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2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24화(324/405)
“드디어!!!”
“으아아아아아!!!”
“종!강!이다!!!”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동기들은 후련하게 소리를 질렀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기말고사가 끝났다. 와, 진짜 빡셌다.
“슬이야, 당연히 잘 봤을 거고. 형범이….”
“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거의 내내 전 강의를 외우다시피.”
“그래. 형범이는 제끼고. 난 차재겸만 믿는다. 내 인간쿠션.”
“난 왜. 묘하게 기분 나빠? 자기야 말 좀 해봐. 나 할 땐 하는 남자라고.”
추위에 코가 새빨개졌어도 동기들의 얼굴에서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오늘은 시간 맞는 동기들끼리 내 자취방에서 모여 한잔하기로 했다.
“…재언아, 근데 넌 아직 시험 안 끝나지 않았어?”
“…….”
“백휘 너도. 너넨 아직 하나 남았잖아.”
“하하. 평소에 해 두는 거지.”
이제 난 얘네가 우리 과인지 다른 과인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온갖 과일 맛이 나는 술을 한 잔씩 붙잡고 홀짝이며 이번 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얘기했다.
“김 교수님 꿀강의라고 했던 새끼들 다 뭐하는 새끼들이지? 꿀은 무슨….”
“그거 작년 에X에 누가 대놓고 개꿀이라 강의 때 자도 된다 그래서 교수님 독기 가득해지신 거라던데.”
“왜 우리 때만 흑화버전이냐고.”
바닥에 가득 깔린 과자 덕에 제비도 행복해 보였다. 이 과자 저 과자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한 입씩 쪼아 먹었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사실 현수정 PD 예능이 좀 빡셀 줄 알고 고민했는데. 그간 했던 알바 경력 덕인지 제법 할 만하다. 백휘랑 재언이도 물어보니까 그냥 그랬다고 하더라고.
‘이대로만 가면 되겠어.’
평온한 마음에 오늘따라 술이 달….
“야, 서윤슬 또 계속 마신다.”
“쟤 술잔 뺏어.”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분위기 즐기면서 좀 마셔 볼랬더니 그새 잔을 빼앗겼다.
나는 어느새 손에 들려 있던 술 대신 요구르트를 들고 있게 됐다.
“맞다. 곧 대장 생일 아니야?”
“어, 맞아. 그렇긴 한데.”
“그때도 우리 시간 되면 다 같이 모일까? 다른 애들한테도 연락해보고. 아! 동기끼리 연말파티.”
“연말 말고 크리스마스 파티는 어때 자기야?”
그러고 보니 곧 내 생일이군. 근데 나는 다시 바빠질 예정이라.
“윤슬이 그때는 안 돼. 촬영 때문에.”
“맞아…. 한 주 통으로 비워야 한댔어.”
그래. 현수정 PD가 대체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주를 통으로 비워 놓으라더라.
“엑, 그게 뭐야. 크리스마스 때?”
“헉, 그거 아니야!? 연말 시상식 같은 거?”
“…대장 크리스마스에도 알바하는 거 아니지?”
“야, 그때는 설마. 안 시키겠지. 손님 미친 듯이 몰려들 텐데 카메라 세팅이나 되겠냐?”
그래. 당연히 아니겠지. 그렇게 편집 각을 잘 아는 프로가.
“아니어야지. 그때는 진짜 아무리 잘해도 뭐 하나 삐끗하면 욕먹을 수밖에 없을 텐데.”
벌써부터 댓글창이 예상된다.
-아…저건 아니지 않나ㅋㅋ 일년에 한번있는 크리스마스인데ㅠ
-자기들끼리 촬영하느라고 일반인 희생시키는거 이제 그만보고싶다 연예인이 벼슬인가ㅋㅋ 왜 특별한 날도 비위맞춰줘야함
-솔직히 맛없어보이는데 카메라 돌아가니까 표정관리 하는거 보임ㅠㅠㅠㅠㅠ
현수정 PD도 생각이 있으면 안 그러겠지. 뭐, 이제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출연자들끼리 모이려나? 예능도 너무 빡세게 굴리는 것보다는 힐링 구간 한 번은 있어야 하니까.
