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4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40화(340/405)
충남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우리 슬이가 신기가 좀 있는 것 같어….’
그러지 않고서야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몇 달 전, 윤슬은 뜬금없이 말했다.
“아빠. 마스크 물량 좀 쓸어 담아놔야겠어. 지금 하루에 뽑을 수 있는 게 최대 몇 개야?”
처음엔 농담인 줄로만 알았다. 빚을 다 갚은 지 1년. 다시 시작한 마스크 사업은 아직 안정 궤도에 접어들기 전이었다.
“창고 좀 알아보자, 아빠. 적어도 몇만 개 정도는 담을 수 있는 데로. 일단 경기도 파주 쪽에….”
“갑자기 왜 그려? 마스크를 누가 몇만 장이나….”
“아니. 지금이 아니면 안 돼.”
“그래도 그렇지….”
“공장도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돼. 더 늘려야 돼. 사람도 더 뽑고. 아빠 예전에 특허 얘기했었지? 그것도 빨리 통과시키자.”
무리해서 사업을 확장하다 부도까지 갔던 충남은 주춤했지만, 난생처음 보는 딸의 눈빛에 그만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물량을 대거 찍어냈다.
그 결과.
―국내에 마스크 품귀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며칠째 시민들은…
―공공 기관을 비롯해 어느 곳에서나 입장이 가능한 건 마스크를 낀 상태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마스크는 구할래야 구할 수 없는…
―똑같은 마스크를 며칠째 쓰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정말로 전국이, 아니. 전 세계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안달이었다.
그날 이후로 공장 매출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위를 향해 치솟았다. 마스크를 담은 트럭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사장님! 보건복지부에서 전화왔는데요. 사장님이랑 꼭 좀 통화 한 번 해야 쓰겄다고….”
“사장님. 저희 지금 외국에서까지 납품 요청 메일 쏟아집니다. 어떻게 할까요?”
“주문서 이제 막아둬야 할 것 같어요. 이거 도저히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겠는디요.”
충남은 매일같이 공장 식구들과 함께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다. 가득가득 쌓여 있는 마스크 상자들은 눈 깜짝할 새에 다 팔려 나갔다. 하루가 다르게 주문 건이 늘어났다.
“되는 만큼은 해보자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공장에만 있던 충남은 윤슬이 말도 안 되는 일로 욕을 먹는다는 걸 아주 나중에야 전해 들었다.
‘마스크 오천 장….’
애초에 윤슬이 부탁했던 기부는 마스크 오천 장이었다. 방송을 들어가기 전부터 준비한 것이었다.
“오천 장이 너무 무리일 것 같으면 그것보다 덜 해도 돼. 다른 데에서 기부 같이할 거니까. 기부 날짜는…. 아직 못 정했어.”
간신히 끌어모은 마스크 오천 장이 담긴 박스를 두고 충남은 따끔따끔 아파 오는 가슴께를 문질렀다. 이걸로는 지금 이 상황을 낫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일 년 전 고연티비라는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윤슬을 향한 조롱과 비아냥이 섞인 댓글을 봤었다.
[최프로 님의 달풍선 200개 선물!]-국어 끝나면 쟤는 내보내줘라ㅋㅋㅋ 불쌍하자너
[수원왕갈비 님의 달풍선 300개 선물!]-다른 애들 다 다음장 넘기는데 쟤는 왜 제자리임
[싸커킥전문가 님의 달풍선 500개 선물!]-용돈이나 쥐어보내라
욱하는 마음에 자신도 풍선을 터뜨려가며 응원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분하고 씁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일도 모레도 금쪽같은 딸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마음만 같으면 이깟 거 백만 장이고 천만 장이고 보내서…. 다들 입 다물게 하고 싶은디.’
다 부르튼 손가락으로 주먹을 쥐던 그때였다.
“하이고야. 오천 장 가지고 어따 쓴대.”
“좀 더 해야 우리도 면이 살지. 고 녀석 요만할 때부터 우리가 봤는데.”
