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7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73화(273/405)
쾅쾅!
―자리에 다들 앉아라~!!!
영상 속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왔다. 방금 전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쌤! 저 질문 있어요!
―또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말고~. 너네 수능 얼마 남지도 않았다. 관련된 것만 묻자 쫌!
―아니에요 쌤~. 관련된 거예요.
질문이 뭐냐는 듯 바라보는 선생님에게 학생은 신이 나 말했다.
―진짜 우유 마시고 보름달 보면서 소원 빌면 이루어져요? 작년에 선배도 그 방법으로 수능 대박 났다던데!!!
그 말을 듣자마자 선생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을 해야지 이놈들이 소원이나 빌 생각을 하면 어떡하냐!!!
선생님의 절규에 교실 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야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언제? 니도 소원 빌겠다 했지.
―자자 다들 오답 체크하고! 지금부터 잘 관리해야지 수능 날도 똑바로 본다. 엉?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칠판에 글자를 쓰셨다. 제일 먼저 소원에 대한 이야기를 한 학생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의 책상 위 한구석에는 한국우유 로고가 그려진 우유가 놓여 있었다.
어느새 화면은 독서실로 바뀌었다. 책상 위에 올려 둔 스톱워치의 숫자가 0으로 바뀌고, 학생은 채점을 시작했다.
―후….
점수가 좋게 나온 것이 아닌 듯 모의고사 시험지에는 줄이 여러 개 그어져 있었다. 힘없는 손길로 가방을 싼 학생은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밤길을 걷던 학생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따뜻하게 빛나고 있는 노란 보름달이 보였다.
―제발…. 수능 좀 잘 보게 해주세요….
간절한 목소리로 비는 학생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잔잔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내레이션: 난생처음 비는 소원도.
화면은 바뀌어 편의점이었다. 한국우유 로고가 적힌 우유를 고르는 손은 투박한 남성의 것이었다.
―흐으음….
진열대 위에 놓여 있는 건강 음료와 고민하던 중년의 남자는 마침내 한국우유를 집어 들었다. 아까 전 학생에게 질문을 받았던 선생님이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 선생님은 벌컥벌컥 우유를 마시더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학생이 눈에 담았던 노란 보름달이 있었다.
―제~발 우리 애들 수능 날 실수하지 않게 해주시고. 열심히 한 만큼 노력에 결과 있게 해주세요.
진중하게 소원을 빌던 선생님은 남은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나 참. 내가 별걸 다 해본다.
멀어져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에서 내레이션이 다시 흘러나왔다.
내레이션: 매년 비는 소원도.
이제 또다시 화면은 바뀌어 누군가의 불 꺼진 집이었다. 간접 등만 켜 둔 채로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인은 현관문 소리에 부스스 일어났다.
―아이고, 왜 이제 와. 일찍일찍 오라니까. 조금이라도 눈 붙여야지.
―뭘 일찍 와! 나 아직 오늘 거 다 끝내지도 못했는데.
짜증스러운 말투로 투덜거린 학생은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여인은 간단한 간식거리와 함께 따뜻하게 데워낸 흰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갔다.
―먹고 해, 먹고. 응?
―됐다고. 안 먹어. 갖고 나가.
아까 전 울어서 눈가가 발개진 학생을 보던 여인은 등을 두어 번 쓸어내려 주고서는 방문을 닫았다.
달칵-
한숨을 쉬던 여인의 눈에 비치는 베란다 너머의 보름달이 유난히도 컸다. 방금 전 학생이 먹지 않겠다 타박한 우유를 들고 한 모금 마신 여인은 천천히 베란다로 걸어 나갔다.
―아유…. 수능이 참, 다 뭐라고.
달을 바라본 여인은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소원을 빌었다.
―그냥 다 괜찮으니 우리 아이 몸 상하지 않게만.
카메라 화면은 점점 멀어졌다. 처음에 학교를 비췄을 때처럼 조금씩 작아지면서 다른 집들이 보였다. 불이 꺼져 컴컴한 창문 사이 사이로 보름달처럼 따뜻한 빛을 밝히고 있는 집마다 누군가가 소원을 빌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건강하게만 해주세요.
카메라는 그렇게 수많은 집을 빠르게 잡고는, 다시 보름달을 보여주었다.
내레이션: 평생 빌 소원도.
내레이션: 모두 이루어질 거예요.
내레이션: 한국우유가 항상 마음으로 바라고 있으니까요.
화면은 차츰 까맣게 변하더니 마지막에는 한국우유의 브랜드 로고가 잠시 떠올랐다.
“훌쩍….”
수험생은 들고 있던 삼각김밥을 입에 욱여넣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고삼은 별게 다 서럽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았다. 수능 디데이 백일이 되었을 때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했던 엄마한테 왈칵 짜증을 냈던 게 지금 떠오른 탓이었다.
“히잉….”
눈물은 자꾸만 흘러서 어느새 두 손으로 닦아야만 했다. 서럽고 힘들고. 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나 싶어 빨리 끝났으면 하다가도 또 제발 일 년만 더 주어졌으면 싶기도 했다. 한참을 휴게실에서 눈물 흘리던 학생은 화면을 끄기 전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좋아요: 1.1만개
어느새 영상의 좋아요 개수는 1만이 넘어 있었다.
* * *
“우!!!와!!! 반응 봐!!! 선배선배선배. 장난 아니죠.”
영상이 업로드되고, 반응을 보고 있던 현수정 PD의 후배는 난리를 쳤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 이런 거라니까! 어? 때로는 막 뇌를 자극하면서 재밌고 가볍고, 때로는 훅 하고 가슴 치는 뭔가가 있는!!!”
