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2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22화(322/405)
한국대 홍보대사 면접실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단 재학생은 몇 명 뽑지 않는 데다가 경쟁률이 너무나 치열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큰 문제는 합격자들이 이미 눈에 보인다는 것에 있었다.
“음, 슬아. 이 부분 다시 한번만 확인하자.”
“고마워. 재언아, 초콜릿 먹을래?”
“응…. 내가 까줄게.”
한국대에 현재 재학 중이라면 이름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셋이 대기실에 들어와 있었다.
‘이미 셋은 합격 확정이다….’
합격과 동시에 인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모습을 드러낸 윤슬부터 수능 만점자 재언, 거기에 ‘그 1학년’이라고 불리던 백휘까지.
‘답이 없네….’
‘바쁠 텐데 그냥 좀 가지….’
‘그래. 나였어도 쟤네 붙인다….’
셋을 바라보는 다른 1차 합격자들의 시선에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와중에 면접 준비를 꼼꼼히 한 게 티가 났다. 손에 들고 있는 태블릿으로 면접 예상 질문을 보고 있었다.
“나도 초콜릿 줘. 헤이즐넛으로. 아아~”
“니 손으로 먹어.”
그리고 옆에서 주는 초콜릿이나 받아먹고 있는 차재겸도. 한 번 어디를 가면 아는 사람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그 차재겸이었다.
‘내가 보기엔 쟤도 붙는다….’
‘스무 명 중 정원 네 명이 차버리면 어떡해.’
‘개빡세네.’
다들 은근히 한쪽으로 신경이 쏠려 있는 그때였다.
“지원번호 421부터 427까지-”
번호가 불린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중에는 그 넷도 끼어 있었다.
* * *
“네. 한국대 홍보대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그간 팀 최선에게는 수많은 면접이 있었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입을 털었던 지난날들에 비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국대에 처음 입학하면서….”
특히 그중에서도 윤슬은 오랜 기간 다져진 짬이 있었다. 면접관뿐만이 아닌 거래처와도 수없이 미팅을 해왔다.
조금의 긴장 없이 여유롭게 대답해내는 세 사람을 바라보는 면접관들의 표정이 밝았다.
“참가번호 427학생은…. 학. 점이?”
그렇게 흐뭇하게 지원서를 다시 읽던 총장님의 눈이 커졌다. 완벽한 모범생인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뻔뻔한 학점이 하나 껴 있었기 때문이었다.
“2.1 맞나요?”
“네. 맞습니다.”
누가 보면 이미 홍보대사라도 된 것 같은 반듯한 차림새를 한 주제에 시력과도 같은 학점을 갖고 있는 차재겸이었다.
“스무 살이 되고 나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조금 더 넓게 갖고자, 주말이 되면 봉사활동을….”
‘저거 진짜야?’
‘일단 거짓말은 아니긴 해.’
‘…감동적이다.’
윤슬은 시야각으로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어느새 면접관들은 차재겸의 화려한 말주변에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요.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공장이 아니라면서도 내가 또 이렇게…!”
“아닙니다, 총장님. 저도 이 학생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흑흑.”
차재겸은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그리고 대학생 때도. 모든 벌은 아버지의 주관하에 봉사활동으로 굴려졌다. 태극일보와 엮인 행사 같은 게 있으면 무조건 끌려 나가 노동을 해야 했다. 몇 배는 커진 씀씀이와 날이면 날마다 술에 취해 사는 차재겸은 매 주말마다 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학업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부끄럽지만. 우리 한국대에는 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리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까지 완벽한 날조였다. 면접관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차재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슬과 백휘 역시 거짓된 미소를 지으며 면접 분위기를 맞췄다. 진짜로 감동한 건 재언 하나였다.
“야. 저쪽 잘 봤어? 셋은 잘 봤을 거고. 쟤까지 합격일 거 같냐?”
그들과 같은 면접장에 들어간 다른 지원자들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야.”
“어. 뭔데?”
“총장이 쟤한테….”
“말해봐 뭔데?”
“존멋.이라고 하더라….”
면접장을 뒤로하고 걸어가는 차재겸의 표정에 희열이 깃들어 있었다.
이로써 네 사람은 한국대 홍보대사에 전부 합격했다.
* * *
“자. 준비됐지?”
“자기야, 나 차재겸이야. 준비는 항상 돼 있는 남자.”
나는 브이로그용 카메라를 꺼내 차재겸에게 쥐어 줬다.
오늘은 한국대 홍보대사 촬영일이다. 이런 좋은 브이로그 거리를 놓칠 수 없지. 콘텐츠 각이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한국대 건물이 카메라 안에 담기는 걸 보니 새삼 뽕이 차는군.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일일 카메라 담당 차재겸이라고 합니다. 일단 한국대보다 더 중요한 건 제 얼굴이기 때문에 보여드릴게요.”
