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9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93화(293/405)
본디 진짜 오타쿠들은 뭔가 하나를 보면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 무슨 생각해?”
“if 외전 어렸을 때 이야기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기억상실ver. 그리고 내가 해석한….”
그렇다. 보고 나면 ‘진짜’가 시작되는 것이다. 윤슬이 잘 짜깁기한 하진의 영상을 한번 알아보자. 참고로 원본은 이렇다.
자막: [운동을 매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음…. 그냥. 그냥 하는 마음.
자막: [그냥?]
―생각이 많아지면…. 못 해요. 그냥 생각 없이, 몸 일으켜서. 바로 나가는 게 아무래도. (비법이 아닐까) 하하.
자막: [운동 중에 가장 즐겨하는 운동이 있다면 뭔가요?]
―일단 운동이라면 다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생각 없이 뛰는 거 좋아해요. 폐활량이 좋아지면 곡 소화력도 더 폭넓게 가능하니까. 최근엔 클라이밍도 해 보고 있어요.
자막: [스케줄 틈틈이 운동한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힘들진 않으신가요?]
―힘들죠. (평소처럼 덤덤하고 자상하게 인터뷰하다 윤슬의 말이 기억난 하진. 말끝을 흐린다) 저도 사람인데, 힘들 때가 있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오늘 미루면 내일도 미루고, 내일 미루면. 아시죠? 사람 마음 다 똑같은 거.
자막: [운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오늘 인터뷰에 윤슬이 말했던 힘듦과 쓸쓸함, 후회…. 뭐 그런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은 것 같아 약간 후회되는 표정의 하진) 될 때까지 해보자. 하고 했는데…. 이게 무게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무겁더라고요. 다음 날 근육통이 장난 아니었어요(하면서도 이게 맞나 쓸쓸히 웃는 중).
엘더아머의 FW 시즌 화보 촬영 때 가볍게 진행한 인터뷰였다. 윤슬은 검은색 아노락 재킷을 입고 있는 하진의 영상에 다시 흑백 필터를 씌워버렸다. 그리고 이 영상은 편집으로 이렇게 만들어졌다.
자막: [X를 좋아했던 이유는?]
―음…. 그냥.
자막: [몇 번이나 X를 잡았다던데, 그때 무슨 생각을 했나요]
―그냥 생각 없이, 아무래도. (여전히 좋아하니까) 생각이 많아지면…. 못 해요.
자막: [어쩌다 끝내게 된 건지]
―다 좋아하는데…. 될 때까지 해보자. 하고 했는데…. 아시죠? 사람 마음 다 똑같은 거.
자막: [환승 시그널에 나오게 된 이유]
―어쩌겠어요. 이게 (마음이) 무게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무겁더라고요.
훌륭하게 날조한 윤슬의 영상은 정말로 그럴싸했다. 아노락 재킷은 마치 사복 같았다. 게다가 인터뷰 중간중간에 보이는 씁쓸하고 민망한 표정은 과몰입을 불러왔다.
여기에 재언이 엄선한 하진의 바보 같은 모습을 더해 버렸다.
자료화면: [헤어지기 전 영상통화] [함께 했던 밤 산책] [기념일에 만들러갔던 케이크]
진짜 사귀는 사이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귀여움이 있었다. 영상통화로 편집한 부분에서는 부은 눈을 비비고 있었고, 밤 산책 영상에서는 고양이인 줄 알고 다가갔는데 검은 비닐봉지였다. 그리고 케이크는 엉망으로 만든 데다가 힘 조절을 하지 못해서 짤주머니가 중간에 터져 버렸다.
-헐… 와 이거 퀄리티 뭐임ㅠㅠㅠㅠㅠ 진짜 환시 출연자같잖아…찰떡이잖아ㅠㅠㅠ 표정까지 싱크로율미쳤다ㅠㅠㅠㅠㅠ
-야! 이거 진짜같다!
-브2앱이 이렇게 되다니ㅋㅋㅋㅋ 진짜 개웃긴데 너무 좋다…
-가슴박박찢어지는중내가미쳣엇나봐하진아너를두고어떻게이별을말할수잇니
그렇게 윤슬의 역작, 하진의 환승 시그널 패러디 영상은 온갖 커뮤니티에 공유가 되기 시작했다.
