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8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87화(287/405)
“…저거 혹시 다 망한 거야?”
“응….”
과일들도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우리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한 구석에 쌓아 둔 탕후루의 절망편을 본 두 사람은 침착하게 행동했다.
“설탕을 일단 녹인 다음에, 과일에 얇은 막처럼….”
레시피를 찾아 본 백휘와 재언이는 설탕과 물의 비율에 집중했다. 나는 옆에서 과일을 뽀득뽀득 열심히 닦았다.
“음, 딸기 그렇게 하면 안 돼. 너무 세게 하면 짓물러서.”
그마저도 순식간에 할 일을 빼앗겼다. 설탕은 재언이가 녹이고 과일 닦는 건 백휘가 했다.
“그, 그럼 나 뭐 할까?”
난…. 이렇게 노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날 혼자 내버려 두면 어떻게 해?
“물 튀어. 가까이 오지 마.”
“뜨거우니까…. 떨어져 있어….”
나는 두 사람 근처에서 얼쩡거렸지만 반경 2m내에 접근 금지를 당했다.
그렇게 잠시 뒤.
바삭-!
“와. 야 이거 진짜 미쳤다. 팔아도 되겠는데….”
완벽하게 바삭한 탕후루를 만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협업이 잘 돼, 얘네?!
“생각보다 쉬운 것 같아. 설탕이랑 물 농도만 잘 맞추면….”
“그냥 하는 거지.”
순식간에 핸드메이드 탕후루는 ‘이게 원래 과일이었다고?’의 몰골에서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디피 제품이 된 듯했다. 아주 얇은 설탕 코팅 덕에 식감이 장난 아닌 데다가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백휘의 성격대로 정갈하게 꽂힌 과일들은 이제야 자신들이 원하던 모습이라며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딸기랑 사과, 귤, 사파이어 포도랑 샤인머스캣, 체리…. 좋아. 훌륭해.”
각 과일별로 하나씩 놓여 있는 걸 보니 벌써 썸네일이 잡힌다. 너무 예쁜데. 이거.
“너네도 하나씩 먹어 봐!”
“응….”
“…하하.”
나는 수고한 친구들에게도 하나씩 쥐어 줬다. 물론 백휘가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탕후루가 의외로 단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좋아….
“…….”
하지 않는구나.
한 입 먹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진 백휘였다. 나는 조용히 백휘의 탕후루를 회수해서 내가 먹었다. 바삭. 음 식감 쏘 굿.
“맛있다….”
“그치 재언아. 역시 너라면 그렇게 말해 줄 줄 알았어.”
귀여운 딸기 탕후루를 먹으며 재언이는 왜 내가 이걸 만들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과일을 먹으면 되는 걸….”
“어허! 백휘야! 탕후루 먹는 사람에게 그 말만은 하지 마!”
이건 바삭하고 달달하고 더 예쁘단 말이야. 아무튼 순식간에 성공적으로 탕후루를 끝낸 나는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하려 했으나 곧장 막혔다.
“뭐 해? 내려놔.”
“우리가 만들면….”
“아니 얘들아. 내 브이로그라니까? 근데 너희가 만들면 어떻게 해.”
나는 당황스러워했지만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편집의 힘….”
“바로 그거지.”
…얘들아?
* * *
다음날, 일요일 저녁 9시. 윤슬의 구독자들에게는 영상 업로드 알림 설정이 떴다.
“어? 금요일에 대학일기 올라왔는데?”
반가운 휴일 저녁의 업로드에 잽싸게 알림을 클릭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영상이었다. 60초라는 시계 초침이 돌아가고, 구독자들끼리 댓글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빨리빨리
-윤슬언니 채팅창에 계신 건가요?ㅠㅠㅠㅠㅠ
-오 제목 뭐야~ヾ(*╹﹃╹*)ノ♥ 이런건 처음인데 요리하나봄
그러고 보니 제목도 보지 않고 클릭했다. 이제야 인튜브 제목을 본 구독자는 잠시 갸웃했다.
“요…리…?”
