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1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17화(317/405)
‘사행성. 하다하다 못해서….’
현수정 PD가 미니게임을 한다고 하니까 상태창이 또 끼어드네.
나는 띄워진 상태창을 대충 읽었다.
「▶포인트 벌기 MINI GAME
>>>부스터 키우기<<<
부스터를 얻은 당신! 양옆에서 당신을 돕기 위해서는 수많은 하트가 필요해요.
SNS를 키우며 얻은 하트로 포인트를 채워 봅시다♥」
상태창에서는 하트가 퐁퐁퐁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래에는 재언이와 백휘의 계정이 떴다.
「Booster Heart
오늘의 주제 ▶[일상]
@100.c [♥하트 포인트: 0]
@jaeeon [♥하트 포인트: 0]」
이게 말이 좋아 미니 게임이지, 그냥 내 계정에서 백휘랑 재언이까지 더 키우라는 거 아녀? 미친 게임이네.
‘하트. 하트라….’
이렇게 되면 당연히 좋아요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지금 이미지 소비 심하게 해서 좋을 거 없다.’
이쪽은 삼 년간 상태창이 구르고 굴린 몸이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드를 매일매일…. 올린다고?’
그럼 구정모 PD 출연진과 차이점을 두지 못한다. 누가 봐도 유명세를 원해서 방송에 출연한 느낌이 나니까.
그렇다면 살짝 틀어 보자.
“일단은 스토리로 간다.”
스토리에도 하트를 누르는 기능이 있거든.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두 번째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나는 전화목록을 뒤졌다. 이 일에 딱 맞는 사람이 있다.
“어, 여보세요? 민준아? 이번 주에 너네 가게 놀러가고 싶은데. 어. 근데 커피 머신 좀 써도 돼? 다른 건 아니고 애들 커피 만드는 거 가르쳐야 해서. 응. 그런 게 있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애들 기본적인 건 가르치고 시작해야 하지 않겠어?
* * *
드륵- 쾅- 철컥.
소리만 들으면 어딘가의 공장 같겠지만 놀랍게도 이곳은 스퀴즈 청담, 주방 안쪽에 위치한 커피 머신기 앞이었다.
가게 오픈 두 시간 전부터 들어온 윤슬은 속성으로 카페 머신 사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라인딩 싹 하고. 필터 빡 가볍게 두들긴 다음에 탬퍼를 끼면 되는 거야.”
“…응. 나 다 했어.”
“하하. 나도.”
“야, 니네 셋 다 대체 뭐냐? 어디에서 알바하다 왔어?”
한 사람은 진짜 알바생 출신이었고, 두 사람은 어제 내내 인튜브로 [커피 머신 사용법], [카페 알바 브이로그] 등을 예습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얘보다.’
‘못할 수 없지.’
옆에 있는 사람보다는 더 잘하겠다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너희 나중에 진짜 알바 필요하면 여기 와주라. 1월이 비수기인데 손님 훅 늘겠다.”
민준은 커피를 마시며 감탄했다. 각이 잘 잡힌 셔츠에 단정한 앞치마를 입혀 두니 정말로 이상적인 바리스타의 모습이었다. 다른 알바생들에게는 살짝 넉넉한 앞치마가 둘에게는 맞춤 제작이라도 한 듯 딱 맞아떨어졌다.
착착착착착-!
옆에서 윤슬은 레더 앞치마를 하고 있는 둘의 사진을 찍어댔다.
“좋아. 어. 아주 그냥 사진에서도 커피 향이 나는 남자처럼 해 봐, 재언아.”
“…어떻게?”
“좋아. 그렇게 인상 살짝 쓰고.”
“…….”
“방금은 너무 갔어. 원두 씹은 남자 됐잖아.”
스토리에 업로드할 만한 사진을 찍기 위한 윤슬의 눈이 빛났다. 윤슬의 머릿속은 오로지 하나였다.
‘포인트! 얼른 포인트 모아야지!’
달랑 삼백 포인트가 있는 윤슬에게 하트로 받는 포인트는 너무나 중요했다. 쉴 새 없이 재언의 근처에서 셔터를 누르던 윤슬은 백휘 차례가 되자 깔끔하게 몇 장만 찍고 끝내버렸다.
“와~. 다 건졌다~”
“나는 이게 끝이야?”
