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3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38화(338/405)
마린은 윤슬의 제안에 입을 크게 벌렸다.
“네? 기획전…?”
지금 가장 타격을 크게 입은 건 패션업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월 매출은 반의반 토막이 난 상태. 이때 기획전을 하는 건 그냥 손해 보는 장사였다.
“네, 기획전이요. 이왕이면 달고나 커피로. 각 브랜드마다 카멜 컬러 대표 아이템 뽑아서요.”
이미 기획전의 틀까지 짜온 윤슬은 그중 베스트 제품을 딱딱 짚어냈다.
“특히 이거랑 이거, 이거는 꼭 해주세요.”
마린은 우물쭈물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간 윤슬의 도움을 받을 때는 좋았지만 막상 돌려주려니 눈앞의 손해가 크게 다가왔다.
“우리 옛날에 약속한 거 있잖아요.”
“그, 물론…. 윤슬님이 저희에게 많은 편의를 봐주신 건 저도 아는데요….”
“유스타 계정 팔로워 많이 느셨던데. 인튜브도 그렇고. 마케팅비 많이 아끼셨죠?”
유신사 직원들의 인생필름 데일리 룩 촬영은 어느새 인튜브 계정을 책임지는 캐시카우, 그야말로 구독자와 뷰 수를 안정적으로 자랑하는 콘텐츠가 되어주었다.
‘이거 머리 굴리는 거 봐라….’
마린이 쉽게 답을 하지 못하자 윤슬은 가방 안을 뒤적이며 웃어 보였다.
“에이~. 저희 계약하실 때 계약서 잘 안 읽어 보셨구나.”
“…네에?”
“필름부스 안에서 촬영한 건 저희 팀 최선 소유인데.”
윤슬은 계약서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형광펜으로 밑줄 친 부분이 마린의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어, 어어어…!”
“해당 콘텐츠 제가 다 먹어버리거나 다른 업체 줄 수도 있단 소리죠…. 지금까지 찍었던 거랑 오늘 찍힌 촬영본도 다 제가 업로드할 수도 있어요. 똑같은 영상 업로드 같이 해볼까요? 쭉 중복되게?”
니네 인튜브 계정이고 뭐고 죽여버릴거란 소리였다.
“그, 그거 형식적인 조항 아니었어요?!”
“제 부탁 들어주실 때나 형식이지. 아니면 그냥 법적인 조항 되는 거죠.”
별다른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업로드되는 콘텐츠이니만큼, 마린을 비롯해 유신사 마케팅팀은 꿀을 빨았다.
[Intube] [썸남이랑 벚꽃놀이 가고 싶을 때 입는 룩 모음] 06:20-02:29 여기 이 원피스 하울 다음번에 자세히 해주세요 너무 짧게 스쳐가서 아쉬워용ㅜ
-진짜 패피들만 다니는 회사답다… 보면서 대리만족됨
-세번째 언니 ㅈㄴ내취향 보자마자 심장이 떨린다… 유스타아이디 줘요ㅠㅠㅠㅠㅠㅠㅠㅠ
인생필름 부스에서 가볍게 촬영을 하고 모아서 인튜브에 업로드하면, 그중 소비자가 원하는 게 확연히 보였다. 그럼 그때 인튜브 촬영을 본격적으로 하는 형식이었다. 그야말로 소비를 이끄는 알짜배기 콘텐츠!
‘근데 그걸… 뺏긴다고?’
가뜩이나 매출이 휘청이는 지금, 서윤슬이 자료들의 권리를 주장해버리면 일이 복잡해졌다. 마린은 재빠르게 표정을 바꾸었다.
“할인쿠폰도 같이 먹여주세요.”
“…네. 그럼요. 그래야죠….”
“카톡에 광고 빵빵하게 넣으시고. 아시죠? 포털 사이트 배너도.”
“네….”
그제야 윤슬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 * *
“흠. 역시 예상대로다.”
고작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여론은 어지러워졌다.
