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화(3/405)
「[사진촬영&보정]
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Yes ] [ No ]」사진을 선택했다. 뭐든지 일단 들어오게 만들어야지.
띠링-
「▶▶▶Loading….」
「[사진촬영] 스탯이 상승합니다.
▶ +10
[사진보정] 스탯이 상승합니다.▶ +10
[시작 골드] ‘300,000’이 주어집니다.」「<상태창>
이름: 서 윤슬
나이: 17
키: 162cm
몸무게: 51kg
체력: 60HP/999
매력: 100/999
사진촬영: 30(↑10)/999
사진보정: 33(↑10)/999
화술: 87/999
[스킬: 반짝반짝 (F)] [스킬: (안) 죄송합니다. (B)] [스킬: 직장인의 마음가짐 (A)]현재 골드: 460,000」
「▶System
축하합니다!
【인플루언서】 첫걸음에 다가갔습니다.
내일부터는 【미션】 이 시작됩니다.
※ 주요 미션을 세 번 이상 거절하면 모든 능력이 떨어지며 예상치 못한 엔딩이 됩니다.」
‘이 예상치 못한 엔딩이라는 건 뭐지?’
스크롤을 내려 봐도 따로 더 쓰인 말은 없었다. 신경이 쓰이는 건 상태창 제일 아래에 있는 골드 표시.
지금의 내가 저만한 돈이 있을 리가 없는데. 추석 때 용돈으로 받고 남아 모아 둔 십오만 원이라면 몰라도.
잠깐, 아까 저기 시작 옵션 중에 ‘시작 골드 300,000이 주어집니다.’라는 글자가 보였었는데.
“설마….”
현실에서 쓸 수 있는 거야?
빠르게 상태창에 있는 골드를 클릭하자 현재 금액과 작은 창이 하나 더 떴다.
띠링-
「▶Gold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골드.
원하는 금액을 말하고 세 번 길게 누르면 인출이 가능합니다.
※ 상태창에 출금 내역이 남습니다.」
사십육만 원.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돈! 미션을 성공하거나 하면 다른 스탯이 오르는 것과 동시에 골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두 달 뒤, 집이 경매로 넘어간 그 순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알바를 했었다.
‘그리고 결국 이사를 갔지.’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 집이 경매로 넘어간 후, 친척들에게 손을 벌려서 간신히 반지하를 구했었는데. 1년 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사정은 더 빠르게 악화되어 어머니의 먼 친척 집이 있다는 지방으로 내려갔다.
엄마는 새벽에 나가 아침부터 백반집에서 설거지를 했다. 파스 하나가 아까워서 그마저도 잘라 붙이며 매일 밤 근육통에 자면서 끙끙 앓았다.
나 역시도 교복을 입고 매일 알바를 늦을까 허겁지겁 달려가는 하루들을 반복했다.
“서윤슬. 요즘 너 공부 안 해? 전학 왔을 때보다 이게 몇 점이나 떨어진 거야.”
담임 선생님의 꾸지람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잠을 잘 시간도 아까웠던 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리가.
그때 숨 쉬듯 했던 생각은 200원 더 비싼 김밥을 먹을까, 말까. 걸어서 삼십 분인데 버스비 700원이 너무 아깝다. 피곤하지만 걸어갈까, 말까. 오늘 알바비 들어오는 날이라고 했는데 왜 아직 안 들어오지, 였었다.
새로 나온 틴트, 갖고 싶은데 못 사는 옷들, 학원 숙제들, 올려주지 않는 용돈들.
그런 행복하고 사소한 고민들 사이에서 나 혼자만 겉돌았다. 당장 200원이 아쉬운 나는. 어디서든 이방인이었다.
띠링-
「▶System
【미션: 일반】
▶백만 팔로워도 한 걸음부터
현재의 트렌드를 찾아 SNS에 첫 글 올리기!
보상
○매력 스탯 상승
※ SNS 글 올리기 미션을 성공적으로 ( 10 )번 완료하면
보상 ☞‘첫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Yes ] [ No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상태창이 떴다. 이번은 첫 보상이라 골드를 주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첫 선물이 협찬이라면….
‘고가의 제품이라면 되팔아도 되겠어.’
