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7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77화(277/405)
OTT 서비스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오는 20대 남녀를 두고 어떤 관계로 발전할지 엮는 연애 예능이었다.
그간 핫한 곳마다 예고편이 나와 방영 전부터 사람들은 관심을 가졌다. 게다가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그들의 정보를 풀어댔으니 인터넷 헤비 유저들은 이미 이름과 얼굴을 다 외운 상태였다.
[익명게시판/ 이번 ㅎㅅㅅㄱㄴ 나오는 사람 중에 내 동창있네…개신기ㅋㅋㅋ]초중동창이었는데 조용해보이지만 은은한 관종이었음ㅋㅋㅋ결국 저런거 나오는구나
-유스타 비공계로 돌렸던데 사진 몇 개만 보여주면 안될까ㅠ 인증부탁
˪비밀 댓글입니다
-걔네 집안 찌라시야 진짜야?
사는 곳, 다녔던 학교, 부모의 직업, 전 애인과의 이별 사유 등 온갖 정보가 다 풀리는 와중에 주목받는 건 역시 현재였다.
그래서 지금은 뭐 하는 사람인데?
지금은 얼마를 벌고 어떤 차를 타고 다니고 어디에 살고 누구와 친한지 사람들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고, 댓글 화력이 남다름을 느낀 헤비 업로더들은 착실히 그들의 SNS를 뒤졌다.
[유머게시판/ 지금 난리난 환승시그널 출연자 정보들.jpg]몇몇은 유스타 비공으로 돌려서 아쉬움 ㅠㅠ 그래도 이제 나올만한 건 다 나온듯!
-미쳤나 스펙ㅋㅋㅋㅋ
-뭔… 출연자를 전부 강남에서 모아왔어ㅋㅋㅋ 걍 이웃주민 모임이네ㅋㅋㅋ
˪나도 그생각함 아파트 주민센터에서 만나도 될거가튼디
-썸만 탄 사람들끼리라 그런가 그 미묘한 공기 너무 간질간질 몽글몽글…ㅠㅠㅋㅋㅋ 그냥 한국판 하이틴 아님?
쉽게 볼 수 없는 조건을 가진 일반인 출연자들은 초반 화제성을 잡기에 좋았다. 루비는 인터넷 반응을 확인하며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었다.
“이-거-야-!”
제인을 구정모 PD의 방송에 넣기까지의 고생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루비는 메신저로 바이럴 팀에 연락을 넣었다.
입력: 지금부터 작업 들어가주세요. 갤러리를 기본으로 움직여주셔야 합니다.
다른 출연자들의 관계성으로 구독자들을 끌어모은 후, 이 모든 걸 한순간에 망쳐버리는 제인의 위력을 보여 줄 셈이었다. 그 어떤 여자 출연자도 제인의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여줄 생각을 하자 루비의 머리가 도파민으로 아찔해졌다.
“후웅-. 지금 다들 넘사벽, 넘사벽 하는 분위기가 벌써 만들어졌네-”
부러워하고 감탄하고 더 알고 싶게 만드는 감정이 무르익을 때쯤 나타나는 제인. 이 무대의 주인공. 그게 바로 루비가 짜둔 판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응을 확인하는 루비의 사무실 안에서는 딸칵거리는 클릭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웅…?”
루비는 순간적으로 눈을 의심했다. 있으면 안 되는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게시판/ 새벽이라 터는건데 ㅎㅅㅅㄱㄴ ㅎㅈㅇ 출연함ㅋㅋ]예고편에도 안 나오고 삐- 소리로 이름 모자이크 처리된 그 메기 그거 하제인임ㅋㅋ 하제인 그거 때문에 종강하고나서 동기들이랑 연락 싹끊은거 유명ㅇㅇ 따로 SNS도 안했잖아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그럼ㅋㅋㅋ 듣기로는 5화인가 그때부터 나온대
-엥 진짜???;; ㅎㅈㅇ 그런데 관심 없어보였는데
-헐ㅋㅋㅋ찐으로?ㅋㅋㅋ 저기 하제인 끼면 압살이잖아 너무한다ㅠ
-하제인 메기라고? 개재밌겠다ㅋㅋㅋㅋㅋ
누군가가 스포일러를 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루비는 신고 버튼을 눌렀다. 커뮤니티 작성글은 몇 명만 신고 버튼을 눌러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었다. 루비는 빠르게 작성자가 스스로 글 삭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새벽이라 별별 애들 다있네… 증거 있음?
