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8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86화(286/405)
―어, 들어가라.
오늘도 윤슬은 시간보다 빠르게 퇴근해야 했다. 그래도 그나마 괜찮았다.
내레이션: 좀만 버티면….
윤슬의 핸드폰 안 달력에는 내일이 월급날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윤슬은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며 다음 알바 장소로 터벅터벅 걸었다.
―이번에 엄마가 나 토익 점수 못 따면 카드 끊는대….
다음날로 장면이 넘어갔다. 강의실에서 동기들은 또다시 윤슬이 공감하지 못할 고민들을 이야기했다. 지난번 애매한 은수저로 캐릭터가 잡힌 출연자였다.
―우리 아직 1학년인데?
―내년엔 엄마가 잠깐 해외 보내려나 봐. 난 진짜 여행만 가고 싶은데-
윤슬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동기 중 한 명이 그런 윤슬을 보고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근데 슬이도 영어 잘하는데!
―맞아. 슬이 넌 해외 나가볼 생각 없어? 영어 실력 아깝잖아.
순식간에 대화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윤슬은 머쓱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나 그 정도 아니야.
―아니긴 무슨! 야 잘됐다. 내년에 나랑 같이 어학연수 갈래? 나 혼자 가기 무서워~
은수저 친구는 윤슬을 붙잡고 징징거렸다. 다른 친구들도 어학연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학교에서 연계해서 보내주는 거 있지 않았어?
―어. 근데 그거 성적순으로 자르더라.
―그런 게…. 있어?
윤슬은 솔깃하다는 듯 작게 물었다. 아직도 윤슬의 옆에 기대 있는 은수저 친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거 가격만 봐도 좀. 믿음이 안 가지 않아? 너무 싸잖아~. 움막 같은 데서 재우는 거 아니냐고.
―야 아니야~. 자는 건 따로 학교에서 구해준다더라. 기숙사로. 거의 뭐 참가비만 내는 건데 그게 월세인 느낌?
―얼만데…?
핸드폰으로 연계 프로그램을 보여 준 동기가 말했다.
―학점순으로 자르긴 하는데 백칠십? 아. 이거 비행기표 같이 들어간 금액이래. 와. 대박.
―백칠십에 비행기? 그게 참가비라고? 이틀 여행하면 끝나겠다 야~. 그럼 비행기도 진짜 안 좋은거 탈 텐데. 으. 난 싫어.
―어차피 넌 못 갈걸. 학점순으로 자른다고~!
동기들의 투닥거리는 소리에도 윤슬의 시선은 핸드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학연수 연계 프로그램.
―백 칠십….
윤슬은 중얼거렸다.
그날 저녁 윤슬은 좁은 방 바닥에 누워 핸드폰을 바라봤다.
계좌 잔액: 1,732,783원
전 재산은 딱 어학연수를 갈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이었다. 어학연수 프로그램 신청 기간을 보던 윤슬은 뒤척거렸다.
―알바를 딱 하나만 더 늘리면…. 삼십 정도는 더 벌 수 있고, 그럼 급한 불은 끌 수 있는데….
윤슬은 어학연수에 마음이 쏠려 있었다. 밤새 뒤척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윤슬은 학교로 향했다.
―저, 조교님.
―어어 슬아. 왜?
―그…. 어학연수 연계 프로그램이요. 신청서….
―오! 안 그래도 니 생각했는데. 너 맨날 걸어다니면서도 공부하고 그러잖아. 너 같은 애들이 가야지. 잠깐만~
조교가 내민 신청서를 받아들고 나온 윤슬의 걸음걸이가 점점 빨라졌다. 누가 봐도 설레하는 모습이었다.
지잉-
그때였다. 윤슬의 핸드폰에 전화가 울렸다.
자막: [☎엄마]
머뭇거리던 윤슬은 전화를 받았다. 한동안 수화기 너머에서 말이 없었다.
―엄마. 왜.
―응. 그냥 너 밥은 잘 먹고 지내나 해서…. 요즘 어때? 알바는 할 만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빙 둘러 하던 엄마는 머뭇거리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사실 이번 달 학원비 때문에. 너도 알잖아. 너는 혼자서도 공부 잘하지만 니 동생은 영 아닌 거….
―하….
―방학 때 알바 하나 더 했다고 했었지? 딱. 칠십만 원만 보내줘. 응? 엄마 다음 달에 월급 들어오면 갚을게.
손에 들고 있던 신청서를 바라보던 윤슬은 한숨을 쉬었다. 신청비 입금은 2주가 채 남아 있지 않은 기한이었다.
―안 그래도 지금 시기가 중요하니깐…. 아유. 엄마도 너 고생하는 건 아는데, 너는 야무지잖어.
―알았어. 끊어.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전화를 끊은 윤슬은 살짝 구겨진 신청서를 바라봤다. 어학연수라고 적혀 있는 글자가 선명했다. 망설이던 윤슬은 신청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내레이션: 좀, 견딜 만하면….
은행 어플 송금 소리가 들리며 윤슬이 멀어져 갔다. 그리고 윤슬이 방금 지나쳐간 자리의 게시판에는 새 종이가 붙었다.
[라모레 장학금 제도]어학연수 지원
그렇게 고구마를 잔뜩 먹인 채 영상은 끝났다.
