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3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30화(330/405)
재언과 함께한 제작진들은 그 알바 시간 내내 마음이 쓰렸다.
‘차라리….’
‘우릴 원망이라도 하지….’
보통 이렇게 스태프들한테 당하고 나면 반응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아아아!!! 이건 배신이야! 배신이라고!!!”
분노형.
가장 방송 클립 뽑기가 쉽고 재밌는 유형. 스태프들을 정말로 믿었을 경우에 그림이 더 재밌어진다.
두 번째.
“이러기 있어요? 아니 잠깐. 이건 아니지. 무효잖아요. 아, 나 이거 못해! 우리 말로 해결해봐요. 어?”
논리형.
이렇게 될 경우 더 바보 같아 보이는 효과를 주면 재밌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그럼 그렇지…. 아이고오오-!!! 훌쩍. 또 속았어.”
불쌍한 몰이형. 이건 평소의 캐릭터성이 중요하다. 근데 재언은 이도 저도 아니었다.
“…….”
그야말로 덤덤한 수긍형. 스태프들이 내민 앞치마를 한숨 한 번 쉬고 받아 든 재언은 묵묵히 일만 했다.
“그, 반응은 이게 끝?”
“더 하고 싶은 말이나 그런 거…. 없어요?”
당황한 제작진에게 재언은 무심히 한마디를 던졌다.
“…제가 밥 산 걸로 하죠, 뭐.”
그 말이 제작진의 심금을 울렸다. 원망하거나 짜증내거나 화내거나 슬퍼하거나 설득하거나 그 어떤 것도 아닌 우직한 반응이 오히려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열 시간이 넘는 동안 재언의 고생하는 등짝을 바라보며 둘은 다짐했다.
‘재언아…!’
‘우리가 잘해 줄게…!’
그래서 지금, 이 둘은 2인조 조작단이 되었다.
“뭐 내면 된다고요?”
“막내야, 몇 번 말하냐. 보자기라고.”
재언의 미담을 들은 막내 스태프도 끼어서 3인조.
* * *
“자, 지금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딱 한 판이에요! 지고 나서 삼세판 하자고 하면 안 돼! 아셨죠?”
“몰라요~”
제작진은 출연자와 나란히 섰다.
“가위- 바위-”
한 번 이기는 사람이 질 때까지 하는 시스템으로.
“보!!!”
못 따면 극한의 노동이 예약되어 있었다.
“아! 이겼다!!! 그럼 저 준비물 중에, 허허. 뭐가 좋을까?”
“선생님, 카페에 우유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꼭요.”
“아니 준비물에 우유 집어넣는 건 아니지 않아요? 시럽이면 몰라.”
제작진에게 당해 온 출연자들은 단합력이 상당했다. 얻을 수 있는 준비물에는 우유를 비롯해 각종 시럽, 오븐과 와플기, 시나몬 스틱과 파우더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위- 바위-!”
옥금호는 두 번째 판에서는 졌다. 그리고 이어서 명진주는 한 번도 못 이겼다.
“좋아…. 전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비장한 표정의 원두진 차례가 되었다. 윤슬이 빠르게 원두진의 뒤로 가 무언가를 속삭였다.
“어어? 지금 뭐 하시는 거죠?”
“그냥 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는데요?”
제작진은 그런 윤슬이 수상쩍어 털려 했지만 윤슬은 뻔뻔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자, 그럼 가위- 바위-”
윤슬이 원두진에게 했던 기 불어넣어 주기는 이것이었다.
“살짝 늦게 내 보세요. 손 빠르시니깐.”
아인슈페너를 하루에 백 잔은 팔아가면서 재빠른 손이 단련되어 있는 원두진이었다. 그깟 속도 조절 따위는 눈 감고도 했다.
“이겼다!!!”
“잠깐 늦게 내지 않았어요?”
“어어 아닌데! 제 시간에 냈는데!”
그 미묘한 차이에 제작진들은 무효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이미 윤슬과 원두진은 뻔뻔한 표정으로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역시 시그니처를 만들려면 시나몬 스틱이. 보기에도 좋고 감성도….”
