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2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27화(327/405)
이곳은 특급 호텔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난다는 종로의 S호텔. 이른바 ‘인 서울’이라고 불리는 각 대학교의 총장들이 모두 모였다.
<배움의 밤>
높다란 천장에 붙은 플래카드가 유난히도 고급스러웠다.
“그래서 말입니다. 저는 딱 그때 알았죠. 아, 학생들은 내가! 이 어른들이 믿어주기만 하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갈 수 있구나. 그저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는 것! 이게 바로! 고연티비 천만 뷰의 기적이 일어난 이유 아니겠습니까. 우리 고림대생들이 말이에요.”
우아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그들은 하하호호….
“정확히 말하면 ‘연희대생’ 들의 천만 뷰 기적이죠. 듣자 하니 아이디어 자체는 우리 연희대 학생이 냈다던데요. 짚을 건 짚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왜 저러시는거야들…?”
“그 고연티비. 지난달에 업로드한 영상이 천만 뷰를 넘겼대잖어.”
“백만 뷰도 아니고 천만 뷰?”
“그래서 저 난리야….”
“아니 어떻게 대학 채널에서 천만 뷰를 채워?”
* * *
“요즘 이 영상이 제일 조회수 높은데. 이거 비슷한 거 또 제작해 볼까요?”
“아니 근데, 이건 사람이 중요하지. 댓글 분위기 봐봐.”
“크리스마스 고연대 소개팅 키워드는 좀 식상해서….”
“키워드가 안 떠오른다. 키워드가, 아 키워드가!”
시작은 12월 초, 고연티비의 스태프 회의였다. 아무리 키워드를 새로 뽑아내려 애쓰고 애써도 한계가 있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대학생이었고, 지금은 시험 기간이었다.
“근데 2주 만에 2백만 뷰 찍은 건 진짜 레전드 아니에요?”
“이거 곧 고연대 모의고사 따라잡겠는데.”
재언과 백휘의 영상은 업로드하자마자 온갖 SNS에서 링크를 타고 온 사람들로 인해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리고는 국내에서 곧장 알고리즘을 타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도 떴다.
“근데 그 뒤로 올리는 영상마다 걔네만 찾고….”
“조회수 그래프 진짜 뚝 떨어진다.”
구독자가 정체되었던 고연티비 스태프들은 빠르게 늘어나는 구독자에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새로 영상을 업로드하면 대부분의 댓글이 재언과 백휘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콘텐츠여도 반응이 미미했다.
그때였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막내가 손을 들었다.
“제가 지난번에 하제인 천만 뷰 찍었던 브이로그 봤거든요. 룸 투어 그거.”
“근데?”
“저희도 이제 슬슬 해외 파이 끌어와야 하지 않나 싶고. 이제 국내 구독자 잡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어떻게?”
하지만 고연티비의 주 시청자는 1020으로, 소위 ‘대학 뽕’을 채워주는 맛에 구독을 불러왔지만 그만큼 장벽도 높았다. 해외 구독자를 갖고 올 콘텐츠가 전혀 없었다.
“어학당.”
“…어학당 왜?”
“이거 조회수 잘 나오는 영상, 마침 또 수능 지문이잖아요? 어학당 다니는 학생 나라별로 뽑아서 수능 지문을 자국어로 해석하게 합시다.”
“…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해석한 자막을 다시 <고삼 너 들어와> 영상에 넣고, 알고리즘 태운 다음에….”
막내의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
“앞으로 저희도 ‘세계인이 인정하는 고연대’ 갑시다.”
“그거 그거지?! 영국인이 고연대 학식을 먹고 보인 반응? 그런 거?”
“바로 그겁니다!!!”
“어학당 멤버 새로 뽑으면 그 나라 해외 구독자도 뽑아 먹을 수 있겠다!!!”
생각만 해도 달달했다. 그렇게 고연티비 스태프들은 곧장 어학당에서 외국인들을 모아 <한글의 위대함>이라는 국뽕을 채워줌과 동시에, 해외 알고리즘을 타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
* * *
“아니지요. 고연티비. 딱 우리 ‘고림대’가 앞에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초창기에는 우리 학생들만 모여서 했는데! 우리 애들이 의리가 있고 잔정이 있어서! 잘 되어가는 채널에 끼워준 것 아닙니까!”
