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1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19화(319/405)
윤슬의 얼굴을 뚫어져라 본 건 처음 보는 노인들이었다. 위 아래로 꼼꼼히 살피는 눈에 윤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목에 매고 있던 목도리는 어느새 추위로 인해 머리까지 칭칭 두르고 있었다. 목도리로 감싸놨지만 겨울바람에 윤슬의 뺨이 빨개졌다.
“맞네 맞아! 김 사장! 내가 맞다고 했잖아? 딱 토깽이 같이 생긴 거 봐!”
“그러네!”
윤슬을 두고 두 노인은 박수를 쳤다. 그러더니 곧이어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토끼모자네 딸 맞지?”
“어이구. 이 추운데 커피를 팔어.”
그렇다. 윤슬의 토끼 모자는 NEVER 밴드까지 진출하며 손자 손녀를 둔 노년층에게도 한번 대 유행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NEVER BEND]손녀딸이 사달라사달라~해서~ㅋ 이게 뭔지는 도통몰라두 어린애들 사이에서 유행인것만은 확실…^^ 내내 조물딱거리며 귀를 쫑긋쫑긋 재롱을 핍디다ㅋ 다들 하나 사줘보슈
-토끼모자네 딸랑구처럼 효녀되길~ㅎ 서아 많이컷구나 곧 초등학교 들어가겠네
˪그게 누구여? 승찬이 너네 둘째 말하는거냐?
˪www.http://never.com.news… 봐봐ㅋ
영세한 자영업자의 딸이 아버지를 위해 토끼 모자를 유행시켰다는 가짜 감동실화는 노년층의 심금을 울리기까지 했다.
“어째. 저거 손 꽁꽁 언 것 봐. 나 요 앞 철물점 사장인데. 딸래미 아까부터 봤거든?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이렇게 딱 목도리로 칭칭 매 놓으니까 토끼모자 쓴 거랑 똑같네. 똑같어.”
“나는 그 옆에 도장가게 해! 쯧쯧쯧. 뺨도 붉은 게, 저러다 감기 걸리지. 응. 이거 뭐 요새 인튜브? 그런 거 찍는 거야? 토끼모자 때처럼?”
윤슬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촬영하고 있던 제작진은 사실을 정정하려 했으나 곧이어 윤슬에게 막혔다. 윤슬은 전에 없던 눈빛으로 은은히 뜻을 전했다.
‘조용히… 하세요….’
‘아니 윤슬 씨 저거 아니잖아요.’
‘…조용히 하시라고요.’
제작진과 눈으로 대화를 나누던 윤슬은 감이 왔다.
“거기 박 사장! 일로 와! 내가 커피 한 잔 사주께 먹고 가! 어어 직원들 것까지 싹 다 돌릴 테니깐!”
남은 종이컵을.
“나도 팔아줘야지! 거기 아기엄마 일루와 봐! 날 추운데 뜨신 커피 한잔 먹고 가요!”
전부 해치울 수 있을 것이라는 걸.
‘나이스….’
윤슬은 촉촉해진 눈과 안쓰러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며 열심히 커피를 따랐다. 이 순간만큼은 윤슬의 아버지가 아기들의 동물농장 장하율 사장님이셨다.
윤슬을 둘러싼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 * *
현수정 PD는 믿을 수 없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서윤슬이 다 팔았다고?”
“넵. 진짜 다 팔았어요.”
“허….”
현수정 PD가 생각했던 그림은 이게 아니었다. 출연진 중 명진주 배우를 빼고서는 전부 성장캐로 써먹을 예정이었다. 근데 윤슬은 초반부터 올라운더 롤을 맡으려 하고 있었다.
“…그 낡은 리어카로… 다 팔았다고?”
절반만 팔아도 사실은 대성공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리어카 장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서윤슬은 제 할 일을 다 한 거다. 한국인 정서상 막내가 가장 힘든 일을 도맡는 게 귀엽게 보기 좋으니까.
‘엔딩 때 스태프랑 남은 커피 나눠마시는 게 내가 그린 그림이었는데?’
현수정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는 그림에 똑같은 질문을 묻고 또 물었다.
“진짜? 아니 그걸 어떻게?”
“보시면 알아요. 그냥 기본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던데요?”
근데 막내가 가장 일을 잘해?
현수정 PD는 녹화본을 보고서 헛웃음을 지었다.
“얘, 진짜 미쳤네.”
