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7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78화(278/405)
뿌연 화면 안에서 누군가의 손이 안경을 주워 드는 게 보였다. 안경을 받아 든 신입생이 다시 끼고 나니 그제야 화면이 선명해졌다. 눈앞의 남자가 또렷했다.
―[✿방금 바람이 좀 셌네요… 놀라진 않았고?▼]
화면을 바라보던 한국대 총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허허허. 인튜브요? 그 뭐. 내가 인터뷰 그런 거 해주면 되는 건가?”
“아니요. 저희 자연스럽게. 메이킹 영상으로 나갈 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총장님 나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걸요.”
“거 참…. 나 같은 사람 나오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허허허. 재미없지는 않을라나.”
“다 엄~청 좋아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너무 재미있을걸요!”
정말….
―[✿앗, 내 안경을 주워준 사람…
이 사람은 전국 서열 1위라던 한국대 총장선배?▼]
너무 재미있어졌다….
―[✿어쩌지. 첫 만남부터 이렇게 허둥대는 꼴을 보여버렸어!
분명 나한테 실망했을지도…▼]
그래. 한국대 총장은 사기당했다….
반짝거리는 핑크색 자막과 함께 보이는 총장의 모습은 지난번 인생필름 프레임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린 스크린 앞에 서서 찍은 덕에 누끼 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박제 당한 총장은 몇 가지 동작과 표정으로 움직였다. 지금의 총장은 엄지척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타입? 괜찮아.
누군가 한국대의 지리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선배를 보면 되는 거야.
이렇게 만난 김에 학교 구경을 시켜 줄게. 가자!▼]
목소리는 누군가가 더빙을 입혀 놨다. 듣기만 해도 신뢰감이 느껴지는, 어쩐지 기대고 싶어지는 타입….
‘잠깐. 이거 익숙한 목소리…. 아닌가?’
한국대 총장은 순간적으로 최강묵 의원의 손자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녀석의 목소리가 이와 비슷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정신 나간 것 같은 일에 동참을 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아니겠지.’
* * *
같은 시각, 소고기 회식에 끌려간 최백휘는 본인의 목소리가 입혀진 총장의 등장에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윤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하하하학!!! 아 진짜 이 목소리 최고야…. 최백휘가 다시보기 조회수 못해도 십만은 끌어온다.”
“아~. 진짜 자기야. 목소리는 은근히 나도 괜찮다니까?”
“너 같은 선배 따라가면 다단계 가입시킬 거 같아 좀. 그쵸?”
“어 맞지맞지. 재겸아. 너무 분량을 욕심내지 마.”
고연티비 팀과 팀 최선은 다 같이 룸 안에서 태블릿 화면으로 이번 업로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제 화면은 한국대의 학교 건물로 바뀌었다.
―[✿이게 바로 한국대… 어쩐지 심장이 뛰어!▼]
자막: 도서관
―[✿한국대 도서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지식의 보고지.
시험 기간이 아니어도 학생들이 자주 오고는 해.
나도 자주 와.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서열 1위는 다르구나… 이곳에 오면, 언제든지 총장 선배를 만날 수 있는 걸까?▼]
어울리지 않는 달달한 BGM이 나오기 시작했다. 화면은 또 바뀌었다. 이제는 학관이었다.
―[✿한국대 식사는 맛있는 걸로 유명해. 신입생. 뭘 좋아해?
추천하는 메뉴는 바로 제육 쌈밥이야.▼]
또다시 엄지척을 하고 있는 총장에서 초점이 바뀌었다. 학관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누군가로.
―[✿제육 쌈밥… 정말 맛있어 보인다.▼]
총장 선배가 추천한 메뉴, 제육쌈밥을 먹고 있는 윤슬이었다. 옆에서는 재겸이 고운 손길로 윤슬의 숟가락 위에 고기를 쌓아 주고 있었다.
신입생은 윤슬과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화면 한가득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식사가 잡혔다.
―[✿총장 선배는 안 드세요?▼]
―[✿나는 마음의 양식, 책을 읽다 와서 배가 불러. 허허허.▼]
그 뒤로도 총장 선배의 학교 소개는 계속되었다. 드넓은 잔디밭을 함께 걷고 있을 때였다.