“너는 각을 알아 백휘야. 그냥 다 A컷이라 바로 올려도 되겠다.”
최백휘는 다음부터는 좀 뚝딱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너네가 그런 프로 나갈 줄은 진짜 몰랐다. 야, 이왕 온 김에 몇 개 더 배워 가. 라떼아트 이거 할 줄 알면 도움 될걸?”
테이블에 앉아 우유를 흔드는 민준에게 윤슬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면 현수정 PD의 프로그램 시작이었다. 자신은 이미 헬알바 경험이 있어 괜찮다지만, 자칫하면 재언이와 백휘의 편집점이 꼬일 수 있었다.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다.’
서툰 모습도 재미있게 보겠지만 문제는 그 서툰 장면이 계속해서 나가면 빌런이 된다. 짧은 장면이 인터넷에 퍼지게 되면 더 큰일이었다. 초반엔 ‘서툰 척’을 하는 게 중요했다. 윤슬은 커피에 우유를 따르면서도 큰 그림을 그렸다.
“오, 최백휘 재능있어. 너 이거 처음 해보는 거 맞냐?”
“가르쳐준 대로 하니까 되던데.”
“권재언 니도 나름대로…. 어. 이건 뭐야. 윤슬아, 설명해 봐. 이건 뭐야.”
“…….”
그리고 커피잔 안의 그림은 망쳤다. 알 수 없는 괴생물체를 잔 위에 띄운 윤슬은 깨달았다.
‘…서툰 척은 나도 해야 했던 걸까.’
서툰 척이 아니라 진짜 진심으로 서툰 라떼아트였지만 알바왕의 자존심이 상했다.
그날 윤슬은 라떼아트를 야심차게 열두 번 더 도전했고 열 두잔 다 망했다.
[Youstastory]@100.c
[latte.](라떼 아트를 하고 있는 백휘의 손. jpg)
@sqeeze_chungdam
[Youstastory]@jaeeon
(커피 머신을 만지고 있는 재언의 뒷모습.jpg)
@sqeeze_chungdam 민준.
[Youstastory]@seo_yoonseul
[첫도전 라떼아트 (o;TωT)o♥ 오늘 잠 다잤다~!]@sqeeze_chungdam
세 계정에는 스토리가 동일한 시간에 올라갔다. 스퀴즈 청담 공식 계정을 태그해 민준의 팔로워까지 한 번씩 들어오게 만들었다.
「Booster Heart
@100.c [♥하트 포인트: 4621]
@jaeeon [♥하트 포인트: 4143]」
순식간에 두 사람의 스토리에 하트를 누른 팔로워들이 생겨났다. 윤슬은 상태창에 차오르는 포인트를 보며 다짐했다.
‘OTT 첫방 때까지 백만 포인트는 모으고 만다.’
드디어 첫 촬영이 다가왔다.
* * *
[사장님이라면 언제나 best choice를, 그리고 good place를 만들어내실거라 확신합니다.이런 생각은 문득 떠오르는 어떤 두서없는 잡생각이 아닌.
또 하나의.
완연한.
믿음입니다. :)]
“후. 감성이 제법 늘었어….”
cafe comdes의 사장, 원두진은 첫 촬영날을 맞은 응원 메시지를 보며 피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웃는 것조차 세련된, 미학 그 자체인 원두진의 직원들은 감성조차 비슷한 결이었다.
“그래. 이게 바로 cafe comdes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나의 비결….”
그건 바로 커피 한 잔도 허투루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두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작진들이 내민 종이 중 하나를 골랐다. 원두진의 손에서는 최근 출시한 브랜드 중 가장 트렌디한 sejanmue의 핸드크림 향이 은은히 났다.
‘분명, 내 감성에 맞는….’
현수정 PD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다던 인플루언서 서-윤슬도. 그들은 커피 한 잔의 가치를 알고, 커피가 줄 수 있는 휴식을 알았다. 출연을 결심한 것은 오로지 그 때문이었다.
[축하합니다!한국대 근처 카페 당첨!]
▶지도를 따라 가세요٩(^ᴗ^)۶
지각하면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뭐?”
그렇다.
“카카오지도를 확인하면…. 아니 이렇게 작고 좁고….”
원두진은 사기당했다.
