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4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41화(341/405)
지잉- 지잉- 지잉-
댓글을 확인하던 제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 것은 그때였다.
“…뭐야?”
모르는 번호였다. 제인은 별다른 생각 없이 핸드폰을 두 번 눌러 전화를 거절했다. 제인은 뻑뻑한 눈을 문질렀다. 밤새 제인과 윤슬을 비교하는 사람들로 인해 한숨도 자지 못했다.
‘좀 쉴까….’
암막 커튼이 빽빽이 쳐진 제인의 집은 캄캄했다.
어느 순간부터 제인은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면 굳이 창 너머를 바라보지 않았다. 아득히 멀고 반짝이는 야경을 보고 있자면 정말로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었다.
지잉- 지잉- 지잉-
잠깐 눈을 붙인 제인을 깨운 건 달갑지 않은 전화였다.
[실장님]“…실장님?”
제인은 대체적으로 이런 쪽의 촉이라면 전부 들어맞았다. 좋지 않은 예감이 온몸을 예리하게 감쌌다. 스피커 너머로 급해 보이는 목소리가 넘어왔다.
-제인 씨. 잠깐 회사 나와봐야 할 것 같아.
“…무슨 일인데요.”
-노모럴 호텔 스탭이,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게….
* * *
스태프는 며칠 내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덕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확진이 되었음에도 돌아다녔다는 이유 하나로 미친 듯이 몰매를 맞은 덕분이었다.
-ㅋㅋㅋㅋ에휴 관상만봐도 믿거ㅉㅉ
-끼리끼리 논다더니 생각없이 살다가 바로 걸렸네ㅋㅋㅋㅋ 그놈의 유스타 못올리면 죽나
˪인생에서 자랑할만한게 그것뿐
‘XX 새끼들…. 내가 뭐 못 갈 데 갔어? 그깟 카페 하나 가지고!’
마치 자기 한 명 때문에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다는 식의 마녀사냥을 받다 보니 점점 화가 났다.
‘자기들은 뭐 당당해? 그렇게 떳떳해? 커피 한 잔 밖에서 안 마셨어?!’
열은 펄펄 끓었고, 코와 목은 미친 듯이 아팠으며, 몸은 덜덜 떨렸다. 스태프는 제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어 술이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지금의 몸 상태로는 간신히 죽이나 먹는 게 고작이었다.
“으흐흑.”
격리당한 상태였던지라 외로움과 분노는 더욱 극에 달했다. 핸드폰을 켜면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욕설 문자를 보내왔고, 핸드폰을 끄면 안 좋은 생각만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이러다 이 바닥에서 내 커리어…. 끝장나면 어떡하지?’
모든 걸 자신이 혼자 감당할 수가 없었다. 구정모에게서는 그 뒤로 연락 한 번 오지 않았다.
‘차라리 누군가가 따로 해명문이라도 내주면….’
그러자 스태프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하제인!”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노모럴 호텔>의 주인공. 그리고 구정모보다 배로 파급력 있는 사람.
바이러스로 인해 사고가 둔해진 것인지 몰라도, 스태프는 하제인이 자신을 도울 거라는 이상한 희망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희망은 점차 확신으로 변했다.
스태프는 곧장 수소문해 하제인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제인만 내 편에 서주면….’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하. 다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돌파구를 찾던 스태프의 마지막 선택마저도 막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모럴 호텔>을 위해 희생당한 스태프는 억울하게 욕을 먹고 있었다. 자신 한 명을 향해 몇천 개가 넘게 쏟아지는 악플들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다 엿 먹어봐라!”
스태프는 끊임없이 오는 욕설 문자에 답했다.
입력: 사실과 다르게 알고 계셔서 따로 연락드립니다. 저도 힘드네요…
그리고는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방송국에서 구른 짬을 발휘했다.
* * *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하제인은 어이가 없었다. 단정한 입술 새로 차가운 비웃음이 나왔다.
