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8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89화(289/405)
드디어 대학일기 서윤슬 3부 마지막이 업로드 날이었다. 윤슬은 백휘와 재언과 함께 대학가에 위치해 있는 한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기도 전에 고기 구워지는 냄새가 났다.
“슬아!!!”
대학일기 스태프들과 하는 뒤풀이를 위해서였다. 반갑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스태프들은 눈빛이 초롱초롱해져 있었다.
“언니가 미안해. 다음에 훨씬 더 좋은 데로 가자. 응?”
“아 언니. 왜 그래요 자꾸. 지금 입이 몇 갠데.”
윤슬은 미안해하는 소희 언니가 내미는 잔을 받아 들었다. 윤슬은 웃으며 따라주는 술을 받고 있었다. 찰랑거리며 잔 끝까지 가득 찬 윤슬의 술잔은 백휘가 솜씨 좋게 옆에서 빼앗아 갔다.
“나도.”
“…내 잔도.”
그리고 정확히 삼등분했다. 백휘에 이어 재언이의 잔까지 채우자 윤슬의 잔은 한 모금 거리로 전락했다.
“수, 술이 이게 뭐야….”
콸콸콸콸-
백휘는 대답 없이 웃으며 윤슬의 잔에 콜라를 따랐다. 대학일기 처음 출연 때까지만 해도 사기를 처먹은 전적이 있는 윤슬은 어쩔 수 없이 누가 봐도 콜라로밖에 안 보이는 그 잔을 받아 들었다.
“자! 윤슬이 건배사 한번 하자!”
연이은 구독자의 급등과 브랜드의 PPL 연락을 받아 행복에 겨운 대학일기 스태프들이 외쳤다. 윤슬은 콜라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더 잘될 대학일기를 위하여~!”
“위하여!!!”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함께 드디어 끝났다는 묘한 안도감이 윤슬을 취하게 만들었다. 주변에서는 고기가 익는 족족 윤슬의 앞에 놔주었다.
‘그러고 보니까….’
묘하게 익숙했다. 이렇게 조금 허름한 고깃집이. 회귀 전 일했던 (주) 스타팅 스마트 애드는 이런 곳으로 종종 회식을 가고는 했다. 물론 고기를 굽는 건 늘 윤슬의 몫이었다.
“이거 아직 안 익었어….”
“재언아. 그런 거 아니야.”
아련하게 과거 회상에 잠긴 윤슬의 눈빛을 오해한 재언이 돼지고기는 익혀 먹어야 한다고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잔 비었다.”
백휘는 비어 있는 윤슬의 잔에 콜라를 따라주었다. 윤슬은 콜라를 마시며 카운트다운을 셌다. 이제 영상 업로드를 하는 열 시였다.
* * *
[Intube] [독하다 독해, 대학일기] 17:00“올라왔다!!!”
그간 연이은 고구마에 가슴이 답답하고 퍽퍽하고 먹먹해졌던 구독자는 기쁘게 핸드폰을 열었다. 썸네일부터 마음에 들었다. 윤슬이 알바하는 가게의 악덕 사장이 한 손으로 절망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오늘은 진짜 사이다 가자
-ㅠㅠㅠㅠ이번에도 고구마주면 신고버튼 눌러버릴거임ㅠㅠㅠ
-저는오히려현실적이라좋은데요 너무비현실적이면 대학일기의 맛이떨어질듯합니다..^^
“오늘은 무조건 사이다여야지!!!”
분노한 구독자는 채팅창에 입력했다.
입력: 반드시 사이다여야만. 아니라면 한여자가 죽음에 처합니다. 과도한 고구마 나라를 망칩니다.
“너무…. 인터넷 많이 하는 사람 같나?”
써놓고 약간 후회했지만 그래도 댓글은 금방 쓸려 나갔다.
―탁-탁-탁-탁-
윤슬은 낡은 운동화를 신고 바쁘게 어디론가 뛰어갔다. 윤슬이 지나간 벽면에는 지난번 영상 마지막 신에 붙어 있었던 라모레 장학금 제도 포스터가 있었다.
―헉. 허억…. 아. 죽겠다.
―히익 야 땀 좀 봐! 이거 마셔. 너 오늘 늦잠 잤어?
