데 다시 샵 뉴웨이브로 옮긴 듯ㅠㅠㅠㅠㅠ찍힌 사진마다 레전드 찍어서 다들 난리남
-사진첩에 무한저장중 진짜 아기공주ㅠㅠㅠㅠ
-김유리 특유의 분위기랑 안어울릴줄 알았는데 와 얼굴이 다해먹는다ㅋㅋㅋㅋㅋ 베이지색 개잘어울려
-얘 원래 가을웜톤으로 유명했잖아ㅠㅠ 코냐르에서 김유리 하얗다고 온갖 쿨 다 끼얹어서 둥둥 떴었는데 진짜 미쳤다 박수침
그렇게 커뮤니티에서 유리의 사진이 돌고 있을 때였다.
-피부표현 개쩐다..ㅜㅜ어려서 그런가
-저건 타고나야되는거겠지ㅋㅋㅋㅋ 하 부럽지도 않음 그래도 뭐썼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김유리 스토리에 올라왔는데 이거래! (유리의 스토리 캡처.jpg)
대체 무슨 성분이 들어갔는지 모를 의문의 제품 하나가 뜨기 시작했다!
* * *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나는 마침 운 좋게 떨어진 타이밍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시기 놓치면 마케팅 비용이 얼마야. 협조해 준 유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지.
입력: [속보] 전세계가 김유리 미모에 ‘압도’되어… 차기 미국 대통령 유력후보되나
지잉-
[ㅋㅋㅋㅋㅋ대통령이니깐 나 패드 더줘~٩(๑ˆOˆ๑)۶]시즌에 맞춰 모든 브랜드들이 차분한 컬러감을 출시하고 있는 이때. 가을웜톤으로 코덕들에게 제대로 인식이 박힌 김유리만 한 패가 없었다. 색조 화장은 짙게 하지 않고 기초를 탄탄히 올려 광이 나는 피부를 만들었다.
‘이러면 기초 케어 특유의 진정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전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으로 인식이 되거든.’
지난번 고연티비에 출연했을 때 라모레의 시카 선크림을 그렇게 판매했지. 이렇게 되면 같은 라인이니 시카 선크림을 구매해 본 고객들은 패드까지 구입해 볼 확률이 늘어난다.
“그럼 이제 또 시작해볼까.”
나는 목을 양쪽으로 한 번씩 꺾었다. 밤샐 시간이 왔다.
* * *
[Hot/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던 그 팩.jpg]환절기라 피부화장 다 뜨는 익순이들 없음? ㅠ 그거 바로 나. 그래서 인튜브 보고 온갖 방법 다 따라해봄
바X린 얇게 바르기
=응 좁쌀올라와
점성있는 로션 써주기
=응 화장 다밀려
오일 미스트 쓰기
=응 시간 지나면 코에 기름개올라와
뭘 해도 안됐는데…ㅜ 인튜버들이 거즈팩 거즈팩 하는거임? 이게 뭔가 싶어서 나도 따라해봤는데 진짜 좋긴 함.
(물결의 팁을 그대로 베낀 젬스톤의 인튜버 영상들 캡처.jpg)
근데 이거 연예인들도 그대로 하더라고ㅋㅋㅋ 얼마전에 진짜 난리났던 김유리 D행사장에서도 이 방법으로 기초 했다더라
(물결의 유스타 공식 답변 캡처.jpg)
(패드를 소분해서 받아 간 유리의 스토리 캡처.jpg)
제품 정보는 아직 오피셜로 안 떴고 물결이 기다려달라고만 했음! 얼른 사고싶다 내 돈 다 가져가…
-물결이 뭐 내는 건가?
-얼굴 바삭바삭 부서진 건성 허겁지겁 이 글 클릭함…ㅠ 거즈사러 간다
˪222아 진짜 코 옆 들뜨는거 개스트레스받음 분명 집에서 나올땐 멀쩡했는디
나는 젬스톤 소속 인튜버들의 캡처와 함께 물결을 엮어놓았다.
“이래야 나중에 터뜨릴 때 효과가 있지.”
어? 이것도? 이것까지? 이거마저? 싶게 빵빵 터뜨리면 보는 관중들의 쾌감이 장난 아닐 거거든. 그럼 거즈팩의 효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려놨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
지잉-
[오늘 절대 밤새지마 일찍 자야해요 알았지?] [물론 우리의 시카패드는 밤을 새도 푹 잔것같은 효과를 만들어주지만] [그거만 믿고 그러면 안된다]다이아수저의 연락이었다. 나는 대충 알았다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타이밍 맞춰 옆집 주민들이 잘 시간이라고 연락을 보냈다.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지]우리 아빠보다 더 아빠 같은 백휘….
[잠 안 오면 따뜻한 우유 타줄까?] [우유는 아침에 안 부어 예뻐진대]언제 또 그런 것까지 찾아본 거지. 재언이는 이런 거 잘 모르는 줄 알았는데. 좋아, 모두가 이렇게까지 하니까 어쩔 수 없군.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오늘은 말 듣고 일찍 자볼까.”
내일은 드디어 시카 패드의 화보를 촬영하는 날이다. 그러니까 서윤슬의 첫 번째 코스메틱 모델 일이 시작된다는 거다.
* * *
딩-동-
“슬아, 아직 자?”
“…일어났어?”
새벽 여섯 시. 윤슬의 집 문을 노크하는 두 사람은 이윽고 나타난 윤슬을 바라보았다. 하얗고 보송한 피부는 어젯밤 잘 잤음을 증명해주는 것만 같았다.
“알람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나 최고지.”
연회색의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윤슬은 하얀 스니커즈를 신고 가벼운 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윤슬은 촬영장으로 가는 길 뒷좌석에서 얼굴을 꾹꾹 마사지하며 남은 부기를 뺐다.
오늘따라 날이 맑았다.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윤슬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시작하는구나….’
이제 곧 젬스톤도 윤슬의 뒤에 누가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었다. 소속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소속사보다 더한 서포터가 있었음을. 그들의 돈줄을 끊어 둔 게 누구였는지를. 그렇게 윤슬은 곧 젬스톤과 전면전으로 갈 생각이었다.
지이잉-
그런 윤슬을 사이드미러로 바라보던 재언이 선루프를 열어주었다. 윤슬의 머리 위로 가을 햇빛이 따뜻하게 내리쬐었다. 기분 좋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뺨에 닿았다. 촬영장까지 가는 길은 조금도 막히지 않았다.
“윤슬 씨 도착했습니다!!!”
촬영장에 스태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