˪증거보이면 ㅎㅈㅇ한테 들고 달려갈거잖앜ㅋㅋㅋ믿기싫음 믿지마세용ㅜ
˪과몰입 작작 한국대 다니면서 갓생사는것만으로도 바쁠텐데 이런애들한테도 시달리고ㅠㅠㅠㅠ하제인 힘들겠다
누군가가 빠르게 루비의 댓글에 동조했다. 루비는 다른 계정 아이디까지 모아 신고 버튼도 누르고 댓글 분위기도 조성했지만 작성자는 글 삭제를 아침까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분위기를 몰아 다른 사람들까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익명게시판/ ㅎㅅㅅㄱㄴ ㅎㅈㅇ 저거 루머임 찐임?] [익명게시판/ ㅎㅈㅇ 공주라 남자한테 관심없다고 했던 시녀들 나왘ㅋㅋㅋ 너네언니 ㅎㅅㅅㄱㄴ 나온대]“대체 누구야!!!”
루비는 비장의 카드, 하제인의 정체가 이렇게 허무하게 들통난 것에 대해 분노했다. 제인의 성격상 누군가에게 터놓고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된다면 당연히 스태프 중 한 명이었다. 루비는 날이 밝자마자 환승 시그널 스태프 쪽을 족쳤다.
* * *
“흐아아암….”
한편 루비와 함께 밤을 지새운 윤슬은 뻑뻑한 눈을 비볐다.
“오랜만에 밤새니까 힘드네.”
그리고서는 작성했던 글과 댓글들을 한 번에 삭제했다.
[과몰입 작작 한국대 다니면서 갓생사는것만으로도 바쁠텐데…]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Yes] [No]루비를 도와 하제인의 편을 들어준 건 윤슬이었다. 한국대를 비롯해 다른 대학들이 얼마나 들어가기 힘든 명문대인지 대결하는 게 지난 새벽의 게시판 분위기였다.
[익명게시판/ 대학 합격증이 인생필름 프레임 고르듯 고르는 건줄 아나봄ㅋㅋㅋ]한해 신입생이 몇 명인데; 경쟁률 알기나함? 여기에 한국대 신입생 다 모여있냐고 뭔
나중엔 이런 게시글들도 나왔지. 이렇게 인생필름 한국대 프레임 키워드를 끼워 넣을 수 있다니 밤샌 보람이 있었다.
“제인아. 고맙다….”
윤슬은 yes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서는 인생필름 공식 SNS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새 프레임이 공개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었다.
[Youstagram] [지금 난리났다던 인생필름ㅋㅋㅋ] [한국대 가는 법 @친구태그]인생필름 새 프레임과 관련된 유머글들이 쏟아졌다. 좋아요와 댓글은 기본적으로 몇천 개에 달했다.
“보세요. 총장님. 잘될 거라고 했잖아요.”
윤슬은 웃으며 말했다. 프레임은 간단했다. 합격증을 내밀고 있는 총장님, 엄지척을 하고 있는 총장님, 반쪽 하트를 하고 있는 총장님과 손에 입을 맞추고 있는 자세의 총장님.
“두 가지 버전으로 냈다.”
이것만으로는 MZ라고 하기 아깝거든.
-아니 두 번째 뭐임 총장님 곰돌이모자 왜씌운거냐;;
˪이게 ‘한국대’ 야
제품을 따로 제작해주신 아기들의 동물농장, 장하율 사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지.
참고로 곰돌이 모자뿐만이 아니다. 각 학교마다 상징 동물로 만들었거든. 병아리와 고양이를 추가로.
인생필름 새 프레임은 한국대만 참여시킨 게 아니었다.
* * *
“아직도 편집 다 안 끝났어요?”
나는 한가득 봉투를 손에 들고 몸으로 고연티비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야유를 날렸다.
“이게… 편집이라는 게… 어?”
“그, 그거 커피야? 커피…?”