“아무튼 마셔~! 진짜 이제 종강이다!!!”
별일이야 있겠어?
* * *
제인은 쏟아지는 행사 초대장에 오늘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일을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제대로 관리받은 피부에서는 은은하게 광이 났다.
“어쩜, 이렇게 바쁜데도 하나 흐트러짐이 없을까~? 타고났어, 타고났어.”
“그러니까요. 진짜 부러워요.”
부드러운 피부에 브러쉬를 살살 굴리며 메이크업 담당들은 제인을 치켜세웠다. 제인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 어플에 있는 스케줄을 확인했다.
[11시: 압구정로데오 세잔뮤 행사 오픈식] [14시: 현세계 본점 D사 팝업 초청] [18시: 삼성 P호텔 저녁모임] [22시: 라이브 방송 예고]빈틈없이 빼곡히 적힌 스케줄은 제인의 숨을 막히게 했다.
‘피곤해….’
구정모 PD의 다음 프로그램 일정까지 제대로 잡혔다. 이른바 ‘MBTI 펜션’.
겹치지 않는 MBTI를 가진 사람들 16명을 모두 모아 극한의 상황에서 미션을 주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분석하는 콘텐츠였다.
‘그때까지 일정 미리 땡겨서 처리하려면….’
해외에서도 한창 뜨거웠던 밈인데다가, 지금은 이제 고정처럼 굳혀지고 있는 MBTI는 SNS의 한 줄 소개로도 들어가는 걸 넘어 자소서에까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콘텐츠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까.’
제인은 지난 환승 시그널로 굳어진 해외 팬층을 더 공고히 하고, 새로운 팔로워들을 끌어모으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전히 서윤슬은 내수용이었으니까.
“자, 끝~. 내가 웬만한 연예인은 다 봤는데. 그중에서도 제인 씨는 특별해. 내가 무슨 소리 하는지 알지?”
“감사합니다.”
“소속사 너무 잘 들어갔어. 정말.”
제인은 화사한 조명 아래에 비친 거울 너머의 자신을 바라봤다. 이제 제인은 200만을 넘는 팔로워를 가진 슈퍼 인플루언서였다. 연예인도 서서히 SNS와 인튜브의 중요성을 아는 시대.
제인은 최근 그 흐름을 제대로 읽은 배우 소속사에 들어갔다.
“급이 달라, 급이! 오늘 작품도 사진 한 장 찍을게요. 응? 괜찮지?”
각도별로 제인의 얼굴을 담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흡족한 표정으로 손수 코트를 입혀주었다. 에스코트를 받고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에 탄 제인은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검색: 세잔뮤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였으니 이전처럼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야 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아버지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다.
감흥 없는 눈으로 서치를 마치려던 제인은 알고리즘에 탄 누군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얘가 왜 여기서 알바를 해?”
서윤슬이었다. 옆에는 늘 함께 있는 그 둘이 있었다. 제인은 잠깐의 인지부조화가 왔다.
“지금…. 저기서?”
* * *
12월 24일에 나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제작진에게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을 거라 예상했다.
“지난번에 너네 서울역이랬지?”
“…응. 근데 똑같은 장소는 아닐 테니까.”
“XRT역도 식상할 테고. 음…. 공항?”
“야 미쳤지! 공항은 진짜 아니지!”
촬영지는 사전에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번에 건넨 쪽지를 뽑아 보니 차에 타라는 말뿐이었다.
[쪽지를 뽑아 자신이 탈 차를 정합시다!타고 있는 차마다 목적지가 달라요
※ 목적지는 무조건 랜덤! 복불복입니다
몇 명이 함께 도착할지는 아-무도 몰라(୧ ❛ᴗ❛)✧]
“뭐야. 이건….”
바스락대며 종이를 뽑은 나와 재언이, 백휘는 셋 다 다른 차량이었다.
“타시죠.”
“왜 이렇게 무섭게 말씀을 하세요.”
