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8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81화(281/405)
―하지만…. 대체 어떻게 나가야 하는 거지? 집사도, 전담 메이드도 없이?
호기롭게 말한 것과 달리 윤슬은 멈칫했다. 귀족 아가씨답게 혼자 외출해 본 경험이 없는 듯한 윤슬은 금새 시무룩해졌다.
―이럴 때 나의 친구, 나여느 데 로즈르파르세타 영애가 있었더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진 윤슬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펑-!
그때였다. 펑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나타났다.
―후후! 나를 불렀나? 그렇다면 당연~히 도와주러 와야지! 자자 소원을 말해보라구! 뭐든 좋아!
미총장 시뮬레이션과 똑같이 어설픈 효과와 함께 단소를 들고 나타난 건.
-???ㅋㅋㅋㅋㅋㅋ
-섭외력 ㅁㅊ 모모 여기서나왘ㅋㅋㅋㅋ
-단소 뭐임ㅋㅋㅋㅋ 우기면 다 요정이다 이거냐
백만 인튜버. 모모였다.
* * *
“꺄!!! 드디어 등장!!!”
모모는 드디어 등장한 자신의 모습에 소리를 질렀다. 지난번 윤슬의 연락을 받고 미총장 시뮬레이션 영상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한 덕에 조회수와 구독자를 안정적으로 땡길 수 있었다.
‘이번에도 서윤슬 버스 타보자고~!’
30초짜리로 세로 영상을 올리라는 윤슬의 조언을 그대로 실행한 뒤 정체되었던 구독자 그래프는 쭉쭉 위로 늘어났다. 이번에도 윤슬의 제안에 냉큼 출연하겠다 답한 모모는 실시간 반응에 마음에 설레었다.
“이것도 내 클립으로 업로드해야지~! 미총장 시뮬레이션이랑 같이 알고리즘 뜨겠다!”
자그마하게 나오는 요정 모모의 위로 새롭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자막: 요정이 나타났다! 무슨 소원을 빌지?
[▶한국대에 가는 길을 물어보기▶한국대에 가는 길을 여쭤보기
▶한국대에 go 하는 route를 question하기]
―…….
―자자! 빨리 소원을 빌어봐! 후후후!!!
양심 없게 딱 하나의 선택지를 주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모모였다. 윤슬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한국대에 어떻게 가?
―그건 쉬워!
모모는 손에 들고 있는 단소를 휘둘렀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미래형 인재로 내신을 관리하면 돼!
―…….
윤슬이 싸늘해졌다. 잠시간의 정적이 감돌았다. 시선을 피한 모모는 냅다 단소를 다시 휘둘렀다.
―아하하하하. 일단 한국대에 가기 전에 지금의 너에게 어울리는 차림으로 바꿔줄게!
윤슬은 하얀색 레이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앞머리도 새하얀 헤어밴드로 단정히 넘긴 상태였다.
―펑-!
모모가 단소를 휘두르자 윤슬이 가려졌다. 대충 ‘뭉게뭉게’라고 써 있는 글자 몇 개로 연기를 대체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윤슬은 거지꼴이었다.
* * *
영상 속 윤슬은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창밖 너머가 화면에 나오며 윤슬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이게 이 세계의 마차…. 금장식도 루비 장식도, 하다못해 흔하디흔한 다이아몬드 하나 박혀 있지 않지만 꽤나 안락하구나….
윤슬의 옆에 떠 있는 맵은 위의 화살표가 깜박거렸다. 게임 속에서 이리로 가라고 표시해 주는 것과 같은 효과와 같았다. 윤슬은 화살표를 따라 지하철로 향했다.
-진짜 거지꼴을 해가지고 저런 말 하니까 어이없닼ㅋㅋㅋㅋ
-우리 대장한테 거지꼴이라니 대한민국 대학생 무시함?
-솔직히 시험기간에 과방가면 너도나도 저러고 있잔아~~~!!!