* * *
하제인이 나온 이상 환승 시그널의 화제성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다?
“자. 이렇게 나눠먹기 시작한다.”
날로 커지는 화제성을 분산한다. ‘환승 시그널’ 하면 떠오르는 게 하제인만이 아니어야 한다, 이거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으니까.
[이슈게시판/ 야 이거 진짜같다! 내 전남친 하진 망상시작해보기] [오리꽥꽥모여라/ 덕순이들아 이거봤어? 내 본진 아닌데 자꾸 보게된다미쳤나봐ㅠㅠㅠ] [HOT/ 올라오자마자 난리났다는 환승시그널 새영상]젬스톤 MCN 쪽이 간과한 게 있다. 애초에 바이럴은 돈 주고 치는 거지만, 그건 회사고.
“동일 시간 대비 노동력은 팬들이 훨씬 잘 뽑아낸다.”
퀄리티가 비교할 수조차 없거든. 이제 곧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환승 시그널 영상으로 물갈이 한 번 쳐야지. 다들 얼른 만들어서 업로드해 주면 고맙겠다.
“그리고 내가 이러려고 유리 버전도 만들어냈다.”
내가 만든 건 하진 하나가 아니다. 유리, 그리고 몇 아이돌과 배우들까지. 유리가 부른 드라마 OST는 금손이 많기로 유명하거든. 회귀 전에도 그랬다. 내내 웰메이드 드라마로 꼽혔지.
“전문용어로 망사…. 커플이니까.”
이른바 망한 사랑. 그러니까 서로 마음은 있지만 사정에 의해 잘되지 않는 커플이다. 유리의 환승 시그널 버전이 인튜브에 뜬다면 이 드라마 금손들이 냉큼 물어 다양한 if 버전을 만들어주겠지.
“물론 진짜 대중들한테는 이 작전이 확실히 먹히지는 않겠지만.”
예상외로 서브컬처판은 크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지금은 만족해야겠지. 왜냐면 내가 노리는 건 단순히 화제성 하나가 아니거든.
“서사의 가벼움이지.”
드라마에서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주인공들이 환승 시그널 인터뷰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과몰입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환승 시그널은 그냥 애들 장난 같을 거다. 이렇게 과몰입으로 만들어지는 팬들을 미리미리 제거해 두는 거지.
“그리고~. 덕분에 내 인튜브 유입에도 도움 되고.”
환승 시그널이 유명해질수록 이전 고연티비 초창기 멤버였던 남자 출연자의 영상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Intube] [고연대생들의 평소 사복은 어떤 느낌?! 일주일간의 데일리룩] 21:47-민정우 보려고 여기까지 왔다 이 완벽한인간아ㅠㅠㅠ유죄남아ㅠㅠㅠㅠ
˪ㄴㄷㄴㄷ 정신차리니까 여기있음ㅋㅋㅋㅋ
˪진짜 이때 이 민정우가 환시 민정우일줄이얔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고연티비에 유입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영상을 둘러보게 되고, 고연티비에서 인기가 많았던 영상이 피드에 뜬다.
“내 모의고사 영상과 미총장 시뮬레이션 같은 거!”
아니나 다를까. 미총장 시뮬레이션은 백만 뷰를 넘겨 있었다.
[Intube creative]▶평균 시청 시간: 10:28
▶지난 28일 동안 채널의 조회수가 231.7만 회입니다. (평소 대비 17.1만회 높음)
▶검색어: 한국대 입학 / 수시 망친 브이로그
▶실시간 조회수 (48시간): 34,734
“정말 고마워요, 민정우 씨….”
마침 수시철이 와서 그런가 고연티비와 나는 알고리즘에 사이좋게 떴다. 그러니까 서로 돕고 사는 관계인 거지.
“아, 근데…. 하제인 X는 누구지?”
* * *
“아, XX.”
