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2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29화(329/405)
나는 정말 쓰러지듯이 잤다. 이 추운 날씨에 휴게소에서 고생을 하고 오니 낯선 곳이어도 잠이 미친 듯이 잘 오더라고.
“슬아, 일어나.”
“으으…. 오 분만….”
다정한 말투의 진주 언니가 나를 깨웠다.
“자~. 일어나자~”
근데 말투만 다정했다. 바로 돌돌 말고 있던 내 이불을 싹 걷어 가더라.
나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세수하고 아침 먹자.”
“어, 아침… 언니가…. 하셨어요?”
“아니? 이미 다 준비해 놨던데.”
누가?
* * *
가장 먼저 일어난 건 역시 최백휘였다. 오전 여섯 시 이후 기상해 본 적 없는 인간 미라클모닝 그 자체로 살아온 백휘는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걷었다.
“…….”
물론 옆자리 이불도.
덮고 있던 이불을 뺏겼지만 여전히 잠을 자고 있는 재언은 강제로 몸이 들려 버렸다.
“일어나.”
“…….”
“밥 차려야 돼.”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보고 있던 제작진은 박수를 쳤다.
“얘네 잘한다. 그래~!!! 이렇게 힐링 구간 있어야 하거든.”
내내 개고생만 시켰다가는 제작진에게 닥칠 역풍이 있었다. 일단 나이가 많은 옥금호를 잘 챙기지 않았다가는 대한민국의 유교 정신이 깨어날 것이었고, 지금까지의 방송 분량이 눈물 없이는 못 보는 극한 알바였다. 이렇게 지방까지 로케 촬영을 오면 간간이 힐링을 섞어 줘야 시청자들도 보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은근히 깍듯하네요.”
“안 그래도 어제 식재료를 그렇게 샅샅이 뒤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침 차릴 생각이었나 봐.”
“우렁각시 롤로 갑시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느릿하게 밥을 하는 재언과 달리 알아서 식재료를 날라 오는 백휘는 빠르게 칼질을 시작했다.
“대단하시군요. 아침부터.”
세 번째로 일어난 건 원두진이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된 원두진이 매번 카페 오픈을 늦게 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 커피 내리시게요?”
“네.”
자신의 만족스러운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해야지만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휘와 재언이 아침 밥을 거의 끝낼 때까지 원두진은 한 잔의 커피도 내릴 수 없었다.
“…지금, 뭐 하시는….”
“감이, 영감이 오지 않아요. 어제 너무 황당한 일을 겪은 충격 때문인 걸까. 딱 이 순간, 이 공기, 이 하루에 걸맞는 커피가… 듣고 있나요?”
재언은 말을 시켜놓고 상 위에 숟가락을 올려 두고 있었다. 위아래 편한 트레이닝을 입은 걸 보니 자신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일어났어? 와 대박. 이거 너네가 다 차린 거?”
“응…. 여기 숟가락.”
“땡큐. 근데 옥금호 님은?”
“깨울까 말까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연세도 있으시니 더 쉬게 했습니다.”
옥금호의 룸메이트인 원두진이 여전히 빈 커피잔을 들고 대답했다. 그사이 백휘가 알아서 옥금호를 깨워 왔다.
본격적인 첫 촬영 시작이었다.
* * *
“아, 이거 초반 화제성 다 잡아먹히겠는데….”
다이아수저는 얼굴을 찌푸린 채로 전화를 끊었다. 듣자 하니 하제인-구정모 쪽도 오늘부터 촬영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게 해외의 외딴섬이라는 거다.
“누구는 한국 저~~~ 지방이고, 누구는 초호화 럭셔리 휴양지면, 버즈량이 압살이잖아.”
“뀨.”
다이아수저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제비도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콕콕 부리로 쪼았다. 물론 제비가 보일 리 없는 다이아수저는 이마를 짚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요즘엔 입에 대지도 않던 단 과자가 땡겼다.
“아, 당 떨어졌나.”
“뀨!”
사무실 서랍을 드르륵 열어 쿠키를 꺼낸 다이아수저는 와작와작 씹어댔다. 제비도 냉큼 부스러기를 쪼아 먹었다.