“끼워주다니? 끼워주다니? 아이디어 점점 고갈되니까 우리 연희대 학생들한테 구!조!요!청!을 한 거지요. 세계를 이끌 리더 연희대 학생들은 뒤.쳐.지.는 꼴을 못 보기 때문에 흔쾌히 도와준 거고!!!”
리셉션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저 둘이 저러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다들 구경만 했다.
“허허허허. 그만들 하시지요.”
늘 그렇듯이 말리는 사람은 한 명.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한국대 총장이었다.
“아니 한국대 총장님이 말씀을 좀 해보세요! 이게 다 누가 이뤄낸 결과입니까? 우리 고림대 학생들의 열정으로 이뤄낸 눈부신 도약 아닙니까!”
“그래요. 한국대 총장님이 말씀해 보십시다. 아이디어의 중요성, 누가 봐도 이 성과는 우리 연희대 학생들이 이끌어 낸 지성의 집약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저도 잘 보았지요. 독일어, 러시아어, 일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열다섯 개 언어로 자막을 넣어 놓았더군요. 두 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습니까.”
“큼, 그렇지요. 그 어린 것들 잠 줄여 가면서.”
“더군다나 시험 기간에.”
어디까지나 재언과 백휘는.
“댓글 반응도 아주 폭발적이더군요! 아이 그런데. 사람들 참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데. 자꾸만 댓글로 ‘저 둘은 고연대생이 아니다.’, ‘대학민국 최고의 대학. 한국대 학생들이다.’, ‘한국대 학생들이 잠시 나온 것일 뿐이니 꼭 알아야 한다’라며 강조하더군요. 이것참.”
“…….”
“…….”
한국대 학생이었다.
“그 외국인들 잘 보라고 한국인들이 난리가 나서는! ‘조국의 미래를 보려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라’라는 말이 있다며. 고개를 들어 본 관악의 얼굴들이 너무나 눈이 부시지 않냐면서. 어학당 역시도! 한국대가 최고다! 이길 대학이 없다! 아주 그런 댓글들이 끊이지 않는데…. 허허허. 그러지 말라니깐. 정말, 모두 훌륭한 대학 아닙니까. 네?”
“…….”
“…….”
한국대 총장의 싸움 말리기를 빙자한 한국대 자랑은 끊이지 않았다. 그날 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두 총장은 조금 울었다.
* * *
[Intube creative]▶검색 키워드
-koyeontv guy
-koyeontv asmr
-koyeon…
‘아주 그냥 고연티비가 점령했구만.’
재언이와 백휘가 나온 인튜브 영상은 몇 개 없다. 성.사.비 채널에 잠깐 나왔던 인터뷰, 모모의 채널에 나왔던 유신사, 고연티비 모의고사와 수능 지문 읽기, 그리고 내 프랑스 브이로그 정도.
“…알고리즘이 알고리즘을 물고 뜨네.”
한번 고연티비 수능 지문 읽기 영상을 보면 바로 아래에 재언이와 백휘가 나온 다른 영상들이 뜬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은 고연티비의 이번 영상은 믿을 수 없는, 그러니까 전문용어로 개떡상을 몰고 왔다.
“해외에서도 실시간 인기 동영상 뜬 게 크다.”
실시간 인기 동영상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사용자들에게 떴다. 하필이면 인튜브 조회수를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국가로 손꼽히는 곳들이었다.
[Intube] [고3! 너 들어와 재수생! 너 들어와 N수생! 너 들어와] 37:40조회수 10,081.214회
이 와중에 또 고연티비 조회수는 오르고 있다.
“이러다간 먹힌다.”
예능 방영하기 전까지 저 둘은 어느 정도 수납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적당히 포인트 쌓기용으로 스토리는 올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되지.”
내가 묻히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이렇게 된다고.