-연예인들진짜 현대판 귀족이야ㅋㅋㅋ 벼슬납셨어
-아… 그냥 지금 힘들어하는건 일반인들뿐인듯ㅠ 이와중에 뭐하는거야
그새 스포트라이트는 서윤슬에서 연예인들로 바뀌었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의 스태프들과 연예인들이 소소한 종영 파티를 열고 스토리에 올렸던 게 화제가 되어 있었다. 유명 아이돌 커플도 확진자 동선을 밝히다 열애가 드러나 버렸고, 이 사람 저 사람 매일 새롭게 올라왔다.
지잉-
[차재겸: ㅋㅋ 자기야 나 잘했지?] [차재겸: 기특해 죽겠지?]이렇게 된 건 차재겸의 역할도 어느 정도 있었다. 안드로메다 단톡방에서 나를 저격하는 글들을 쓸 때, 어느새 주도권을 다 가져가다시피한 차재겸이 한마디를 던졌기 때문이다.
입력: ㅋㅋ 서윤슬 재미없오ㅠ 딴사람 없어?
이렇게.
본투비 금수저 메롱 언니한테 그간 받은 게 있는 안드로메다 단톡방 멤버들은 빠르게 이 연예인 저 연예인 갖다 바치며 족쳤다. 그렇게 나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자연스럽게 서서히 흩어졌다.
“그래도 나중이 되면 말이 나올 테니까. 여기에서 끝낼 수는 없지.”
기사도 뜨고 댓글도 몇천 개씩 달리고, 여기서 넘어가면 앞으로도 번번이 끌려 나오게 된다. 그럴 수는 없다고.
[Hot/ 유신사가미쳤어요 달고나커피 할인전 달려~!!!]-프리뉴 맨투맨 봄웜인데 ㄱㅊ을까?ㅜㅜ 황토색 잘 안어울려서
˪나 갖고있는데 색 예뻐~ 된장색이 아니고 살짝 진짜 라떼? 색같음
-유신사 진짜 지금까지 했던것중에 제일 할인 많이해서 조아… 텅장됨
-남친이랑 커플맨투맨 추천좀 해조! (๓´˘`๓)♡두개 합쳐서 15까지 가능~
잠시 주춤하며 반감을 가지게 만들었던 ‘달고나 커피’에 대한 이미지도 유신사 덕에 복구가 되었다. 유신사가 전에 없던 역대급 할인을 보이며 쿠폰을 미친 듯이 뿌렸거든.
오히려 유신사는 트렌드를 잘 읽는다는 칭찬까지 받고 있었다.
“이제 달고나 커피는 해외에서도 인기니까.”
얼마 전에 무려 뉴스까지 탔다고. 해외에서 반응이 있으면 꼭 한국에서 다시 인기를 끌게 되고, 본국에서 인기가 식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 K-컬처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 다시 보게 되어 선순환이 된다.
“자, 그럼 다음 일 하고…. 입을 언제쯤 열지 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나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다음 유행 레시피 때문에 원두진 씨 가게에 방문했지만, ‘그거 때문에 갔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히는 그 순간부터 공개되지도 않은 그 레시피는 어쩐지 찜찜해져 버리거든. 이미지가 박혀버린다고.
“다음 주쯤 입 열면 베스트….”
그때였다.
지잉-
[원두진: 지금 영상통화 가능할까요?]원두진에게 연락이 왔다.
* * *
원두진은 정말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손님들에 대해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사장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부끄러웠고, 자신만 믿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같이 한 제작진들이었다.
‘나 때문에….’
자신의 가게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궁극의 커피라고 할 수 있는 ‘달고나 커피’가 욕을 먹었다. 이 달고나 커피는 우리 카페인 출연자와 제작진의 삶이 녹아있는 커피였다. 며칠 내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원두진은 일을 제대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아. 잘 들리나요?
