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2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28화(328/405)
나는 잠시 자동차 시트에 앉아 머뭇거렸다.
“혹시 여기가 도착지…는….”
아니겠지. 아니어야 한다.
“여기는….”
너네가 여행이라며? 짐 싸오라며?
<알감자 휴게소>
“휴게소잖아요!”
그렇다. 내 눈 앞에 있는 건 웬 커다란 휴게소였다. 지난번 곰차의 악몽이 떠오른 나는 시트 의자를 젖히고 누워버렸다.
“몰라. 안 내려….”
“윤슬 씨 식사하시라고 내리라는 겁니다~. 설마 여기가 목적지겠어요?”
제작진들은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와 나의 얼굴을 줌 했다.
저기요. 이러면 턱살 접히는 거 보이는디.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잠깐 쉬어야죠. 그러라고 있는 휴게소잖아요?”
“으음….”
“그 뭐냐. 윤슬 씨 최근에 아팠다고 했죠? 못 먹었던 델리만쥬 이런 것도 먹으면서.”
델리만쥬…?
벌써부터 참을 수 없는 특유의 달콤한 향이 코끝에 닿는 것만 같은, 환상적인 느낌에 나는 시트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자. 빨리 내립시다!”
“네!”
제작진의 말대로 휴 게소 입구에 들어서자 벌써부터 달달한 델리만쥬의 향이 밀려왔다. 이건 먹어줘야지.
“델리만쥬 한 봉지랑요,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스몰…. 아니다, 라지 사이즈 하나요.”
갓 나온 델리만쥬 봉투 안에서는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솟았다. 말랑하고 폭신한 만쥬를 한입 물자 안에 있던 샛노란 크림이 폭발했다.
“크흐윽….”
이거지. 바로 이거거든.
감기 걸려서 앓아누운 이후로 담백한 죽 외에 먹은 게 없다. 물론 중간중간 사탕이나 과일 같은 걸 먹긴 했지만 이건 다르다고.
“키야~. 속이 딱 풀리는구만!”
“여기는 진짜, 국밥 맛집이라니깐? 안 그래?”
만쥬에 정신이 팔려 허겁지겁 먹던 그때 내 귓가에 들어온 건 누군가의 메뉴 추천이었다.
“고기도 큼직큼직하니 많이 들어가고, 이거 우거지도 딱 보니까 그냥 삶은 게. 아니라 한 번 들기름에 볶아서 넣었네. 그냥 얼얼한 매운맛이 아니다, 이거야.”
꿀꺽.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앞에는 아저씨들과 똑같은 우거지 해장국이 놓여 있었다. 새빨간 국물을 한 숟갈 입으로 가져간 나는 곧장 풍덩 밥을 말았다.
“와, 진짜 맛있다.”
여긴 휴게소가 아니다. 여긴 천국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단맵의 조화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을 뻔했다.
“저 핫도그도 먹어도 돼요?”
“어후 그럼요. 드세요 드세요!”
“감자…. 묻은 걸로 먹어도 돼요…? 천 원 더 비싼데….”
“맘껏 드세요! 핫도그 말고 또. 뭐 다른 건요? 그 카드로 싹 다 긁으시면 돼요!”
나는 그렇게 감자 핫도그에 콜라, 떡볶이에 오징어튀김에 통감자, 사과 주스에 버터 오징어, 마지막으로 차 안에서 먹을 젤리를 사서 다시 차로 돌아가….
“어디 가세요?”
“네? 이제 가야죠.”
려다 제작진에게 붙들렸다. 뭐지?
“가긴 어딜 가요.”
“…….”
불길하다.
제작진의 얼굴이 전에 없이 행복해 보였다. 아주 활짝 웃고 있었다.
“먹은 만큼 일하시기 전엔 못 가요.”
툭.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젤리를 떨어뜨렸다.
“…여기 목적지 아니라면서요?”
“네. 가만 보자. 윤슬 씨 오늘 식비가….”
“목적지 아니라면서요!!!”
“일곱 시간 정도 쉬엄쉬엄 일하다 가세요.”
* * *
제작진은 싱글벙글 웃었다.
“야, 벌써 반응 오네?”
“그쵸. 아, 윤슬 씨를 강원도로 데려오길 잘했어요.”
