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1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15화(315/405)
메짱이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네.’
많이 긴장했나보군. 충격 효과는 여기서 더 주면 안 되겠다.
‘저러다 도망가면 안 되니까.’
일단 관중들부터 내보낼까.
나는 오늘 무대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준 감독님과 스태프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여기부터는 저희끼리 얘기해보도록 할게요.”
“괜찮겠어? 우리 없어도 되려나.”
“맞아요. 무슨 소릴 들을 줄 알고.”
감독님도 스태프들도 이미 사정 설명을 들은 후라 메짱이 같은 악질루머 생성기와 나를 함께 두는 걸 걱정했다.
진짜 이제 다 가도 되는디. 메짱이를 안심하고 촬영장까지만 부르기 위해 필요했던 거거든.
“에이~. 괜찮아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미적거리는 사람들을 등 떠밀어 보내고.
끼익-
문을 닫았다. 이제 이 드넓은 공간에 남은 건 메짱이와 나, 그리고 재언이와 백휘. 넷뿐이었다.
“이제 우리 얘기 좀 하죠.”
그럼 시작해볼까.
공갈 협박.
* * *
메짱이는 윤슬을 따라 스튜디오 안쪽에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심장이 답답했다.
‘어떡하지. 진짜 어떡하지.’
아까 전 모든 사람들의 눈에 담겨 있던 감정은 너무나 투명했다. 실망, 조롱, 경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내비치던 사람들. 만일 그런 감정을 부모에게서 받게 된다면?
‘고소장 집으로 날아올 텐데…!’
어떻게든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메짱이는 이제 기껏 대학교 2학년이었다. 변호사비는 물론이고 손해 배상을 할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취업은 어떡하지? 소문나면 대학은? 아니 일단 메다 단톡방 애들이 알게 되면 끝이야….’
고소각을 재가며 익명 게시판에 자신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는 상상까지 한 메짱이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리고 솔직히 왜 나만 갖고 그래? 이건 불공평하지. 다른 사람들도 다 잡던가…. 서윤슬 얘기 나 혼자만 한 것도 아닌데!’
마음 속으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있던 메짱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할 말 없어요?”
의자에 앉은 윤슬이 메짱이를 올려다봤다. 메짱이는 우물쭈물 땀이 배어 나오는 손을 꼼지락거리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네, 그건 알겠고. 뒷수습 어떻게 할 거예요?”
백휘가 내민 종이를 받은 윤슬은 메짱이에게 그대로 건넸다.
“…헤에에에엑?”
그리고 그 종이를 받은 메짱이는 자신도 모르게 괴상한 소리를 냈다. 종이에 적힌 0이 지나치게 많았다. 메짱이는 0을 다시 세고 또다시 셌다. 평생 벌어도 못 벌 금액이었다.
“저희 전남친 프레임 출시 직후 매출 보이죠? 근데 그쪽이 쓴 글 때문에 점점 매출 떨어졌고, 아. 거기에 역대급으로 제작비 들인 다음 프레임은 아예 엎어지게 생겼어요. 일단 그 금액 그대로 녹아 있고요.”
물론 뻥이다.
다음 프레임 그딴 건 없었다.
“인생필름 브랜드 네임 언급하시면서까지 글 쓰시고 다니셔서, 변호사 자문받고 그 보상금액도 넣었어요. 아까 들었다시피 국내 최고 변호사 다섯 분이 제시하신 금액이라 반박은 못 할 거예요.”
역시 뻥이다.
“그리고 아시려나? 현수정 PD님 프로에 저희 셋 나가기로 했었는데 그쪽이랑 친구분들 때문에 불발될 수도 있어서, 그 촬영 제작비도 같이 있어요. 현수정 PD님이 힘써주셔서 익명게시판 글 작성자 이렇게 빨리 잡은 거예요.”
이것도 뻥이다.
