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7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74화(274/405)
나는 뻐근한 어깨를 통통 치며 기지개를 켰다.
“아~. 죽겄네.”
지난 번 시카 패드 브이로그 영상 편집을 하고 있었다. 따온 컷이 많은 만큼 버릴 게 없다 보니 편집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이제 곧 업로드를 해야 되는데.”
시카 패드는 출시하자마자 곧장 플랫폼 판매 1위를 거머쥐었고, 2주 만에 20만 개가 판매되었다. 그야말로 전에 없을 대박을 쳤다.
“…뀨.”
뭐야 이건.
내 근처에 누워 있는 제비가 자기도 역시 죽겠다는 듯 드러누워 있었다. 얘, 왜 다크서클이 생겼어? 털도 좀 푸석해진 것 같은데.
“너 임마. 집에서 매일 과자 먹고 누워 있는 게 피곤한 척은.”
“뀨우우우우-!!!”
맞는 말 했는데 왜 저렇게 화를 내냐.
나는 말랑한 제비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지 말고 이거 좀 봐봐. 둘 중에 무슨 컷으로 해야 될까?”
“뀨.”
“왜 짜증을 내고 그래. 빨리 봐봐.”
솔직히 백휘면 몰라도 재언이한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재언이가 맹연습을 하고 온 보람이 있었다. 찍어 준 영상들이 정말 예쁘게 나왔단 말이지.
그 뒤로 재언이 핸드폰 한 번 빌렸었는데 알고리즘이 전부 한 주제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Intube] [사진 잘 찍는 법! 이것만 기억하세요] 10:31 [데이트 할 때 여자친구 프사 바꿔주는 법] 05:27 [보정 필요 없지~ 각도만 알아도 인생샷 만들 수 있다!] 08:03시청 기록이 모두 이런 것들이었다.
[Intube] [아이들이 싫어하는 건강야채주스! 양배추와미나리 이렇게 먹여보세요] 07:20…중간에 있으면 안 될 것도 있었지만, 이건 넘어가자. 뭐 어찌 됐든 실물보다 훨씬 더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단 말이지.
“그, 걔네가 보는 내 얼굴도 이런? 느낌이려나…?”
나는 흐뭇한 마음에 살짝 양심 없는 질문을 했다. 제비가 이게 대체 뭔 새소리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니 그냥.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 정말 조성이 덜 됐다.”
“뀨….”
제비는 대충 날개로 한 영상을 콕 집어 줬다.
내가 봐도 이게 제일 잘 나오긴 했어. 친한 친구라 그런가 카메라 렌즈를 보고 웃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근데 이거 둘 중에 누가 찍은 거지?”
카메라를 받아서 한 번에 메모리 이동을 하다 보니까 둘이 찍은 게 섞여 버렸다.
“뭐…. 누가 찍은 거면 어때.”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제비가 찝어 준 영상을 편집프로그램에 드래그했다. 그때였다.
지잉-
옆에 둔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지잉- 지잉- 지잉-
“이건 백 프로 차재겸이다.”
연달아서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걔밖에 없지. 귀찮으니까 나중에 확인해야겠다. 편집이나 마저 하고.
“뀨!!!”
뭐야.
제비가 펄쩍 일어나더니 핸드폰을 낑낑거리면서 내게로 밀었다.
“확인하라고?”
“뀨.”
진지한 표정으로 근엄하게 부리로 핸드폰을 가리키는 제비였다. 나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 뭐야 이거???”
한국우유 광고의 카메라 감독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윤슬씨! 이번 비하인드 영상 봤어요? 윤슬씨 너무 짧게 나왔다고 속상한거 아니지?ㅋ 대신 내가 선물 가져왔어요 대박인거ㅎㅎ] [사실 내가 현수정pd님이랑 친하거든ㅎㅎ 들어보니까 지난번에 윤슬씨 쪽에서 먼저 컨택을 했다던데 현수정pd님이 조만간 한번 날 잡자고 하세요] [어떻게 생각해요? 시간 되는 날 편하게 말해줘요~ㅎㅎㅎ]“와 씨!!! 대박이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현수정이 왔다!
“윤슬 씨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방송판이 개방적인 것처럼 보여도 은근히 꼰대밭이란 말이지. 진짜 보수적이거든. 그… 속된 말로 곤조가 있다고 해야 되나. 보면 방송하는 사람들 다 자기만의 고집 장난 아니거든요. 일단 내가 푸시를 넣어 보긴 했는데, 내가 약속해 줄 수 있는 건 방송 출연까지만이야.”