“아 뭐하냐고!!!”
차재겸은 홍보대사 옷을 갖춰 입은 내가 아닌 자신을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저는 스리스리 동기. 야, 윤슬아 이름 정해졌나?”
“아니. 아직~”
“저는 윤슬이 동기 예슬입니다~ 끝자리 똑같죠.”
“저도 같은 과! 응원차 왔어요! 남혜영입니다! 동기사랑 나라사랑!”
참고로 이건 반쯤은 연기다.
“재겸아, 이쪽 백휘 안 찍어도 돼? 조회수 벌써 오른다.”
“내가 주인공 하고 싶어. 오로지 나만. 포커스가 나한테만 맞춰졌으면 좋겠어.”
“네 어찌 됐든…. 저를 응원하러 와준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야, 카메라 내놔!”
차재겸이 자꾸만 카메라로 나를 안 비추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영상의 주제는 한국대 홍보대사 촬영 겸 서윤슬의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은근한 PPL을 돌리는 거다.
* * *
며칠 전, 차재겸은 점점 구체화 되어가는 안드로메다 단톡방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러다 남미새 찐으로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인터넷상에서 시간 많은 애들 못 이겨.”
“그럼 나도…. ‘서윤슬 레이더에 걸리는 남자들? ㄷㄷ 보통 여우 아니네’ 영상 올라오냐…? 재겸아, 벌써 눈앞이 막막하다….”
슬로우도 걸고 새빨간 자막도 넣고 손동작이나 웃음 하나하나에 화살표 쳐가며 조리돌림당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다.
이제 곧 재언이랑 백휘, 그리고 차재겸까지 은근히 껴서 가벼운 일상 같은 사진을 업로드해야 하는데. 이것도 서윤슬 남미새 증거자료로 쓰이겠군.
「▶System
【미션: 메인】
▶사진 한 장만으로도
[유스타]에 [부스터와의 사진]을 업로드해 [좋아요 10만개] 와 당신의 인맥을 자랑해봅시다.」적당히 유스타에 촬영 중인 사진을 올리고, 브이로그에는 차재겸을 비롯해 현장에 있는 같은 홍보대사들을 적당히 넣어서 분위기를 환기하려 했는데.
“어쩌지….”
말이 나오는 건 그렇다 치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이 휩쓸리지 않게끔 하는 방법이… 뭐가 있지.
나는 침대에 누워 머리를 헤집었다.
“뀨!!!”
혼자 과자를 쪼아 먹고 있던 제비가 내 머리를 콕콕 부리로 쪼았다. 그리고는 답답하다는 듯이 날개로 양옆을 가리켰다.
“아, 맞다. 이제 나 혼자 생각 안 해도 되지.”
상태창 나만 아는 거 아니지?
나는 곧장 옆집 문을 두드렸다.
“…그럼 친구를 더 보여주는 건?”
가만히 내 얘기를 듣던 재언이가 입을 열었다.
친구를 더 많이 보여준다?
“내가 친구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은데. 차재겸도 아니고.”
“음, 아니지. 동기들한테 말하면 올 만한 사람이 꽤 있을걸.”
“근데 그래도 상태창이 카운트를 세 주려나?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있어도.”
그 말에 백휘는 잠시 멈칫했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상태창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지금…. 유스타 업데이트됐어, 슬아.”
“어?”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찾아보던 재언이 화면을 보여줬다.
“이거다!”
그렇게 나는 오늘 재언과 백휘를 비롯해 응원하러 와준 동기들의 사진까지 함께 넣어버리기로 했다. 최근에 유스타에 새로 도입된 기능이 있었거든.
[사진 묶어 올리기]맨 앞장만 잘 올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상태창이 바라는 대로. 첫 장은 촬영하고 있는 우리 셋의 모습을 올리고, 나머지는 동기들로 꽉꽉 채워버린다. 이러면 안드로메다 단톡방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그냥 ‘친구 많은 서윤슬’로 생각하겠지.
* * *
자, 다시 브이로그 촬영으로 돌아와 보자.
“흠, 시험 기간에 굳이 응원을 오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러모로 바쁘니까.”
“진짜 나 형범이까지 올 줄은 몰랐다.”
차재겸은 브이로그 카메라로 어느새 과 동기 하나하나의 인터뷰를 따고 있었다.
“또 쓰러지기라도 하면 곤란하고, 그럴 때를 대비해 포도당 사탕과 꿀물을 준비해왔지. 쓰러져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낼 수 없으면 싫달까.”
“아, 맞아!!! 서윤슬 이러다 또 쓰러지는 거 아니야?”
