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3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31화(331/405)
‘강제 힐링 구간이군.’
목장을 휘 둘러본 나는 답을 내렸다. 역시 방송국 놈들이다. 강약 조절에 능해.
‘힐링 구간 없이 일만 하면…. 아마 이렇게 된다.’
[♨카페IN불판♨]-현수정 진짜 감 다 떨어진듯 ㅠㅠㅜㅠㅋㅋㅋ 누가 예능을 저렇게 빡빡하게해
-진짜 보면서 PTSD심하게옴… 내 전직장 저래서 나 병원다니다 때려쳤잖아
˪222 나도 이래서 하차함
-뭣모르는 어린애들+무명배우+자영업자 데리고 하니까 저렇게 갑질하지ㅋㅋㅋ 옥금호랑 비슷한 급 배우들 모아놓았으면 다른예능처럼 힐링했을거아니야 하차함
나중에 편집을 들어가면 좀 나아지겠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지.
나는 송아지를 쓰다듬으며 최대한 무해한 척 힐링에 어울리는 장면을 연출….
“엑!!!”
갑자기 내 손바닥을 맛보기 스푼처럼 할짝거리는 송아지에 깜짝 놀랐다. 방금 좀 바보같이 나온 것 같은디.
“허허허. 아기가 아기를 알아보네.”
“에이. 저 스무 살인데요.”
“아기지. 한참 아기예요~”
내 목장 파트너는 옥금호 배우님이었다. 내 손을 핥은 송아지의 귀 뒤를 살살 긁어주시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자~. 오늘 할 일은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일단 송아지들 축사를 싹 돌아다니면서 밥을 주고, 그다음 점심을 먹고 우유를 짜러 갈 겁니다. 아시겠어요?”
“네. 허허.”
“네~”
“수레 무거우니까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힘주시고, 그럼 여기서부터 따라오세요!”
나는 사료가 담긴 수레를 들고 목장 주인의 뒤를 따라….
“허허허. 아이고. 갓 태어난 송아지 같네.”
가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운동을 멀리한 대가가 이건가? 수레가 내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것 같았다.
“윤슬 씨는 수레 끄는 거 아니에요! 중간중간 멈춰 설 때 사료 꺼내서 뜯고 부어 주세요.”
“…네.”
이러면 나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닌가?
나는 일단 시키는 대로 사료 포대를 뜯어 부었다. 송아지들이 오물오물 잘 먹는 걸 보니까 귀엽긴 하다. 저 멀리에서 다른 송아지들이 자기도 얼른 밥을 달라고 음메에 울었다.
“요 녀석들~. 허허허. 밥시간인 건 알아서.”
“이 시간만 되면 문 열 때부터 난리가 나요.”
나는 열심히 사료도 붓고 건초도 얹어 주었다. 분명 한겨울인데 장갑을 낀 손바닥 안에서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목에 걸린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현수정 PD와 눈이 마주쳤다.
‘…저 표정 보니까 대충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나를 옥금호와 붙여 둔 이유가 있겠지.
* * *
현수정 PD는 막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윤슬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윤슬 씨 잘하네요. 여기서도 일 너무 잘하면 좀 그랬지. 그쵸 PD님?”
현재 팀은 세 개로 나뉘었다. 락토프리 우유를 얻기 위한 목장, 아몬드 우유를 얻기 위한 강릉의 모 카페 알바, 그리고 저녁 담당.
굳이 그들 중 최약체라고 볼 수 있는 옥금호와 윤슬을 목장으로 보낸 이유는 하나였다.
“그래. 어린 여자애가 지나치게 머리 굴리는 걸로 나오면 욕받이 되기 십상이지.”
원두진과 함께 ‘사기즈’로 묶는다면 분명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사람들이 있을 것이었다. 특히 체력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더더욱. 적당히 머리를 굴리되 어딘가 헐랭한 막내로 비쳐져야 했다.
“이따 점심 먹고 우유 짜고 하면 네 시쯤…. 훈훈하게 끝낼 수 있겠네요.”
“그래. 딱 보기에 제일 힘든 거니까. 아몬드 우유 쪽은 어떻게 됐지? 잘하고 있어?”
“그게요….”
* * *
대한민국에 크게 커피의 도시는 세 개로 나뉜다. 이색적인 개인 카페가 많은 대구, 해외에서 수상한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이 쟁쟁한 부산,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재료의 맛 그대로를 끌어 올리는 강릉.
그중에서도 아몬드 크림과 함께 커피콩 빵을 판매하는 유명 카페는 강릉에 가는 관광객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장소였다.
“아몬드 크림 커피 세 잔, 커피콩 빵 미니 5구로 다섯 개랑요.”
“여기 빵 솔드아웃인가요?”
카페 내부에서는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와 함께 떠들썩하게 떠드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바보멈 카페 매니저인 명진주의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
“네. 쇼핑백 따로 추가하시면 100원인데 하시겠어요?”
“빵은 내부에 더 준비되어 있습니다. 몇 상자 드리면 될까요~?”
원두진은 쫀득하게 아몬드 크림을 만들고 있었지만, 어쩐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런 건…. 진정한 휴식이 아니야.’
한 폭의 그림처럼 널따랗게 펼쳐져 있는 바닷가를 앞에 두고 제대로 즐기지 못 하고 있는 카페 손님들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Cafe comdes였다면 손님들에게 진짜 휴식을 알려줄 수 있을 텐데….’
원두진은 실망스러운 표정과는 달리 야무진 손길로 커피 크림 위에 시나몬 파우더를 톡톡톡 올렸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후….”
“와. 진짜 손님 장난 없다. 그쵸.”