커피를 팔겠다고 꽈배기 가게 맞은편에 자리를 잡는 윤슬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현수정 PD는 곧이어 깔끔히 정리했다.
“…난이도 더 올려도 되겠다!”
“그쵸? 저도 그 생각했어요. 셋 다 진짜 똑똑해요. 다들 일머리가 일단 좋아서.”
“지난번 회의 때 말씀하셨던 거기 다시 한번 컨택 넣어볼까요?”
“이거 시청자들 좋아 죽겠구만. 굴리고 또 굴려보자고!”
윤슬이 이 얘기를 들으면 목뒤를 잡고 쓰러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수정 PD는 아련한 눈으로 커피를 따르며 사기를 치는 윤슬을 본 순간 느꼈다.
‘내가 그간 할까 말까 했던 걸 다 해버릴 수 있겠다!’
프로그램의 난이도가 껑충 뛰어올랐다.
* * *
“윤슬이 감기 걸렸어?”
“어어….”
아무리 리어카 커피를 빨리 팔았어도 겨울은 겨울이었다. 몇 시간 동안 밖에 있었던 윤슬은 그대로 감기에 걸려 버렸다.
빨개진 뺨과 함께 쿨쩍거리는 윤슬은 누가 봐도 감기 걸린 사람이었다.
「Booster Heart
오늘의 주제 ▶[스터디]
@100.c [♥하트 포인트: 0]
@jaeeon [♥하트 포인트: 0]」
하지만 상태창은 그딴 거 봐주지 않았다. 일일 퀘스트처럼 나오는 미니게임 창은 오늘도 여전했다. 윤슬은 칭칭 맨 목도리에 파묻혀 핸드폰 셔터를 눌렀다.
“킁. 재언아, 노트북 화면 밝기 좀 내려줘.”
둘의 이미지 소비 때문에 매번 얼굴 사진을 올릴 수는 없었다. 적당한 감성, 그게 중요했다. 윤슬은 원두진에게 빙의된 것처럼 유스타용 사진을 찍었다.
“야, 됐다. 누가 봐도 똑똑한 사람이다…. 엇췌에에-!!!”
잔기침과 쿨럭임을 반복하면서도 장인이 마지막 작품을 찍는 것 같은 윤슬에게 동기들은 어떠한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대장 뭐하는 거야?”
“쟤네 유스타 시작했대.”
“…지금 시작한 것도 놀랍다. 아니 근데 쟤네 유스타 사진을 왜 대장이?”
“아이디 잘 키워서 인생필름에 써먹을 거라던데.”
동기들에게 적당히 둘러댄 윤슬이었지만 그럴싸한 변명에 모두가 납득했다. 재언의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깔끔한 코딩 화면과 백휘의 필기 사진을 성공적으로 찍은 윤슬은 의자에 널브러졌다.
“알지. 저녁 열 시 반쯤 업로드…. 쿨럭. 재언아 아무 말도 쓰지 말고 올려야 해…. ‘동기들아 힘내’ 이런 거 안 돼….”
유언처럼 말하는 윤슬을 붙잡고 동기들은 소리쳤다.
“대장! 죽지 마!”
“이런 우리 대장에게 어떤 미친놈들이 그딴 역모를. 대장 내가 지난번에 네이트관에 떴던 글 신고도 누르고 묻는 애들마다 다 대답했어. 우리 대장 그런 여자 아니라고.”
“맞아. 아주 돈에 미친 야망 있는 여자라 남자 많다? 그거 루머고 절대 아니라고 우리가 딱 말해놨어!”
“한 명씩 조용히 말해…. 나 머리 울려….”
동기들에게서 요령 좋게 윤슬을 빼내 온 재언은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따끈따끈 쌍화차를 먹였다. 이마에 손을 대자 여전히 뜨거웠다.
“…병원 갔다 진단서 내면 출석 인정 될 텐데.”
“재언아…. 이번에도 나 형범이 이겨야 돼.”
“음, 내가 어떻게든 해볼까. 형범이만 이기면 돼?”
“나 방금 형범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백휘야 그러지 마.”
윤슬은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쓰러져도 아파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아직 완료되지 않아 깜박이고 있는 상태창을 가리켰다. 재언과 백휘 역시 상태창을 바라보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누나 쉴 수 없어요. 이깟 감기 하루 자면 다 낫는다.”