―어…. 핸드폰이 안 울려서.
바쁘게 뛰어간 윤슬은 강의실에 앉자마자 헐떡거렸다. 윤슬의 핸드폰은 화면이 꺼져 있었다.
―이거 언제 적 거야? 아니 그보다 이거…. 뭐지? 이거 어디 거야? 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뭐.
윤슬은 오늘도 은수저 친구의 악의 없는 행동에 머쓱하게 웃었다. 자신 같으면 핸드폰을 새로 사겠다는 말에 댓글창은 빨라졌다.
-아 오늘도 진짜.. 귤희 밉상1적립ㅠㅠㅠㅠ
-인간은 진짜 입체적이다ㅋㅋㅋ 귤희 지난번에 금수저 친구 앞에서는 절대 저런태도 못보였는데;
-사이다 줄때까지 정권지르기함o(-`д´- 。)
강의가 끝난 다음 문을 나서는 윤슬의 눈에 문득 맞은편 포스터가 보였다.
―저거 뭐야? 라모레?
―그러고 보니까 슬이 너 지난번에 어학연수 신청 안 하지 않았나? 저거 해보지.
―어? 아니야….
다음 강의실로 가는 친구들은 라모레 장학 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거도 성적으로 하긴 하는데, 슬이 넌 성적도 좋고…. 몇 명 뽑지는 않아도 면접 잘 보면 될걸?
―국내 여행 서포터즈로 삼 개월 하고, 그다음 해외 어학연수로 보낸대. 슬아 한번 해봐!
―알바할 시간도 모자란데, 무슨….
―어후, 서윤슬 진짜 독해. 근데 이거 서포터즈 비 따로 나오는데?
친구의 말과 함께 화면에는 방금 본 라모레 장학제도 포스터가 회상처럼 떠올랐다. 가장 하단에 있는 문구가 나왔다.
서포터즈비 제공
* * *
―슬아!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네?
―내가 오늘 단체손님 때문에 일찍 출근 좀 해달라고 연락했는데 답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너 때문에 이게 다 뭐냐!
―아, 저 핸드폰이 고장 나서 안 켜져서요….
강의가 끝나고 알바에 간 윤슬은 영문도 모르게 고함치는 사장을 마주했다.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는 사장은 모든 걸 윤슬 탓으로 돌렸다.
분노를 있는 그대로 쏟아내고 있는 사장의 뒤에서 주방 이모가 혀를 찼다.
―쯧, 뭐해? 죄송하다고 하지 않고?
―…네?
―하여간 문제야 문제. 요즘 애들 핸드폰 잡고 살면서 아주 핑계는 좋아.
윤슬은 우물쭈물했다. 그때였다.
―슬아! 우리 밥 먹으러 왔어!
―어?
대학 동기들이 들이닥쳤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식당인 덕에 윤슬이 알바하는 곳을 아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못마땅한 눈을 하고 있던 사장은 그제야 화내는 걸 그만두었다.
윤슬이 서빙을 하러 동기들의 식탁에 가자 대뜸 질문이 날아왔다.
―아 맞다, 슬아 너 라모레 어학연수 신청한다며?
―누가 그래?
―귤희가 그러던데? 너 할 거 같다고?
어학연수라는 말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사장의 눈에 매섭게 빛났다.
―에이 아니야~. 그냥 포스터 본 거 가지고 그러는 거야.
―뭐야 김귤희. 아 난 또.
슬의 동기들은 시시덕거리며 계산하고 나갔다. 사장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윤슬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아까는 내가 미안했다. 어? 나도 사람이라 너무 바쁘고 지치고 그러면은, 쫌. 알지?
―네….
―내가 슬이 너 또 가족같이 여기고! 그러니까 편해서 그랬나 봐. 기분 상했으면 풀고~
-족같네 뭔 가족타령ㅋㅋㅋㅋ 시급은 칼같이 쳐줄거면서
-여기사람이죽어가요고구마그만멕여
그날 밤 윤슬은 집에서 노트북으로 라모레 장학제도에 대해 찾아 보았다. 기한도 남아 있었고, 신청할 수 있는 성적도 됐다. 무엇보다 장학금이니 어학연수는 무료였다.
