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8화(28/405)
“어머~. 둘이 너무 귀엽네.”
“감사합니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릴 때부터 억지로 끌려오는 모임마다 흐트러짐 없이 차려입은 백휘가 있었다. 어른들이 칭찬을 하면, 최백휘는 예의 바른 어린이처럼 빙긋 웃다가 다시 표정을 굳히곤 했다.
“우리, 이거 가지고 놀래?”
“…괜찮아.”
“그럼 이거 같이 먹을래? 너 이거 좋아해?”
“…안 좋아해.”
“너는 뭐 좋아해? 우리 지난번에도 봤었잖아. 나 너 얘기 많이 들었는데~”
“…조용히 있는 거.”
잘 해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인은 백휘 곁에 있는 게 좋았다. 말이 없다는 건, 비밀을 잘 지킨다는 뜻도 되니까.
제인은 거짓말을 잘하는 어린이였다. 뛰고 싶지만 얌전하게 앉아 있기를 잘했고 걸을 때마다 거추장스러운 드레스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척하기를 잘했고, 무엇보다 제일 잘하는 건 엄마,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였다.
아주 가끔, 부모님이 소리 지르며 밤새 싸운 다음 날이면 제인은 어떤 감정이 꾹꾹 몸속에 들어차고는 했다. 하지만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이런 일을 밖에 나가서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백휘를 만났을 때.
“어제 우리 엄마 아빠 또 싸웠다. 어제는 엄마가 그릇 던졌어.”
“…….”
자신도 모르게 처음 말했고, 조금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가만히 쳐다봐주는 백휘가 있었다. 그게 어쩐지, 좋아서….
“근데 좀 자주 그래.”
“…그래.”
별말조차 하지 않고 제인이 지난번 먹었던 쿠키를 건넸던 백휘만 있으면 좀 덜 불행한 것 같았다. 제인은 그때부터 백휘의 옆자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잘해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 있는 사이. 그 정도가 좋았다.
유학을 간다는 백휘의 소식에 막무가내로 따라갔을 때부터였을까. 그런 사이조차 되지 못한 건.
“백휘야, 저기….”
“부르지 마.”
“…….”
“좀, 내버려 둬 제발.”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백휘가 집안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식이 수술을 해도, 정치인의 손자가 군대를 안 가면 물어뜯기니 어떻게든 군대는 가야 한다고 말하는 집구석이었으니까. 숨 쉬고 싶어 도망가려는 백휘를 알았지만.
“이럴 거면 끝내, 다 끝내!”
“그래. 서류 내.”
한층 숨 막히는 집안은 제인도 마찬가지였다. 백휘가 모든 걸 버리고 멀리 가버리는 게 숨 쉴 곳을 향한 도피라면, 제인은 그런 백휘가 도피처였다.
싫어할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은 몰랐다.
부모님들이 몇 달에 한 번 미국으로 잘 있는지 올 때면, 그때야 앞에서는 무던한 사이인 척을 했었다. 일 년간은 말 한마디 먼저 걸지 않았다.
‘걔만큼 잘해달라고는 바라지도 않아.’
제인은 알 것 같았다. 백휘는 다시 한번 도망간 것이다. 지긋지긋한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안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겠지.
“하….”
제인은 끝도 없이 초라해지는 기분을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제인의 계정에 좋아요 알림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지만 윤슬의 별거 아닌 사진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 * *
[익명게시판] 지난번에 같은반 애랑 친해지고 싶다고 글 썼었는데.. 대화 봐줘 (댓글61)(사진)
(사진)
잘 꾸미는 같은 반 애랑 친해지고 싶다고 글 썼었는데 ㅠ 얘가 나 묘하게 피하는? 그런 느낌 들지.. 나도 나름 얘랑 얘기 틀려고 화장품도 물어보고 나도 학교 갈 때 좀 꾸몄거든. 근데 얘 친구 중에 노는? 애가 있는데 괜히 은근슬쩍 좀 꼽 주는 느낌이라 학교에서 말 걸기는 좀 그래…ㅠㅠㅠㅠㅠ…. 잘 꾸미는 애들아 혹시 너네는 안 예쁜 편이면 같이 다니기 싫어?