“흠, 이제 좀 머리가 돌아가려고 하네. 일단 하제인부터 확인해볼까.”
하제인은 환승 시그널 덕에 외국인 구독자는 물론이고 인튜브 조회수도 어마어마하게 오르고 있었다.
“심지어 곧 있으면 천만 뷰 두 개다.”
한강뷰 집들이에 이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빈티지 명품 영상이 해외 알고리즘을 탄 모양이었다. 다이아수저는 의자에 몸을 깊게 묻었다.
“어떡하지, 방송으로 대세 이미지 잡을 수는 있어도 자칫하면 정말 내수용으로 땅땅 결정나는데.”
가뜩이나 이전 하제인의 MCN 소속사였던 젬스톤은 윤슬로 여러 가지 작업을 했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럴에 자연스럽게 휩쓸린 대중들은 자연스레 젬스톤이 친 작업에 넘어갔고.
[익명게시판/ ㅅㅇㅅ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인생 바꾸라면 ㅎㅈㅇ할래…]ㅅㅇㅅ은 좀 부럽지가 않다고 해야되나ㅠㅠㅋㅋㅋ 악착같은 면이 가끔은 읭스러움 ㅎㅈㅇ은 인생이 진짜 김여주인데 ㅅㅇㅅ은 그냥 인싸픽? 딱 그정도 느낌
보면 해외 구독자는 별로 없고 좀 잼민픽 아닌가
-ㅋㅋㅋㅋㅋㅋ그렇긴함 어느순간부터 그냥 나는 ㅎㅈㅇ만 보게 되더라고
-까놓고 말해서 삶 그 자체가 행복한건 ㅎㅈㅇ이잖앜ㅋㅋㅋ
이렇게 종종 올라오는 하제인 관련 글이면 윤슬이 후려쳐지고 있었다.
‘젬스톤 나가리되고 나서 간 크게 이 지랄 할 MCN은 없으니까…. 이건 정말 일부의 속마음이다.’
라모레가 젬스톤에게 광고를 끊고, 서윤슬을 밀어주다가 뒷광고가 터졌다는 건 암암리에 이 바닥 사람들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 뒤로 20대 인플루언서를 가지고 있는 MCN들도 감히 서윤슬과 묶어 바이럴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러면 방송만 문제가 아니라고.”
과자 부스러기를 입가에 묻힌 다이아수저가 근엄한 표정을 했다.
이제는 마케팅이 아닌 브랜딩의 시대. 스스로 브랜드를 알리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느낌적인 느낌을 알아주는 게 중요했다. 하제인의 브랜드는 그걸 너무나 영리하게 잘 이용했다.
“모델 이미지 때문에 내 회사에 조금이라도 흠이 가면….”
지난번 뒷광고 사건 이후로 서윤슬=라모레 이미지는 제대로 굳어졌다. 초반에는 반사 이익이 엄청났지만 이대로 대중들이 인식을 굳혀버린다면 곤란했다.
서윤슬=내수용=쿨하지 못함
하제인=해외용=쿨하고 힙함
이렇게 된다면 라모레는 둘 중 하나였다. 윤슬을 끊던가,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가다 훅 꺾이던가.
“…둘 다, 안 되지.”
윤슬에게 무슨 협박을 또 당할지 몰랐다. 윤슬은 사랑스럽고 호감도가 높았지만 대중픽이라는 것, 해외 파이가 부족하다는 것에서 코스메틱 브랜드 이미지를 더 이상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이미 대중들은 하제인이 잘 나가면 나갈수록 동시에 서윤슬을 떠올리기 시작해버렸는데!”
머리를 쥐어뜯는 다이아수저의 머리 위로 폴짝 다시 올라간 제비는 마구마구 쪼기 시작했다.
콕콕콕콕콕콕콕.
그 모습이 마치 다이아수저의 군기를 잡는 윤슬을 닮아 있었다. 찌르는 두통에 고민하던 다이아수저의 머리에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 그러게. MCN.”