―가서 내가 쓸 생활비 정도만….
-그래ㅠㅠㅠㅠ제발 가ㅏㄹ고ㅠㅠㅠㅠ
-진짜 경험 쌓고 안쌓고가 중요한데 시야가 넓어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가야댐…
중얼거리던 윤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알바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하려면 시간 없지…. 그냥 좀 아쉬운 거고…. 뭐 계속 봐서 뭐 하나…. 자꾸 딴생각만 들지. 휴…. 그걸 못 참고.
“악!!!”
구독자는 또다시 진하게 느껴지는 고구마 향기에 가슴을 퍽퍽 쳤다. 채팅창은 답답함에 불붙은 듯 빠르게 올라갔다.
다음 날 윤슬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에.
―아니, 웃기지도 않아. 그치?
―내말 그말이야~
브레이크 타임을 맞이한 식당 안에는 주방 이모와 사장의 말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조용히 들어간 윤슬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아주 개나 소나 어학연수 가지. 핸드폰 고칠 돈도 없는 애가 꿈은 또 커요. 독하다, 독해.
―걔 나가면 다음 알바 구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해~
―못 간다니까. 그냥 걔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좀 폼 잡고 싶은 갑지. 쥐뿔도 없음서.
―가끔 하는 짓 보면 참 답답해. 진득하게 돈 모을 생각을 해야지 어딜 그렇게 쓰는 건지, 원.
윤슬은 듣고 있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걸 알아차리자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쟁반으로 대가리 내리쳐 슬아
-찔러도 무죄임 이건ㅋㅋㅋ
-알바하는데 저런 사람들 종종있었음 ㅜ 괜히 군기잡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척하는… 주방이모가 그러면 답도없다
윤슬은 그 자리에서 다시 돌아 나왔다.
“돈도 없는 애가 꿈은 또 커요. 독하다, 독해.”
사장의 말이 다시 한번 내레이션으로 나왔다. 그리고서는 화면은 잠시 페이드아웃 되었다.
-???
-이대로끝아니지이대로못보내
-아직 7분 남은거 보면 스토리 더있어요ㅠㅠㅠㅠ…
화면이 밝아지며 눈코 뜰 새 없는 식당이 보였다. 사장 혼자 서빙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저기요!
―아, 왜 이렇게 안 나와….
손님들은 불평을 늘어놓았다. 윤슬 혼자 했을 땐 나름대로 수월했던 일들이 사장 혼자 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저기요. 제가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가까이 오기가 그렇게 귀찮고 싫으세요?
심지어 이번에는 윤슬에게 시비를 걸었던 진상 손님과 똑같은 말을 듣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업보빔-!!!
-ㅋㅋㅋㅋㅋ아 개웃기넼ㅋㅋㅋㅋ뭐라는지 보자
사장은 처음에는 대충 둘러대다가 몇 번이고 다그치는 손님에게 그만 앞치마를 집어 던졌다.
―아니 이 사람이 정말 장난하나!!!
―뭐야! 죄송하단 말 먼저 아니에요? 여기 사장 누구야! 사장 나와!
―내가악!!! 사장이다아악!!!
윤슬이 없으니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찾아오자 사장은 얼굴을 감싸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여즉 전화 안 받어?
―이렇게 잠수타 버리면 대체 어떡하라고!
윤슬은 그 뒤로 알바를 잠수탄 듯했다. 그때였다. 우체국 집배원이 가게로 찾아왔다.
―박정배 씨 맞으시죠?
―네. 맞는데…. 이건 뭐…? 어라….
고용노동부라고 적힌 우편물이 도착했다.
―최, 저임금…. 미지급, 주휴수당 미지급, 야간수당 미지급?!!?!
드디어 썸네일의 그 표정이 나왔다. 사장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네 자리 수에 육박했다.
-캬ㅑㅑㅑㅑㅑㅑ왔다ㅏㅏㅏㅏㅏ
-사아ㅣ다 가자 사이다 가자!!!!
―이, 뭐 어찌 된….
그리고 동시에 가게 문이 다시 열렸다.
―식약청입니다. 신고받고 나왔습니다.
윤슬이 신고한 것은 고용노동부 하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