-저 정도면 귀찮아 보이는 거 맞는데?
-너 혼자 친해지고 싶어 하는 거 여기까지 티 남ㅋㅋㅋㅋ
˪2222…애잔ㅠ
˪ㄱㅆ) 같은 무리 아니어도 되는데? 그리고 노는 애는 매일 다른 반가서 노느라 쟤네 교실에 있을 땐 어차피 홀수야
-나 좀 예쁜? 편이고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우리 반 들어오면 예쁜 애라고 부르시는데ㅋㅋ 난 솔직히 안 꾸미는 애들이랑 같이 다니기 싫음~ 꽃다발 효과라는 것도 있는 건데 굳이…ㅜ 너랑 다닐 필요가?
˪엥? 진짜 예쁜 애들은 누구랑 같이 다니건 혼자 꽃다발 효과 내던데.. 그럼 넌 걍 안 이쁜 편인듯ㅋㅋㅋ
˪? 나 우리 반에서 예쁜 애라고 하면 다 나인 거 아는데ㅋㅋ; 고백도 밥 먹듯이 받아봤고
˪혹시 밥을 좀 안 먹는 편이야?ㅋㅋㅋㅋ
˪와 개잘팬다ㅋㅋㅋㅋㅋ
-친해지고 싶다는 친구는 얼마나 예쁜 편인데?
˪ㄱㅆ) 유스타스타임..
˪헐 계정명 뭐야? 알려주라 ㅠ 궁금해
˪나도ㅋㅋ 빛삭해줘
조은주는 평소처럼 윤슬의 SNS에 들어갔다가, 새로운 게시글이 없자 윤슬의 친구들 계정에 하나씩 들어 가봤다.
이미 윤슬의 친한 친구들은 전부 은주의 머릿속에 있었다.
‘오늘은 안 올리나.’
알람 설정을 해두고 울리자마자 윤슬의 계정에 들어가고는 했다. 윤슬이 협찬받은 틴트, 윤슬의 검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 그리고 가방에 달고 다니는 열쇠고리 인형까지. 모든 것을 따라 샀다. SNS를 통해 은주가 못 알아내는 것은 없었다.
단 하나, 그날 도서관에서 같이 앉아 있던 블랙 라이더 재킷을 입은 남자 빼고는. 윤슬과 SNS 친구를 하기 위해 계정을 만든 재언은 모든 게 기본 프로필이었으니까.
팔로워 197명. 팔로잉 1명. 프로필 사진은 없는 [권재언]의 계정을 조은주는 스쳐 넘기며 지나갔다.
* * *
[youstagram]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가게 ㅎㅎ얼마전 먹었던 케이크 중 제일 맛있었던 딸기♡₍₍ ◝(・ω・)◟ ⁾⁾♡ 아직도 침 흘리는 중~
매일 먹고 싶어.. 아쉬워 죽어…
@yeon_vly
장소- 청담 : 베리 클라우드에서
좋아요 1788
댓글 37
-언니 볼때마다 부러워요ㅠㅠ 금수저..
-윤슬님 청담동 사시는 건가요??
-dm 확인 부탁드립니다 🙂
-다음엔 복숭아도 먹쟈♡(。☌ᴗ☌。)
-한 달 용돈 물어봐도 되나용…ㅠㅠ 같은 나이인데..
이틀 전부터 조은주의 톡이 잠잠해 다시 SNS를 업로드했다. 협찬받은 것들도 올려야 하니 일상 사진 몇 개와 협찬 사진을 번갈아 가며 올렸다.
‘이제 업로드 하자마자 연락은 안 오네?’
다행히 카톡 알림이 잠잠했다. 평소 같았으면 유스타 업로드를 하자마자 카톡이 와 있었다. 마음 놓고 댓글에 답을 달던 그때였다.
지잉-
[뭐야 윤슬잉ㅠㅠ 왜 유스타는 하는데 답장은 안해..ㅎ] [쫌 서운할라 그런다ㅜ;]“아… 오늘도….”
