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7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76화(276/405)
조회수뿐만이 아니다. 그 뒤로 꾸준히 업로드된 영상을 확인했다.
[Intube] [내 안의 결핍을 숨긴다는 것, 대학일기] 18:21 [을의 연애- 입대하기 전날, 대학일기] 17:33나는 영상을 2배속으로 빠르게 훑어봤다.
“…이거.”
어느새 등장하는 출연자마다 캐릭터성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내가 출연했던 그 영상 이후인데.
“이거 다 합쳐서 얼마 안 하는데, 고민하지 말고 바로 사~”
이랬던 대사를 쳤던 출연자는 금수저 앞에서는 주눅들지만 괜스레 흙수저 앞에서는 자존감을 챙기는 애매한 은수저로.
“유신사 이거 모자 괜찮나? 휴가 나올 때 주면 좋아할 것 같은데.”
이랬던 대사를 쳤던 출연자는 이십 대 초반 을의 연애를 하는 CC로.
-이게 진짜 대학생활이지… 온갖 빌런 다 모여있음
˪ㅇㅈ 본인만 모르고ㅋㅋㅋㅋ
-11:20 저 싸해지는 분위기 사이 눈빛교환이 너무나 하이퍼리얼리즘ㅋㅋㅋㅋㅋ
캐릭터성이 짙어진 만큼 공감하는 구독자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구독자는 13만을 넘겼고, 조회수도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건 역시 내가 출연했던 흙수저 영상이었다.
-윤슬이 얘기 더 나오면 좋겠다… 20대때 내 모습 보는 것 같아서 괜히 신경쓰임 ㅠ
˪지금은 잘 지내시나요ㅠㅠㅋㅋㅋ 알바몬으로 살았던 사람으로서 남같지가 않네요
˪저도 지금 저렇게 알바에만 치여 사는데 나중에 더 나이 먹고 나면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겠죠…? 보면서 울었는데 나중엔 이럴때가 있었지 하는 날 오겠죠?
댓글은 유난히 깊은 공감을 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중에서도 제일 추천이 많은 댓글은 이거였다.
-평행세계 윤슬이는 잘 살고 있지만 이 세계 윤슬이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꼭 보고싶어요…ㅜㅜ 식당 사장 참교육 당해야 하는데 이대로 끝은 아니죠?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도 같은데. 이 대중의 흐름을 어떻게 잘만 이용하면 현수정의 무대 주인공은 내가 될 수 있을….
“어.”
나는 순간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핫바에 고개를 위로 들었다.
“재언아!”
“왜 그냥 맥주만 먹고 있어….”
편안한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재언이는 운동을 갔다 온 모양인지 젖은 머리카락에서 샴푸 향기가 났다. 재언이는 내가 따끈하게 잘 데워진 핫바를 한 입 베어 무는 걸 보고서야 제 몫의 맥주를 깠다.
“짠.”
내 맥주 캔에 가볍게 부딪혀 짠 소리를 내 준 재언이 덕에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다. 나는 기분 좋게 맥주의 탄산을 즐겼다.
그러고 보니까 이거 진실의 의자인데…. 이상하게 편의점 의자에만 앉으면 막 속을 털어놓고 싶단 말이지.
“…할 말 있어?”
“약간?”
“약간은 또 뭐야.”
하지만 워낙 혼자 고민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뭘 물어봐야 할지도 갈피가 안 잡히는군. “재언아. 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이건 너무 앞뒤 없는데.
“그~냥. 으으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끙끙대자 재언이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줬다.
그러니까 내 결론은 말이지.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사실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거든. 근데 현수정이 내 캐릭터를 알아서 잡아 오라네? 나는 대중적으로 폭넓게 먹히는 건 대충 알아도 나한테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잡고 그러는 건 아직 모르겠단 말이야.
“음….”
내 질문을 들은 재언이는 차분히 생각하다 대답을 내놓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지 않나? 아직 스무 살이고…. 그러니까 시행착오를 해도 되는 나이잖아.”
