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7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72화(272/405)
라몽드의 시카 패드의 오프라인 점유율은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는 수준이었다. 성수 팝업뿐만이 아니라 매장 입점까지 완료된 직후 눈에 띄게 매출이 올라갔다.
“강남점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터미널, 종로….”
매장 밖에는 윤슬의 화보 사진이 들어간 입간판이 걸렸다. 그중 가장 넓은 강남의 건물에는 1층부터 3층까지 전부 윤슬의 화보 영상을 틀어두었다.
“가장 판매량이 높은 건 삼성점입니다.”
삼성역의 코엑스를 비롯해 H 백화점, S 타워와 S 호텔부터 사거리의 L 타워까지 전광판마다 이번 시카 패드 광고가 동시 송출되었다. 똑같은 타이밍에 맞춰 윤슬은 걸었고, 시카 패드를 열었고, 그리고 누워서 화면을 바라봤다. 바쁘게 지나가던 행인들도 눈을 돌려 한 번씩은 쳐다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보고를 들은 다이아수저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모델 하나에 수십억을 쓴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개운하고 깔끔한 표정이었다.
“돈지랄한 보람이 있구나….”
삼성역의 전광판에 전체 동시 송출을 한다는 건 웬만한 자본력으로는 불가에 가까웠다. 다른 브랜드들과 치열한 개싸움을 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라몽드는 몇 달 전부터 인플루언서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축소하고 있었다. 몇 달치의 예산을 전부 윤슬 한 명에게 쏟아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지금 어플 쪽은 어떻게 됐어요?”
“일주일 내내 일위입니다.”
가을을 맞이해 온통 따뜻한 베이지, 차분한 브라운, 그리고 딥한 초콜릿 컬러들이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색조와 기초 너나 할 것 없이 따뜻한 색감 위주로 업로드가 진행되는 그때.
라몽드의 시카 패드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Olive1 MD Pick! 라몽드 시카 패드]보기만 해도 가을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코스메틱 브랜드의 화보와는 달리 이번 라몽드의 시카 패드는 청량함이 돋보였다.
투명감이 맴도는 피부에 물기를 머금은 촉촉하고 생기있는 입술, 거기에 약간 발그레해진 볼의 색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햇빛에 닿을 때마다 윤슬의 수채화 같은 메이크업은 색감이 변하는 것 같았다.
[금주의 Best item]1. 라몽드 시카 패드 ▲17
2. 드페이스샵 티트리 마스크팩▼1
그렇게 출시와 동시에 엔지생건의 베스트 제품을 눌러 버렸다. 다이아수저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기쁨에 소리를 질렀다.
“잘됐다!!! 으하하하!!! 역시 나야~!!!”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 엔지생건과 라몽드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올리브일 어플도 달라질 때가 왔어요. 한 번에 여러 브랜드를 봐야 하는 소비자들은 최소한의 정보만 보고 클릭할 테니까.”
썸네일 사진이었다.
“셀카로 가죠. 이제 곧 전부 우리를 따라할 테니까.”
패드를 양 볼에 붙인 윤슬의 셀카였다.
* * *
메이크업 시장은 드럭스토어의 발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드럭스토어의 고객이 점점 많아지면서 새롭게 런칭된 감성 코스메틱 브랜드만 해도 셀 수가 없었으니.
로드 숍의 시즌 제품은 해당 브랜드만 보게 되어 있다. 하지만 드럭스토어에 입점하게 되면 소비자에게는 끝도 없는 선택지가 생긴다.
“올리브일의 현재 매출액은 1조 8천7백3십억 원.”
앞으로는 올리브일에 입점하지 않는다면 매출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한 브랜드의 로드 숍 매장에 들어가서 제품을 구매하는 손님보다는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있는 드럭스토어에 들어가서 제품을 구매하는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늘어났거든.
“반대로 생각하면 올리브일만 잘 공략해도 오프라인 매장 몇 개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수익이 난다는 거지.”
나는 어플을 들어가 리뷰를 확인했다.
-진짜 개좋음 한통사고 바로 쟁여둠ㅠㅠㅠㅠㅠ 제발 저를 믿고 사보세요
-시카 앰플이랑 같이 써봤는데 왜 이렇게 피부 좋아졌냐는 말 요즘 매일 들어요 증맬루 피부에서 광이 나서 피부과 다녀온 효과 ✿˘◡˘✿
리뷰마다 호평 일색이었다. 처음에 썸네일로 셀카를 쓰자는 의견을 통과시키기에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이제 곧 제대로 된 효과를 느낄 수 있겠지.
“연예인이 모델인 코스메틱 브랜드들은 올리브일 썸네일도 동일 인물로 해 놨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리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전이었으면 코스메틱 리뷰 블로그를 찾아가면서 이 제품 저 제품 비교했고, 그 뒤로는 커뮤니티였다. 그리고 지금은 인튜브.
“그러니까 고객들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후기를 찾는다는 거지….”
하지만 돈이 되는 시장에서 가만두고 볼 리 없다. 돈을 풀고, 풀고, 또 풀어서 일반 후기 사이에 광고를 교묘하게 뒤섞어 둔다. 그런 점에서 본인의 얼굴을 걸고 사생활을 드러내는 인튜버들은 신뢰성이 높다. 무엇보다 그간의 라포 형성이 되면서 ‘이 사람이 우리를 속일 리 없다’는 묘한 믿음까지 갖게 하니까.
“이제 곧 다른 브랜드들도 따라하기 시작할 거다.”