근데 지금 트렌드가… 뭐더라…?
“내일 생각하자.”
나는 그렇게 매트리스에 빨려 들어가듯 깊은 잠에 들었다.
* * *
지금 유행하는 SNS는 단연 에이스북, 아직은 유스타그램이 유행하기 전이었다. 1020은 주로 에이스북을, 그리고 4050은 카카오스토리를 하던 걸로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친구들 SNS나 볼까….’
연락이 끊겨 몇 년 만인지도 모를 얼굴의 중학교 친구들의 소식들에 New라는 표시들이 떠 있었다. 괜스레 반가운 마음에 좋아요를 누르려다가, 내가 누른 좋아요를 보고 따로 메시지가 올까 다시 스크롤을 내렸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입술이 빨개 보이는 게 그렇게 좋았었지.
다들 엇비슷한 색깔의 틴트를 바르고 몰려다녔었다. 퍼스널 컬러라는 개념이 없을 때라 나도 톤에 맞지 않는 화장품으로 어설프게 메이크업을 꼬박꼬박하고 다녔다.
“아, 창피해 죽겠네.”
분명 지금 올라왔다고 뜨는 사진들인데 나에겐 흑역사이자 과거 여행이었다. 물론 나도 지금은 똑같겠지만. 그런 똑같음이 어쩐지 안심이 됐다.
나 혼자만 동떨어지고 나 혼자만 뒤처지고… 그런 게 아닌 기분.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그 기분이 다시금 생생하다.
조금 무겁고 둔탁한 스마트폰이 손에서 느껴졌다. 이때는 나름 최신 핸드폰이었는데.
어젯밤 핸드폰을 켜고 나서 보냈던 문자 메시지에 답장이 왔다.
[우리 딸램~ 아빠가 요즘 많이 바빠서 미안해. 어제는 강에 빠졌다면서? 하여간에 칠칠맞은 지지배여. 엄마가 속상해하더라. 감기는 안 걸렸겠지? 우리 코찔찔이. 오늘도 사랑한다!]자꾸만 안도감이 든다. 이제 두 번 다시는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빠의 문자. 맨 마지막엔 오늘도 사랑한다는 특유의 말투.
‘진짜 돌아왔구나, 나….’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으로.
* * *
지금의 트렌드.
지금이라고 해봤자 이미 내가 아는 것, 모두 지나온 것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다만 문제는 어떤 걸로 주변의 이목을 끄냐는 거지.
‘자 생각해보자….’
어떤 인튜버가 그렇게 말했는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가 가장 광고비가 높다고. 하지만 성인들과는 다르게 나이대가 어릴수록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
여행, 명품 하울, 화려한 브이로그. 이런 건 어디까지나 성인들의 이야기지. 외국 여행 브이로그나 메이크업, 직장인 브이로그나 퇴사 후 이야기….
‘이런 게 지금 10대의 흥미를 끌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 끌어봤자 내가 안 되지. 오히려 너무 이목이 끌려 신상이 다 파헤쳐질 거다.
[익명 게시판]유스타 ㅅㅇㅅ 아는 사람? (댓글27)
집 잘사는 편이야? 얘 좀 돈 자랑? 심한 거 같은데…ㅎ 나만 좀 그런가
-나도 걔 좀 그래; 조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그런 느낌 있더라.
˪222 뭔지 딱 보임 그런 애들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거 돈으로 그러잖아 ㅋㅋㅋㅋ
-(사진) 난 이게 제일 웃겼음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그러는 게 더 없어 보인다는 걸 모르는 듯
-건너건너 아는 사인데.. 걔네 집 못사는 편인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ㅎ 그냥 입 다물고 있지요~~~
˪비밀 댓글입니다
˪나도 알려줘 ㅠㅠ
˪엥 진짜야??;; 사실이면 좀 당황스럽네
-첫댓 공감ㅋㅋㅋ 진짜 사랑받고 자란 애들은 물질적으로 연연해하는 거 안보이고 자연스럽게? 묻어나던데 걔는 뭐든지 자랑하려고 하는 거 그게 너무 없어 보임..ㅠ 뭣 모르는 애들이나 언니 부럽다 하지 나는 그닥?ㅋㅋㅋㅋ 이 악물고 나 사랑 받아요 하는 느낌;;ㅠㅠ
지금은 명품과 금수저 마케팅이 없으니까. 그게 유행하는 건 정확히 3년 뒤. 아니 아마 그 뒤부터 계속 이어진다.
