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5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51화(351/405)
제인은 이를 꽉 깨물었다. 애를 써도 태연한 척할 수 없었다. 초조함에 떨리는 손을 어쩔 줄 몰랐다. 막다른 길이었다.
윤슬 역시 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넌 다시 시작 못 해.”
고요를 먼저 깬 건 윤슬이었다.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내가 악착같이 붙을 거거든. 궁금하면 계속해 봐.”
“…그래? 그럼 지금은 너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거네?”
연달아 X표가 뜨던 제인의 머리 위가 깨끗했다. 이제야 진심을 드러내 보이는 제인의 모습은 초라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주먹을 쥐고 있던 제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 인생에서 일 빼면 남는 것도 없어. 나한테 이 일 간절해.”
“간절하면 제대로 살았어야지. 나한테 어쩌라고.”
“그래. 니 말대로 나 무서워. 마음 편한 순간 한 번도 없었어. 그러니까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는 거잖아! 어차피 다 밝혀졌고 사람들은 여전히 널 좋아하는데! …넌 손해 본 거 없잖아.”
제인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윤슬은 이마를 짚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는 묻고 넘어가고 싶었다. 아주 이전부터 궁금했던 것.
“녹음본 풀리기 싫어?”
윤슬이 제인을 싫어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회귀 전의 윤슬은 제인이 되고 싶었다. 행복한 삶, 부족할 것 없는 인생. 화목한 가정에 누구보다 사랑받는 하제인을 보면 자꾸만 비참해졌다.
하지만 제인은 대체 어째서.
“윤슬이는 계속 압구정에 못 살지 않아? 요즘 좀… 힘들지…?”
「♥호감도: -130(↓30)/999」
“그럼 정말 하나만 솔직하게 말하고 가.”
“조금 더 넣었어.”
“…이게 뭐야?”
“뭐긴. 대여비지.”
몇 년 전 제인이 윤슬에게 내민 건 돈 봉투뿐만이 아니었다.
“윤슬이는 보면 볼수록 너무 대단한 것 같아….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좀 부끄럽네. 우린 맨날 다 노는 생각만 하는데,”
그 안에 가득 들어가 있는 멸시까지 윤슬은 고스란히 받아내었다.
“끝낼 때 끝내더라도 이유나 좀 알자. 넌 왜 그렇게 내가 싫은데?”
윤슬의 물음에 제인은 무어라 대답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쉽게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니가, 왜 그렇게 싫냐고…?”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새빨간 상태창들이 제인을 둘러싸고 나타났다.
「【미션: 일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현재 상태 (완료)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38% 이상 상승했습니다.」
「【미션: 메인】
▶궁금해 죽겠어!
※현재 상태 (완료)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18% 이상 상승했습니다.」
「【미션: 메인】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현재 상태 (완료)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15% 이상 상승했습니다.」
「【미션: 메인】
▶손민수 메이커
….」
그간의 미션이 완료될 때마다 나타났던 창이었다.
새빨간 글자는 소름이 끼치도록 반짝거렸다.
○어쩐지 부러워….
마치 제인의 마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냥 싫어.”
“허…. 그건 또 뭐야.”
상태창을 보고 당황한 윤슬이 제인의 대답에 헛웃음을 지었다. 차츰 평정을 잃은 제인의 눈가가 붉어졌다.
제인은 언젠가 했던 대학매일 인터뷰를 떠올렸다.
Q. 내가 바라던 내 모습은?
환하게 웃는 서윤슬. 가끔 강의실에서 스쳐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에 몰두해 있거나, 피곤에 쩔어 있거나, 옆 사람과 장난치거나, 원하는 미래를 향해서 달려가거나, 주변 사람과 서로 의지하거나, 누구나 서윤슬을 돕고 싶어 하거나….
“내가 뭘 해도 소용없댔지? 그럼 지금 너랑 대화하는 거 시간 낭비야.”
그런 것들을 자꾸만 떠올리면 비참해졌다. 여전히 어둡고 컴컴한 현관과 달리 윤슬이 있는 곳은 환하게 빛났다. 그런 게 꼭 둘의 차이를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탁-
남은 한쪽 발에 구두를 신은 제인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너한테 더 안 매달려. 녹음본은 풀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
쾅!
힘을 실어 문을 닫고 휘청이는 걸음으로 차까지 걸어간 제인은 습관처럼 중얼거렸다.
“괜찮아….”
윤슬 때문에 불안할 때면 언제부터인가 제인은 댓글들을 떠올렸다. 가끔은 갤러리에 캡처를 해두고 바라보기도 했다.
-ㅋㅋㅋ서윤슬 시녀들 진짜 잠깐 압구정 떠났던척하는거보면 걍 애잔.. 그냥 그때 반짝 잘살아서 압구정 이년인가 삼년 빌붙어있던게 다인데
˪엥 진짜??; 하제인이랑 중학교 같이나왓다길래 난 또…
˪ㅇㅇ맞는데 원래 지방출신임ㅋㅋ 있는돈 없는돈 박박긁어서 올라왓다 망한거…ㅋㅋㅋ 급이 다르니까 괜히 하제인 물고 넘어지는거잔아ㅠㅠㅠㅠㅠ
윤슬에게 달리던 그 무수히 많은 댓글들은 제인의 마음 한구석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윤슬과 자신은 급이 달라야 했다. 윤슬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에게 닿을 수 없어야 했다.
태생의 한계. 그게 둘 사이에 존재해야만 했다.
“괜찮아…. 아직 수습할 수 있어.”