“지금 저뿐만이 아니라 한국우유에 라모레, 거기에 제가 출연할 OTT 회사까지 건드리신 거예요. 그쪽이.”
메짱이는 그제야 이 모든 현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눈앞이 깜깜했다.
* * *
조용히 내 옆에 서 있던 백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됐어. 이렇게 하는데도 ‘죄송합니다’ 한 마디인데 그냥 장 변호사님한테 전부 맡기자.”
“그래도…. 조금만.”
“굳이 설명해서 뭐 해. 여기까지 와서도 머리 굴리는 거 안 보여?”
형사들이 수사에서 쓴다는 그 전략이다. 바로 나쁜 형사 착한 형사.
방법은 간단하다.
“똑바로 말 안 해!!! 아앙? 바로 감옥 넣어줄까!!! 옷 벗어! 곰팡이 핀 죄수복만이 이제 니 옷이다!”
이렇게 탈탈 털던 형사가 나가고, 따뜻한 율무차와 함께 착한 형사가 나타난다.
“수사받느라 힘들죠? 원래 그러려고 하던 건 아니었을 텐데. 일단 마시면서 생각해요. 곰팡이 핀 죄수복까지는 아니지만 살짝 낡은 죄수복 정도는 내가 힘 써줄 수 있는데.”
이렇게 사람을 온탕 냉탕에 담그다 보면 어느새 착한 형사에 감동받은 사람은 있는 정보 없는 정보 다 술술 말하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이렇게 정신 빼놔야 팩트 체크할 생각도 못 하지.’
우리는 메짱이가 정확히 뭘 하고 다녔는지 모른다. 새벽 인증글 하나 정도.
그러니까 이런 쇼맨십이 필요하다고. 정식 수사나 고소 절차 밟게 되면 이게 아무리 짧아도 한 달은 필요하잖아. 빨리빨리 끝내야지.
‘좋아. 잘 먹히고 있어.’
아까부터 울기 시작한 메짱이는 이제 이마에서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본인 인생 본인이 망친 건데, 장기 떼다 팔고 집도 내다 팔고 밤낮없이 평생 죽도록 일만 해서 갚게 해야지. 이왕 하는 김에 확실하게 하자. 청구할 수 있는 건 다 청구….”
백휘가 이쪽 연기에 너무나 적임자다. 저거 분명 반쯤은 진심이다. 반 아니고 삼 분의 이, 아니 사 분의 삼 정도일지도….
“…잘 생각하세요.”
백휘가 친절히 ‘당신의 인생은 이제 망했습니다. 미래고 뭐고 없습니다. 장기 다 두고 나가세요.’를 설명하고 있을 때였다.
착한 형사2, 재언이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일단 저 돈을…. 다 갚아야 하긴 하잖아요?”
“저, 저 진짜 죄송해요. 근데 저 이제 대학교 2학년이고요. 저희 부모님이 아셔도 못 갚아주세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끄허헉, 제가 자필 편지도, 사과도, 히끅 쓸게요. 그럼 사람들도 다 오해인 거 흐어어엉…. 알. 끅.”
재언이가 유일하게 도와줄 사람으로 보였는지 메짱이는 엉엉 울며 빌었다. 재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혼자서는 무리죠. 근데 다른 건 저희 측에서 봐줄 수 있다 쳐도, OTT 쪽 건은 그냥 못 넘어가거든요….”
“흐어어어엉. 잘못, 잘못했어요. 말 좀 잘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 그쪽이 끅. 말 해주시면….”
“기업이 여러 개라 꼭 물어내야 해요…. 같이 활동한 친구들 있을 거 아니에요.”
“끅. 네?”
“협조하면 그쪽한테는…. 고소 안 할 거예요. 대신 다른 친구들이 갚는 걸로. 어때요?”
물론 이것도 뻥이다. 우리는 그렇게 비밀 서약서를 쓰고 메짱이 핸드폰의 유심칩을 빼냈다.
이제 물밑에서 어떤 루머들이 오고 갔는지 좀 확인해 볼까.