“난 안 그러고 싶으면?”
“그런 게 어디 있어. 누구나 다 그러는데….”
별 고민거리를 다 듣겠다는 듯 웃는 재언이의 속눈썹에 그림자가 졌다. 내 마음에도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만 같은데… 시행착오라. 근데 그걸 내가 해도 되나?
실수를 하면서 배워 나가도 되나?
“슬이 넌 너무 일이 많고 생각이 많아…. 조금은 더 풀어져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제일 좋은 나이라고들 하잖아. 우리가.”
그래. 스무 살 뭐 좋은 나이지. 그래도 난 쉬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그리고 어린 나이에 이것저것 배워 놔야 나중에 요즘 MZ들이 문제라는 말도 안 들을 거고.
야, 오늘 내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아냐 재언아? 현수정이 나한테 고생을 안 했단다. 아주 눈에 MZ 렌즈가 껴 있는 것 같아.
“바쁠 땐 바쁘더라도 가끔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맥주도 마시고….”
재언이가 점점 날 설득하기 시작했다.
어, 근데 뭐지?
“물론 많이 마시면 안 되지만, 조금만 마시면…. 내가 비밀로 해 줄게.”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키워드가 있었다.
MZ.
190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생을 말하는 그 세대의 통칭.
“재언아, 고마워. 진짜진짜 고마워!”
“…그래. 근데 많이는 비밀로 못 해줘.”
“아!!! 술이 확 깨네!!!”
“그런다고 더 마시게 할 수는 없어….”
진짜 기분 좋게 알딸딸했던 머리가 확 맑아졌다.
그래, 이 나이 때만 잡을 수 있는 키워드. 찾았다.
* * *
1절 2절 하다못해 뇌절까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잘 나가는 키워드. MZ다. 기성세대의 골칫거리이자 사회 전반 트렌드를 이끌고 나가는 신선함을 대표하는 그 키워드.
“요즘 애들로 끝나지 않고 따로 명칭이 붙은 데다가, MZ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있지.”
물론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시선이 극과 극이지만. 반대로 뜻하면 기성세대가 원하는 것의 절반만 해도 마음을 살 수 있다.
“젊은 층에는 공감을, 중년층에는 호감을.”
이렇게 꿀 빨 수 있는 키워드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어찌 됐든 조만간 대한민국을 휩쓸어 낼 그 키워드의 대표주자. 내가 먹는다.
“그렇다면 일단 최대한 나이를 활용한다.”
고등학생 때는 학생 이미지가 강하게 박힐까 봐 인튜브는 물론이고 몸을 사렸다면, 이제는 내가 학생임을 전국에 소문내다 못해 이마에 붙이고 다녀야겠다. 그야 당연히.
“난 한국대 학생이니까.”
이것만으로도 일단 초반 화제성과 호감도는 어느 정도 잡아 둘 수 있다. 대학생 이미지를 굳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 빠르게 진행하자.
일단 나는 소영 언니에게 연락했다.
[진짜?ㅠㅠ 안그래도 윤슬이 너 출연 더 해주면 우리야 좋지… 지난번에도 너무 고마웠어 근데 너 바쁜거 아니까…] [진짜 고마워 윤슬아 언니가 나중에 밥 한번 거하게 살게ㅠㅠㅠㅠ]대학일기에 다시 출연하면서 구독자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보여주자. 평행세계의 흙수저 대학생 윤슬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면 조회수가 배는 오르겠지.
그리고 또 하나. 내 사업가 이미지를 굳혀줄 수 있는 것.
“슬아, 커피 안 마시고 뭐 해?”
“백휘야. 혹시 정말. 이런 청탁 해도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나 많은 고민을 했거든….”
“하하…. 뭘 말하려고 이렇게 수상한 서두를.”
마침 한국우유의 수능 응원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걸 놓칠 수 없지. 한국인과 수능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공감대를 갖고 있거든.
“할아버지가…. 우리 총장님 좀 따로 만나게 해 주실 수… 있으려나…?”