“에헤이. 캐러멜 시럽 없으면 카페 안 돌아가죠.”
‘그림 잘 나오네.’
현수정 PD는 흐뭇하게 웃었다. 일단 서윤슬을 중점으로 관계성을 만들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감이 딱 왔다.
‘저 둘은 사기즈 정도가 좋겠어….’
참고로 윤슬이 한 말은 마이크로 전부 녹음되어 있었다. 머릿속으로 편집점을 잡아 가던 현수정은 곧이어 얼굴을 굳혔다.
“와!!! 백휘!!! 백휘 최고다!!!”
최백휘가 3연승을 거두고 아이템을 쓸어 담고 있었다.
* * *
“이거 진짜, 슬슬 짜증나게 하네?”
고은하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입술을 씹어댔다. 얼마 전 단톡방에 들어온 메짱이의 고용주, 그러니까 본투비 압구정 키즈라고 주장하는 닉네임 ‘메롱’이 자신의 기분을 살살 건드리고 있었다.
[메롱: ㅋㅋㅋ아 근데 메다도 명품 많으니깐ㅠ] [메롱: 알지? 이 라인은 걍 별거 아닌거ㅋㅋㅋ] [메롱: 근데 사놓고 보니까 내깔은 아니라… 누구 가질사람? 선착순임]자꾸만 돈지랄을 해댔다. 초반에야 단톡방 멤버들도 폰금수저가 많으니 긴가민가하는 것 같았지만 심심하면 명품 지갑이니, 키링이니 스카프니 하는 것들을 무료나눔으로 뿌려대는데 안 믿을 사람이 없었다.
“아, 씨 대체 누구지? 누구야….”
본투비 압구정 키즈라면 건너 건너서라도 고은하와 아는 사이일 것이었다.
요즘 들어 안드로메다 단톡방에 메롱의 지분이 많아지고 있었다. 자신이 말을 꺼낼 때보다 메롱이 말을 꺼낼 때 반응이 더 폭발적이었다.
머릿속으로 하나둘 의심 가는 사람을 떠올려보던 고은하는 들고 있던 폰을 소파로 던져 버렸다.
“짜증나 진짜!!!”
대체 누가 저렇게 음습한데다 관종인지 알 길이 없었다.
* * *
“야, 진짜 나한테만 말해 봐라.”
“뭐가 또.”
“너네 아버지 얼마 전에 우리 가게 왔다 가셨다고.”
“그래? 서비스로 아무것도 주지마. 버릇 나빠져.”
여기는 스퀴즈 청담. 오늘도 혼자 와서 디저트를 포크로 뒤적이던 재겸에게 민준이 은밀히 말했다.
“너…. 여자친구 여러 명이지. 쓰레기 새끼야.”
“이건 또 무슨 개소리세요. 이러지 마, 나 요즘 너무 힘들어.”
“선물 여러 명한테 보내는 것도 그렇고. 주소 가라로 쓰는 것도 그렇고. 왜 우리 가게로 쓰냐고.”
“너네 가게가 있어 보이니까.”
“그렇긴 하지.”
재겸은 그간 사들인 명품들을 안드로메다 단톡방에 보낼 때마다 하나의 주소를 사용했다. 전부 민준이 운영하는 스퀴즈 청담 주소였다.
[메롱: ㅋㅋ아 여기 사장이랑 쫌 친해서ㅠ 그리고 아직 주소 알려주기 좀…ㅎㅎ미아냉] [메짱: 메롱이 미안할게 모가 있어ㅠㅠㅠㅠㅠㅠ] [메쥬: 진짜 걍 주소 아무거나 써도됨; 어차피 반송 안할건데 모가문제야]돈맛을 보면 사람은 의심을 거두게 되어 있다.
재겸은 하루빨리 잔챙이들을 다 집어삼키고 안드로메다를 캐내고 싶었다. 따라서 돈을 써야 했다. 오늘도 단톡방의 반응은 뜨거웠다.