그간 윤슬은 한 번도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정석적인 영상 제목을 보니 의아하기도 했다. 최근엔 컨셉질로 물들어 있던 윤슬의 인튜브 제목 사이에서 유난히도 낯설었다.
[Intube] [빠삭달달 과일 디저트♥ 탕후루 만들기 ASMR] 16:47“탕후…루가 뭐지?”
얼핏 들어본 적도 있는 이름이지만 곧장 생각이 나지 않았다. 구독자와 같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듯 댓글창에서는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탕후루가 근데 머임?
-과일에 설탕 씌운 거에요!
-아 ㅇㅇ 토마토에 설탕 뿌린거ㅋㅋ 알지알지 근데 그게 디저트인가
-죚송하지만 몇년생이세요?;;
“아! 그거!”
언젠가 홍대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한번 스쳐 지나가듯 본 적 있는 기억이 떠올랐다. 빨간 포장마차에 노란 글씨로 ‘탕후루’라고 써 있긴 했지만 굳이 먹어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3, 2, 1….
어느새 영상이 시작됐다.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는 주방에서 윤슬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과일을 닦았다. 어쩌면 과일도 저렇게 예쁜 것만 골랐는지 감탄이 나올 수준이었다. 차분히 흐르는 물소리와 찰박거리는 손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휴일의 막바지라 다음날에 대한 분노가 올라오려던 사람들은 댓글로 훈훈한 이야기들을 했다.
-와 소리 진짜 좋다ㅠㅠㅠㅠ
-윤슬님 ASMR 진작 해주시지 마이크 좋은거 쓰시나봐요… 잠온당…
요즘 윤슬은 재미있는 걸 참 많이도 했다. 아니. 돌이켜 보면 윤슬은 인튜브 처음 데뷔를 하던 때부터 센세이션했다. 수시 망한 영상, 한국대 합격, 편집이 세련되고 독특했던 유신사 하울, 통쾌하게 명문대생들을 모두 발라버렸던 고연티비 모의고사….
브이로그도 완전 바쁘게 살아가는 하루를 보여주거나 컨셉을 잡고 모두를 역할극에 녹여내기도 했다.
입력: 물소리만 듣고 있어도 좋다ㅋㅋㅋㅠㅠㅠ
그런데 이렇게 힘을 주고 만들지 않은 영상이 올라오다니. 바쁜 생활 속에서 힐링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면포에 과일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으며 사락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편하게 스피커로 듣고 있던 구독자들은 어느새 하나둘 이어폰을 찾아왔다.
-예전부터 봐왔는데 슬라임 소리도 진짜 좋았거든요ㅠㅠㅠㅠㅠㅠ그러다가 업뎃뜸해서 예전거 보고또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 올려주시니까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슬라임 아는사람 있었구나 추억이다ㅋㅋㅋㅋ 그것도 지짜 조앗는데
-클리어슬라임으로 서윤슬 알게된사람 손들어~!!!
슬라임 ASMR로 이야기를 꽃피우던 구독자들은 어느새 이 차분한 영상에 마음 편히 몰입했다. 웃음과 드립이 난무하던 채팅창은 오늘만큼은 탕후루에 집중했다.
―보글보글보글….
설탕이 끓는 소리가 달달했다. 꼬치에 예쁘게 꿰어진 과일이 천천히 설탕물 속으로 들어갔다. 유난히 과일이 가까이서 보였다. 그게 오히려 구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 *
“이렇게 사기를 쳐도 되나. 이거….”
나는 편집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사실 과일은 이미 백휘가 닦아준 걸 다시 닦아서 손에 힘을 좀 빼고 편하게 했다. 꼬치에 꿰는 것만 온전히 내가 한 거다.
그리고 저 설탕 코팅 입히는 장면. 반짝거리는 과일이 눈앞에 커다랗게 차는 이유가 따로 있다. 왜냐면 꼬치 끝을 잡고 있는 손은 내 손이 아니라 그 두 배는 되는 손이거든….
“봐…. 줌 하면 아무도 모른다니까.”