* * *
한국대 총장은 요즘 들어 어깨가 으쓱하다 못해 담이 올 지경이었다.
“흐허허.”
총장실에서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한국대 학생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단순한 학교 홍보 모델이 아니었다. 미래를 잘 내다본 학생들이 ‘인플루언서’가 되어 당당히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었다.
“크흠. 아무리 봐도 참….”
한국대를 빛낸 학생들이야 많고 많지만, 이토록 마음에 쏙 드는 학생들은 처음이었다. 세계인이 모두 볼 수 있는 SNS라는 무대에서 당당히 선두로 나서는 것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가는 한국대임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똑똑-
“네. 들어와요.”
그래서 자신과 만나고 싶다는 부탁에도 흔쾌히 들어주었다. 젊은 학생의 총명함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언제 겪어도 기쁜 일이었으니.
“안녕하세요!”
“그래그래. 편히 앉아요.”
차기 대선 주자로 공공연히 불리고 있는 그 최강묵 의원의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 놀랐다. 대체 무슨 청탁이길래 이 정도의 거물이 움직이려나 싶었는데.
“제 손자가 인생필름이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아시지요? 허허허. 그래요. 요즘 길 가다가 어찌나 많이 보이는지. 마침 한국대 재학 중인 것도 알고 계시렵니까? 무려 정시. 정정당당하게 시험 보는 그 정시로 갔답니다. 아깝게 손이 미끄러져서 딱~. 하나를 틀려서는.”
…그냥 손자 자랑을 하고 싶어서 연락한 것 같았다.
어찌 됐든 한국대 재학 중인 젊은 사업가, 그리고 인플루언서인 팀 최선과 따로 만난 건 그들이 제안한 바가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국대 로고를 넣은 필름을 만들고 싶다고?”
“네. 그런데 이제 좀. 더 톡톡 튀는 젊은 개성을 섞어서…. 자칫하면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저희 한국대를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웃으며 긴 서두를 꺼내던 윤슬이 건넨 시안을 바라보던 총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울대 총장님과 함께하는♥서울대 찰싹 합격부적 ( •̀ω •́ゞ)✧]
시안에 들어가 있는 건 다름 아닌 총장 자신이었다.
* * *
‘이것 때문에 굳이 백휘네 할아버지를 이용했다….’
건너 건너면 왠지 아는 사이 같았거든. 우리같이 어린애들이 말하는 것보다는 국회의원 쪽에서 먼저 말하는 게 은은한 압박감도 있고 좋지 않겠어?
‘물론 등 떠밀고 포장하는 건 이쪽이 맡는다.’
회귀 전 각종 콜라보를 했던 건 바로 인물 프레임이다. 프레임 안의 유명인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고, 고객은 그 프레임에 맞춰 사진을 찍는 시스템이다. 대부분 한정판이기 때문에 찍을까 말까 고민하던 고객들은 대부분 찍는다를 택한다.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 인생필름의 특성상 새로운 시도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
‘한국대 총장과의 인생필름? 이건 반드시 초반 화제성은 제대로 잡는다.’
게다가 하제인이 환승 시그널에 출연하면서 다시금 한국대가 화제가 될 테니 그것도 이용해야지. 뽑아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먹어 본다.
“단순히 한국대가 상아탑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전국의 학생들이 한 번쯤은 꿈꿔 봤던 어릴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찍어줘요.
“인생필름 한국대 프레임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전부 기부할 예정입니다. 한국대 장학금으로요. 가뜩이나 욜로와 플렉스가 요즘 세태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에게 그래도 여전히 한국대는 한국대구나. 하는 신뢰를….”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나는 자신의 사진이 나온 시안을 아련히 바라보고 있는 총장님을 설득했다. 좋게 좋게 가요 우리.
* * *
[Youstagram]소원을 이루어주는 인생필름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말해 봐!
예시) ㅇㅇ대박, ㅇㅇㅇ합격하게 해주세요
초특급 콜라보 시작 D-day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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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환승 시그널 방영일에 맞춰 한국대 새 프레임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