한 명품 브랜드가 1020에게 유행을 탄 뒤로 꾸준히 변하지 않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렸으니까.
‘지금 내가 보일 수 있는 건….’
그래, 지금 유행하는 소소한 것들에 편승하는 수밖에 없다. 오히려 몇 년 뒤에는 소확행 같은 것들이 흙수저, 노란 장판 감성이라며 먹히지도 않으니까.
그래도 다행이야. 이 나이에 소소한 건 오히려 매력이 된다.
띠링-
[슬~ 우리 오늘 만나기로 한 거 두시 맞지?]상태창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핸드폰 위에 뜨는 메시지. 나연이다.
중학생 내내 같은 반을 했던, 17살 서윤슬의 가장 친한 친구.
‘아니. 친했던… 인가.’
쫓기듯 반지하로 이사를 가고,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느라 바빴던 고등학교 1학년 학기 초. 나연이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무시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정신없다는 말로 회피했었지. 사실은 더 이상 나연이와 내 처지가 같지 않다는 게… 죽도록 창피해서 그런 거면서.
여전히 부모님 그늘 아래서 구김살 없이 자라는 나연이와 달리 당장 삼각김밥 하나 먹을 때 200원을 고민하던 나는 다른 세상 사람이 되었다.
‘애초에 주말 알바를 하느라 못 만났던 것도 맞지만.’
그때의 나는 가진 게 너무 없어서, 돌려줄 수가 없는 마음이 너무 초라해서. 부스러기처럼 남겨진 자존심이나마 지켰어야 했다. 그게 내가 가진 전부였다.
숯불구이집 알바를 하며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힌 내 운동화 색은 어느새 회색에 가까워져 있었다.
* * *
“슬~ 오랜만이야!”
이제 진짜 실감이 난다. 나 지금 과거로 돌아왔구나.
사실 상태창이 나왔을 때도 반신반의했었는데, 웃으며 달려오는 나연이의 얼굴을 보니 지금 난 정말 17살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왜 자꾸 그렇게 봐?”
“그냥. 좋아서.”
“뭐야~”
얼른 가자며 손을 잡아채는 나연의 손이 반갑다. 그때 나연의 머리 위에 작은 표시가 반짝였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이 나연
나이: 17
키: 157cm
몸무게: 42kg
체력: 80HP/999
매력: 75/999
사진촬영: 15/999
사진보정: 8/999
화술: 43/999
[스킬: 뭐든지 밝고 맑게! (B)]」마음속으로 상태창을 부르자 나연의 상태창이 떴다.
‘성격도 스킬이 되는구나.’
그렇다면 내 스킬인 (안) 죄송합니다, 직장인의 마음가짐은 성격적인 면이라는 것 같은데….
‘확실하게 모르니까 답답하네.’
게임을 하기 전에도 공략집부터 찾아보는 K-유저. 힐링 게임에서도 빚 갚느라 노동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리 없다.
한가롭게 꽃 따고 동물 친구들한테 선물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게임에서도 한국인들은 무를 팔아 빚을 갚고 다시 꿀을 따서 빚을 갚는다.
-럭키- www 드디어 우리 마을에도 뽀쨔곰이 이사와줬어 ╰(❛∀❛ )╮믿을 수 없어 동물마을 신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www
-오늘도 친구를 초대해 하루 종일 놀아버렸네.. 대출,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웃음) 하지만 츤냥이와의 시간은 참을 수 없어.. ^ↀᴥↀ^
-초반 대출금은 없는 것으로 하면 안 되는 거야?ヽ(#`Д´)ノ 힐링을 즐기러 게임을 하는데 게임에서도 빚을 갚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드디어 레벨 업인가 (^∀^) 재밌고 신나는♪ 어쩌다 보니 어머니와도 함께 하게 되었다. 뎅굴멍 말고 실제 자식에게도 조금 더 신경 써주세요 (웃음)
이런 일은 없다.