역시 똑같구나. 이제는 신경 써서 피할 기운도 없다. 시험은 이제 열흘 정도 남았고, 내 피곤함 수치도 극에 달해 있었다.
모든 알람을 다 꺼버렸다. 상태창도, 호감도 창도. 그냥 다 쉬고 싶다.
* * *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면서 등교했다. 직장인이라면 모닝 아메리카노 없이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한 손엔 커피, 한 손에는 요약집을 들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암기를 했다.
중요 과목뿐 아니라 교과 과목까지 거의 십 년 만에 펼쳐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이 싹, 말끔하게, 아주 하얗게….
[흔적 없이 지워줘요!: 때가 쏙 세제]어후, 불길하게 뭐야. 눈앞에서 부웅 소리와 함께 광고판을 두른 버스가 지나갔다.
아무튼 비어버린 머리를 풀가동 하느라 그동안 숨 쉬듯이 아이템을 사용했다. 사진 촬영과 보정, 업로드를 성실하게 반복하기 아이템용 포인트 역시 성실하게 쌓였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다.
당연히 오늘도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띠링-
「Error…Error…Error…
▶▶▶Loading…
Error…Error…Error…」
「[박수 짝짝짝 집중] 아이템과 [뽀뽀 쪽 박키스] 아이템의 ( 7 )일 권장 사용량을 넘었기 때문에 ( 3 )일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패고 싶은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안 돼!!’
금쪽아, 금쪽이는 왜 내 박키스 복용을 막는 거야?
현실을 부정해보고자 아이템 숍에 들어가서 아이템을 다시 클릭해봤다.
「▼상세 설명▼
뽀뽀 쪽 박키스 (사용 시간 10시간)
: 박키스를 먹은 것처럼 체력이 빠르게 오르는 포션. 부족한 Hp를 채워준다. 최대 100까지 올릴 수 있으며 함께하는 다른 아이템에 따라 총 HP는 달라진다.」
「현재 사용하실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Error…」
「▼상세 설명▼
박수 짝짝짝 집중 (사용 시간 5시간)
: 집중력을 고도로 높여주는 포션. 평소보다 암기력이 좋아지며 두뇌 회전율이 올라간다. 암기력은 +10~25% (확률 랜덤)으로 늘어난다.」
「현재 사용하실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Error…」
…지금 이 너덜거리는 몸으로 어떻게 또 오늘 하루 종일 집중을 하지.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지는 체력으로 비틀거리며 세상이 주는 포션을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샷이 들어간 아메리카노를 마시다 보니 아이템 생각이 간절해진다. 전날에도 밤새듯 공부했더니 당이 떨어진 게 느껴진다. 아, 케이크 먹고 싶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도 비실대며 앉아 있었다. 잠이 부족한데다가 집중 포션까지 없으니 깨어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윤슬아, 밥 먹으러 가자!”
“난 안 먹을래….”
“왜? 오늘 맛있는 거 나와.”
“피곤해… 잘래….”
밥맛이 없다. 굶어야지.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알림이 들렸다. 모르겠다.
* * *
서기고의 담장은 유난히 높기로 유명했다.
이른바 만리장성.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담과 다를 것 없었던 서기고의 담벼락은 두 가지 사건으로 인해 보수공사를 하게 된다.
석식이 별로라며 강제 야자를 도망갔던 육상부 에이스 둘의 사건 하나.
“야 오늘 야자 석식 개별로던데.”
“짜장면 콜?”
“정문 후문 둘 다 어떻게 뚫게.”
“쫄리냐?”
“…뭐?”
“야!! 어제 3학년 둘이서 담 넘다 다리 부러졌대!!”
[공사 중: 담을 보수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정문을 이용해 주십시오]“왜 가방 떨어지는 소리가 안 들리지?”
“나무에 걸렸나 보지.”
“후문에 나무가 어디 있어, X신아.”
“몰라. 그냥 넘어 일단!”
퍽-!
후문 근처를 지나가던 학생주임 선생의 머리 위에 가방을 두 번이나 던져 가벼운 뇌진탕으로 쓰러트린 3학년들이 그 위로 몸까지 던졌던 사건 하나.