집 앞으로 친절히 온 촬영 차량은 안에 커튼이 쳐져 있었다. 바깥을 조금도 볼 수 없게.
제작진의 안내를 받고 나는 차 뒷좌석에 얌전히 올라탔다.
“그럼 출발합니다. 이제 뒷문 닫을 거고. 안전벨트 매세요~”
삐-용. 삐-용. 삐로-리-롱.
자! 모두 벨트 꽉! 삐약삐약 발조심!
…참고로 내가 탄 차량은 샛노란 어린이용 학원 차량이다.
‘이게 힌트겠지? 어린이들 하면 생각나는 건…. 유치원 봉사 정도?’
후후. 마시멜로 탄 핫초코라든지 그런 거나 만들겠지. 이렇게 마음 따뜻한….
“내리세요. 목적지 도착했습니다.”
어우. 잠깐 졸았다, 너무 피곤해서. 얼른 문 열어야지.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
“어???”
차량 문을 열고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저 거대한 타워. 여기 잠실이잖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불길한 예감이 급작스럽게 휘몰아쳤다.
“오늘 윤슬 씨의 알바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
…미친 새끼들아, 너넨 양심도 없냐? 크리스마스 이브에 X데월드에서 나한테 일을 하라고?
* * *
“오늘 진짜 사람 많을 텐데. 다른 날 가도 되잖아? 너 세 시간씩 서 있어야 된다.”
“알아. 애들이 그러니깐 더 재밌을 거랬어.”
“위험하다니까. 물건 잃어버리기도 쉽고. 하경. 너 오빠 말 제대로 듣고 있어? 누가 옷을 그렇게 얇게 입고 나가.”
“아 좀! 알아서 할게. 내방에서 나가라고!”
“너 지난번에 사준 목도리 그거…. 어 오빠를 막 밀어?”
하경은 오늘 아침부터 잔소리하는 오빠를 쫓아내느라 아주 힘들었다. 수능도 끝났겠다. 친구들과 함께 오픈 시간에 맞춰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친구랑 같이 논다니….’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경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B-bly에서 옷을 많이도 샀다. 랭킹에 있던 옷 중 트윈룩으로 입기 좋은 옷을 챙겨 입고 오빠가 안 하고 나가면 안 된다고 난리를 친 목도리도 제대로 했다.
“야, 하경 빨리와!!! 지금 아틀란티스 줄 개미쳤어!!!”
“그거 예약 어플로-”
“막혔지 당연히! 빨리 달려!!!”
오픈 시간에 아슬아슬 맞춰 간 하경은 친구들의 손을 잡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인기 어트랙션은 기본으로 8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곳곳에 트리 장식이 되어 있는 놀이공원은 줄만 서도 재밌었다.
“아, 목말라. 우리 뭐 마시자.”
“어? 야 저기 버블티 있다.”
“줄 미쳤긴 한데….”
“다른 데랑 그게 그거야. 야, 버블티 마실 사람!”
하경은 여전히 윤슬이 가르쳐준 방송부 레시피를 잘 써먹고 있었다.
버블티를 본 하경은 윤슬 생각이 났다. 길고 긴 버블티 가게에 줄을 서며 이미 하경은 주문할 메뉴를 마음속으로 골랐다.
‘대학 발표 나면, 제일 먼저 윤슬 언니한테 말해야지….’
하경은 윤슬에게 당당히 대학 합격 소식을 말하는 상상을 하다 벅차올라 그만….
“…얘들아. 저거 윤슬 언니 아니야?”
환각까지 보기 시작했다.
“야. 윤슬 언니가 여기 왜 있어?”
“아니야…. 저 뒷모습. 저 어깨. 저 손. 저 성격 급해 보이는 몸짓. 저건 윤슬 언니야.”
“하경이 미쳤나 봐. 윤슬 언…. 진짜네?”
진짜 윤슬 언니가 눈앞에 있었다.
“백휘야, 얼른 설거지해!!! 재언아, 시럽 따봐!!!”
윤슬 언니가 미친 듯이 버블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