-못생긴 하마충 이사 가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 푼다 (개추 부탁)
-대출금 갚으려고 하루 10시간씩 게임한다.. 현실 빚도 갚고 게임 빚도 갚고
-배추코인 성공함 드디어 대출금 터는데 한 발짝 다가섰다
-(추천부탁) 벌꿀 터는데 의외의 꿀팁
-생선 잡다가 세 시간 갔다 진짜 낚시 간 것 같음
이것이, 한국인이니까.
그나저나 내 스킬이 뭔지, 등급은 어떻게 올리는지, 내가 주인공 버프를 받아서 아니면 이미 나이가 더 많아서 두 개의 스킬을 더 가지고 있는 건지 알아내야 되는데.
‘그런데 스킬은 미션 보상으로만 이뤄지는 건가, 아니면 미션 보상이 없어도 연습해서 늘릴 수 있는 건가?’
이따 확인해봐야지. 불친절한 상태창 때문에 궁금한 게 많다. 원래 초반에는 어? 튜토리얼도 주고 그러는 거 아니야? 떼잉 쯧.
못마땅하게 옆을 보자 나연의 상태창 옆에 작게 반짝거리는 것이 있었다.
「인물 정보: >>♡♥♡
▷인물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열어볼 수 있습니다.」
‘인물의 정보….’
왠지 안 열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어떻게 생각해도, 나는 나연이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앞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다 확인하고 넘어가면 피곤할 일… 아니, 조금 상처받을 것 같다. 인물 정보 옆 스크롤을 내리자, 그 아래에는
「♥호감도: 102/999」
100이면 100이지, 저 ‘2’는 뭐야 대체…. 내 생각보다 나연이가 나를 더 많이 좋아했나 보다.
내심 감동이 밀려 들어온다.
그래. 인물 정보 안 열어보길 잘했어.
* * *
새 학기 가방을 아직 사지 못했다며 재촉하는 나연이의 발걸음을 따라간 곳은 명품관이었다.
‘그래…. 얘 씀씀이 잠깐 잊고 있었다.’
한 시간 째 이 매장 저 매장 돌아다니던 나연은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으로 딱 한 군데만 더 보자고 했다.
“슬. 내가 진짜, 이건 일생일대의 고민이라서 그래.”
“…….”
“나 이번에 지갑 사면 일 년은 써야 된다고 그랬단 말이야.”
‘가방 사러 왔다며….’
가방과 신발에, 새 교복엔 새 팔찌가 어울린다며 팔찌,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으로 지갑까지. 내면에 있는 25살 서윤슬이 머릿속으로 자꾸만 월급 계산기를 두드린다.
일반 직장인 월급을 웃도는 금액을 하루 만에 쓰다니. 한때는 나도 이런 시간이 익숙한 때가 있었지. 어쩐지 입 안이 쓰다.
‘이제 난 바디 워시 하나 살 때도 할인쿠폰 없으면 다른 거 사는데.’
“슬 네가 보기엔 어때? 베이지야 화이트야? 나 진짜 고민돼서 그래.”
점원이 앞에 조심스레 놓아 준 지갑을 아무렇지 않게 보면서 활기차게 말하던 나연은 잠깐 눈을 찌푸리고 고민하는 척하더니 곧이어 가볍게 외쳤다.
“안 되겠다. 나 엄마한테 그냥 전화 할래!”
통화는 일 분 안에 이뤄졌다.
“엄마, 나 그냥 두 개 다 사도 돼? 고민이 너무 되는데 둘 다 딱 내 꺼야. 나 진짜 공부 열심히 할게. 응 사랑해.”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내심 열등감이 밀려 들어온다. 25살 직장인이 손이 벌벌 떨릴 금액을 금수저 17살은 하루 만에 탕진한다.
“슬. 우리 라운지 가자.”
VIP들만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 카페, VIP 중에서도 최상급 VIP를 뜻하는 골드 카드가 눈부시게 빛났다.
아무렇지 않게 직장인 몇 달 월급을 써버린 나연이 카페 출입 카드를 흔들며 웃었다.
“…그래.”
목 끝까지 올라온 열등감을 삼키고, 나도 마주 웃었다.
가자. VIP 라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