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0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06화(306/405)
현수정 PD는 그야말로 문화충격을 받고 말았다. 바깥의 온도와 동일한, 아니 그보다 더 추운 것 같은….
휘이이잉-
“엣취.”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바람이 미친 듯이 부는데도 가죽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은 이 상황이 익숙해 보였다.
[Youstagram]얼어 죽어도 아이스.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날씨마다 달라지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이. 늘 한결같은 퀄리티와 맛…
‘뭐라는 거야 이건.’
현수정 PD는 윤슬이 보여 준 SNS에 기겁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여기 앉아있는 손님들이었다.
“야. 우리 몇 장 찍었지?”
“이제 세 장 남았어. 더 이상 사진 찍으면 쫓겨나….”
터무니없는 가게의 규칙에 따르고 있는 걸 보던 현수정은 한숨을 쉬었다.
“이게 맞아?”
“조용히 하세요…. 디엠으로 쫓겨나고 싶지 않으시면.”
이윽고 윤슬이 가져온 커피는 그야말로 한 모금짜리였다. 손바닥만 한 유리잔에 담긴 커피를 떨떠름하게 바라보던 현수정 PD는 잔을 들었다. 저 멀리에서 이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는 사장의 눈길이 느껴졌다.
‘커피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그간 현수정 PD에게 커피는 오로지 생명 연장의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밤샘을 밥 먹듯이 하는 방송계에서 최고의 커피란 자판기 커피, 또는 대용량 커피 둘 중 하나였다. 현수정 PD는 커피를 음미하며 마셔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 cafe comdes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본 후.
“…뭐지.”
현수정 PD의 커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버렸다.
* * *
‘꽤 괜찮겠지.’
여기 커피는 나쁘지 않거든. 사람들이 온갖 까다로운 룰을 다 지켜가면서도 여기 오는 이유가 있단 말이야.
‘여기에 아이템을 더해 버리자.’
지금은 표정이 미묘하거든. 맛은 괜찮지만, 이 카페 사장님을 출연자로 굳히기엔 좀 탐탁치 않아 보인단 말이지.
「▼상세 설명▼
아아, 마이크 테스트 (사용 시간 1시간)
: 마이크를 쥔 MC처럼 모두가 내 말에 집중한다! 설득력 +35~55% (확률 랜덤)으로 늘어난다.
※ 인원이 10명 이하일 경우에는 더 영향을 크게 끼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이템 창을 켜 현수정을 클릭했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입을 털었다.
“요즘 MZ들은 밥 먹는 것보다 카페 가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니까요? 가성비, 그거 몇 년 전 단어야. 이제는 비싸도 그 값어치를 하는 걸 찾아다닌다고요. 이 근방에서 cafe comdes 모르는 힙스터 없어요. 괜히 이 카페 바로 맞은편이 포토존인 줄 아세요? 저거 봐.”
착착착착착-
이 칼바람 사이에서도 카페를 배경으로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자 현수정 PD가 서서히 넘어오는 게 보였다.
“그뿐인가? 여기 사장님 SNS 팔로워가 몇인데요. 여기 스토리 하이라이트 보면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 그게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장인정신이죠.”
달칵-
내가 현수정 PD를 설득하는 데 정신이 없는 사이였다. 사뿐히 다가온 카페의 사장이 테이블 위로 새하얀 접시를 하나 올려두었다.
“커피의 맛을 아는 분이시군요.”
“아….”
“서비스입니다. 잊고 지냈던 가장 기본적인 맛을 다시 한번 사랑해보세요. 담백한 소금과 함께 프랑스 버터의 부드러움이 입 안에서 녹아내립니다.”
소금빵이군. 예의상 서비스를 받았으니 기뻐해 줘야겠지.
나는 두 손으로 합장을 한 뒤 참된 리액션을 해주었다.
“cafe comdes만의 클래식에 충실한 무드네요. 따뜻한 오븐에서 탄생한 나만의 소소한 다이닝. 소금빵 감사합니다.”
달칵.
