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1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10화(310/405)
내가 멍하니 상태창을 바라보자 현수정 PD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은 당황스럽겠지. 하지만 말이야. 생각해 봐.”
진짜 생각해 봐….
생각이라는 걸, 좀 해 봐….
상태창 이 자식아….
“일반인들로 프로그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 최근에 구정모가 연출한 환승 시그널에서도….”
「[백룡 시리즈 어워드]에서 수상해보도록 합시다.」
백룡 시리즈 어워드.
기존의 시상식은 방송국별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뽑아 상을 주지만, 백룡 시리즈 어워드는 다르다. 스트리밍과 OTT로 영역을 확대해 훨씬 더 치열하다.
‘…지금 내가 알기로만도 OTT 스트리밍 서비스가 10개 정도인데.’
거기에서 상을 타라고? 나한테?
맞다는 듯이 상태창이 깜박거렸다. 아, 속 터지겠네.
‘그간 안 나타난 게 이거 때문이냐? 큰 거 준비하고 있었어?’
차라리 작은 걸로 여러 개를 던져….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 * *
“하….”
결국 난 소주를 깠다.
“큰일 났네….”
달다.
내 귓가에는 아까 전 현수정 PD의 말과 차재겸의 말이 놀랍도록 완벽하게 믹싱되었다.
“늘 옆에 함께 있는, 그 두 분은 어떨까. 마침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 셋을 좋아하는 코어 팬층도 도 도도독 도.도.도.도도”
귓가에 난데없는 EDM이 섞여 들었다. 잠깐, 이건 내 핸드폰 벨소린데?
[☎예워닝]아, 예원이한테 전화가 왔네. 근데 이 시간에…. 뭐지. 지금 새벽 두 시인데.
“어, 예원~”
-야! 내가 이거 너한테 말할까 말까 고민을 좀 했거든? 근데 이거 진짜. 아!!! 답답해!!!
“우리 짧게 갑시다. 결론이?”
-내가 지금 보내는 캡처본 봐봐. 끊어.
예원이는 냅다 전화를 끊고서는 수십 개의 사진을 보내왔다.
[익명게시판/ 이번에 인생필름 전남친 프레임ㅋㅋㅋ 난 그거 좀 쎄했는데]원래 ㅅㅇㅅ이랑 ㅎㅈㅇ 사이 별로 안 좋은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않나ㅜ 근데 굳이굳이 환승시그널 막방에ㅎㅎㅎ ㅅㅇㅅ이 하는 인생필름에 ‘전남친 프레임’?ㅋㅋㅋㅋ
이거 나만 쎄하냥ㅎㅎ… 열폭같앵ㅋ
-나도 뭐지 싶었음ㅋㅋㅋ 그럴거면 정식 콜라보를 하던가
-ㅎㅈㅇ 불쌍.. ㅅㅇㅅ같이 돈에 미친 애들한테 걸리면 답도없어 진짜ㅜ
-ㅇㅇ니만 그렇게 생각하는거 가튼뎅ㅋㅋㅋ 열폭? 은 니가? 하는 것? 같으셔ㅠㅠ [수정/삭제]
익명 커뮤니티의 게시글들이었다. 그것도 하나의 커뮤니티가 아닌 여러 개의 커뮤니티.
“아…. 진짜 머리 깨지겠네.”
[익명게시판/ ㅎㅈㅇ 첫사랑 ㅅㅇㅅ이 뺏어갔다는게 찐임?]지난번에 새타에서 들은건데 그런거면 내가 ㅎㅈㅇ이었어도 그때 ㅅㅇㅅ 왕따 당하건 말건 신경 안썼을 듯… 오히려 이건 ㅎㅈㅇ이 보살 아닌가ㅜㅜ
-엥 진짜? 찐임??;;; 찐이면 소름이다
˪ㅇㅇ지난번에 ㅇㄱㅈㄱ 동창이 말해준거임
-ㅋㅋㅋㅋ뭔 뇌내망상도 이정도면 중증이야ㅠ [수정/삭제]
“그 와중에 우리 예원이 전투력이 많이 늘었구나.”
인터넷 세상에서 점점 레벨이 높아지는 걸 보니 어쩐지 ㈜스타팅 스마트 애드 전 직원으로서 좀 뿌듯하기도 하군. 그나저나 저 글들은 대체 다 뭐야?