“어제 강중엽 선생님 갈비뼈가 두 대 나가셨다…”
서기고의 천사표 선생님으로 유명했던 강중엽 선생. 스승의 날이면 카네이션으로 화환을 만든다는 농담이 있던, 학생의 참된 마음을 알아주던 강중엽은 서기고의 스윙맨이 되어 버렸다.
“마! 공부 안 하나!!!”
다정했던 회색의 그러데이션 카라 티셔츠 위 해병대 붉은 조끼가 더해졌다.
무섭게 생겼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강중엽 선생님은 학생들로부터 ‘관상은 과학이다.’를 외치게 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그의 오른쪽 눈가에 있는 긴 흉터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조아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니 가방 맞았다고 뇌진탕에 어떻게 걸려?”
“3학년 가방이잖아….”
대한민국 고3 무게의 위력은 대단했다.
[공사 중: 담을 보수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정문을 이용해 주십시오]그렇게 서기고가 두 번째 담을 보수했을 때부터 더 이상의 사건 사고는 생기지 않았다.
마음먹고 넘기엔….
[공사 완료: 후문 담 공사가 끝났습니다]서기고의 담은 만리장성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재언이 오늘 세 번째 역사를 쓰게 됐다.
“야 저거 권재언 아니야?”
“뭐야…?”
잠깐 심호흡을 하던 재언은 뒤로 크게 물러난 후, 전속력으로 달려.
“어억! 미쳤다.”
“재언이 형!!!”
담을 넘었다. 두 번째 벽 보수공사 완공 때 박수를 쳤던 강중엽 선생님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며 야구 배트를 떨궜다.
사실 재언도 담을 넘을 생각까지는 전혀 없었다. 와이셔츠의 단추는 늘 풀려 있고, 수업 시간에도 멍하고,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재언은 나름 착실한 학생이었으니까.
[몰라 그냥 다 때려 치고 카페나 가고 싶어..ㅠㅠ]입력: 유스타 올렸던 거?
[어 베리 클라우드 진짜 맛있어 나 그 집 딸래미 하려고.] [장래 희망ㅋㅋㅋㅋ]‘케이크는… 둘이 있으면 두 가지 맛을 다 먹을 수 있으니까.’
홀 케이크도 혼자 다 퍼먹는 재언은 윤슬과 시험이 같은 날 끝나니 마지막 날 놀자고 할 계획을 세웠다. 온통 분홍색인 가게에 혼자 들어가기도 조금 부끄러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재언은 시작도 하지 않은 시험이 얼른 끝나기를 바랐다.
‘가게가… 어디에 있는 거지?’
그렇게 몇 시간 전 재언은 윤슬이 갔던 카페의 계정을 검색했고, 청천벽력 같은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카페 베리 클라우드는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아쉬운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세 번째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재언은 당황했지만 평소와 같은 느긋한 눈으로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릴수록 더 절망적인 글자들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베리 클라우드의 모든 메뉴는 재료가 소진되는 대로 종료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던 스노우크림 딸기 케이크는 오늘이 한정 판매가 될 것 같아요~. (손 모으는 이모티콘) 벨지에 쇼콜라, 뉴욕 치즈는 마지막 날까지 있을 예정이오니 마음 편하게 발걸음 해주세요. (발그레 웃는 이모티콘)]‘스노우 크림 딸기 케이크는 오늘이 한정 판매가 됩니다’라는 글자가 재언의 뒤통수를 때렸다.
‘오늘이, 마지막…? 아니 갑자기 왜….’
마음 편하게 발걸음해 달라는 카페 사장의 말과는 달리 마음이 급하게 불편해진 재언이었다.
재언은 바로 카페가 자신의 학교와 얼마큼의 거리인지 지도로 계산했다. 학교가 끝나고 가장 빨리 도착해 봤자 네 시 반.
심지어 그때 윤슬의 답장이 왔었다.
지잉-
[오늘 밥맛없어서 굶으려고 ㅠㅠ 걍 졸려서 자게] [ㅃ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