역시 윤슬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이유를 몰라 답답했을 둘도 이제는 한결 마음을 놓았다. 혼자 고생하던 때에 비해 비밀이 없는 지금의 윤슬은 이전보다 더 편해 보였다.
‘…그래도 역시.’
‘저걸 빨리 없애야지.’
깜박이는 상태창을 본 둘은 다음 촬영 때도 부서져라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슬의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서는 하루에 커피를 백 잔이 아니라 천 잔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오늘도….”
“택배가 몇 개지? 하하.”
슬슬 12월을 향해가는 이때, 온갖 브랜드에서는 나한테 선물을 못 보내 안달이었다. 지난번 뒷광고 사태 때 이후로 인튜브 광고를 줄이는 추세였다. 내 스토리 한 번 나와보겠다고 꽃다발에 케이크에 풍선에…. 셀 수 없는 택배들이 현관문 앞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쿨럭…. 고마워….”
낫지 않은 기침과 함께 나는 두 사람이 치워주는 박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이거 진짜 뜯는 것도 일이다.
덜컹-!
그러던 중 박스의 산에서 작은 상자가 하나 떨어졌다.
“킁. 이건 뭐야.”
“뀨!!!”
바닥으로 떨어진 상자를 들어 보니 미묘하게 무거웠다. 제비가 너무 반가워하는데? 재언이의 어깨 위에 앉은 제비가 얼른 뜯어보라는 듯이 발을 콩콩 굴렀다. 대체 뭐지.
나는 박스를 살짝 흔들어 보았다.
달그락.
나는 박스 뒤에 있는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 인튜브 코리아.”
“그거 혹시.”
“…버튼.”
백만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인튜버들에게만 지급되는 물건.
“골드 버튼?!”
드디어 골드 버튼이 나왔다.
* * *
윤슬의 구독자이자 친구인 예원은 오늘도 바빴다.
‘이건 어디까지나 업무야.’
바이럴 회사를 다니는 만큼 예원은 트렌드에 예민해야 했다. 지금은 바야흐로 밈의 시대. 댓글을 하나 남기더라도 신중해야 했다. 자칫하면 한두 달 차이로 지난 밈을 사용해버리면 올드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게시판/ 뒷광고 난리나고 ㅅㅇㅅ도 피해본거 같아서 좀 불쌍ㅠ]시험기간때 라이브 한 뒤로 한번도 라이브 안킴…ㅋㅋㅋ 뒷광고 하던 인플들 시녀 중에 ㅅㅇㅅ 패던 애들도 있었음 새타때ㅇㅇㅋㅋㅋ
-엥 ㅅㅇㅅ을 왜팸ㅋㅋㅋ… 노이해
˪ㅎㅈㅇ도 뒷광고 안한건 똑같은데 ㅅㅇㅅ 관종이라 혼자 깨끗한척한다고ㅠㅠㅋㅋㄱㅋ
˪흠 근데 그건 좀 맞말아닌가…? 일부러 당근흔든거같은데;ㅋ
˪근데 하제인은 서윤슬에 비해서 좀 관종끼같은게 없긴함 그게 또 시녀들 미치게 하는 포인트고ㅋㅋㅋ사람마다 추구미 다른거지 뭘
입력: ㅁㅈ불쌍ㅠㅠㅠ큐ㅋㅋㅋ 위의 댓만 봐도 ㅅㅇㅅ 정병붙은거 알만함 쎄믈리에들 ㅅㅇㅅ글에만 존나나오잖아 음침갑
그러니까 이런 것도 어디까지나 업무의 연장선이었다. 예원은 오늘도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중 나온 윤슬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
‘그러고 보니까 진짜. 서윤슬 뒷광고 이후로는 라이브가 좀 뜸하긴 해.’
뒷광고에서 거의 유일하게 클린한 백만 인튜버였다. 이걸로 제대로 한탕 끌고 올 수 있었을텐데 윤슬은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했다.
“어휴 진짜! 답답해. 바보야 바보. 혼자 똑똑한 척은 다 하고.”
그러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이 도와주는 수밖에. 남들은 뒷광고며 팔로워 사들이기며 편하게 사는 것에 비해 윤슬은 늘 잠을 줄여가며 쌩고생을 했다. 그치만 또 그런 점이 서윤슬다웠다.
그때였다.
[Intube] [Live. 드디어 도착한 골드 버튼! 언박싱 함께해요]윤슬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