[어제부터 자꾸 새벽마다 이상한 글이 올라와… 혹시 몰라서 캡쳐 해두기도 했고 나도 나름대로 댓글 달기는 했는데] [올리는 애들마다 시간대도 일정하고 뭐가 좀 꺼림칙해;] [혹시 모르지만 알고는 있으라고 절대 이상한 애들 신경쓰지는 말고! 아무도 너 그렇게 생각 안해]예원이는 최대한 위로를 담아 카톡을 보내왔다.
일단 환승 시그널 콜라보 안 하고 버즈량 뺏어먹은 건 인정한다만, 자꾸만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백휘 이름이 나오면 곤란한데.
“이대로라면 재언이도 신상 파인다….”
커뮤니티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파민 가득한 소재, 치정극. 그런데 이게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진 인플루언서라면?
“온갖 루머 만들어지는 건 곧이라고.”
이유는 하나.
“…나 때문에.”
나는 일단 예원이에게 자료를 모두 받았다. 겸사겸사 지난번 하제인의 팔로워 캡처본까지.
이걸로 뭘 하지.
* * *
[당분간 우리 과 근처 오ㅗ지말 것]재언은 윤슬에게 온 카톡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왜냐는 질문을 했지만 ‘아무튼 그런 게 있다’는 답장이 왔다. 저 사이에 낀 ‘ㅗ’이 윤슬의 마음 같았다….
“…왜지.”
재언이 이렇게까지 공학관에 오래 붙어 있는 꼴을 보지 못했던 동기들도 하나둘씩 지나가며 이유를 물었다.
“너 왜 여기 있음?”
“…그러게.”
“야, 얘가 웬일이냐?”
“몰라….”
지잉- 지잉- 지잉-
[재언; 니 요즘 학교 안다님? 얼굴을 볼수가없네] [우리과 애들이 니 없어서 체교한테 축구쳐발리고잇음] [이게무슨일이냐 재언아 제발돌아와라]윤슬의 과 친구들도 모두 재언을 찾았다. 어느새인가부터 언론 새내기 단톡방에도 초대되어 있던 재언이었다.
“답은 하나다.”
오랜만에 체육관으로 가 하루 종일 죽치던 재언을 털어대던 관장 형은 깔끔하게 답을 내줬다.
“빼빼로데이를 안 챙겨서 그렇다.”
“그런…!”
“야, 역시 관록이 다르다.”
주변에 있던 형들도 박수를 치며 동조했다. 그러고 보니 인생필름 촬영 때문에 바빠 그런 행사 따위는 까먹고 지나가 버렸다.
“……!”
“재언아, 무슨무슨 데이만 되면 원플원, 투플원 하는 거 너무 좋지 않아 진짜? 나 이 맛에 편의점 온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재언의 어깨를 형들이 두드렸다.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지금이라도 그, 편의점 귀족코너에서 아이스크림 잔뜩 담아가 봐.”
* * *
“음….”
백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윤슬의 모든 시간표를 외우고 있는 데다가 함께 다니는 동기들까지 외우고 있는 백휘였다.
“윤슬이? 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얘, 어디 갔어?”
강의 쉬는 시간에 찾아가도 윤슬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학교에 갈 때나 집으로 갈 때나 먼저 왔다, 먼저 갔다는 대답만이 반복되었다. 한숨을 쉬던 백휘는 저 멀리 익숙한 뒤통수를 발견하자마자 잡아챘다.
“이유를 말해 봐.”
“제가 뭐 아나요.”
“눈 피하지 말고.”
잽싸게 도망가려던 차재겸이었다. 모르는 척 시선을 피하던 재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지난번에 슬이가 찔러준 뒷광고 건으로 아버지한테 얼마 받았어?”
“…….”
“태극일보 단독기사였고, 최초로 터뜨린 만큼 꽤나…. 아니다. 너 학점을 그따위로 받았는데 아직 카드 안 끊긴 거 보면 다했지.”
“…….”
재겸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굴렸다. 추후 윤슬에게 빚 독촉을 당하느냐, 나중에 그딴 걸 왜 말했냐고 윤슬에게 털리느냐.
“지난번에…. 그러니까? 베키 씨 신상 파일 뻔한? 그때 이후로 슬이가 뭔가 깨달은 바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재겸은 윤슬에게 빚 독촉을 당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자기가 물어다 준 건으로 아빠 카드의 중단을 막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제 그 카드는 윤슬의 것이 될 게 뻔했다.
“자세히.”
“렉카 인튜버에서 잠깐 다뤄서 아직 일이 커지지 않은 거지. 지금처럼 계속 지내면 말 나온다니까? 나름대로 배려해주는 거 아니겠어.”