사장은 뭘 좀 아는 놈이라는 눈빛으로 반대편 손에 있던 접시도 내려놓았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버터를 재해석했습니다. 레몬 딜의 상큼함을 어레인지해 기분까지 상큼하게.”
버터바로군.
“cafe comdes만의 유러피안식 센스네요. 무거운 식감이 될 수도 있었던 디저트를 더욱 촉촉하게 탄생시킨 버터 바. 감사합니다.”
사장은 흡족하게 합장을 하고 다시 카운터로 갔다. 나는 빠르게 사진을 찍어 스토리에 올려 줬다. 태그까지 야무지게 해서.
“대체 이건 무슨…. 뭔 주문? 같은 문화? 인?가?”
나의 화려한 MZ력에 적응하지 못한 현수정 PD는 말을 더듬거렸다. 나는 벌어진 입 사이로 소금빵을 떼서 넣어주었다.
‘역시 이 카페 사장만 한 적임자가 없어.’
이 레몬 딜 버터바나 소금빵은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2년은 지나야 유행한다고. 커피뿐만 아니라 디저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일 잘하는 빌런만큼 버즈량 뽑아내기에 좋은 소재가 없다.’
내가 일을 잘한다는 걸 보여주기에도 저만한 캐릭터가 없으니까. 현수정 PD는 소금빵이 맛있는지 얌전히 우물거렸다. 나는 버터바도 반 갈라서 현수정 PD 쪽으로 내밀었다.
“저분으로 가죠.”
“…….”
“딱 원하던 캐릭터 아니에요? 누구나 탐낼만 한 인재잖아요. 저런 사람 보기도 힘들어요. 흔치 않아.”
“그보다 흔하면 안 되는 캐릭터인데….”
하지만 말과는 달리 현수정 PD의 머리 위에 있는 마이크 로고 숫자는 정직했다.
「100%」
네 번째 출연자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 * *
“박소희!!!”
“와! 얘들아, 이거 얼마 만이야!!!”
“야, 미쳤어. 수고했어!”
수능이 끝난 다음 날, 우리는 바로 만났다. 수능을 친 소희는 물론이고 우리 방송부 고3 아기들, 그리고 이제 수능 D-day 364를 세야 하는 하경이와 2학년들까지 모두가 모였다.
“야, 서윤슬 미쳤냐? 여길 통으로 빌려?”
“한 시간만 빌린 건디. 야. 빨리 먹고 나가야 돼.”
“난 또 하루종일 빌린 줄.”
어디에서 모였냐고?
“…어서 오거라. 다들 반쪽이 되었구나.”
“아저씨, 박소희 8kg 쪘는디요?”
“저희 다 교복 안 맞아서 단추 풀고 다녔어요.”
돌쇠네에서.
바른말을 못 들은 척하며 돌쇠 아저씨는 테이블마다 꿀피스를 내려놓아 주셨다.
“오늘 사리는…. 무제한이다.”
아저씨의 말을 끝으로 나는 잠깐 기억이 없다. 쫄면사리라면사리우동사리에계란한냄비당네개추가갈릭치즈프라이에치즈추가….
“야, 빨리 긁으라고 서윤슬아.”
“아. 벌써 볶음밥이.”
오랜만에 여고생 바이브로 돌아가려니 잠시 아찔하군. 하경이는 어느새 친구들과의 사이가 더 좋아진 건지 볶음밥 담당이 되어 있었다.
‘저거 아무나 시켜주는 거 아닌데….’
괜스레 나는 뿌듯해졌다. 인정받은 자만이 밥을 볶을 수 있는 법인데. 하경이가 제법 인정받고 있나 보다.
김 가루와 치즈로 수북이 담긴 밥그릇을 내게 내민 예원이가 불쑥 물었다.
“너 요즘 괜찮아?”
“나? 나 왜?”
“그, 뒷광고도 그렇고…. 왜 있잖아. 걔. 니 이름 나오면 그 붙는. 이름이 죄인? 이었던가?”
“아. 하제인.”
“그래. 난 잘 모르지만. 관심도 없지만. 굳이 너랑 비교하자면 아니 비교할 만큼도 안 되지만.”