구정모 PD는 덥수룩한 머리를 긁적였다. 악마의 스타성, 확실한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PD답게 이번 환승 시그널 역시 전에 없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익명게시판/ 환시익들아 와봐ㅋㅋ 너네 누가 제일 싫음?] [Hot/ 좀 쎄하다 싶었던 어제 환시 저녁데이트] [이슈게시판/ 사람마다 갈리는 환시 최애 커플들]화제성은 괜찮았다. <프로젝트 111> 시리즈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을 소재로 해서 이 정도 버즈량을 뽑아먹을 수 있던 건 전에 없던 일이었다.
“문제는…. XX.”
관계성이 부족했다. 사람들이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하나였다. ‘대리만족’. 솔직함에서 나오는 관계성의 매력과 출연자들에 의한 과몰입이 만들어져야 했다. 그런데 점점 구정모 PD가 그린 바와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점점 프리소스 되고 있잖아. 미친.”
환승 시그널 속마음 인터뷰는 꽤나 센세이션했다. 세련된 편집과 잘 어울리는 음악, 거기에 전 썸남, 썸녀를 향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까지. 하지만 갑작스럽게 연예인의 팬들이 만들어 낸 영상들이 더 조회수가 높았다.
[Intube] [환승시그널 정우, X를 향한 건 애정일까 애증일까] 조회수 112,506회 [환승시그널 속마음 인터뷰. 하진 ver] 278,331회오리지널이 패러디에게 지다니. 이건 제작자로서 짜증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제일 유명한 하진 인터뷰는 그렇다 치고, 다른 아이돌들의 영상도 매일같이 올라왔다.
“이러면 소재가 식상해진다고!!!”
게다가 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에도 환승 시그널이 소재로 쓰이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판에 존재하는 모든 금손들이 여기에 달라붙어 있는 듯한 퀄리티였다.
-영원커플 보다가 환시보면 ㅇㅏ무맛도안남ㅜ 여기가 원조맛집이라내요ㅜㅜㅜㅜ
-너무맵다가 너무달다가 사람을 담금질하는군아… 하지만 끊을수가 없네…
“그건 허구고 이건 진짜니까 그렇지!!!”
환승 시그널 패러디 영상으로 서서히 rt까지 타고 드라마 OST는 음원사이트 1위까지 먹었다. 구정모 PD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인플루언서라 좀 더 과몰입이 쉬울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최소 몇만 팔로워부터 최대 몇십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 화 한 화 방영하면서 대중들이 출연자들의 과거나 성격, 취향 같은 걸 추리할 수 있게 짜 둔 것이었다. 개인 SNS를 보다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이 보이는 법이니까.
“스포트라이트가 너무. 분산돼 있어서 이걸….”
원래대로라면 하제인과 민정우에게 주역을 주고, 나머지 커플들도 괜찮은 서사를 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화제성을 먹히고 있는 지금은 결단이 필요했다.
구정모 PD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훑다 발견한 윤슬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 얘 괜찮은데. 좀 더 생각해 볼 걸 그랬다. XX. 얘 정도면 화제성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었을…. 아니다. 됐다. 이거 생각해서 뭐 하냐.”
[hot/ 지난주에 백만팔로워 된 인플루언서.]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그 서윤슬ㅋㅋ 얼마전에 백만팔 찍음!
(윤슬의 유스타 캡처.jpg)
스무살 인플중에는 최초인듯
-ㄷㅂ 하제인보다 먼저됐네ㅋㅋㅋ
-고딩때 유스타 피드 예뻐서 나도 팔로해놨었는데ㅋㅋㅋ이렇게까지 유명해질줄 몰랐음
˪나도ㅋㅋㅋㅋ 스슈때는 친근한 언니같았는데 이제 너무 유명해짐 나의자근윤슬이가…
아쉬워하던 구정모 PD는 인터넷 창을 껐다.
“아오, 씨. 이러다 현수정 따라올라.”
얼른 선배 PD에게 다시 따라잡히기 전 자신만의 이미지 구축이 필요했다. 트렌디하고 깔끔한. 그야말로 새로운 PD!
* * *
그 시간, 현수정 PD는 구정모가 인터넷 창에서만 보던 그 윤슬을 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한테…. 아니. 잘못 들은 것….”
“아닌데? 제대로 들었어.”
“장사를 하라고요???”
현수정이 새로 들어갈 쇼 프로그램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