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8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84화(284/405)
나는 하제인의 팔로우 목록을 훑었다. 계정마다 걸린 프로필 사진은 이상하게도 외국인들이 많았다.
“왜 이렇게… 외국인이 많지?”
순간적으로 한 의문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하제인이 팔로워를 샀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 하제인이 팔로워를 산다고? 말도 안 되지. 그리고 원래 하제인은 외국 팬이 많다.
-jane unnie (반짝거리는 하트 이모티콘) shine bright like a diamond!!!
-OMG the rich vibes…
봐. 인튜브에서 가장 뷰 수가 높은 한강뷰 자취방 영상은 한국어 댓글을 찾기가 힘들다고.
‘혹시 외국에서 하제인이 RT를 탈 일이 있었나?’
한강뷰 자취 영상도 그렇고 트릿터 같은 곳에서 RT를 탔다면 이 정도 팔로워 상승 추이는 어색하지 않다. 나중에 제대로 각 잡고 찾아봐야겠어.
‘외국인 팔로워 물량으로 밀고 들어오면…. 좀 위험할 수도.’
그때였다.
띠링-!
시스템 알림음이 들렸다.
“아!!! 요새 좀 안 나온다 했다!!!”
철컥-! 철컥-! 철컥-!
제발제발제발. 쉬운 거 나와라.
슬롯머신이 돌아가다 멈추는 소리가 끝났다.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인튜브] [실시간 인기 동영상] [세 개]」
“…오.”
「▶System
【미션: 메인】
▶당신의 스타성을 더욱 빛내보세요✧ 이제는 대중들의 알고리즘까지 완벽히 지배해봅시다!
[인튜브]에서 [실시간 인기 동영상]을 [세 개] 업로드해 보세요!보상
○유명세 상승
○포인트 획득 (+10,000)
수락하시겠습니까?
[ Yes ] [ No ]」※ D-day 30」
나는 상태창이 준 미션을 확인하다 피식 웃었다.
“뭐야. 포인트를 일만이나 줘??? 이번엔 도와주네?”
이번 미션은 어차피 내가 할 일들이었다.
나는 하제인의 등장까지 디데이를 셌다. 이제 3주가 남았다.
“포인트 모아야 했는데 잘 됐다.”
미션을 빨리 해결하고 얻은 포인트로 아이템을 뿌리듯이 쓰면 아슬아슬하게 하제인 첫 출연 때를 맞출 수 있겠다.
「▼상세 설명▼
✧✿여기 있어요✿✧ (사용 시간 5시간)
: SNS에서 눈에 띌 수 있는 포션! +1~100 (확률 랜덤) 입니다.
당신의 계정이 무작위로 SNS 사용자들의 피드에 노출됩니다.」
3주 동안 유스타 백만 명. 어떻게든 하고 만다. 아주 조금… 정말 조금만 더 바빠질 뿐이지.
나는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슬 씨-! 이제 인터뷰 시작합시다!”
“네! 갑니다!”
그러고 보니까 인터뷰 잘하고 있으려나? 그래야 하는데.
* * *
하진은 오랜만에 인터뷰가 어색했다. 마치 신인 때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긴장되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인터뷰는 기계처럼 응답하게 되고는 한다. 하진의 생각이 아닌 회사가 준비해 준 말들을 외워서 하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약한 모습….’
하진은 원래 굳이 팬들이 걱정할까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은 아끼고, 행동을 했다. 그래서 얼마 전 윤슬의 연락에 적잖이 당황했다.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라고…. 왜 그러는 거예요. 윤슬 씨?”
“일단 그렇게 해줘요. 이왕이면 미련 가득한 모습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병문안을 갔을 때까지만 해도 윤슬은 핸드폰 없이 시름시름하며 다 죽어가길래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았다.
“말을 해줘야….”
“이유 묻지 말고! 꼭 해줘요! 꼭! 하진 인터뷰 버전 2 세상에 나오고 싶게 하지 않아요?”