* * *
카메라에 담기는 원두진의 모습은 성공한 바리스타의 쌉쌀한 매력이 묻어나야 했다. 하지만 지금 녹화 중인 카메라에서는 씁쓸한 인생의 맛이 묻어나고 있었다.
배배배배 배달달달의 만만만족-! 주문-!
누군가가 들으면 기계음이 에러라고 생각할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아!!!”
아쉽게도 이건 기계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진님! 지금 주문 건 확인해주시고 예상 시간 맞춰 기사님 배차해주세요!”
이 가게의 미친 주문량이 문제였지.
원두진의 감성은 생존본능으로 대체됐다. 초반엔 포장이라도 예쁘게 해보려 했지만 곧이어 그냥 튼튼하게 매듭을 짓는 걸로 바뀌었다. 안 새는 게 우선이었다.
‘다들…. 이렇게 커피를 그냥 배달해서 마신다고? 이건 진정한 휴식이 아니야.’
하지만 원두진의 마음속 한편에는 온전한 휴식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아름다운 장소에서 좋은 음악과 함께 하는 향긋한 커피.
지금 자신이 만들어내고 있는 건 그저 카페인 덩어리에 불과했다.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힐링이…!”
그때였다.
배달의 만족- 주문-!
왜인지 방금 전보다 더 섬뜻한 기계음이 들렸다.
[주문자: 겨미겨미기여밍]안심번호 사용: 070-000-000
주문 내역
사과쨈 와플 8 (+생크림 추가 애플쨈 추가)
홍시 스무디 1
초코 바나나 와플 2 (초코 추가)
아메리카노 17
쫀득 초코 브라우니 3 (아이스크림 추가
…
총합 237,300
누군가가 진심으로 멋진 휴식을 취하려는 듯했다. 원두진은 밀려드는 주문에도 멍하니 주문서를 읽고 또 읽었다. 스무디 종류가 지나치게 많았다. 게다가 푸드마다 추가할 수 있는 건 모조리 추가되어 있었다.
요청사항: 빨대 30개 물티슈 많이 주세요
‘도망갈까….’
그런 원두진을 바라보던 직원은 빠르게 손을 놀렸다.
“뭐해요! 얼른 브라우니! 이분 단골이세요!”
원두진은 휴식이고 뭐고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정확히 세 시간 뒤, 원두진은 싸구려 당 덩어리라고 무시했던 사과쨈 와플을 우적우적 씹으며 주방 한구석에 거지처럼 앉아 쉬었다. 버터 바나 앙버터 따위는 생각도 안 났다. 시럽 줄줄 흐르는 사과쨈 와플이 최고였다.
“수고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좀 괜찮은 편이에요….”
“…이게요?”
입가에 하얀 생크림을 묻히고 있던 원두진은 아마 자신이 가장 힘든 장소를 뽑아버렸으리라 확신했다. 다른 출연자들은 모두 꿀을 빨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각 윤슬은.
“허허허허….”
리어카를 끌고 있었다.
* * *
[축하합니다!어디에나 황금마차 당첨!]
▶제작진을 따라가세요٩(^ᴗ^)۶
종이컵을 남기면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이게 뭔가 했다. 황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좋은 거겠지 생각했더니.
“자~. 이 지도 중 발길 닿는 곳에서 커피를 파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허가 문제가 있어서요.”
생글생글 웃고 있는 제작진은 나에게 다 쓰러져 가는 리어카를 하나 줬다.
“윤슬이만의~ 작은~ 카페~!”
이름만 붙이면 그냥 다 카페냐?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아 적어도 사람을 가게 안에는 넣어줘야 할 거 아니냐고…. 민준아, 나 라떼아트 왜 배웠니.
“허허허허….”
심지어 제작진들이 체크해 준 곳들은 그다지 목이 좋은 곳도 아니었다.
“…후.”
나 한겨울 마트 앞에서도 판촉알바 하던 서윤슬이야. 이런 걸로 쉽게 안 끝난다.
‘제작진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개그 롤로 나를 밀 생각이었나 본데.’
난 업혀가는 막내 롤 하기 싫거든.
나는 나에게 주어진 초라한 아이템들을 바라보다 목도리를 다시 맸다. 이번 회차 포인트. 내가 가장 많이 벌어갈 거다.
나는 리어카를 쥔 손에 힘을 단단히 줬다.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