저건 재언이가 해 준 거다. 그래서 일부러 과일만 제대로 잡았다. 모든 과일을 그렇게 전부.
-은근히 손재주 좋은가봄ㅋㅋ 저렇게 얇게 만들기가 쉽지 않을텐데
-어이 네녀석.. 대단하잖냐-★
-오늘은 컨셉 STOP. 모두가 휴식하는 날입니다. 제발 ASMR 무드를 이해하신 분만 입장해주세요 (손 모으는 이모티콘)
-위의분도 컨셉 전혀 멈추지 않으시는데요ㅠㅠㅋㅋㅋㅋ
윤슬은 구독자들을 속인 죄책감에 약간 찔렸다. 설탕물에 코팅한 다음 쟁반 위에 하나씩 두는 것 역시 윤슬이 하지 않았다. 완벽에 가까이 오차 없는 간격은 백휘가 놓아준 것이었다. 구독자들은 눈이 편안함에 다들 댓글로 칭찬해 주었다.
‘정말…. 편집의 힘이란.’
3인조 사기단의 완벽함에 모두가 넘어갔다. 햇살이 들어오는 테이블 위에 어느새 예쁜 탕후루가 한가득 놓였다. 흰 잠옷을 입고 있는 윤슬은 마침내 탕후루를 하나씩 집어 서로 부딪히도록 했다.
파삭-!
-쾌감 오졋다
-미쳣다 소리 개조아ㅠㅠㅠㅠ
얇게 깨진 과일들은 줌이 되며 핸드폰을 한가득 채웠다. 보기만 해도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저 너머로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탕후루를 다시 하나씩 집은 윤슬은 아까보다 조금 더 세게 맞부딪혀 깨뜨렸다.
파삭-!!!
* * *
“후움…. 얘 대체 뭐 하는 거야?”
윤슬의 알림을 받고 들어온 루비는 시큰둥하게 중얼거렸지만 날은 계속 서 있었다. 팔로워를 사들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윤슬에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윤슬 역시 백만 팔로워를 더 빨리 모으겠다는 건 확실해 보였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과일 탕후루? 이걸로 뭘…. 어쩌겠다고….”
차라리 다른 인튜버와 콜라보를 하거나 쇼핑 하울을 보여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구독자 이벤트를 하는 게 더 많은 팔로워를 빨리 늘릴 수 있는 방법일 터였다.
“진짜 뭐 어쩌자고?”
근데 그런 건 전혀 신경 안 쓴다는 듯이 장난감 같은 과일을 깨부수고 있는 게 루비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윤슬이 이해됐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번은 정말 이상했다.
“이거…. 아주 옛날에 잠깐. 유행했던 그거잖아.”
홍대와 명동 길거리 간식으로 가끔 보였던 그 탕후루는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뒤였다. 이제는 파는 곳도 찾아보기 힘든 데다가 지금은 본디 마카롱의 시대였다.
[Youstagram]오늘 마카롱 라인업 스토리에 올려두었습니다 ♥(〃´૩`〃)♥ 솔드아웃된 마카롱은 오후 2시부터 채워지고, 오후 2시에도 솔드아웃이 된다면 순차적으로 마감합니다!
심지어 마카롱 오픈런까지 하고 있는 요즘,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마카롱은 이제 온갖 재료를 다 때려박아 K-마카롱이 되기 시작했다.
크림을 가득 넣은 뚱카롱부터 시작해서 시판 과자를 통으로 넣은 마카롱, 거기에 체리나 딸기, 청포도 같은 과일을 넣어 닫히지도 않는 조개롱까지. 이렇게 화려하게 눈을 즐겁게 만드는 마카롱의 시대에 들고 온 게 고작 저거라니.
“루비님, 제인 씨 팔로워가 점점….”
“알아요. 오늘부터 하루에 삼천에서 오천 사이로 추가 조정하고 좋아요, 댓글도 같이 구매해요.”
루비는 빔 프로젝트로 윤슬을 노려봤다. 아무래도 요즘 좀 잘 나간다고 잠시 방심한 게 분명했다. 이때 따라잡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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