새하얀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있던 윤슬은 사라졌다. 대신 앞머리는 대충 실핀으로 넘기고 위아래 트레이닝복 세트를 입고 있는 윤슬이었다. 그 와중에 맨투맨의 목은 늘어나 있었다.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발빠짐 주의. 발빠짐 주의.
―슈크림 도어에…. 발 빠진 쥐라니. 여기에도 쥐가 있구나…. 완전히 다른 세상인 줄 알았는데, 후후.
정신이 나가버린 윤슬은 중얼거리며 어찌저찌 한국대에 도착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로 한국대를 바라보던 윤슬은 드디어 맵에 체크 표시가 되어있는 걸 확인하고 기뻐했다.
―드디어 한국대 입구야!
맵에 그려진 한국대가 반짝거렸다.
자막: [✧Map♤ 한국대✧]
그러더니 갑자기 줌이 되었다. 분명 한국대 입구역에서 내렸는데 도달해야 하는 거리는 한국대 저멀리역이었다.
―…뭐지? 이상…하다?
윤슬은 걸었다.
―이상하다…?
걷고 또 걸었다. 그런 윤슬이 나오는 화면에는 큰 내레이션이 쩌렁쩌렁 울렸다.
―[♬한국대는 삼대 바보가 있지!
학교 걸어 다니는 놈!!!▼]
에코가 가득한 그 목소리는 끝음까지 아련하게 울려 퍼졌다.
-아 이거 그거잖앜ㅋㅋㅋ미총장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고림대 총장님 끝까지 알뜰하게 써먹네
윤슬은 힘겹게 강의를 듣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윤슬을 알아본 동기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야 왜 이제 와!
그중 한 동기는 윤슬의 등짝을 때렸다. 당황한 윤슬 영애님은 우아하게 소리쳤다.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밥 먹으러 가자!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당황한 윤슬은 안중에도 없었다. 동기들은 윤슬을 가운데에 몰아넣고 우르르 밥을 먹으러 갔다.
* * *
―얘 왜 젓가락질 이렇게 하냐?
―오늘 컨셉이 뭐길래…. 지독하다….
윤슬은 동기들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끼손가락을 꼿꼿하게 핀 상태에서 제육을 집었다. 맵에는 새 장소가 오픈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자막: [✧Map♤ 학관✧]
그리고 자막 너머로는 아련하게 턱을 괸 상태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초점이 고정되었다.
-아 저겈ㅋㅋㅋㅋㅋㅠㅠㅠㅠ
-한국대 총장님도 알뜰하게 써먹넼ㅋㅋㅋㅋㅋㅋ
-금방이라도 왜 이렇게 칭얼거리냐고 할것같다;;
미총장 시뮬레이션의 이스터에그가 계속해서 나왔다. 이미 미총장 영상을 본 사람들에게는 유쾌한 포인트로, 아직 미총장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궁금증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노린 윤슬의 전략이었다.
―뭐야? 밥 먹다 말고 어딜 봐?
―어디에서…. 만난 것 같은… 남자가….
―학교 사람들이니까 오며 가며 만났겠지. 얼른 밥이나 먹어. 너 오늘 풀강이잖아.
동기들의 말에 윤슬은 도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지꼴을 해서 영애처럼 구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점점 몰입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수: 132,112명
―풀…강? 풀과 강? 이라는 뜻인가?
동기들은 자기들끼리 시선을 교환하다 모두가 착잡해했다.
―시험기간이라 애가 미쳤네….
* * *
“아아악!!!”