“딸내미 얼굴 볼 생각 하지 말고 사장님 오늘도 여기서 주무셔, 어?”
퇴근한 줄로만 알았던 공장 식구들이 들어왔다. 윤슬의 소식이라면 충남만큼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수시 합격 영상이 알고리즘에 떴을 때는 모두가 모여 보기도 했다. <카페 In>을 보기 위해 OTT도 가입한 공장 식구들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인플루언서 서윤슬의 통 큰 기부… 의료진에게 1만 장 무상 제공]바이러스 시대를 맞아 OTT 가입률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국내와 국외에서 인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페 In’ 출연자인 인플루언서 서윤슬 씨의 통 큰 기부가 오늘 오후 13시 이루어졌는데요. 한국대 병원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일만 장 무상 제공하였습니다. 해당 마스크는 서윤슬 씨의 아버지 서충남 씨의 공장에서 제조된 것으로, 특허받은 기술인 ‘쿨링 패치’가 들어가 있어 호흡 시 상쾌하고 시원한 촉감을…
마스크 기부와 동시에 라모레에서도 윤슬의 이름을 넣은 기부를 했다.
[라모레 서윤슬 패드 기부 “트러블 안녕!” 시원시원한 세일까지]장기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피부 트러블이 고민이신 분들에게 희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꾸준히 베스트셀러인 라모레의 대표 제품이죠. 시카 패드와 세라 패드에 이은 ‘윤슬 패드’가 출시 한 달 만에 백만 개가 판매되었습니다. 라모레에서는 고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의료진에게 만 개를 기부하고, 사이트 전 제품에 원플원 할인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세 번째 패드 이름은 윤슬.
수분감이 가득하다는 뜻을 담아 그렇게 지었지만 누구나 그걸 ‘서윤슬 패드’라고 불렀다.
-ㅋㅋㅋㅋ서윤슬 억까하던 사람들 진짜 내가 다 부끄럽다ㅋㅋㅋ
-부들부들거리면서 뚱댓쓰던애들 댓삭하고 튀었네… 흠 동조댓 ㅈㄴ많아서 입다물고 있었는데 개추했음ㅜㅜㅜ
-서윤슬네 아버지 보니까 진짜 왜 서윤슬이 저렇게 자랐는지 알겠음ㅇㅇ 이시국에 만장 기부 쉽지 않을텐데 돈이 얼마야;
그렇게 여론이 뒤집혔다. 완벽히.
* * *
[톡톡/ 이거봤음? 서윤슬 마스크 기부]아버지가 마스크공장하는데 서윤슬 이름으로 한국대병원에 만장이나 기부함 ㅠㅠ 그것도 그냥 얇은 싸구려마스크 아니고 개좋은 쿨링마스크임
코세글자 때문에 서윤슬 억까당한거 아버지도 다 보셨을텐데 진짜 마음아프셨을듯… 톡선에도 몇 번이나 올라갔는데 그때 분위기 살벌했음
-그냥 서윤슬은 매번 행동으로 보여주는듯ㅋㅋㅋㅋ 한국대 억까도 그렇고 연전연승임
˪가오 오졋음 나였으면 구구절절 스토리 바느질떴다가 또 렉카끌려감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말을 길게안하지ㅋㅋㅋㅋ 악플러들이랑 너무 대조된다진짜ㅠ 으휴
-마케팅의 일환 아님? 서윤슬 이름팔아서 사업 더 잘되려고 하는거지ㅋㅋ 이걸 보고 대단하다고 해주는 대중들 사가라고~
˪윤슬갓이 입닫고 있는 이유… 바로 이런인간들 때문에…
윤슬의 욕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던 사이트마다 소식이 올라갔다. 지난주와는 분위기가 딴판으로 달랐다. 윤슬의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하는 댓글마다 신고가 들어가 삭제되었다.