한창 밀려 들어오던 손님들이 떠나고 한산한 세 시, 원두진은 아까부터 마음속에 담고 있던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아무래도 같은 카페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명진주는 말이 좀 통할 것 같았다.
“진주 씨는 이렇게 커피에 집중하지 못하시는 손님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텅 빈 시간 속의 무의미한 흐름, 그런 거요.”
명진주는 맑은 표정으로 답했다.
“커피 빨리 드려야겠다! 그런 생각 드는데요.”
“그런 거 말고요. 이 한 잔의 커피가 저들의 인생에서 얼마만큼의 영향을 차지하는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 커피의 궁극적 맛이…!”
현수정 PD가 둘을 붙여놓은 이유는 하나였다.
“아, 그리고 그런 생각 한다.”
원두진은 지나친 낭만주의자였고,
“뭡니까? 역시 커피와 인생은 닮아있다. 뭐 이런…?”
“화상 입으시면 안 되니까 컵 홀더 꾹 닫아드려야지. 이런 생각이요.”
명진주는 지나친 현실주의자였다.
* * *
“바보 같은 대화 잘하고 있던데요.”
“좋아. 이걸로 바이럴 MBTI S와 N으로 돌리면 되겠다.”
추후 커뮤니티를 비롯해 SNS에도 작업 칠 계획을 세운 현수정은 편집점을 잡았다. 저녁 담당은 어제 개고생을 하다 온 재언이었다.
‘이틀 연속으로 노동을 시킨다면 제작진에게 불화살이 쏟아질 테니.’
여기에 꼼꼼한 우렁각시 이미지를 입힐 백휘를 함께 넣었다.
“구정모 촬영 들어갔다지? 동기한테 이야기 들은 거 없어?”
“아직이요. 이게 해외 로케 가는 거다 보니까 정신이 없나 봐요.”
“들어오는 정보 있으면 곧장 전해줘. 아직 오픈 일정 못 잡았으니까 정보 선점이 관건이야.”
현수정은 벌써부터 쏟아지는 구정모 vs 현수정 정면 대결 바이럴 기사에 혀를 내둘렀다. 어느새 구정모는 속도를 내 가제였던 프로그램명에 진짜 제목까지 붙였다.
[노모럴 호텔 촬영 위해 출국하는 하제인, 역시 핫 인플루언서다운 공항패션…] [임유정 기상캐스터, 하제인과 함께 나란히 ‘미모압살’] [구정모 PD, 재미있는 프로 만들 것. 기대해 달라]기사를 훑으며 현수정은 이를 꽉 물었다. 어느새 기사에는 대중들의 반응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응원해요] 778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 * *
노모럴 호텔.
해외의 작은 섬 안에 있는 호텔에서 이뤄지는 생존 추리 서바이벌이다. 16가지의 MBTI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본인의 MBTI를 발설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 날 전 출연자의 MBTI를 전부 맞추는 사람이 상금 일억을 가져가는 프로그램이다.
[Mission식료품은 지하 2층과 외부 독채 스위트룸에만 존재합니다.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 한 시와 새벽 세 시입니다. 제비를 뽑아 다녀올 인원을 선별하세요.
※ 식료품 창고에서 식료품을 바로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호텔에서 잠시 쉬며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주어지는 미션이었다.
삼 주라는 시간 동안 불편하고 힘든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으며 매화 빌런을 바꿔버릴 예정이었다.
“괜히 111명이 오디션 보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었던 게 아니라니까? 키야. 저거 보세요. 벌써 물고 뜯고 난리가 났죠.”
모니터로 상황을 확인하는 제작진은 벌써부터 대박의 조짐에 싱글벙글 웃어댔다.
“재밌겠다! 담력 훈련? 같은 건가 봐요. 제가 갈게요! 제비 뽑으신 분 저랑 바꿔요옹!”
“근데 제비 바꿔도 된다는 말은 안 써 있지 않나요? 안내사항에 없는 돌발행동 하지 마세요.”
“일단 몸이 약하시거나, 어두운 곳 트라우마 있으신 분들 손 들고 말씀해주세요. 그분들 빼고 제비 뽑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저마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도 행동이 달랐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과몰입을 불러오기에 충분할 것이었다.
[♨노모럴호텔♨]-방금 F무시발언ㅋㅋㅋ 내가 다 빈정상하네
-근데 감정에 호소하는거 좀 고쳐야 되는거 맞지 않나;;ㅋㅋ 자기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이 몇인데 나이처먹었으면 이성적으로 행동해야지
-임유정 ㅈㄴ 여러모로 실망이다 같은 엠비티아라고 말하고싶지도 않음ㅠㅠㅠㅋㅋㅋㅋ;;저 능지로 어케 공중파감
벌써부터 난리가 날 반응에 구정모 PD는 짜릿한 도파민이 목뒤를 타고 올라왔다.
“이 와중에 하제인은 진짜 침착하네요.”
“무서울 게 없지, 쟤는. 다른 출연자들한테는 없는 게 있잖아. 이거랑 이거.”
제작진은 얼굴을 쓸어내리고, 곧이어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냈다. 얼굴과 돈. 당연히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는 하제인이었다. 차분한 표정으로 의견을 듣고 있는 하제인과는 달리 벌써부터 싸움이 붙기 일보 직전인 출연자들도 있었다.
“그래! 딱 이래야 그림 재밌어지지. 아후, 현수정 선배님 감 다 떨어져서 어떻게 한대?”
“그러니까요. 뭔 놈의 알바고 힐링이여.”
노모럴 호텔 제작진들은 낄낄대며 웃었다. 지금의 대중들이 늘 찾아다니는 것. 그것은 힐링이 아닌 도파민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