하지만 그게 최고의 공격점이다. 브랜드마다 본인들이 내세우고 싶은 인튜버를 한 명씩 잡겠지. 스크롤을 내리다 친근한 얼굴이 보이면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클릭하고, 내가 좋아하는 그 인플루언서가 추천한다고 하니 자연스레 구매하게 될 거다.
“그게 뒷광고일 줄도 모르고.”
그러다 나중에 뒷광고 일이 터지면 몇 배로 배신감을 느끼겠지. 아마도 제일 첫 번째로 따라할 건 바로 연계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은 MCN과 손잡은 곳.
“엔지생건.”
시카 패드의 매출이 위로 올라갈수록 엔지생건을 비롯해 다른 브랜드들은 따라하지 못 해 안달일 거다. 제품도 마케팅 방식도. 하지만 그렇게 해 준다면 오히려 고맙지.
“나중에 모두 한 번에 타격을 입을 테니까.”
그 사이에서 살아남는 건 라모레 하나일 거다.
* * *
루비는 지끈거리는 두통 때문에 으적으적 약을 삼켰다. 이제 더 이상 초콜릿 따위로 나아질 기분이 아니었다.
“또, 서윤슬….”
이제야 루비는 이해했다. 서윤슬이 대체 뭘 믿고 MCN에 들어가지 않았는지, 그리고 라모레에서 대체 왜 젬스톤의 돈줄을 끊어 둔 건지.
“건드리지 말라~. 이거지.”
루비는 약 때문에 씁쓸한 입을 물로 벌컥벌컥 헹궈 냈다. 그리고서는 다시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서윤슬이 싫은 건 싫은 거고, 배울 건 배워야 했다.
“일단 전광판 광고 부분은 제외하고. 후우우움….”
루비는 곧 출시될 제인의 핸드크림 브랜드에서 윤슬의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베끼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이 바닥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마음으로.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역시 큰돈이 들지 않고 위험 부담이 낮은 올리브일 셀카 썸네일이었다.
“얼굴이면~ 우리 제인이가 고객들 다 끌어올 수 있으니~까~”
기분이 살짝 나아진 루비는 그제야 서랍을 열었다. 오늘도 한가득 들어차 있는 초콜릿 중에 가장 큰 걸 집어 든 루비는 마카다미아가 들어가 있는 부분을 오득 씹었다.
“이러다 백만 팔로워 윤슬이가 먼저 도달하는 건 아니겠지?”
@seo_yoonseol
Youstagram
팔로워 788,301명
그새 윤슬이 또다시 제인의 팔로워를 앞질렀다. 루비는 백만 팔로워가 주는 상징성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같은 스무 살, 같은 한국대학교, 같은 인플루언서.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싶어 하는 대중들에게 있어 ‘백만 팔로워’를 누가 먼저 도달했냐는 또 급을 나누기에 좋은 먹이가 될 것이었다.
“뭐, 우리는…. 곧 글로벌하게 놀 테니까. 그래~. 서윤슬은 기껏해야 내수용인거야아~”
루비는 빙그르르 의자를 돌려 등 뒤에 넓게 펼쳐진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한가운데에는 큼직한 글자가 쓰여 있었다.
[환승 시그널 첫 방송: 09.20]당장 첫 방영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OTT 프로그램이.
* * *
벌써 수능 디데이 100일도 깨져 버렸다.
‘이번에 수완 다시 오답 체크하고… 학원 숙제 밀렸는데. 아, 차라리 추석 없는 게 낫겠다.’
명절은 수험생에게 있어 결코 반가운 날이 아니었다. ‘그래서 공부는 잘하니? 성적은 어떻고? 작년에 누구는 한국대 갔다더라’ 하는 말들과 가득 쌓인 문제들에 벌써부터 스트레스였다.
지잉-!
[Intube]수요일 저녁 아홉 시였다. 스터디 카페에서 보통 금요일에 업로드되는 인튜브 영상이 많아 수요일의 알림 소리는 조금 생소한 것이었다. 매일같이 업로드를 하는 스트리머를 구독해두지 않아 의아한 마음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마침 밥 먹을 때니까.’
수험생은 식사 시간에도 영단어를 외워야 했지만 가끔은 숨 돌릴 시간도 갖고 싶었다. 그렇게 업로드된 영상을 확인했다.
[Intube] [달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대! 한국우유] 05:20마침 밥 먹으면서 보기에 적당한 분량의 영상이었다. 아까 전 편의점에서 커피와 함께 샀던 삼각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따끈한 삼각김밥을 뜯으며 영상을 클릭했다.
자막: [그거 알아? 그 얘기 말이야…]
영상은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했다. 지난번 윤슬의 CF를 찍었던 덕현여고였다. 드론으로 보였던 드넓은 고등학교의 화면은 어느새 교실 안으로 바뀌었다.
―그게 말이 되냐?
―진짜라니까!
3-1반이라고 적힌 푯말이 붙어 있는 교실 안에는 앞머리를 넘긴 학생, 체육복을 입고 있는 학생, 빨대를 꽂은 우유를 마시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모두가 수험생인 티가 역력했다.
―작년에 우리 선배 알지? 그 입간판.
그 입간판 선배가 누구인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겠다는 듯 화면은 급식실 앞에 있는 윤슬로 변경했다.
―줄 서!!!
지난번 비하인드 영상에서 나왔던 윤슬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그 선배도 소원 빌고 대학 한 번에 합격한 거라니깐. 그 줄서라는 말이 자기 뒤로 다 줄 서라 이거지. 대학 문 부수고 입학하겠다. 어? 신빙성이 있잖아.
진지한 표정으로 주장하는 한 학생의 옆에서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친구가 부스스 깼다.
―응 수능 디데이 70일~.
그리고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핸드폰을 보고 있던 수험생은 자연스레 몰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