“네. 잘 들리고 잘 보입니다~”
<카페 IN> 출연자들과 현수정 PD를 불러 모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느새 원두진은 이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버렸다. 특히 윤슬에게. 본인 때문에 윤슬이 화살받이가 되었던 지난 며칠을 생각하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제가 확진자분을 알아내긴 했는데…. 이걸로 여론을 좀, 어떻게 하기엔 너무 늦었나요?
“왜지? 뭔데요?”
―예약자가 아닌데 몰래 숨어 들어왔더라구요.
화상 회의를 하는 현수정 PD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니 뭐 그런 XX새끼가 다 있어…? 그거 일단 보여줘 봐요.
원두진은 파일을 공유했다. 핸드폰을 보여 주고 예약자가 테라스에 자리를 잡자 몇 분 뒤 확진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들어와 뻔뻔스레 앉았다.
―와. 이런 꼼수가…. 설마설마 했는데 이런 사람도 다 있네요?!
―허허허. 이런 몹쓰을….
―손님들이 많기도 하고, 테라스까지 일일이 내다 볼 여유가 없어서 그만…. 제 잘못입니다.
“아니 이렇게 숨으면 누가 알겠어요. 요즘 확진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사람들은 그냥 검사 안 하고 본대요. 격리하기 싫으니까.”
윤슬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명진주도 길길이 화를 내고, 옥금호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백휘와 재언 역시도 불쾌감을 보였다.
그때였다.
―이 XXXX…. 어디서 본 얼굴이다 했더니….
현수정 PD의 눈에 불이 붙었다.
―이 XX 구정모네 스탭이네?
―…구정모라면.
―설마 그 노모럴 호텔이요?
―피디님, 그게 확실한가? 마스크 껴서 그게 그걸로 보이는 거 아니야? 허허.
그러자 원두진은 마스크를 잠깐 벗고 커피를 마시는 자료 화면까지 공유했다.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마스크 버전만 보여드렸는데, 벗은 얼굴은 이렇습니다.
현수정의 얼굴이 전에 없이 일그러졌다.
―맞아!!! 이 새끼 확실해!!! 아아악!!! 미친놈들이 커피를 처마실 거면 집에서 달고나 커피나 젓지 왜 XX 여기까지 기어들어와서 일을 망쳐!!!
―혹시 자기도 확진인 거 알았을까요? 진짜 설마. 그런 건 아니겠죠.
―흠…. 구정모 PD가 현수정 PD 싫어하는 건 유명하거든. 허허. 일을 망치려면 뭐든…. 못하겠나.
윤슬은 화면 안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커피를 마시는 구정모의 스태프를 바라보았다. 다들 한마디씩 하며 어지러운 와중에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윤슬 씨는 화도 안 나?! 지금 욕 제일 많이 먹은 게 윤슬 씨인데!
―맞아맞아. 기사 보고 내가 다 서러워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그만. 일단 이렇게 몰래 숨어들어온 손님이 있었다고 제가 스토리에 공유를 하겠습니다. 그럼 일이 잠잠….
“아니. 아니에요. 잠깐만.”
윤슬은 손을 내저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역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봅시다.”
구정모의 의도가 어찌 되었건, 일부러 확진자를 원두진의 카페에 보냈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몰래 숨어서까지 마시고 싶은 달고나 커피의 맛. 그런 식으로.”
하지만 지금 대중의 분노를 한 쪽으로 모으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럼 구정모는? 분명 의도가 있었어…!
“모자이크 약하게 하면 그 사람 지인이 분명히 나오겠죠.”
윤슬은 씨익 웃어 보였다.
“신상은 네티즌의 몫이고, 우리는 그냥 미치게 맛있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 냈다고 기억에 남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여론은 윤슬이, 기사는 기자가, 신상은 네티즌이. 너무나 당연한 공식이었다.
“그리고 뭐…. 조만간 이 주제를 물 것 같은 렉카 인튜버를 알거든요.”
윤슬은 재겸에게 연락했다. 안드로메다가 아직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윤슬을 싫어하는 만큼 하제인도 싫어하고 <노모럴 호텔>을 싫어한다.
분명히 떡밥을 물어 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