예원아…. 누가 봐도 의식하는 거 티나….
하지만 나는 모르는 척해 주었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한마디씩 하며 금세 테이블이 떠들썩해졌다.
“아니 근데 진짜. 뒷광고 너무하지 않아? 난 서윤슬만 보면서 살아서 그런가. 다 안 했을 줄 알았어.”
“어, 그니까. 나 그 이후로 구독 끊은 사람만 몇십 명이잖아.”
“언니 저희 학교도 난리 났었어요. 저희 옆 반에 인튜버 하는 애 있었거든요. 고등학생 브이로그라고. 근데 걔도 뒷광고 했다가 걸려서. 걔도 젬스톤? 그 이번에 난리 난 데. 거기였거든요.”
얼마 전 난리가 났었던 뒷광고 사태는 고3들도 알고 있었다. 예원이가 피식 웃으며 업계인의 짬바를 보였다.
“야,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냐. 서윤슬이랑 서윤슬 친구. 걔 나연이 빼고는 다 한 번씩은 했지. 운 좋게 몇몇은 빠르게 삭제해서 안 걸린 거지만 다른 MCN에도 많아. 뒷광고만 하면 다행이지. 팔로워 사는 애들도 있어. 광고 받으려고.”
“아, 그건 근데 좀 티가 나지 않아요. 언니? 그 팔로워들이 다 외국인들이잖아요.”
“맞아. 그 오르는 속도? 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것도 막.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나.”
뒷광고와 팔로워 구매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예원이는 큼,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서윤슬이 대단한 거야. 얜, 그런 거 하나도 안 했는데도 잘 나가잖아.”
“오~ 이예원 뭐야~. 이 말 한마디 하려고 빌드업?”
“부끄럼타네.”
“그런 거 아니거든!”
얼굴이 빨개진 예원이는 극구 부인하며 손사래를 쳤다.
“난 그냥 그렇다 이거지. 우리 회사는 데이터가 중요하니까. 팔로워 많은 것뿐만 아니라 그 구매 능력이나. 그런 걸로 광고비 차등 지급을 한단 말이야! 근데 내가 살펴보다 보니까 다른 인튜버들이랑 달리 서윤슬은 딱 투명하게. 어? 뭐 때문에 오르는 지가 보인다, 그냥 이 말 하려고.”
“알겠어 알겠어~.”
“내가 다른 사람들 모니터링하면서 체크했었는데 어? 그 하제인. 하제인도 사실 좀 추이가 이상했는데 서윤슬만 확실했단 말이야. 백만 인플 중에는!”
어라. 잠깐.
‘하제인은 팔로워가 왜 이렇게 빨리 늘지…? 활동도 안 하는데.’
예원이의 말에 이전에 내가 스쳐 지나가듯 떠올렸던 의문이 다시 한번 생각났다.
“예원아.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하제인 팔로워나 좋아요가 업로드하자마자 올라가는 게 아니라 몇 시간 있다가 서서히 올라가던데. 내가 하제인이 팔로워 샀다는 건 아니고, 보통 팔로워 산 사람들이 그렇게 올라가. 그리고 한국인들 잠든 새벽 시간에…. 두 시부터 네 시까지 꾸준히 위로 올라가거든.”
“에이. 설마 하제인이 팔로워를 샀을 리가. 걔 원래 해외 팬 많잖아.”
“그래. 걘 이번 뒷광고 논란에서도 아무 문제 없었잖아? 집도 잘 사는 애가 왜 팔로워를 사.”
맞는 말이다. 하제인이 팔로워를 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나도 알아. 누가 하제인이 팔로워 샀대? 그냥 좀 이상한 게 있다는 거지. 이건 그냥….”
“…뭔가 감이 이상한 거.”
“그래 서윤슬! 맞아, 딱 그거라고!”
하지만 나도 무언가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내 촉은 대체적으로 확실한 편이지. 그때였다.
“어? 윤슬이 지금 인튜버 백만 됐다?”
핸드폰으로 제인의 유스타를 보던 서은이 외쳤다.
띠링-!
그리고는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건 뭐야?’
그동안은 없었던 형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