―[✿저기 있는 사람들은 어쩐지 분주해 보이네요.▼]
―[✿아, 저긴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회야. 가까이 가 볼래?▼]
그때였다.
―[♬한국대는 삼대 바보가 있지!▼]
호탕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면에는 총장 선배를 밀치고 누군가가 나왔다. 마치 파워포인트 날리기 기능처럼 날아간 총장 선배의 옆에는 새로운 인물이 화면을 한가득 차지했다.
―[♬전교일등 자랑하는 놈,
학교 걸어다니는 놈,
그리고 축제 가는 놈이다.▼]
바로 고림대 총장이었다.
―[✿이 사람은… 흑기사로 유명한 고림대 총장 선배!
그 누구도 취한 모습을 본 적 없다고 들었어.▼]
* * *
“이거지!!!”
대체 언제 자신이 나오는지 보고 있던 고림대 총장은 주먹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구장창 한국대 총장만 나와 기분이 상하려던 참이었다. 영상이 벌써 2/3가 지나갔는데도 본인이 나오지 않아 싫어요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이렇게 재밌는 걸 할 거였으면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내 목소리 나오게!”
한국대 총장과 마찬가지로 고림대 총장 역시 더빙을 당해버렸다. 고림대 총장은 아쉬움에 다리를 달달달 떨었다. 목소리를 들어 보니 고연티비의 그 PD 녀석이었다.
―[♬축제하면 또 우리 고림대지. 어이 신입생. 나와 함께 고림대 구경을 가겠어?▼]
인생필름 프레임을 만들 때의 포즈가 들어가 있었다. 고림대 총장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화면에는 새로운 자막이 떴다.
자막: [▶한국대 총장 선배와 있기
▶고림대 총장 선배를 따라가기]
그리고 영상 아래에 새 링크가 떴다. ‘고림대 총장 선배를 따라가기’라고 작게 적혀 있는 화면을 누르면 이동하는 것 같았다.
“고민할 필요도 없지! 모두 날 따라와라!!!”
고림대 총장은 당연히 자신을 따라가기를 눌렀다. 그러자 인튜브의 새로운 영상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인 듯싶었다.
―[♬잘 왔어 신입생. 여긴 고림대. 벌써부터 열정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아?▼]
광활한 고림대의 정문이 드러났다. 신입생이라면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신입생을 위해 준비한 것처럼 깃발이 나부꼈다.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로고는 마치 신입생을 격하게 환영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민족 고대라고 하지. 우리는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하자는 이념으로 공부를 해.▼]
―[✿어쩐지… 멋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까지 널 구해줄 거야. 모두가 쓰러지는 그때에도. 아무 대가 없이 말이야.
우리의 선배가 그랬듯…▼]
술자리를 로맨틱하게 포장하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고림대 총장은 손에 든 무언가를 건넸다.
자막: [✧♬초대장♬✧]
재밌고 신나는 고림대 신입생 환영회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 프롬파티 말이야. 내 파트너가 되어줬으면 하는데.
대답은… 나중에 들을게.▼]
순식간에 하이틴 주인공이 되어버린 김고삼이었다. 고림대 총장은 이윽고 학교 구경을 시켜주기 시작했다. 같은 명문대지만 한국대의 잘 다듬어진 웅장함과는 결이 달랐다. 고림대 특유의 풋풋함과 강렬함이 있었다. 어느새 김고삼은 고림대 총장 선배를 따라 응원가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그치! 우리 응원단을 또 여기서 딱 보여 줘야지!”
어느새 인튜브 영상에 과몰입하기 시작한 고림대 총장은 싱글벙글 웃었다.
―[♬고연전에서 말이지. 이 노래를 부르면 아, 정말 이 학교 잘 왔구나. 싶다니까. 그 전에 현수막에 들어갈 말을 고르는 것도 꽤나 재밌어. 작년엔 말이야…▼]
―[✧현수막만 달아두면 뭣 하지? 비참하게 진 주제에.▼]
그때였다. 또 다른 등장인물이 나왔다. 이번에는 고림대 총장이 밀렸다. 파워포인트 지워지기 기능처럼 쓱싹 밀려 버렸다.