<카페 In> 출연자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지역의 휴게소에 박혀 있었다. 그중 젊은 층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윤슬은 스키장 근처의 휴게소로, 중장년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옥금호 배우는 창원 휴게소로 보냈다.
[20대 일상게시판/ 나 휴게소에서 서윤슬봄ㅋㅋㅋ]지난번에 무슨 예능촬영 현수정이랑 한다고 기사떴던거 지금 여기서 촬영함ㅋㅋㅋㅋ ㅠㅠ 휘핑크림 많이 달라 하니까 산처럼 쌓아주더라
(인증사진.jpg)
진짜 실물 너무 귀엽고 생각보다 일 야무지게 잘했음
-ㅠㅠㅠㅠㅠ미친 어디야?
˪여기 윈터스키장 근처 알감자 휴게소!
-내친구 유스스에도 올라왔는뎈ㅋㅋㅋ 사람 개많더라
벌써부터 SNS에 윤슬의 이야기가 하나둘 올라오고 있었다.
“쫌만 더 먹이지. 그럼 더 오래 일하게 할 수 있었는데. 아깝다~”
“옥금호 배우님 쪽도 조금씩 반응 오고 있죠?”
“네. 이거 보세요~”
[***사람 사는 이야기*** 가족나들이갔따가 옥금호배우님을 뵈었네요^^]여기 카페 횐님들이 종종 추천해주셨던 창원 온천을 가기위해 떠나던 중 배가고파 휴게소에 들어갔습니다. 겸사겸사 손녀 과자도 살겸ㅎ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옥금호 배우님이 촬영을 하고계시더군요~~ 젊을 적 저의 우상이었던…^^ㅋ 얼른 달려가서 커피 한 잔 샀네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나요… 정말 인연은 돌고 돌아 만나는 법인가 봅니다. 금호사랑님 닉네임답게요
-부럽네요 온천 잘 즐기다 오셔요~~~…
모니터링을 하며 바이럴이 자연스럽게 되고 있는 걸 확인한 현수정 PD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진주 씨야 잘 할거고.”
“네. 고향이라 그런지 더 날아다니더라고요.”
“버스 터미널 쪽은.”
“…한 명은 아쉽게 됐어요.”
* * *
“식사하셔야죠!”
“하하. 괜찮습니다. 배 안 고파서요.”
백휘는 웃으며 거절했다. 애초에 휴게소에서 식사를 할 생각이 없던 사람을 설득하기란 힘들었다.
“그, 커피라도 한잔하지 않으실…래요?”
“네. 괜찮습니다. 쉬다 오세요.”
“…….”
점점 방송 분량을 뽑아내야 하는 제작진은 필사적이었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백휘는 의도를 알아차려 버렸다.
“저희 앞으로 열 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물… 이라도….”
“음. 생각해볼게요.”
다정한 태도로 굴었지만 최백휘는 최백휘였다. 결국 백휘는 휴게소에서 정말 가만히 쉬기만 했다.
“아! 알바 못 시켰어?”
“네…. 쓴 금액이 0원인데 어떻게 해요. 그래서 먼저 촬영장 들어갔어요.”
“이러면…. 분량이, 아휴 아까워.”
“분량은 나올 것 같은데요?”
촬영장에 미리 설치된 카메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제작진은 눈을 빛냈다.
“알아서 짐 풀고 청소하고 있어요!”
이번의 장소는 외진 곳에 위치해 있는 가옥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해 빠르게 이곳 저곳 둘러보며 판단을 마친 백휘는 팔을 걷어붙이고 청소 중이었다.
“뭔…. 저렇게 각을 다 맞춘대….”
“오, 이거 캐릭터성 좋다.”
뛰어난 청소실력에 제작진들은 흐뭇해했다.
“캐릭터성은 이쪽이 찐.”
“얘는 근데 내일이나 되어야 도착하는 거 아니야?”
제작진들은 재언을 바라봤다.
사용 금액: 132,700원
…재언이 사용한 밥값이었다.
* * *
“식사하세요! 저희 가는 길이 멀어서. 이왕이면 든든하게 드셔야 할 거예요.”
제작진은 재언을 흘낏 바라보다 눈빛을 교환했다.
‘덩치값 해야 하니까…. 많이 먹겠지.’
‘형. 지난번에 제가 먹는 거 봤거든요. 삼 인분 가볍게 먹더라구요.’