“얘, 그때 얼굴 새하얘 가지고. 근데 한 번은 그럴 줄 알았다.”
이건 편집 때 잘라야겠다.
어느새 내 주위는 떠들썩해졌다. 미션 때문에 와달라고 한 건데 이렇게나 많이 와줄 줄이야.
‘어쩐지 좀, 기분이….’
묘하네. 끝나고 애들 고기나 사줘야겠다.
“자 그럼 촬영 들어갑니다! 앞에 아까 동선대로 서주세요!”
카메라 담당이 우리를 향해 외쳤다.
“잘하고 와, 슬~”
“형범아, 카메라 이거 들고 있어. 녹화 버튼 알지?”
“그럼. 확실하게 담아주지. 온 김에 진심으로 본방에 임하겠어.”
나는 동기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자리로 걸어갔다.
“어, 이분! 벌써부터 싹 잘 웃고 계시네. 다들 저분처럼 환하게 웃어보세요~”
카메라 담당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구석에 있는 동기들이 장난스럽게 박수를 쳤다. 그렇게 촬영은 생각보다 더 성공적으로 끝났다.
* * *
“야, 시험 기간인데! 오늘 와줘서 진짜 고맙고!”
술병을 든 윤슬의 오른쪽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체념의 눈으로 숙취 해소제를 따며 백휘는 웃었다. 반대편의 재언은 이미 도수 낮은 술로 주변을 채워 넣기에 여념이 없었다.
“많이 먹어!!! 오늘 서윤슬 카드 긁는 날이다!!!”
“대.장! 대.장! 대.장!”
동기들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술자리 분위기를 띄웠다. 다 같이 사진을 찍고 잔을 들어 부딪혔다. 다들 시험 기간이라는 것을 까먹은 건지 아니면 시험 기간이라 더 가기 싫은 건지 제대로 놀고 있었다. 윤슬은 주는 잔마다 거절하지 않고 마시려 해서 양옆이 바빴다.
“야, 슬아. 나 지난번에 어디서 얘기 들었는데, 너 현수정 PD님 예능 한다며?”
“어. 맞아. 아직 초반 촬영 중.”
“쩔어~. 주제가 뭔데? 물어봐도 되나?”
“그냥 알바. 근데 카페야.”
이제 슬슬 윤슬을 빼내려 하고 있던 재언은 다시 얘기가 길어질 분위기가 보이자 시계를 확인했고, 백휘는 테이블 위 물병을 확인했다.
‘이제 늦었으니까….’
‘물병 한 번 엎으면 갈 수 있을 테니까 살짝.’
“다음 촬영은 언제야?”
“아, 그거 내일!”
그때였다. 다음 촬영일을 들은 동기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윤슬 미쳤냐…? 근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
“아직 열한 시밖에 안 됐.”
“야, 얘 가방 챙겨! 너넨 뭐했어. 얘 안 데리고 가고!”
“아무리 봐도 미친 짓이군. 이만 가보는 게-”
형범이까지 윤슬의 귀가를 부추겼다. 윤슬은 그렇게 순식간에 가게에서 쫓겨났다. 투덜대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던 윤슬은 집으로 가는 동안 흥얼거리며 유스타를 업로드했다.
[Youstagram]@seo_yoonseul
한국대 홍보대사 촬영 (๑ˆOˆ๑) 얘들아 와줘서 고마워♥ 동기사랑 나라사랑
좋아요 23,778개 댓글 102개
-언니ㅠㅠㅠㅠ왜이렇게 오래만에 올려요ㅠㅠㅠ보고싶었어
-안본사이에 더 예뻐졌다 내 공주님(੭•̀ᵕ•̀)੭
-대장 낼 잘하고와~ (동기끼리만 아는 비밀쉿)
˪힘내라!ㅋㅋㅋ (동기끼리만 아는비밀쉿)
˪ㅋㅋㅋㅋ 아 벌써부터 기대된다 (동기끼리만 아는 비밀쉿)
재언과 백휘와 함께 찍은 사진, 동기들끼리 찍은 사진, 한국대 정문 사진과 함께 생생한 하루의 사진들은 다행히 상태창이 카운트해주었다.
* * *
“아…. 부었네.”
그렇게 숙취로 부스스하게 눈을 뜬 다음 날, 윤슬의 두 번째 촬영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두 번째는 출연자 혼자서 하는 알바가 아니었다.
[쪽지를 뽑아 알바 메이트를 정합시다!두 명씩 함께 같은 장소에서 일을 해요
※ 상대는 무조건 랜덤! 복불복입니다
누가 걸릴지는 아-무도 몰라(୧ ❛ᴗ❛)✧]
복불복 메이트 뽑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