“니 맨날 여자 것만 사고, 그거 누구한테 보내고…. 여친이 분명한데. 야, 이러다 누가 찾아오면 난 뭐라고 해? 내가 너인 줄 아는 거 아니야? 막 여자 다섯 명이 찾아오면 어떡하냐고!”
말해 봤자 이런 순진한 영혼은 반도 알아듣기 힘들 것이었다. 한숨을 쉰 재겸은 민준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거 사실 윤슬이랑, 니 친구 권재언 관련된 거야.”
“뭐?! 나한텐 아무 말 없었는데. 권재언이 나한테는 비밀로 하고 너한테만 얘기했다고?”
“나도 슬이한테 들은 거야. 슬이가 좀…. 하는 일이 많잖아? 이게 사실 불법은 아닌데 남들한테 알려지면 좀 이미지 타격이 있을 수도 있어서….”
“대체 뭐길래. 어?”
“나중에 말해줄게. 야 그래도 너만큼 의리 있는 놈이니까 내가 믿고 여기까지 말한 거지.”
의리 있는 놈.
그 말을 들은 민준이 자연스럽게 누그러졌다.
“그치. 좀, 내가 그런 편이지.”
“너 윤슬이랑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닌데 콜라보도 잘 해주고. 이 가게가 얼마나 윤슬이한테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난 그때부터 알았지. 김민준 의리 장난 아니구나.”
“야, 뭘 또 그렇게까지.”
“아무튼 당분간 니 주소 좀 쓴다. 누가 물어보는 사람 있으면 넌 끝까지 알려줄 수 없다고 모른다고 해.”
가볍게 민준에게 입을 턴 재겸은 슬슬 미끼를 던졌다.
입력: 스퀴즈 청담 사장이 내 친구들 오면 샴페인 무료라던데ㅋㅋㅋ 내가 카드 맡기고 갈 테니까 뭐 먹으러 들릴 사람 있으면 가도 댕!
이렇게 몇 명을 끌고, 끌고, 끌어오다 보면 그간 안드로메다 단톡방에서만 나왔던 조각들이 모일 것이었다.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은 무엇이건 자기를 드러내게 되어 있으니.
* * *
“여기서 스탑!! 안 됩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최백휘는 5연승을 했다. 제작진은 손을 내저으며 다음 타자, 윤슬을 불렀다.
“자, 바로 시작! 가위! 바위!”
“아아아아아 잠깐! 잠깐!”
윤슬은 게임 룰이 다르지 않냐며 항의했다. 물론 제작진은 봐주지 않았다.
“네, 윤슬 씨 졌고요! 재언 씨! 차례!”
“아니 한 번만 더해요!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 백휘 안 졌는데 왜 저한테 오냐구요!”
백휘의 연전연승에 웬만한 재료는 다 얻을 수 있었지만 디저트까지 메뉴판에 있었으니 고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 번 더해! 더해요! 네?”
물론 제작진은 봐주지 않았다. 다음 타자는 재언과 함께했던 스태프였다.
찡긋.
“…왜 그러세요?”
“아!!! 나는 묵찌빠가 좋은데!!!”
“…….”
“묵! 찌! 빠. 좋지.”
어색한 두 사람의 연기에 아무리 둔한 재언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형.’
‘…재언아.’
‘우리만 믿어.’
지독한 열네 시간의 알바로 다져진 셋이었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백휘의 연전연승으로 그들은 슬쩍 다른 스태프들과 자리를 바꾸는 치밀함까지 선보였다.
“가위- 바위-!”
재언은 주먹, 가위, 보자기 순으로 내며 삼 연승을 했다.
“와!!! 진짜 거의 다 모았다!!!”
윤슬과 명진주는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그때였다. 제작진은 여기에서 끝내지 않았다.
“근데 우유가 한 종류인 거 아시죠?”
“…그게 왜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원두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되었다.
“우유는…. 소화를 못 시키는 손님들도 있으니….”
“네! 정답입니다!”
곧장 카페 매니저, 명진주도 알아들었다.
“락토프리나… 아몬드 우유….”
제작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우유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슬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위바위보를 이겨봤자 제작진을 이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