* * *
-아 진짜 미치겠네 K-장녀 삶 어디까지 가냐고요
-숨이 턱턱막힌다…. 제발 행복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더큰 고구마를 쳐멕이면 어캄 ㅠㅠㅠㅠ
-너무 현실적이어서 무서울지경이네요. 사회에 나오면 백만원 그깟 돈 참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학생때는 숨막히는 금액이죠.
댓글은 지난번 영상 반응보다 훨씬 좋았다. 고구마 때문에 답답해진 사람들은 댓글을 하나만 다는 게 아니었다.
“유난히 대댓글이 많네.”
심지어 추천순으로 보여지는 댓글들도 장난 아니었다. 조회수 대비 머무른 시간이 길다는 게 확실히 보여졌다.
[좀 견딜 만하면, 대학일기] 17:30조회수 187,831회
그렇게 대학일기 영상은 하루 만에 인기 급상승 영상에 올라갔다.
* * *
재언은 자꾸만 떠오르는 부끄러운 기억에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지 말걸….’
얼마 전 차재겸이 말한 하진 인터뷰 영상을 대신 찾은 재언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제법 치졸했다.
[Intube] [하찮아서 하진인가요? 하찮진 모음집ㅋㅋㅋ]조회수 102,114
차재겸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주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남자. 가슴 한편에 늘 떠오르는 남자. 윤슬의 남자. 하진….
에코 가득하게 메아리치는 그 목소리에 재언은 자신도 모르게 하진의 바보 같은 인터뷰만을 모아버렸다.
‘멋진 모습…?’
왠지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이왕 힘들 때 기댈 거면 근처에 바로 있는 사람이 낫지 않나. 그런 합리적인 생각을 하며 바보 하진을 모아버린 재언은 이불을 걷어찼다. 생각해 보니 윤슬이 힘들어서 부탁한 일에 마음대로 훼방을 놓은 데다가 입 싼 차재겸이 윤슬에게 일러바치기라도 한다면….
바스락-
그래. 윤슬도 자신을 바스락하게….
“어…?”
바스락- 바스락-
현관문 밖에서 무엇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새벽 한 시. 이런 소리가 들릴 리 없는 시간이었다. 문을 벌컥 열고 나간 재언은 비닐봉지를 양손에 가득 들고 있는 윤슬을 마주했다.
“…뭐해?”
“재언아! 도와줘!!!”
당황한 표정의 윤슬에게서는 다디단 설탕 냄새가 폴폴 풍겨 나왔다.
* * *
“그러니까-. 지금…. 만들다가 실패한 게….”
나는 망했다. 그토록 많은 재료를 썼지만 망했다고.
“하하. 대충 만들면 좀 실패할 수도 있지.”
“백휘야. 나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든 거야. 심혈을 기울였다고.”
“모양 개성 있고 좋은 것 같은데. 음, 이건 혹시 가지인가?”
“그래 봬도 블랙사파이어 포도야….”
잠귀가 밝은 백휘까지 우리 집에 오게 됐다. 설탕이 녹아내리는 단 냄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래. 내가 만들려던 건 다름 아닌 탕후루다.
과일을 꼬치에 꿰어 녹인 설탕으로 코팅을 해서 입도 즐겁고 눈도 즐거운 MZ 간식. 탕후루.
“근데 이 새벽에 이걸…. 갑자기 왜….”
“그러게. 먹고 싶었어?”
아니. 나 ASMR 만들라고. 옛날부터 생각했지만 해외 팬층을 키우는 데는 ASMR만한 게 없더라고. 고등학생 때는 슬라임 ASMR로 틴톡 팔로워를 좀 모았지.
그 뒤로 내가 주로 한국인 구독자를 끌어온 방식은 스토리텔링이었다. 한국대 합격부터 귀족 브이로그까지.
‘하지만 외국인들은 다르다.’
언어가 다르니까 굳이 자막이 있는 걸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 영어권 인튜버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나를 구독하겠어?
그러니까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는 수밖에 없다. 이거면 실시간 인기 동영상도 갈 수 있고 외국인 팔로워도 늘릴 수 있고. 인튜브에 올리고 난 다음 짧게 잘라 유스타에도 올릴 예정이다.
“나 ASMR을…. 찍고 싶은데…. 꼭 이걸로 하고 싶어서. 예쁘고 맛있고….”
대체 과일로 어떻게 하면 이런 모양을 낼 수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둘에게 열심히 변명했다.
꼭 이거여야 해. 한국인들에게 관심을 끌어야 외국인들도 유입이 되지! 그리고 이건 곧 너도나도 따라 할 거란 말이야. 회귀 전 최고의 아이템이었거든.
“근데 혼자 하려니까…. 설탕이 막, 끈적끈적….”
문제는 내가 탕후루를 못 만든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그 빠삭거리는 소리가 안 나더라. 이빨이 빠삭하게 쪼개질 뻔했다.
“그래. 다음부터는 새벽에 혼자 과일 사러 나가지 말고.”
“설탕 끓는 온도가 얼마나 높은데…. 이걸 위험하게 했어….”
어쩔 수 없다는 듯 내가 사 온 비닐봉투를 여는 두 사람이었다.
그래. 얘네랑 같이 하면 뭘 해도 되겠지!
하제인이 나오기까지 D-day 14.
여전히 제인의 팔로워 수는 내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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