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9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95화(295/405)
비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홀릭스 드라마가 하나 있다. 주연 배우들까지 무명과 신인을 발탁해 저예산이었던 드라마. 그렇게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그 작품은 OTT 채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wow 모든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어 나 역시도 이번 분기 최고의 시리즈를 본 것 같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울고 있었다. (울면서 웃는 이모지) 내가 앞으로 넷홀릭스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시리즈를 볼 수 있을까?
어느날 옆집으로 이사온 이웃이 사이비 단체의 소속이라는 스토리였는데, 자칫 평범해 보이는 각본에 귀신, 악마, 사이코패스 등의 소재를 입혀 해외 파이를 먹기 적절했다.
[Intube] [넷홀릭스 신의발자국 소리 안지르고 보기 챌린지] 30:21조회수 87만회
-불 다꺼진 상태로 끼익거리는 소리 장난 아니다ㅠㅠㅠㅠㅠ
-이거 본 다음부터 길가에 교회만 봐도 소름끼침…
그리고 무엇보다 유명했던 건.
-주인공 저거 대사 어떻게 다 외움?? 앞에 프롬프터 있는 거 아니고서야 말이 안된다;
여주인공의 대사 소화력이었다.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독백으로 이끌어 나가는 장면은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회자되었다.
“휴….”
그리고 여기 그 주인공은 지금.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좀 안 차갑게 해주세요. 그리고 우유는 저지방으로요.”
“…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 * *
명진주. 서른두 살. 성실한 태도로 바보멈 카페의 알바에서 매니저까지 올라왔지만 그녀의 꿈은 배우였다.
‘오늘도 힘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내내 오디션에 오디션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빛을 본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드디어 몇 달 전 처음으로 드라마의 주연이 되었지만 기쁨도 잠시.
‘이런 저예산 드라마가 뜰 수 있을까….’
터덜터덜 퇴근하는 명진주는 편의점에 들러 2+1 하는 커피를 하나 샀다. 백록화 커피는 얼마 전부터 어딜 가든 눈에 띄었다.
‘서윤슬…. 연예인은 이런 애들이 하는 건데.’
바보멈 카페의 매니저인 명진주는 윤슬의 오랜 팔로워였다. 옛날에 라모레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을 때는 선물을 들고 직접 가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 역시 이렇게 반짝일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 들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광고도 많이 찍고. 어쩌면 서윤슬도 곧 연예계 데뷔하려나. 요즘은 인플루언서들도 점점 나오는 추세니까.’
얼마 전 OTT 시리즈를 난리 나게 만들었던 환승 시그널에도 인튜버 하제인이 나와 화제성을 독식하지 않았는가. 단 2화 방영된 것만으로도 온 커뮤니티가 하제인의 이름으로 뒤덮였다.
‘그래도 난 윤슬이가 훨씬 좋아. 다들 서윤슬, 서윤슬 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명진주는 그다음 날 그 서윤슬을 실물로 보게 된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윤슬은 너무나 유명한 스타 PD와 함께 명진주가 있는 바보멈 카페에 왔다.
* * *
“저, 혹시 기억하세요? 저 옛날에 라모레 팝업도 갔었는데….”
“어어…. 기억이 날 듯 말 듯.”
“그때는 제가 앞머리도 있었고 머리도 길었어요. 그때 바보멈 키링.”
“어어억! 기억나요!!!”
현수정 PD는 앞에서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조잘거리는 두 사람이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윤슬과 헤어지고 난 뒤 빠르게도 새 주제를 생각해 낼 수 있어 그런지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정말 이상했지….’
누군가가 머리 위에서 콕콕 쪼면서 생각을 도와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알바와 장사를 섞으면 어떨까. 가게의 사장은 좀 더 나이 든 출연자로 하고, 홀, 요리, 설거지. 그리고 귀여운 역할로 심부름…. 이쪽을 알바의 역할로 하는 거지. 기성세대는 자영업자가 많고, MZ세대는 알바생이 많으니까 오히려 감정이입 하기 쉽겠어.’
여기에 게스트로 일일 알바생을 부르면 느슨한 타임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흠, 제작진들이랑 미니 게임 형식으로 해서 가게 장소와 오픈 시간을 설정하고….’
현수정 PD는 단 하루 만에 프로그램 기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서윤슬밖에 생각이 안 나!’
콕콕 쪼아대는 두통은 오로지 윤슬만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윤슬과 함께할 다른 출연자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현수정 PD는 날밤을 샜다.
그리고 지금, 윤슬이 ‘이 사람 아니면 안 돼요, 제발요.’라고 주장한 출연자를 만나러 온 것이다.
“제가 지난번에 이 카페 친구들한테 얘기 들었었는데, 그때 주문 진-짜 밀려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막. 음료 만드시는 거 보니까. 와…. 정말 경력직은 다르구나….”
윤슬은 별 대단하지도 않아 보이는 무명 배우를 영입하기 위해 열심히도 떡밥을 뿌리고 있었다.
‘흠. 근데 또 모르는 건가. 뭐…. 이 판이야 갑자기 뜨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현수정 PD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는 무명 배우 명진주를 물끄러니 바라보았다.
* * *
‘내가 원하는 내 역할은 만능이거든.’
설거지? 가능입니다. 홀? 가능입니다. 계산? 현금영수증필요하세요앞에공일공부터눌러주세요. 청소? 당연히 가능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홀 담당이 없으면 내가 묻힌다고.’