하진 인터뷰 2.
그 말이 하진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하진의 연예계 인생은 그때 윤슬이 만들어 준 키키 게스트 인터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근데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때 그 하진의 인터뷰는 단단한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었기에 대중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윤슬이 정반대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유를 끝까지 말해주지 않은 윤슬 덕에 답답한 건 하진이었다.
‘물론 윤슬 씨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너무 믿어서 탈이었다. 약한 소리를 하는 인터뷰가 윤슬의 손을 거치면 한없이 가련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걱정 많이 할 텐데.’
일 년 사이 하진의 그룹은 그야말로 개판이 되었다. 코어로는 1, 2등을 다투던 박치즈와 김커피의 범죄와 열애 사실이 밝혀지고, 남은 멤버들 역시 사회면에서 더러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사히 살아남은 멤버는 청현과 하진 단둘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팬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럴수록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하진이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윤슬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다.
“팬들이 좋아할 거라니까! 사람이 좀 기대고 그런 맛도 있어야지. 그리고 컴백도 똑바로 안 하는 데다가 해외만 돌아서 떡밥도 없잖아요. 이럴 때 뿌려주고 그래야 된다니까요. 진짜 이유는 묻지 말고!”
틀린 말은 없었다. 마음이 따끔따끔해진 하진은 마음먹었다. 윤슬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팬들은 은근히…. 운동할 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좋아하는 건가.’
오늘은 하진의 엘더아머 의류 화보 촬영과 인터뷰가 있는 날이었다.
“하진씨오늘도펌핑이아주잘되어있으시네요 얼마전크로스핏장에서엘더아머를입으셨을때의 그완벽한핏보다더욱완벽해진모습이….”
하진 인터뷰 2의 시작이었다.
* * *
같은 시각, 유리 역시도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다.
“유리야. 나 한 번만 도와주라.”
“뭔데?! 돈 필요해?! 얼마?!”
“그런 거 아니거든. 야 그리고 아무한테나 돈 빌려주고 다니지 마라.”
며칠 전 윤슬이 전화를 걸어 심각한 목소리로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고 했다. 유리는 얘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나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빠르게도 식었다.
“아련하게 인터뷰 한 번만 해줘. 방영일자 빠른 걸로 골라서.”
“…그게 뭐야? 그게 부탁이라고?”
“어. 막 꿋꿋해 보이지만 속에는 아픔이 있는? 그런 느낌으로 부탁한다. 알지?”
이유를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재밌는 일은 확실해 보였다. 지난번 프랑스 귀족 브이로그를 보며 유리는 자신이 끼지 못했음을 진심으로 슬퍼했다.
‘이번엔 대체 뭐 하려고 그러나?’
어찌 됐든 윤슬이 주문한 대로 아련하게. ‘아련, 난 아련한 소녀다….’를 속으로 되뇐 유리는 감정 이입에 들어갔다. 마침 곧 방영될 드라마의 OST를 부른 유리였다. 이번 인터뷰는 그 OST 녹음 현장이었다.
‘감정 이입하기 딱 좋아!’
유리는 [내일이 와도 네가 내 곁에 없다는 게 playlist]에 썸네일 사진으로 자신이 들어가는 상상을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바닥에 누워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던 차재겸은 윤슬의 전화에 어이가 없었다.
“아니, 자기야. 왜 그런 걸 시키지? 나 정말로 이해가…. 안 가네…? 그리고 나 조금 이따가 약속 있어.”
지금은 분명 백록화 커피 광고 촬영 시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윤슬은 뜬금없이 전화를 해 업무 분담을 했다.
-선동과 날조, 그리고 헛소문 퍼뜨리기에 너만 한 적임자가 없어. 차재겸아. 약속은 깨. 너한테는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는 게 약속이잖아.
“응. 그런 따스한 시선 정말로 고마워, 자기야.”