“안드로메다부터 살살 캐내야지.”
아, 현수정 PD 프로그램 촬영은 진짜다. 정말 이제 우리는 곧 미친 듯이 바빠질 예정이다.
외주 맡겨야지.
* * *
“야, 너 전화 온다?”
“내 전화는 늘 울려~”
큐대를 초크로 긁으며 재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제 곧 시험 기간이었지만 재겸에게는 그저 크리스마스 디데이를 세는 신나는 겨울이었다.
“니 이번에도 한국 뜰 거?”
“한국에 있어봤자 피곤해~. 이번엔 스키 타러 갈 건데 니도 가자 동진아.”
“몰라? 봐서.”
낄낄거리며 성적표만 한국에 남기고 뜰 예정이었던 차재겸의 표정이 굳었다.
[ㅎㅎㅎㅎㅎ재겸아 내덕에 카드 안끊겼다며?] [그걸 재겸이한테 못듣고… 쫌 서운하다…ㅎㅎㅎㅎ]방금 왔던 부재중 전화는 윤슬이었다. 차재겸은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빚쟁이의 심정을 순식간에 이해했다. 성을 떼고 이름을 다정히 부르는 윤슬이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입력:ㅎㅎㅎㅎ응 내가 말 안했었나?ㅠ 깜박했나봐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은혜 꼭 갚을게 자기야
재겸이 답장을 보내자마자 윤슬에게서는 다시 전화가 왔다. 재겸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 받기를 눌렀다.
-우리 사이에 은혜는 무슨. 내 부탁 하나 들어 줄 수 있지?
“어어 그럼. 당연하지….”
-너 폰 하나 남는 거 있지? 개통해서 유심칩 좀 꽂아. 거기 단톡방이 하나 있거든? 지난번에 백휘 얘기 꺼냈던 그 렉카 인튜버 비밀 단톡방인데 거기 들어가서 걔 정보 좀 캐봐.
“…뭐라고?”
재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체 윤슬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거 뭐 어떻게 구한 건데? 아니 그보다 그 유심칩 대체 누구 거야??? 나 지금 이해가???”
…아, 너인 거 안 들키게 여자인 척 잘 하고. 내가 지난번에 너 대충 인터넷 말투 가르쳐줬었지? 그때 댓글 달던 것처럼만 하면 돼.
“이러려고 그때 나 부른거니 자기야!!!”
며칠 전 도파민 파티가 있다고 불러서 갔더니 밤새 댓글노동에 강제참여되었던 차재겸이었다.
-그리고 트릿터 계정도 하나 같이…. 아니야. 두 개 해야되는구나. 메짱이랑 또 새로운 인물. 야, 인격 두 개 잘할 수 있지? 인터넷에서 메짱이랑 같이 알게 된 부자 언니인 척 해야된다?
“아까는 부탁 하나라며 왜 점점 늘어!!! 자기야 이러면 난 크리스마스에….”
-나야.
재겸은 익숙한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백휘였다.
-내년에도 카드 쓰고 싶잖아. 그치? 나중에 경과보고 해줘. 고마워.
그렇게 막무가내 통화는 끝났다. 시간과 공을 어마어마하게 들여야 하는 미션 몇 개를 남긴 채.
‘최백휘 미친 새끼야….’
재겸은 말없이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좌절한 재겸의 곁으로 해돋이 동진이 다가왔다.
“야, 종강하고 나서 스키….”
“안 가.”
“뭔 소리야. 방금 전엔 스키 타러 가자며? 나 한 이주 정도는”
“안 간다고…. 안 가! 안 가 이 새끼야! 안가!!!!”
차재겸의 겨울방학이 삭제당했다.
* * *
“좋아. 이제 급한 불은 모두 껐고.”
나는 현수정 PD와 약속을 잡았다. 이제 새 프로그램의 마지막 출연자. 드디어 백휘와 재언이 합류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