다이아수저와 한배를 탔을 때부터 현수정을 만나기 위해 따로 연락을 넣었었다. 다이아수저는 내게 방송 출연을 약속했었지.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근데 편집을 잘 해주거나, 캐릭터를 잡아 주거나 이런 건 내가 못 해줘. 그건 진짜 그쪽끼리 똘똘 뭉쳐서 하는 거라…. 왜. 윤슬 씨도 방송 좀 봤으면 알 거 아니야. 이상하게 자주 보이는데 또 스타성은 없는 연예인들. 기억도 희미하지? 한순간만 반짝. 조금 언급만 됐던 사람들. 그게 다…. 음. 아니 뭐 윤슬 씨가 스타성이 없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 분야까지 내가 약속해 줄 수는 없단 거지.”
그래. 현수정 PD 방송에 출연은 가능했으나 그 외의 것은 모두 내가 혼자 감당해야 할 것들이었다.
현수정은 아직 다음 프로그램 구상이 덜 되었다면서 나와의 만남을 차일피일 미뤘었지. 다이아수저가 아무리 밀어도 말이야.
“이제야 만나겠다고 하다니! 분명 내 인튜브 봤겠지?”
“뀨흠….”
“뭐야.”
흐뭇하다는 듯이 가슴을 한껏 내밀고 있는 제비였다. 나는 검지를 눕혀 제비의 가슴털을 쓰다듬어주었다.
“어어. 이제 많이 쉬었더니 안 피곤하다고? 그래. 가서 과자 먹고 놀아.”
“뀨!!!”
쓰다듬어주던 내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제비는 날아가 버렸다.
사춘기 시작됐나 봐. 새 키우는 거 다 부질없다….
* * *
나는 인튜브 영상 예약이 무사히 된 것을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현수정 PD와 단둘이 만나는 날이었다.
“오케이. 준비 완료.”
평소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더니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찰떡지수가 높은 것들만 착용했거든.
드르륵.
문이 열리자마자 눈앞에 백휘와 재언이 보였다. 마침 문을 두드리려고 했나 보다.
“…어디 가?”
“아. 나 잠깐 약속 있어서. 오늘은 둘이 먹어.”
“누구랑?”
마침 저녁 식사 전에 날 부르러 온 백휘랑 재언이었다. 잘됐다. 나 오늘 좀 괜찮나?
“나 오늘 옷 괜찮아? 아~. 잘 보이고 싶은데.”
“…뭐?”
“누구한테.”
현수정이 날 어떤 캐릭터로 쓸지 오늘 만나는 자리에서 대충 윤곽이 잡힐 텐데. 이 정도면 쓸 만하게 보이려나?
‘아, 이런 고민 할 때가 아니지.’
어느새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나 갔다 올게! 저녁 너네끼리 먹어!”
“구두 신었는데 왜 그냥 가. 차 타고 가.”
“…데려다줄게.”
“아니 됐어! 나 가만히 못 있겠어서 그래!”
나는 붙잡는 두 사람을 두고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제 진짜 준비 완료다. 그 현수정 PD다. 누구든 방송에 출연만 하면 일약 스타덤에 올려주는 그 현수정 PD!
나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에도 뛰고 또 뛰었다.
* * *
띠링-
약속 시간 30분 전부터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현수정 PD의 핸드폰이 울렸다.
[Intube] [지금 제일 잘 팔리는 올리브일 1등 시카패드 광고현장이 궁금해?] 17:21“주제 괜찮네.”
현수정도 약속 장소에 오면서 윤슬의 광고를 몇 번이나 본 터였다. 이번 영상은 그 광고의 비하인드 브이로그였다. 현수정은 윤슬이 오기 전까지 영상을 봐야겠다 생각하며 클릭했다. 스트리밍 예약을 해둔 덕에 미리 온 구독자들이 채팅을 치고 있었다.
-와 대장 이게 얼마만 ㅠㅠㅠㅠㅠ
-안그래도 광고 보고 진짜 예뻐서 오래 보고싶었지모야…٩(✿∂‿∂✿)۶
-서윤슬서윤슬서윤슬 사랑해!!!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영상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세수를 마친 윤슬은 눈이 부어 있었다.
―오늘은 광고 촬영을 하는 날입니다. 이상하죠. 나 분명 자기 전에 좀 신경 쓰고 잤는데…. 왜 이렇게 또 부어 있냐…. 큰일 났네….
