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8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83화(283/405)
현수정은 그간 윤슬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었고, 보았고, 외웠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서윤슬은 서윤슬이다!
처음엔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인플루언서라 생각했다. 라모레가 뒤에 있었으니까. 어쩌면 라모레의 정다희와 연이 있어 지금의 윤슬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근데….”
전혀 아니었다.
“뀨.”
맞다는 듯 현수정의 머리 위에 있던 제비가 부리로 콕 하고 머리를 한 번 쪼았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에 그간 수집한 윤슬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서윤슬 씨요? 흠,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두뇌 회전 자체가 다른 사람?”
유신사의 마케팅 담당, 마린은 윤슬을 그렇게 말했다. 현수정 PD가 윤슬에게 받았던 무편집본 영상들 안에서도 본 바로는 현수정 역시 공감했다. 특히나 대중들이 좋아할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언니. 여기서 이 대사는 바꾸면 어떨까요? 유신사에서 제일 잘나가는 게 이 볼캡이니까. 남자친구 군대 가기 전 선물로 말하면 좀 더 공감대가….”
심지어 즉석에서 타인의 캐릭터를 잡아주기까지. 대학일기의 후속작들은 전부 윤슬이 뼈대를 잡아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중심이 잡혀 있지 않은 채널은 윤슬이 다녀간 후로 출연자 개개인의 캐릭터가 잡혔다.
“뀨.”
그것만이 아니라는 듯 제비가 현수정의 머리를 다시 한번 쪼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죠! 누구나 이름 대면 아~ 하고 막 떠오르게 하는 사람! 뭐라고 해야 하지? 아. 스타성!”
백만 인튜버 모모는 윤슬을 그렇게 말했다. 현수정 PD는 이 말에도 공감했다. 오히려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윤슬이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알렸던 순간부터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일들이 크고 작게 많았다. 현수정 역시도 그 많은 인플루언서들 중 윤슬을 한국대 합격 영상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뀨!”
더 생각해내라는 듯 제비는 또 콕콕 머리를 쪼았다.
“의리가 있죠! 의리가! 저희엘더아머초창기부터 인생필름이궤도에오르고난뒤까지 마음가짐과태도를바꾸지않고꾸준히….”
엘더아머의 담당자는 윤슬을 그렇게 말했다. 확실한 건 지금까지 엮여 있는 사람들만 봐도 윤슬에 대한 나쁜 평가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설과도 같은 미담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현수정은 백록화 커피를 마시면서 뻔뻔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 화면 속 윤슬을 바라봤다.
“확실히….”
일머리 있고, 두뇌 회전 빠르고, 센스가 있었다. 듣기로는 지난번 백록화 PPL도 그렇고, 이번 백록화 PPL도 그렇고 모두가 서윤슬이 기획한 연출이었다. MZ는 확실히 달랐다.
“어쩌면, 방송판에서 일을 했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적어도 세 작품 안에 100% 대박을 쳤을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윤슬은 존재 자체로 반짝거리는 인간이었다.
문득 현수정의 머릿속에 무편집본의 윤슬이 지나갔다.
“슬아! 컷 다 땄어. 그거 이제 내려놔.”
“아. 이것까지만 하고요. 거품 덜 닦여서.”
수상할 정도로 설거지하는 손끝이 야무지던 윤슬이.
“얘를 데리고….”
사회생활 잘하고, 빠릿빠릿하고, 넉살 좋은 윤슬. 그건 그야말로 요즘 들어 말하는 MZ와는 달리 최상의 조건이었다.
“장사를 해 보면 어떨까?”
“뀨!!!”
나이와 센스, 공감대는 MZ지만 태도와 마음가짐은 아니라면.
“됐다…. 됐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었다. 기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제비를 머리 위에 둔 현수정은 지금 떠오른 아이디어를 옮겨 적기 시작했다.
* * *
“윤슬니임~!!!”
나는 감동해서 달려오는 백록화 1327 직원에게 인사했다. 지난번 인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은 반응이 빠르게 왔다.
[Intube] [눈을 떠보니 시험기간 대학생이 되었다?! 프랑스 귀족의 아카데미 입학기] 27:21조회수 453,221회
인생필름 총장네컷의 인기가 여전히 뜨거운 상태에서 업로드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알고리즘을 타고 온 사람들이 유입되었고, 반대로 내 영상에 넣은 이스터에그를 보러 고연티비로 간 사람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윈윈 전략이었다.
“저희 이번에 윤슬님 덕에 성과급 나온대요!”
“아 진짜요? 우와~. 많이 주면 좋겠네요.”
눈이 감격에 젖어 있더라니. 그것 때문이었나.
‘하긴 직장인에게 감동 주기로는 현금만 한 게 없지….’
인정한다. 한국우유 역시 좋은 기업이구나.
나는 직원의 안내대로 촬영장에서 의상을 갈아입었다.
“근데 지인짜! 윤슬님 안목은 타고난 것 같아요. 저희 백록화를 골라주신 것도 있지만. 사실 저….”