―[✧저 말을 그대로 듣고 있다니 순진하군. 하지만 그런 점이 또…
신입생의 매력이겠지.▼]
화사한 효과와 함께 연희대 총장이 나타났다.
* * *
“그래. 피날레는 당연히 연희대지.”
미간을 구긴 채로 영상을 보고 있던 연희대 총장은 이제야 미소 지었다. 아까 전 업로드되었던 한국대 영상에는 이미 ‘싫어요’ 버튼을 눌러 둔 지 오래였다. 이제 곧 자신의 단독 영상이 나올 테니 이 영상도 싫어요 버튼을 눌렀다.
―[✿저 선배는 연희대 총장 선배? 친해지기 어렵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자기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해준다고 들었어.
게다가 이들 중 가장 화려한 장소인 신촌에 있다던데… 어째서 여기까지 온 걸까.▼]
연희대 총장은 유난히 표정이 많았다. 인생필름 프레임을 촬영할 때 가장 어색해서 뚝딱거렸던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다 들렸는데 마침 재밌는 얘기를 하고 있군. 거기 너.
멍청이가 아니라면 연희대 구경을 하러 오는 게 좋을 거야.
그냥 가면 평생 후회할 테니.▼]
날카로운 말과는 달리 연희대 총장 선배의 얼굴에 블러셔 효과가 입혀졌다. 그리고 아래에는 아까 전과 같이 영상 이동 링크가 띄워져 있었다.
“누가 시시한 고림대를 계속 봐? 당연히 연희대지.”
연희대 총장은 곧장 링크를 클릭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희대 소개가 나왔다.
―[✧교통의 중심이자 이십 대를 가장 벅찬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연희대에 온 걸 환영해.
그런 말 많이 들어봤지? 대학을 2호선으로 가라.
바로 우리 연희대를 두고 하는 말이지.▼]
세련된 건물 사이로 푸릇한 나무들이 보였다. 마치 로맨스 판타지 세계에 도착한 것만 같았다.
―휘이이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리고서는 연희대 총장 선배의 어깨에 앉았다.
―[✧놀랐어? 이건 연희대 학생이라면 누구든 가지고 있는 새.
그래. 바로 독수리야. 파랑새라고도 하지. 희망이랄까.
연희대 학생들은 모두 끝까지 세상에 빛을 전하려 하거든.▼]
우아한 독수리는 연희대 건물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그 멋있음에 감탄한 새내기는 이번에도 연희대 총장 선배를 따라 학교 구경을 했다. 연희대는 활발하고 열정 가득한 고림대와는 달랐다. 어딘가 세련되고 정제되어 있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나 노천극장에서 하는 연극이 그랬다.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 노천극장을 둘러싼 가로등이 동시에 켜졌다.
―팟-!
순식간에 조용한 가을밤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가만히 연극을 보고 있던 김고삼에게 연희대 총장 선배가 입을 열었다.
―[✧마음은 정했어?▼]
―[✿저… 사실은.▼]
그때였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나타났다.
―[♬놓칠 수 없지! 우리 고림대를 선택할 거지?▼]
―[✿널 가장 먼저 만난 건 바로 나야.▼]
고림대 총장 선배와 한국대 총장 선배였다.
“잘 되고 있었는데 왜 굳이 껴서 초를 쳐!”
어느새 과몰입하고 있는 연희대 총장은 자신의 목소리가 커졌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이게 바로 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기획력이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과감한 시도. 틀에 박히지 않는 선택.
연희대 총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 조잡한 영상은. 이런 게 좋나?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영상을 처음 틀었을 때의 자신이 틀렸음을. 트렌드는 이해하려 하는 게 아니었다. 따라가는 것이지. 어느새 이번 영상의 조회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Intube] [두근두근 대학 고르기!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대학은?♥ 신입생 연애 시뮬레이션] 11:20조회수 187,011
업로드한 지 20분 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