차재겸에게 갑작스레 떠안겨진 업무는 인터뷰를 부분 부분 클립으로 따는 것이었다. 하진과 김유리의.
-야. 너 나 팔아서 돈 번 거 알고 있어. 죽기 전에 그냥 하자.
“아!!! 그걸 누가 일러바친 거야!!!”
-우리 과 마지막 양심 형범이가 말해주더라. 감히 나를 속여???
“형범이 그렇게 봤는데 진짜 그러네. 아 아무튼 그걸 갑자기 왜?”
재겸은 또 윤슬이 무슨 짓을 벌일지가 궁금했다. 차재겸은 나름대로 윤슬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늘 새삼스레 충격을 받고는 했다. 매번 새롭게 무언가를 들고 오는 윤슬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환승 시그널 알지?
“어 알지~. 자기 그거 봐?”
-환승 시그널에 하제인 나온다.
“뭐!!!”
차재겸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자기 그거 어떻게 알았어?! 누구한테 들었어?! 근데 그 인터뷰는 하제인이랑 뭔 상관이야?!”
-뭐 다른 건 비밀이고. 하제인 메기로 나오는 화에 맞춰서…. 내가 만든 환승 시그널 속마음 인터뷰 영상 뿌리려고.
차재겸은 얼마 전 봤던 환승 시그널 인튜브 클립을 떠올렸다.
Q. 그동안 X가 보고 싶지는 않았나요?
―안 보고 싶었다면 거짓말이죠. 몇 번이나 새벽에 프로필 사진 들여다보고 그랬어요.
Q. 아쉬움이 가장 짙게 남은 이유는?
―어…. 아무래도 둘 다 사정 때문에 마음을 서로 깊게 못 줘서. 그게….
순식간에 윤슬이 뭘 만들려는지 알아차린 재겸은 웃음을 터뜨렸다.
“와. 자기 머리도 좋다. 유명인을 더 유명인으로 덮겠다 이거지.”
-이해 빠르네. 어. 내일까지 부탁해. 끊는다.
“…내일? 자기야? 어떻게 말이 그렇게 되지? 여보세요? 자?기?야?”
뚝 끊겨버린 전화를 붙들고 재겸은 소리쳤다.
“너 잠깐 있겠다며…. 왜 이렇게 시끄러워….”
침대에서 누군가가 부스스 일어났다. 재겸이 누워 있는 곳은 재언의 집이었다. 그간 어떻게든 윤슬의 옆에 붙어 있었더니 자취방을 종종 드나드는 사이가 되었다.
‘내일까지 하는 법….’
자다 깬 재언은 눈을 비볐다. 반대로 차재겸은 눈을 빛냈다.
“아니 자기…. 슬이가 갑자기 하진 영상을 좀 구해달라네?”
“…뭐?”
“아무래도 오늘 광고 촬영 가서 하진 얘기?를 들었나 봐. 원래 좀 윤슬이가 하진?을 종종 얘기하고는 했었거든. 남자가 봐도 잘생겼잖아.”
“…….”
“하진이 멋진 모습을 보이는 인터뷰를 모아서 보고 싶다네? 뭐 어쩌겠어. 원래 힘들고 피곤할 때 하는 덕질만 한 게 없지.”
자신은 어떻게든 놀아야 했다. 학점이고 뭐고 내일도 모레도 약속이 가득 차 있었다. 김유리 인터뷰만 모으기도 빠듯한데 하진 영상까지 모아 보낼 수 없었다.
“내가 또 엄선해서 기대고 싶은 하진의 모습만을 모아야지. 어? 아주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남자. 가슴 한편에 늘 떠오르는 남자. 윤슬의 남자. 하진.”
“…잠깐. 너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약속이 있지만 자…. 슬이 부탁인데 해 줘야지. 촬영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또 갑자기 덕질이 땡기겠어.”
눈앞에 딱 좋은 호구를 두고 괜한 노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거. 내가 할게.”
재겸은 기쁨의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자신은 이제 팝콘만 준비하면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