내게 가까이 다가온 직원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시카 패드 윤슬님 광고하시길래 샀거든요. 아니 근데 너무 좋은 거야. 이게 말도 안 되게 피부가 막- 결이 정돈되는데. 진짜 앞으로 윤슬님이 광고하는 거면 다 믿고 사야겠다 그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오늘도 시카 패드 쓰고 오신 거죠?”
내 반짝이는 피부 표현을 보면서 백록화 직원은 감탄했다.
당연하지. 시카 패드도 쓰고 물결 쌤이 메이크업도 해 줬다. 오늘 영상도 브이로그로 뽑아내야 하거든.
“네. 오늘 좀. 괜찮나요?”
“괜찮은 게 아니고 너-무 예뻐요!!!”
박수까지 쳐 가며 칭찬해주는 백록화 직원 덕분에 뿌듯해진다. 물결 쌤. 저 오늘 메이크업 세 시간 한 보람이 있네요.
오늘은 백록화 1327의 광고 촬영 날이다. 한국우유처럼 영상 광고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직이고. SNS에 팝업으로 띄울 만한 사진을 찍는 날이다. 사이트에 나오는 제품 소개 같은 거지.
‘그리고 이 사진은 또 하제인의 광고가 걸려 있는 곳마다 맞은편에 걸린다.’
인튜브와 SNS에서는 백록화를 인지시킬 만한 스토리로, 오프라인에서는 백록화가 원하는 브랜딩인 자연스러운 고급스러움으로 가거든. 하제인의 광고가 걸려 있는 강남역 일대와 홍대, 이태원 같은 핫플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거지.
“윤슬님은 이런 모카 베이지 톤도 잘 어울리시네요! 다행이다. 이따 인튜브 영상 찍을 때 너무 이쁘게 잘 나오겠어요!”
“안녕하세요-!”
저 멀리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카메라 감독이 왔다. 지난번 한국우유 요구르트 CF를 찍을 때 담당했던 분이었다.
“윤슬 씨 너무 반갑잖아~!!! 아니, 윤슬 영애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앞으로 그런 재밌는 거 있으면 나도 좀 껴줘요!”
현수정 PD를 소개해 준 분이기도 했다.
이번 광고 사진 촬영도 이 사람이 하기로 했군. 어쩐지 오늘 촬영은 좀 힘들 것 같은 느낌인데….
* * *
윤슬의 예상은 적중했다. 카메라 감독은 사진 한 번 찍을 때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굿!!! 이거지 이거. 캬-!!!! 캬라멜 마끼야또의 요정이 따로 없네!!!”
“그만…. 하세요….”
“아니 근데 감탄이 나오는데 어떻게 해. 안 그래요?”
“맞아요. 제가 봐도 그래요.”
극성윤슬맘이 되어버린 백록화 직원들은 옆에서 동조했다. 윤슬은 영혼을 뺀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
“조금 이따 인튜브 촬영 들어갑시다! 우리 모델님 여기서 커피 한잔하면서 쉬시고. 립 고친 다음에 갈게요!”
백록화의 모델이 된 윤슬은 한국우유 공식 계정에 1분짜리 영상이 업로드될 예정이었다. 간단한 인터뷰였기에 준비할 건 따로 없었다. 백록화에서 준비해 준 커피를 마시던 윤슬은 유스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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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다.’
흡족하게 미소를 지은 윤슬은 제인의 계정에도 들어갔다.
‘이제 나랑 10만 정도 차이가….’
하지만 윤슬의 예상과는 달리 둘의 팔로워는 1만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당황한 윤슬은 다시 숫자를 세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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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 돼?’
제인이 유스타에 업로드를 하지 않은 지 시간이 꽤나 지났다. 아무리 환승 시그널의 메기로 출연한다는 스포가 돌고 있어도 말이 되지 않는 팔로워 상승 추이였다.
* * *
‘전략에는 전략으로.’
루비는 한국대 키워드를 제인에게서 제외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건 뒤따라올 것이었으므로. 대신 더 급한 일에 집중해야 했다.
“백만 팔로워. 이쪽에서 먼저 가져가야 해.”
붙일 키워드를 서윤슬이 빼앗아 간다면 이쪽은 또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야 했다. 백만 팔로워. 그게 루비가 잡기로 한 제인의 타이틀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전략이야.”
마침 지난번 한강뷰 자취 집 소개가 외국에서 알고리즘을 탔다.
-jane unnie (우는 이모티콘)
-jane has actually been life changing for me…♥
외국인들의 댓글에 한글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jane_ag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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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를 사들이기에 의심받지 않을 최상의 조건이었다.
“이대로 차근차근-. 조금씩만 하면…. 아무도 몰라.”
루비는 씨익 웃었다. 한 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의심받겠지만 천천히 팔로워 수가 늘어난다면 그 누구도 모를 것이었다. 환승 시그널에 제인이 출연하고 나면 지금 산 팔로워들은 곧 진짜 팔로워들로 채워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