그래야 괜찮아졌으니까. 이번에도 아주 잠깐만 그러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제인은 얼마든지 다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느 순간부터 제인의 동기는 윤슬이 되었다.
‘내가… 너를 이기면.’
제인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찌 됐건 내가 바이럴로 이득을 본 건 없으니까….”
바이럴의 목적은 몸값을 올리는 것. 제인은 그 쉬운 뒷광고 한 번을 하지 않았다. 그저 어렸을 때 뭣 모르고 당한 가스라이팅으로 입장문을 내리라 다짐했다.
“첫 소속사였잖아. 난 고등학생이었고….”
윤슬에게 달리던 댓글들, 그리고 제인에게 달리던 댓글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근데솔직히하제인좀불쌍해서윤슬이야소속사없어서가스라이팅당한거아니라고해도하제인은다르지그리고알바해본적한번도없는고등학생이어른하는일에뭐반대를할수있었겠어서윤슬이일부러하제인편안들어주는거진짜실망함주변사람잘챙기는척하더니이런일에는….
지잉- 지잉- 지잉- 지잉-
그때였다.
-너 미쳤어!!! 이 쓸모없는 X!!!
격앙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를 타고 들려왔다.
-인터넷에 이거 뭐야!!! 뭐냐고!!!
* * *
그 시각, 윤슬 역시도 전화를 받고 있었다.
-지금 영상 조회수가!
예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무슨 영상 예원아?”
-젬스톤에서 너 가지고 하제인이랑 바이럴한 게 좀 짜증나서. 나도 커뮤에 그간 정리했던 자료 올렸었단 말이야?
예원은 루비가 제인의 팔로워를 샀던 초창기부터 모든 걸 캡처하고 있었다.
“그냥. 하제인 팔로워나 좋아요가 업로드하자마자 올라가는 게 아니라 몇 시간 있다가 서서히 올라가던데. 내가 하제인이 팔로워 샀다는 건 아니고, 보통 팔로워 산 사람들이 그렇게 올라가. 그리고 한국인들 잠든 새벽 시간에…. 두 시부터 네 시까지 꾸준히 위로 올라가거든.”
예원이 준비해 두었던 자료는 탄탄했다. 그만큼 반응이 제대로 왔다.
-그거 가지고 안드로메다가 영상 만들었어! 지금 실시간 인기 동영상이야!
[Intube] [팔로워 늘리는 법? 어렵지 않아요~ 누구처럼 돈만 있다면] 05:25조회수 188,213회
―SNS에 관심 없는 척 하던 금수저 인플의 정체가 대놓고 밝혀졌습니다. 바로 ‘팔로워 사재기’ 때문이었는데요. 명품 행사며 파리 패션위크도 다 돈 주고 산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안드로메다의 이번 영상은 대놓고 하제인의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와 개소름…;; 돈에 관심없는척 팔로워에 관심없는척 하더니ㅠㅠㅠㅠ
-내환상 다깨짐ㅋㅋㅋㅋㅋ 뭐야 그냥 관종이었잖아
-환승시그널도 뭐 파봐야 되는거 아님? 하제인 낙하산으로 끼워넣기하고 뭐 받았을줄 어떻게 알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번 업로드되었던 영상들까지 함께 조회수가 하나둘 올라가기 시작했다.
[Intube] [사실은 인성쓰레기? 하제인 서윤슬 머리채사건;; 여자들 기싸움 레전드] 04:55조회수 388,776회
[Intube] [파도파도 괴담만.. 돈으로 이미지 세탁하려는 금수저 인플] 07:21조회수 299,223회
-그리고 지금, 예전 젬스톤 인플루언서들이 폭로전 시작했어…!
* * *
말랑쫑을 비롯해 젬스톤 사태 때 사라졌던 인플루언서들이 되돌아왔다.
[Youstagram Live]―사실 뒷광고,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정말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죄송해요. 근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계약을 했고, 시키니까. 무서워서.
하제인만 살아남았던 뒷광고 영상의 논란 이후로 그들은 칼을 갈고 있었다.
[하제인 언급하라고 한거 나 뿐만이 아니었구나?ㅋㅋ 개소름] [그냥 그때는 하제인 인기 많아서 버즈량 업혀가기하라고 그런줄..ㅜㅜ]루비가 연락한 건 윤슬 뿐만이 아니었다. 뒷광고 사태 이후로 루비는 완전히 몰락했다. 그나마 믿었던 건 제인 하나였다. 제인이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은 없는 번호이오니….
하지만 제인이 번호를 바꿔버리고, 루비의 연락을 전부 차단해버리고, 새 소속사를 얻었다고 하자 루비는 마음을 바꿔버렸다.
“아아-. 역시…. 내가 만든 건 내가 부숴야 마음이 편하다니깐….”
윤슬에게 진 것을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왕에 인정한다면 마지막은 화려하게 하고 싶었다.
[Youstagram Live]―저희로 뒷광고해서 번 돈, 젬스톤에서 다 어디에 썼는지 이제 와 생각해보면 참…. 비참하고 그렇네요. 얼마 전에 저희 담당해주셨던 분이 미안하다면서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어요. 그분도 이거 끝까지 몰랐다고 하시려나요?
[익명게시판/ 야 안자는 익둥이들아 나와봐 팝콘파티 시작됨ㅋㅋㅋ] [익명게시판/ ㅎㅈㅇ 쏘패취소 이건 싸패인데… 남의 인생으로 자기 이득보네] [익명게시판/ ㅋㅋㅋㅋ파도파도 계속나와 진짜 뭐야 이거?]모든 커뮤니티의 익명 게시판이 불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