[톡톡/ 노모럴호텔 확진자 스탭입니다. 사과와 해명 드립니다.]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원두진씨의 Cafe comdes에 방문했던 스탭이자, 확진자입니다. 그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지만 저를 비롯해 제 가족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스태프가 작성한 글은 빠르게 베스트에 올라갔다. 문제는 이 글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저를 비롯해 다른 스탭들은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사와 pd, 메인 작가, 그리고 인플루언서들의 가장 아래인 을중의 을입니다. 하라면 해야 되는 생활을 너무 오래한 나머지 제가 분별력을 잃고…
묘하게 구정모뿐만 아니라 하제인을 비롯한 <노모럴 호텔> 출연진에게로 화살을 돌리고 있었다. 제인이 기억하기로 이 스태프는 결코 글에 적힌 것처럼 을의 입장인 사람이 아니었다. 촬영장에서 큰 소리로 낄낄대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생각 없이 행동해 국민 여러분들에게 폐를 끼친 점, 정말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생계에 위협이 가는 것은 너무나 두렵습니다.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 특성상 스탭 역시 인플루언서처럼 화려한 삶을 사실 거라 예상하시겠지만, 실상은 그들의 출연료 반의 반도 되지 않는 월급으로…
스태프는 글을 읽는 대중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바로 ‘윗사람이 하라면 한다’. 바로 부당한 지시에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건드린 것이었다. 거기에다 <노모럴 호텔>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하제인과 자신을 묘하게 대비했다. 어느새 악역은 구정모와 한배를 탄 하제인이 되어 있었다.
-하… 복잡하네 솔직히 잘한 건 없는데 불쌍하긴 함…
-ㅎㅈㅇ은 ㄱㅈㅁ가 저럴 때 안말리고 뭐함;;ㅋㅋㅋ 처음 볼때부터 쎄했어
-이렇게 글로 보니까 좀 짠하기도 하네요 응원합니다 다음부터 안그러면 됐죠.. 가뜩이나 팍팍한 세상에 서로 너무 그러지 맙시다~~ 우리 서로 사랑하며 살자구요ㅎ
“글 언제 내릴 수 있어요?”
“…사이트에서는 오늘 중으로 될 텐데, SNS에 퍼진 건. 조금 더 시간이….”
“일, 이 지경 될 때까지 뭐 하셨어요.”
제인은 감정 하나 싣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실장은 애써 분위기를 풀기 위해 웃어 보였다.
“제인 씨. 퍼진 지 몇 시간 안 된 데다가…. 그래도 대부분의 대중들은 구정모 PD를 욕하고 있어요. 제인 씨가 아니구.”
실장의 말대로 대부분의 여론은 구정모를 향한 질타였다.
-만드는 프로마다 저급하더라니 괜히 나온게 아니었네…미친아
-아는 형이 구정모 대학선배였는데 그때부터 유명했음ㅋㅋㅋㅋ 인성쓰레기로
“법무법인에 맡겨서 소장 하나씩 보내주세요.”
“그럼요. 제인 씨 마음 놓고 있어요. 이런 거 어차피 다 한때잖아요? 알잖아 우리~”
“한때….”
제인은 벌써부터 아수라장이 되어 있을 자신의 SNS 댓글창을 떠올렸다. 자꾸만 일이 어긋났다. 서윤슬은 하는 것 없이도 주변에서 사랑받으며 모든 게 오해였다는 걸 알아주지만, 자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번 혼자였다.
‘고은하부터 시작해서…. 루비에, 이제 구정모가 부리는 새끼까지 발목을 잡아….’
제인이 말없이 팔짱을 끼고 있자 실장은 플랜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단은 아무런 해명도 안 할 거예요, 우리 측은. 그리고 여론을 좀 바꿀 건데, 구정모를 타깃으로 해서. 구정모 스탭까지 인성 논란으로. 노모럴 호텔 출연진한테 인터뷰 부탁하면 금방 될 거야. 다들 쌓인 거 많으니까.”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역시나 댓글은 엉망이었다.