노트북으로 윤슬을 모니터링하던 다이아수저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나예요. 젬스톤 MCN 나가리되면서 루비 아래에 있던 애들 어떻게 됐어요? 좀 알아봐.”
-네. 자료만 올리면 될까요?
“아니이. 그러지 말구. 그쪽 바이럴 회사에서 스카우트하겠다고 해줄래요? 옛날에 받던 것보다 더 높게 책정해서.”
-굳이…. 지금 젬스톤 때문에 관련 업종 재취업도 힘들 거라 낮게 불러도 올 텐데요.
다이아수저는 깔깔 웃으며 명쾌히 대답했다.
“내가 일만 시키려고 그럴까. 아 이 돈 받다가 팍 줄어들면 난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때쯤 다른 것도 시키려고 그러지. 아무튼 부탁해요? 이왕이면 루비랑 제일 일 오래 한 사람으로.”
전화를 끊은 다이아수저는 제 자신에게 박수를 보냈다.
“아, 역시 나야. 난 왜 이렇게 머리가 좋지?”
「[스킬: 원석을 보는 눈 (A+)] [랜덤 스킬: 역시 나야…? 역시 나야…! (S+)]」
“잘 나갈 때 뭐라도 하나 터뜨리면 되겠다. 뭐 털어서 안 나오는 거 없겠지~”
아무리 하제인이 ‘저는 다 몰랐습니다’로 일관한대도 한계가 있을 것이었다. 다이아수저의 머리 위에서 제비가 폴짝 뛰었다.
* * *
“보기도 좋고 참 맛도 좋네요. 고마워요. 허허.”
“그야말로 감성, 그 자체로군요.”
“음, 감사합니다….”
아침 식사는 두 파로 나뉘었다.
백휘의 양식파와 재언의 한식파로.
“재언아, 미쳤다. 쏘야 너무 잘했다. 어떻게 했어?”
“…평소보다 설탕 많이 넣었어.”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이렇게 아침 잘 해줄 줄 몰랐어요. 크. 역시 아침은 뜨끈한 국물이 있어야지. 계란국 최고예요~!”
재언은 두 사람의 칭찬에 뿌듯했고, 반대로 백휘는 아저씨들과 밥을 먹으려니 착잡했다.
“그, 여기 썬드라이 토마토 넣어도 참 맛있었을 것 같지 않아요?”
“감각이 있으시군요. 여기에 바질과 벌꿀 집을 놓아도….”
아저씨들이 생각보다 더 감성 있었다. 최백휘는 조용히 토스트를 씹었다.
* * *
“자, 다들 아침 식사 잘하셨나요? 그럼 저희 본격적으로 카페 오픈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게 있죠! 뭘까~요~?”
제작진의 질문에 우리는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음, 식약청 허가증.”
“…가격 책정?”
“뭐니뭐니 해도 시그니처 메뉴죠.”
“허허. 손님을 위한 마음!”
“파트 분배 아닐까요? 서빙이나 제조. 이런 거요.”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작진을 믿지 않겠다는 다짐이요.”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아니. 당연히 아니죠! 제작진은 항상 여러분 편이랍니다.”
“우우~~~!!!!”
“일단은 준비물이 필요하겠죠! 여러분은 뽑기로 메뉴판을 뽑게 됩니다. 여기에 있는 메뉴들은 무조건 판매를 해야 해요.”
생각보다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지는 않군.
나는 씨익 웃으며 저기 있는 룰렛을 바라보았다.
‘우린 이미 최악의 알바는 모두 해봤다고.’
드르륵-
모두가 손을 합쳐 아무렇게나 돌린 룰렛의 메뉴판은 무난했다. 다만 여기서 끝낼 제작진이 아니었다.
“그럼 지금부터! 제작진과 가위바위보로 재료를 얻습니다! 지면 최소한의 재료로만 하셔야 해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예를 들자면, 흑당 밀크티가 메뉴에 있는데 흑당 시럽을 얻지 못하시면 직!접! 만드셔야 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착잡한 표정으로 제작진과 눈을 맞췄….
어?
‘저 눈빛 뭐야.’
어제 재언이와 함께 온 스태프 둘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자기들만 믿으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