[익명게시판/ 근데 ㅅㅇㅅ은 좋겠다 인생이 업혀가네ㅠ]난 걔 진짜 대단한줄 알았는데 좀만 자세히 파보면 별거 없는..ㅋㅋ 딱 주변 운?이 좋아서 성공한 케이스더라
인플된것도 주변에 이미 유명한 유스스 최주현 있어서 초반떡상한거고 걔가 사진 다찍어준걸로 알고있음
인생필름도 개발은 다 걔 친구가 했음 인터뷰 보니까 서윤슬이 아이디어 냈다고는 하는데 모를ㅋㅋㅋㅋ 흠 솔직히 추한거 아는데 배아파ㅠㅠ 그걸로 친구들한테 업혀서 대학도 가고 이번엔 인튜브 떡상도 하고ㅋㅋㅋㅋ
‘대체 언제 내가 인생을 편하게 살았다고…?’
댓글을 훑던 나는 차재겸에게 연락했다.
입력: 단톡방임?
입력: (게시글 캡처.jpg)
그러자 빠르게 답장이 왔다.
[차재겸: ㄴㄴ 근데 축제분위기] [차재겸: (안드로메다 단톡방 캡처.jpg)]안드로메다 단톡방뿐만이 아니라 재언이랑 백휘가 유명해질수록 내 얘기를 부정적으로 하는 사람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었다. 누군가를 씹고 뜯기 좋아하는 안드로메다 단톡방에서는 축제일 수밖에.
도파민 터지고 좋겠다 그래.
‘전반적인 키워드는 둘을 이용해서 인생 날로 먹는 서윤슬이군.’
일단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나면 이쪽 여론은 사그라들 테니 잠시 냅두자. 오히려 나름 바이럴이 되고 있다. 현수정 PD가 적절한 때 기사를 풀어준 덕에 벌써부터 <카페 IN>이라는 프로그램명도 종종 보인다.
“오히려 잘된 일이지.”
인튜브 댓글에 현수정 PD의 프로그램 출연자라는 한국인 댓글을 본 외국인들이 그럼 저들은 언제 데뷔하는 거냐며 묻고 있다.
“예능 오픈하면 초반에 외국인 빨도 받을 수 있겠어.”
‘현재 외국에서 실시간 1위라는 프로그램.ㄷㄷ’로 내가 올려서 국뽕 빨아야겠다.
“그럼 이건 일단 거절.”
나는 고연티비 PD에게 아쉬운 척 며칠 전에 온 연락에 답장을 했다.
* * *
크리스마스의 꿈 같은 떡상이 지나고, 남들은 종강했다고 여행을 간다는데 이들은 종강을 했으니 마음껏 밤샘을 할 계획이었다. 추워서 밖에 나가기도 싫은 1월은 인튜브 조회수가 가장 높을 시기. 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끌어낸 팀 최선을 더 출연시키고 싶었다.
“뭐래요. 뭐래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너무 바쁘댄다.”
“그래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아! 가서 싹싹 빌까?”
고연티비의 막내는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연락을 확인했다.
[윤슬: 지금 고연티비에 또 저희가 출연하게 된다면 포커스가 이쪽으로만 쏠릴 것 같아요. 저희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시간이 도저히 안 나기도 하고… 그래도 적당할 때 꼭 다시 출연하겠습니다. ( •̀ω•́ )지금은 새로 들어온 어학당 멤버들 캐릭터 구축을 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재출연할 때는 그 어학당 멤버들과 제 친구들을 같이 출연하는 콘텐츠 방향으로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역시. 보통 인플루언서가 아니에요. 전 이 말이 다 맞다고 봅니다.”
“그렇긴 해…. 반짝 끌어올 수는 있어도 유지가 어렵지.”
“백만 인튜버는 다르다.”
그렇게 어학당 멤버들로 다음 콘텐츠를 구축하려던 고연티비 스태프들은 문득 떠올렸다.
“여행? 한국 여행. 그런 거 좋을 것 같은데. 윤슬이 다음 촬영은 어디래냐? 나중에 떡상할 장소일 테니까 거기 가고 싶다.”
“모른대요.”
“어? 오늘…. 촬영 아니었어?”
“네. 근데 모른대요.”
그 시각 윤슬은.
“네??? 내리라고요?”
악독한 방송국 놈들에게 끌려 어딘가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