-얼마나 갑질을 했으면 스탭이 몸이 그지경이 되어도 구정모 말을 따랐을까ㅋㅋㅋㅋ
-팔로우 취소하고 갑니다 인생그렇게살지마세요 언니~~ㅠ.. ㅈㄴ실망이야
-따로 해명 안하는거보면 흠… 할말이 많지만 읍읍읍
인튜브 구독자가 줄어 있었고, 유스타 팔로우 역시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제인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건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서윤슬 기부하는동안 하제인 명품쇼핑+갑질 ㅠㅠㅠㅠㅠㅠ 너네언니 멋지다 시녀들아~~
-보면볼수록 매력떨어짐.. 사람이 내실없고 컨텐츠가 없다해야되나; 돈자랑 얼굴자랑도 하루이틀이지 삶에 알맹이가 없는듯ㅋㅋ 그런점에서 위너는 서윤슬
<노모럴 호텔>에서는 갑질이 터진 것과 반대로 <카페 IN> 쪽에서는 스태프와의 미담이 한창이었다. 오히려 종영하고 나서도 원두진의 카페에 방문한 윤슬이 올려치기 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노모럴호텔은 끝나고 출연진들끼리 친목 이런거 없네ㅋㅋㅋ 진짜 얼마나 개판이었으면..ㅜ
-카페인은 자기들끼리 엄청 끈끈해보이던데 사람들끼리 오래 있을수록 서로 인성이 보여서 그러는듯ㅠㅠㅠㅠㅠ 서로가 서로를 손절하는 닉값 노모럴호텔ㅋ
제인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겨우 이기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제인은 윤슬의 계정에도 들어가 보았다.
-누구랑 비교되어서 더 멋진 행보ㅋㅋㅋ 역시 대장이야(∗❛ᴗ❛∗)◞♥
-ㅎㅈㅇ은 걍 지밖에 모르고ㅋㅋㅋ 서윤슬이 진짜 속이 깊긴 한듯
감히.
서윤슬이 하제인을 반사판 삼아 더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더러웠던 서윤슬의 댓글창이 깨끗해지고, 반대로 깨끗했던 하제인의 댓글창이 더러워졌다.
“…서윤슬도 같이 묶어주세요.”
“네?”
“지금 서윤슬이랑 묶여서 댓글 여론 더 안 좋은 것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해주세요.”
“저, 그러기엔 지금 그분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쉽게 건드릴 수가….”
되는 일이 없었다. 제인은 이마를 짚었다. 두통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당분간은 스케줄 위주로 돌아요, 우리. 그게 먼저인 것 같아. 당장 해외에서 초청장 온 게 이만큼이니까. 럭셔리 이미지 그대로 굳히되 미담 같은 걸 만들어서….”
실장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제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댓글창을 막아두는 것밖에 없었다.
* * *
“응~. 클린해.”
하경은 뿌듯한 얼굴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크롤을 내려도 이제 어그로는 없었다.
지난 시간 어그로가 난리를 쳤던 <카페 In> 마이너갤러리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카페in 마이너갤러리] [억까당한 사기즈 귀여운거 볼사람.gif] [달고나커피밖에 모르는 바보…jpg] [막내 스토리 새로 올라왔다!.jpg]억까당한 원두진과 서윤슬의 여론이 완벽하게 바뀌었고, 내내 끌고와 비교당했던 <노모럴 호텔>은 나락을 쳤다.
[pd까지 ‘노 모럴’? 이시국에 이러시면 곤란해요~] [노모럴 호텔, 씁쓸함만을 남긴 시청률 전쟁…]<노모럴 호텔>을 검색하면 최근 논란 기사가 떴다. 구정모 PD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발뺌했지만 대중들은 믿지 않았다. 그중 <카페 In>의 달고나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윤슬 언니야.’
자신이 좋아하는 윤슬 언니를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해주니 하경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도 윤슬의 사진을 정성스레 보정해 업로드한 하경은 <카페 In> 회차 공개 시간을 기다렸다.
[♨카페in♨](댓글 9999…)
하경과 갤러리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카페 In>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예능이 되어 있었다. 시작도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타올랐다.
@jane_agnes
Youstagram
팔로워 1,742,472명
@seo_yoonseul
Youstagram
팔로워 1,745,889명
윤슬이 제인의 팔로워를 다시 한번 제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