캐리어에서 커피를 꺼내 흔들어 보이자 모두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나부터!!! 나 마실래!!!”
“나야!!! 슬아 자막 내가 다 넣었어!!!”
“자자. 천천히-”
커피를 나눠 주고 햄버거 봉투를 찢어 감자튀김을 부어 놓으니 달려들어 허겁지겁 먹는 꼴이 제법 안쓰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 어떻게 해서든 영상 업로드해야 하거든.
“나 진짜 편집하면서 느끼는 거거든? 아무리 봐도 이 영상 올려도 될라나 싶다.”
“그치. 좀 또라이 같잖아.”
나는 얼추 완성되어 있는 영상을 슥 훑었다.
음. 흠잡을 데 없군. 촬영장마다 내가 나가 있지 못해서 좀 불안했는데.
‘대체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역시 여길 택하길 잘했어. 나는 어느새 다시 생기가 돌고 있는 고연티비 팀을 바라봤다.
“뭐지? 저 착실한 농노들을 바라보는 영주의 눈빛…?”
“저 뿌듯함. 은근히 불길하게 만들어….”
걸렸나. 나는 다크서클이 짙은 눈으로 날 경계하는 고연티비 팀에게 하얀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
“업로드 끝내고 오늘 회식!”
“와아아아!!!”
“소고기!!!”
“와아아악!!!”
이번 프로젝트는 고연티비 팀이 없었으면 반쪽짜리 성공이 불가능했을 거다. 한국대 총장님과 만나기 전 나는 고연티비에도 연락했다.
“뭐? 총장님과 함께하는 인생필름…?”
“저희가 솔직히. 네임밸류 거기서 거기잖아요. 한국대가 왕인가요? 왜 스카이로 묶이겠어요? 근데 한국대만 딱 한다? 그러면 좀. 연희대랑 고림대 생각이 나서 또 바로 이렇게 연락한 거 아니겠어요.”
총장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기도 전에 입을 털었다. 고연티비는 각 학교에서 마케팅 쪽은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이쪽만 설득하면 모든 게 일사천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내 계산은 확실히 통했다.
“아 그치!!! 스카이! 우린 스카이지!!!”
듣자 하니 고림대 총장님은 호탕하게 곧장 오케이를 해주셨고, 연희대 총장님은 못마땅한 눈치셨지만 혼자 빠지고 싶진 않아 보이셨다고 했다.
그렇게 총장님들 설득은 끝났고. 남은 건 홍보.
“오늘 열 시!!! 업로드해 봅시다!!!”
인생필름 프레임은 한국대를 가장 먼저 오픈하고 연이어 고림대와 연희대를 오픈했다. 그리고 오늘은 인튜브 영상을 업로드하는 날이다.
아마 이번 가을 매출은 이 영상 업로드 이후로 끝났다고 봐야겠지.
* * *
금요일 열 시. 수능을 두 달 앞두고 한창 업로드가 활발한 고연티비의 계정에는 새 영상이 올라왔다.
[Intube] [두근두근 대학 고르기!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대학은?♥ 신입생 연애 시뮬레이션] 11:20“…이건 뭐지?”
오늘의 영상은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니었다. 평소 고연티비 출연자들도 함께 하는 채팅창이 없이 오로지 영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고연티비 계정에 좋아요와 구독 그리고 알람 설정까지 해 둔 수험생은 영상을 클릭했다.
―[✿내 이름은 김고삼! 대한민국의 수험생이지.
오늘은 대학 원서를 쓰기 전에 하나씩 둘러보러 왔어▼]
자막: [한국대]
자막이 이상하게 핑크빛에다가, 반짝거리는 효과까지 입혀졌다. 전체적으로 자막 스타일이 평소와는 달리 게임 속의 튜토리얼 같은 분위기가 났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화면은 곧이어 한국대 정문을 잡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로고가 보이고, 신입생은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사람이라면 한국대가 넓다는 걸 모를 리가 없지. 그럴 줄 알고 나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이렇게 지도를…▼]
―휘잉-!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김고삼의 지도를 날려 보냈다. 게다가 김고삼이 안경이 떨어져 갑자기 화면이 뿌예졌다.
그때였다.
―[✿괜찮아? …신입생?▼]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