[익명게시판/ 나 진짜 서윤슬을 리트머스지로 이용함]서윤슬 좋아=그렇구나ㅎㅎ
서윤슬 별로=아ㅎㅎ 응응
서윤슬 왜좋아하는지 이해가 안가 진짜 여기저기서 올려쳐주는데 그냥 음습한거 티나고 사람 이용해먹는? 기질있는거 보임 원래 좀 어린시절 힘들게 자란 사람들은 특유의 결핍있잖아 논란도 한두개 아니고 아무튼 구구절절 뚱댓 =무조건피해 목숨걸고 피해라
-서윤슬이 하제인에비해 좀 친근한 이미지라 그렇지 내말하제인에비해 보면 얘도 그냥 개쩌는데ㅋㅋㅋ 싫어하는거에 이유 하나하나 붙여가면서 합리화시키려고 하는거 그게 바로 열폭인거 본인만 모름
-하제인 재산 얼마인지 몰라도 인생필름 하나로 서윤슬도 한강뷰 살수잇음… 세명이 갈라먹어도 매출이 얼만데ㅋㅋ
윤슬이 원두진의 카페에 방문한 이후의 댓글들이 하나같이 끌려 나왔다. 그간 조용히 윤슬을 응원하던 사람들까지 목소리를 냈다.
-(당시 댓글상황 캡처.jpg) ㅋㅋㅋㅋ 무서워서 눈물 줄줄났음 맨날 여자까지말라 하면서ㅠㅠㅠㅠ 누구보다 여자 싫어하시는 분들이셔
윤슬을 위한 밈이 하나 생겨났다.
[Hot/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사람 거르는 법.jpg]바로 서윤슬 탐지기ㅇㅇ
싫어한다 하는 애들 백프로의 확률로 음침갑임
(윤슬을 향한 악플들.jpg)
-ㅋㅋㅋㅋㅋㅋㅋ 아 여기댓글 개많네
-창피하다.. 댓달기 전에 생각이라는걸 해봐 제발
윤슬의 유스타와 인튜브에 달렸던 댓글들도 눈치를 보며 삭제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지우지 않고 있던 댓글들에는 폭언이 쏟아졌다.
-ㅉㅉ 이시국에 놀러다니는 경솔갑
˪응아니야 윤슬갓은 마스크기부 준비하는동안 방구석에서 타닥타닥하는 니가 경솔갑임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는다고 윤슬에게 악플을 달던 사람들 덕에 윤슬이 더욱 빛났다. 악플러들의 책임감 없다는 주장과 반대로 윤슬은 속 깊은 스무 살이 되었다.
‘…됐다.’
윤슬은 빠르게 뒤집힌 여론을 보고 씨익 웃었다. 이제 곧 그 레시피가 나올 시기였다.
* * *
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윤슬에게 붙어 있던 악플러들은 하나만 하지 않았다.
[Youstagram]C사의 초대. 보내주신 까멜리아 구두는 어디에나 코디해도 좋은 클래식한 아이템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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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02개
-서윤슬은 기부하는데 누구는 명품행사 놀러다니네ㅋㅋㅋㅋㅋ 돈지랄만 하지말고 뭐라도 좀 보여주지…ㅠ 걍 돈미새네
-다들 고생하는데 수저 잘물고 태어나서 ㅉㅉ
-언니 저 진짜 언니 초창기떄부터 보는데 항상 돈자랑? 만 하시는 것 같아요 이제 금수저같지도 않고 너무 비교돼요ㅠㅠㅠ 어디가서 언니 좋아한다고 말하기 자존심상해서 걍 언팔하려구용ㅎ
윤슬과 제인을 비교해가며 비아냥대는 댓글들이 하나둘씩 달렸다. <노모럴 호텔>이 종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서윤슬에게 화제성을 모조리 빼앗기다시피한 제인은 이를 갈았다.
입력: 서윤슬 카페인 끝나고 잡히는 스케줄 좀 공유해주세요.
굳이 서윤슬과 비교를 당할 거라면, 어찌 되었건 한 번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