진짜 미치고 싶은 건 바로 루비였다. 되는 일이 없었다. 그간 환승 시그널을 하제인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몰랐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 둔 계획들에 모두 야금야금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익명게시판/ 근데 ㅎㅈㅇ 언제부터 나오냐 주어 ㅎㅅㅅㄱㄴ]아직까지는 좀 노잼ㅋㅋㅋ
-?ㅎㅈㅇ이 왜나옴
˪ㅋㅋㅋㅋ 아 또 ㅎㅈㅇ팬들 시동거네 지나가세요 그냥~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말 심하다;
˪아 ㄹㅇ? ㅎㅈㅇ팬들 자꾸 물흐리기 해서ㅠ 새벽에 인증으로 ㅎㅅㅅㄱㄴ 관계자인데 메기 ㅎㅈㅇ이라고 했었음
모두가 몰입하고 있는 그 순간에 나타날 주인공. 그게 바로 제인이어야 했다.
근데 누군가가 마음대로 해버린 스포 때문에 벌써부터 김이 식었다. 사람들은 환승 시그널에 몰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환승 시그널이 첫 방영되던 날, 인생필름 총장네컷으로 대중들의 관심사가 쏠려버렸다. 그래. 서윤슬이 문제였다.
“저, 루비님….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
“분위기를 돌리려고 해도, 그. 안 되는데요.”
그 스포일러가 거짓말이라고 몰아가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익명게시판/ ㅎㅈㅇ 나오는거 찐인가보다ㅋㅋㅋ 관계자들 글쓰는 중인 듯]강한 부정은 오히려 긍정이라는 이미지만을 갖고 올 뿐이었다.
제인은 금수저에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어야 했다. 모두가 부러워해야만 하는 사람. 거기에 능력까지 있고 학벌조차 빠지지 않는 완벽한 인간이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개웃겨진짜ㅠㅠㅠㅠ 동기들 부럽다 영애님 연기도 직관하곸ㅋㅋㅋ
-귀여워…귀여ㅣ워…귀여워…
-서윤슬 좋은 말 할 때 나랑 사귀자 더 이상 안되겟다 언제까지 좋아요구독알림설정만으로 만족해야하니
루비는 직감했다. 이대로라면 하제인의 키워드 하나하나를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 모두가 부러워해야만 하는 사람, 거기에 능력까지 있고 학벌조차 빠지지 않는 완벽한 인간.
“그게 서윤슬이 되어가고 있잖아….”
이대로라면 하제인은 그저 예쁜 금수저. 거기에서 끝이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끝도 없는 비교의 굴레에 갇히게 되고 만다. 세상은 넓고 부유한 사람은 가득하니까. 국내 재벌들과 비교를 당하면 하제인은 ‘별거 없는 인플루언서’로 이미지가 고정되고 만다.
“안 돼. 안 돼…. 안 돼!”
루비는 책상을 내리쳤다.
쾅! 쾅! 쾅-!!!
루비가 그간 모아왔던 자료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루비는 틀어 둔 스트리밍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화면 속 윤슬은 웃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을 다 망쳐 놓은 주제에 뻔뻔하게.
▶시청자 수: 158,008명
시청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채팅창은 읽기도 힘들 정도로 빨라졌다. 루비는 문득 저 시청자들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지 떠올렸다. 가뜩이나 제인의 광고 맞은편에 서윤슬의 광고가 걸린 게 계속해서 못마땅하던 참이었다.
“물량으로 밀어버리며언….”
환승 시그널은 대형 OTT 서비스에서 제작한 만큼 스폰서가 많이 붙었다. 삼성역에 나오는 서윤슬의 시카 패드 광고는 곧 제인이 나오는 환승 시그널의 장면으로 바뀔 예정이었다.
“…어라.”
그때였다. 보이면 안 될 것이 루비의 눈에 보였다.
―커피 못 마셔서 피곤하다고? 야 일단 마셔.
―이건…. 무엇…?
―얘, 진짜 오늘 상태 왜 이러냐. 니가 맨날 달고 살던 커피잖아. 백록화.
한국우유의 세컨 브랜드. 백록화 1327의 새 제품이 윤슬의 영상에 PPL로 등장했다. 대기업이 붙은 건 제인 하나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