눈과 함께 부어 동글동글한 입술로 우물거리던 윤슬은 시카 패드 통을 열었다. 그리고 패드를 얼굴에 붙인 상태에서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가볍게 턱과 이마, 눈가를 꾹꾹 눌러가며 부기를 뺀 윤슬은 패드가 붙어 있는 뺨도 꾹꾹 눌렀다.
-부은거 귀여워ㅠㅠㅠㅠㅠ
-솔직히 말하자 라면먹고 잤잖아요ㅋㅋㅋㅋ
-비겁하다 이렇게 좋은거 혼자 쓰고있었구나….ㅠ 진짜 너무 좋아서 쟁여뒀음 시카패드
마사지를 하던 윤슬이 뺨에 붙어 있는 시카 패드를 떼어 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화기애애하던 채팅창에 물음표가 도배되었다.
-?????이거머임
-과대광고 아님????
-어케 붓기가 이렇게 금방 빠져… 뭐야 뭘한거야…ㅋㅋㅋ믿기지가 않네
패드를 얼굴에서 뗀 윤슬이 놀랍게 차분해져 있었다. 부어 있던 눈이 또렷하게 커지고, 뺨과 턱이 얄쌍해졌다.
“…광고 효과 제대로 보여주네.”
현수정 PD는 순간적으로 자신도 시카 패드를 쓰면 저렇게 효과가 있는 건가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새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윤슬은 곧이어 촬영장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화려한 그 촬영장은 이렇게 자세히 보니 더욱 놀라울 지경이었다.
-여기 진짜 가고싶었는데 사람 너무 많아서 못갔음ㅠㅠㅠㅠ
-윤슬님 이거 팝업 언제까지 하는거에요?
-서울사는 사람들 진짜 부럽다 。゚(゚´Д`゚)゚。
분주한 스태프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촬영장의 모습은 구독자들도 그 현장에 함께 간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조명 설치를 시작하자 더욱 그럴싸해졌다. 투명한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한 장치까지 보여주었다. 어느새 카메라 화면에는 모두가 아는 그 사람이 보였다.
―피부관리 잘 해왔네?
물결이었다. 카메라 화면은 윤슬을 클로즈업했다. 솜털이 보송한 볼은 잡티 하나 없이 말끔했다.
물결은 손가락으로 윤슬의 볼을 콕 찔러보았다.
“이거…. 이 장면 잘 넣었다.”
시카 패드를 쓰고 부기가 가라앉은 모습에 이어서 이렇게 적나라하게 피부를 보여주는 건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보는 사람의 뇌리에 자연스레 남는 무의식을 윤슬은 제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진짜 모공이 없다ㅠㅠㅠㅠㅠ
-나의 아기물만두 아기찹쌀떡 아기복숭아 아기모닝빵아
-위에분 거의 잔치열렸내요
―오늘 메이크업에 사용될 제품들이래요~
윤슬은 물결이 가져온 제품 중에서 몇 개의 정보를 자막으로 써 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메이크업이 시작되었다.
―가입하는 달, 무료로 이용해보세요!
영상이 잠시 멈추더니 중간 광고가 떴다. OTT 서비스 광고였다. 현수정은 한숨을 쉬었다. 공교롭게도 구정모 PD의 차기작도 OTT에서, 현수정 PD의 차기작도 OTT에서 하게 되었다.
‘또 누가 얼마큼 신규 가입자를 끌어왔는지 주목하겠지.’
현수정 PD는 피할 수 없다면 구정모와 제대로 붙고 싶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그러려면 서윤슬이 중요한데.”
구정모 PD가 이번에 들어간 쇼 프로는 일반인이 연예인이 되는, 그러니까 시청자들을 모두 팔로워로 만들어버리는 주제였다. 바로 썸과 연애. 가장 과몰입하기 좋고 공감과 감정 이입하기 좋고, 누군가를 싫어하고 부러워하기 좋은 그 주제. 마침 방영 전 예고편이 나오고 있었다.
현수정은 광고 스킵하기를 누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런 애매한 사이가 싫은 거야 나는.
―…네 마음은 뭔데?
“아무래도 기자들이 나랑 구정모 말고, 그 둘한테도 주목할 테니까.”
얼마 전 현수정 PD는 구정모가 준비한 히든카드를 들었다. 구정모가 제대로 끌어 볼 어그로.
“일단 걔는 언제부터 출연한다고 했더라…. 이거 방영 코앞인데.”
그건 바로 한국대 재학생 금수저, 슈퍼 인플루언서인데다가 곧 CEO가 될.
―지금까지 오빠가 나한테 했던 말이 진심으로 와닿지가 않아. 솔직히 그렇잖아. 삐- 들어온 다음부터.
하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