광고는 비하인드 영상에 불과했지만 벌써 조회수가 30만이 넘어가 있었다. 물론 업데이트 동시에 각종 SNS에 퍼다 나른 윤슬이 한몫했지만 그걸 모르고 있는 두 사람은 쏟아지는 반응에 흡족해했다.
“뭐. 잘했네.”
“아니 그게 반응이 다야? 사람이 왜 그래요. 어? 눈물을 흘리지는 않더라도 좀 맺혀 있기는 해야 될 거 아니야~~!!!”
그야말로 비하인드 영상이었다. 우유의 맛이나 효능, 패키지 따위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은 영상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느끼게 해주었다.
-와… 뭉클하다…ㅠㅠ… 처음엔 웃겼는데 추석 앞두고 여러 감정 들게 하네
-올해 고삼 딸아이를 둔 엄마입니다~^^…보면서 그만 눈물찔끔ㅋ 흘려버렸네요. 수험생 엄마는 수험생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있지요~ 내새끼 못자는데 내가 편히 잘 수 없고 혹여나 탈날까 전전긍긍. 수능 그까잇거 못봐도 살아가는데는 큰 문제 없지만서도~… 내새끼 서울에 있는대학 가고싶어 저리 열심히 하는데 별거 아니라고 말할수도 없고 에고. 그냥 잘 버텨 보는수밖에요. 모두 힘내보자구요
˪토닥토닥. 힘냅시다!
우유가 가져다주는 이미지의 감동이었다. 윤슬 덕에 지난번 비하인드 영상에서 조회수를 폭발시킨 감독은 이번 영상에서는 더욱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대로 만들게 되자 자신감이 극에 달했다.
“이거 보여요?! 이러다가 나 한국 CF 대상도 받고. 어?”
호들갑을 떨고 있는 후배의 옆에서 현수정 PD는 되감기를 해 윤슬이 나왔던 장면으로 다시 돌아갔다.
‘처음부터 얘가 없었다면 구상되지 못했을 스토리….’
현수정의 말대로 감독의 구상안에는 윤슬이 시작점이었다. 한국우유 요구르트가 떡상했던 이유, 바로 누가 봐도 공부를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윤슬이 엘리트 명문대생들을 눈앞에서 박살 냈던 장면. 그리고 연달아 나온 ‘한국우유 먹고 한국대 갔어요’라는 파격적 발언, 그 후 이어진 밤샘 라이브까지.
‘만일 얘가 없었다면 어떤 스토리로 흘러갔을까.’
현수정은 잠시 고민하다 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수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으로 다가가는 소재의 수험과 우유, 그리고 소원을 비는 보름달까지 모두가 윤슬의 지난 행동에서 떠올랐던 실마리였다. 다른 답은 없었다.
[Intube] [달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대! 한국우유] 05:20조회수 382,601
심지어 한국우유 비하인드 스토리를 클릭한 시청자 대부분이 지난 비하인드 영상을 본 사람들일 테고, 그 윤슬의 대학이 어디인지,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기본 정보를 알고 있으니 더욱 몰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들 그렇듯 ‘주위에 한국대 간 선배가 어떻게 공부했대~.’ 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을 테니.
“선배!!! 근데 차기작 소식 아직도 없어?”
윤슬을 떠올리던 현수정 PD는 후배의 질문에 멈칫했다.
“구정모 그 새끼는 벌써 이번에 OTT 들어가서 곧 방영한다고 난리던데. 으~. 꼴보기 싫어. 어그로나 끄는 새끼.”
현수정 PD의 라이벌로 꼽히는 건 항상 그 이름이었다.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의 대결로도 불리고, 오비와 뉴비의 대결이라고도 불렸다. 정석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현수정과 반대로 구정모는 항상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들리는 바로는 선배도 인플루언서 쪽이랑 컨택 좀 있었다드만. 구정모 가만둘 거야?”
“…조용히 좀 해봐.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해.”
현수정은 언제부터인가 모두에게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구정모에게 한 번이라도 지면 이제 곧장 떨어지는 별, 감을 잃은 방송인 소리를 들어야 할 테니 불안감은 점점 그녀를 옥죄어 왔다.
콕콕콕!!!
‘아, 머리야….’
요새 들어 가뜩이나 심해진 두통도 한몫했다. 자꾸만 무언가 떠오르게 하려다가 사라지는 그 두통은 현수정에게 있어….
“다음 영상도 빨리 찍고 싶다! 한국우유 말고 다른 거!!! 재밌는 거 많이많이!!!”
“좀 조용히 하랬지!”
“나 다음에도 서윤슬이랑 하고 싶어. 얘를 막 앞에 두면, 이것저것 떠오르는 게.”
콕콕콕!!!
“…나한테도 한 번 데려와 봐.”
“엥? 누구를?”
“그, 서윤슬.”
“진짜? 이제 슬슬 시동 걸기 시작하는 거요???”
또 다른 영감의 시작이었다.
“아직은 잘 몰라! 그냥 데리고만 오라는 거야.”
“이야. 언제는 마음에 안 든대매? 빽으로 뭐 어쩐대매?”
“그놈의 입!”
현수정의 머리 위에서 기분이 좋아진 제비가 폴짝폴짝 뛰었다. 현수정은 잠시 두통이 가시는 걸 느꼈다. 머리가 상쾌해졌다. 어쩐지 곧 대박 아이템을 떠올릴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