뛰어난 대사 암기력인 사람이 홀을 받쳐 줘야 내가 육각형인 게 티가 나지.
현수정 PD가 수정해온 기획은 그야말로 나를 위한 무대였다.
‘알바왕 서윤슬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겠어….’
인플루언서라고 한국대를 쉽게 갔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알바에 대해서는 편견이 없을까?
-근데 서윤슬이 이런 역할 하는거 기만 아닌가ㅋㅋㅋㅋ
˪ㅈㄴㄱㄷ 나만 이런생각 하는거 아니었구나ㅋㅋ 얘 인플이라 고딩때부터 협찬비 벌었잖아
˪ㅁㅈ 알바 한번도 해본적 업슨ㄴ데 왜 저런 역할을..ㅜ 좀 기분상함
당연히 있지. 대학일기 채널에 좋은 댓글만 달린 게 아니고.
‘그럼 이번엔 그 반응도 제대로 끌어올 수 있을 거다.’
하루에 세 개씩 알바 뛰던 사람이 어떤 건지 보여주지. 욕하려고 들어왔다가 박수치면서 나가게 해주겠어. 국내 10대, 20대층은 일단 안정적인 시청자를 데려올 수 있겠다.
‘30대는 명진주 배우가 맡아 줄 수 있다.’
꿈을 위해 노력하는 30대. 소재만 봐도 사람들 울리기에 딱 좋다. 그러다 드라마 한 번 터져주면 호기심에 보는 사람들도 많겠지.
‘뭐…. 나머지는 현수정 PD랑 제작 측이 맡으면.’
내 역할은 출연자 영입보다는 역시 제작 지원이거든. 이제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됐는데.
* * *
한국우유 마케팅팀은 매일이 축제였다. 올해 초, 한국우유 요구르트가 그렇게 빵 터지고 나서부터 단 한 번도 매출이 하락한 적이 없었다. 매일이 고공 상승을 띄고 있는 그래프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한국우유, 인기에 힘입어 요구르트 신제품 2종 추가 출시]최근 한국우유는 국산 생크림을 메인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트렌디 아이템을 새로 내놓았다. 지난봄 ‘한국대 정식’으로 유명해진 요구르트는 꾸준히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플레인, 딸기, 사과, 망고, 블루베리 5종에서 새로운 맛인 ‘생크림’과 ‘청포도’…
마시는 요구르트뿐만이 아니라 떠먹는 요구르트도 잘 되고 있었고, 거기에 추가로 서브 브랜드인 백록화까지 대박을 터뜨렸다.
“크~. 다시 봐도 광고 기깔나게 뽑혔다.”
특별한 CG를 입히지 않은 영상이었지만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저 윤슬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장면이었는데도 조회수가 높았다. 백록화 광고 촬영 영상은 인튜브에서 단 30초 공개되었을 뿐인데 조회수가 7만을 웃돌았다.
-우리언니 슈스다 슈스ㅠㅠㅠㅠ
-윤슬님이 입은 니트 정보 아시는 분 계신가요?ㅜㅜ 급해요
일반인 인튜버가 팬심으로 이렇게 사람을 끌어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윤슬은 다음 시험 기간에도 GU 편의점과 함께 백록화 커피를 ‘한국대 정식’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참된 모델이야….”
심지어 좋은 정보를 물어다 주기까지 했다. 현수정 PD의 후속 예능에 윤슬이 출연한다는 사실을 직원 중 한 명에게 넌지시 흘린 것이다.
“아직 근데 소재가 정확히 안 정해졌는데, 장사? 나 알바?로 하고 싶다고…. 아이, 이런 거 말하면 안 되는데.”
너무 됐다. 그 덕에 직원들은 현수정 PD의 새 작품에 제작 지원하는 브랜드들 소식을 알음알음 캐냈다.
다음 분기 마케팅 비용
현수정 PD 하나만으로도 될 일인데. 여기에 서윤슬이 더해진다? 자사의 모델이 더 유명해진다는 건 곧 브랜드의 홍보 효과와도 직결되었다.
한국우유는 제작 지원에 참전하기로 마음먹었다.
* * *
“당연히 껴야지.”
이건 유신사의 마케팅팀, 마린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얼마 전 회사에서 마주친 윤슬은 가볍게 정보를 흘렸고, 마린은 물었다.
‘서윤슬이 몇 번 옷만 입어주면!’
유신사는 윤슬이 기획해 낸 유신사 플리 마켓을 앞으로 매년 할 계획이었다. 플랫폼 좋고 브랜드 좋고 인플루언서들까지 좋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도 인생필름이랑 뭐 하나 콜라보하면 제대로 실적도 쌓을 수 있겠다!”
트렌드에 예민한 패션계는 이런 홍보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마린은 요즘 뜨는 OTT 예능, 환승 시그널에도 제작 지원을 진행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입고 걸치는 모든 것을 궁금해했으니 판매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얘네만 해도 이 정도인데~. 서윤슬은 더 했으면 더 하지.”
마린은 윤슬과 현수정의 프로에도 제작 지원을 할 계획을 세웠다. 윗선을 만나러 가는 마린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책상 위 마린의 노트북 화면에는 기사가 하나 띄워져 있었다.
[환승 시그널의 히로인, 하제인. 파리 패션위크 시선 한 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