자신의 어깨를 잡은 백휘의 손에 힘이 살짝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재겸은 슬쩍 추가로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지낼 수는 없는 거지. 안 그래? 뭐 그러다가 나중에 너네 군대도 다녀오고 하면 더 친한 동기들이 생겨서 더 이상 사라지지 않는 카톡의 1…. 야, 어디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쁘게 사라지는 걸 보니 뻔했다.
“집에 가네.”
재겸은 핸드폰을 꺼내 재언에게도 연락했다. 이렇게 된 이상 진짜로 현수정 PD의 프로그램에서 랜선으로도 도파민 파티를 즐기고 싶었다.
“난 바빠서 매일 옆에서 볼 수가 없잖아~”
OTT 서비스로 즐기는 도파민 파티.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입력: ㅠㅠ 슬이가 요즘 너네를 피하는 이유…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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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스팸 같은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재겸은 조만간 집에 두 사람이 들이닥칠 윤슬을 생각하며 흥얼거렸다.
* * *
메짱이는 결국 글을 하나 올렸다. 단톡방에서도 곧장 지원사격을 나가 준 덕분인지 곧장 실시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네이트관] [10대관] [실시간 톡톡] 환승시그널 하제인 첫사랑 썰 이거진짜임?얼마 전에 안드로메다 인튜브에서 아주 살짝 나온 썰…
(메다의 라이브 방송 캡처짤.jpg)
근데 이게 이 사람이라는 말이 있음 ㅇㅇ 같은 학교 나왔고, ㅎㅈㅇ이랑 같은 동네에서 유학했고 집안이 정치쪽이고 초성이 딱 ㅊㅂㅎ임
(제인의 유스타에 올라갔던 메다의 댓글 캡처.jpg)
이 사람이 ㅅㅇㅅ님이랑 같이 인생필름 하시는 분이거든
(성사비 인터뷰 캡처. 모모의 유신사 플리마켓 영상 캡처.jpg)
언뜻 봐도 진짜 첫사랑상 ㅠㅠㅠㅠㅠ…ㅎㅈㅇ님이 짝사랑한거 이해도 됨 근데 이게 옛날에 슈스 사건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 알텐데 ㅅㅇㅅ님이 ㄱㅇㅎ님이랑 다른 유스스들한테 왕따당했었고 ㅎㅈㅇ도 알면서 방관했다… 이래서 난리났었음;
지금 ㅅㅇㅅ님이 ㅎㅈㅇ님 첫사랑 뺏어갔다는 말이 인증으로도 나돌던데 그러면 이거 오히려 ㅎㅈㅇ님 때문에 ㄱㅇㅎ님이 나서준? 거 아닌가ㅠㅠ;; 친구 짝남 뺏어갔는데 나였어도 곱게 안보일 듯…
안드로메다의 단톡방에서는 그때 그 일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었다. 지금 가장 유명한 두 인플루언서의 과거 이야기였으니까.
[ㅋㅋㅋ내가 이거 진짜 자세히 아는데..ㅜ 일에 엮인 애들 억울한 점 많더라] [너넨 대충 어떤 상황인지 느낌오지?ㅋㅋㅋ]알 듯 말 듯 의미심장하게 입을 여는 안드로메다 덕에 메짱이는 자신의 추측에 힘을 더했다. 렉카 인튜버의 구독자들이 모인 단톡방답게 그들의 추측은 사실 100% 진실에 가까웠다.
-엥ㅋㅋ 이거면 진짜 당황스럽다… 내가 ㅎㅈㅇ이어도 안도와주고싶었을 듯 ㅜ
-여기 이 영상 맞지? 링크 두고감ㅋㅋ
https://www.intube.com…
그렇게 윤슬의 인튜브 영상들은 서서히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실시간 1위를 하고 있는 만큼 게시글을 본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었다.
“이 댓글은 또 뭐야…. 링크까지 걸어?”
윤슬은 예원에게 받은 글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신고 버튼을 눌렀지만 당장 글이 내려가지는 않았다. 다이아수저가 한 시간 안으로 해결해 준다고 했지만, 게시글이야 몇 번이고 다시 올리면 그만이었다.
“뀨!”
제비가 그래도 좋은 일이 곧 생길 거라는 듯 작은 날개로 윤슬의 어깨를 토닥였다.
「오픈 조건: 인튜브 1,000,000조회수 10개 달성」
윤슬의 머리 위에 뜬 상태창이 다시 한번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