벌써부터 방송 클립을 딸 생각에 눈이 돌아 있던 제작진의 어깨를 재언이 톡톡 건드렸다.
“어. 이 인분 드시는구나! 좋아요~”
“…….”
“이, 이 인분 아니네? 사…인분? 이네요…. 더 좋아요~”
재언은 한 손에 하나씩 쟁반을 들고 왕복하며 빠르게 4인분의 국밥을 세팅했다.
“형들도 드셔야죠…. 앉으세요.”
“…네?”
재언은 무심히 제작진에게 물을 따라 주며 숟가락을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제작진은 양심이 찔렸다.
‘…우리가 이 사람을 상대로.’
‘무슨 짓을….’
재언은 여기서 그만두지 않았다. 커피와 디저트도 살뜰히 제작진 몫까지 챙겼다. 무엇이든 먹을 게 있으면 나눠 먹어야 했던 관장 형의 가르침대로 충실히 따른 재언은 곧이어 날아온 청구 영수증에 낯빛이 어두워졌다.
“…저 이거 까려면 몇 시간 일해야 해요…?”
“그, 최저… 시급…. 기준이라….”
“열네 시간…이요….”
배신당한 재언의 앞에서 깍듯해진 제작진들은 눈을 피했다. 재언은 묵묵히 쥐어 주는 앞치마를 입고 강제로 올타임 알바를 시작했다.
“그, 한번 해보신 거니까! 더 잘하실 수 있어요! 서울역도 하셨는데 뭘!”
“그럼요, 그럼요. 기죽지 마세요! 여기 빵도 있어서 저녁 걱정도 없고.”
“…그것도 청구하실 거잖아요.”
참고로 재언은 또다시 시간제한이 있는 미션 카페로 끌려왔다.
“빨리요! 저 버스 곧 출발해요!”
바로 고속버스 터미널로.
“여기 호남선이 어느 방향이에요?”
이곳은 카페 주문만 있는 게 아니고 직원을 NPC로 생각하는 승객들도 있는 그야말로 극악 중의 극악이었다.
재언은 앞으로 방송국 놈들이 주는 건 물 한잔도 마시지 않겠다 다짐했다.
* * *
“와~. 진짜 힘들었다….”
윤슬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서야 촬영장에 도착했다. 이미 도착한 백휘와 원두진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그저 앉아만 있었다.
“백휘, 너 빨리 왔네? 너 얼마 나왔어.”
“하하. 0원.”
“아씨!!! 역시 최백휘야…. 사장님 안녕하세요. 사장님은 얼마 나오셨어요?”
“전 얼마 안 나왔습니다. 이만 원.”
“오, 그럼 빨리 도착하셨겠다. 그쵸?”
윤슬의 해맑은 질문에 원두진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왜요? 설마 기름값을 알바로 충당하라 한 건 아니겠죠. 아니야. 그럴만해. 악독해.”
“아닙니다. 다만 제가 일한 카페의 알바가 일이 서툴러서. 그런 서툰 손길로는 완벽한 커피를 손님들께 내놓을 수 없죠. 일 좀 가르치다가 늦었습니다.”
아무리 휴게소여도 카페는 편안한 쉼의 장소라고 설명하는 원두진을 보던 윤슬은 생각했다.
‘캐릭터성이 너무 확실하다…. 앞으로 이 사람 옆에 붙어 있어야지.’
윤슬은 방송국 놈들에게 악독하다 하지만 이미 뇌가 동기화되어 있었다. 방송 각을 잡는 윤슬의 뒤로 명진주와 옥금호가 연이어 들어왔다.
“슬아! 아, 여러분~ 안녕하세요.”
“허허. 다 모였네요? 아니지. 한 사람 없구만.”
다들 화기애애하게 서로를 소개한 뒤 남은 한 사람을 찾았다.
“근데 재언이 대체 언제 와요?”
“휴게소란 모름지기 잠시 쉬어가는 곳인데, 대체 얼마를 쓴 거죠?”
“음, 걔라면 많이 먹었을 거라.”
“허허허. 한창 그럴 나이지요.”
“설마 내일 오는 건 아니죠? 좀 걱정돼 가지구.”
저마다 한마디씩 했지만 제작진은 웃으며 얼버무렸다. 그리고 재언은 정확히 밤 열한 시 사십오 분에 도착했다.
그렇게 여섯 명이 함께하는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