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5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54화(354/405)
“슬~~~ 문 열어줘~~~!”
시작은 나연이었다.
“너 이 시간에 뭐야? 왜….”
“나 얘기 다~ 듣고 왔어. 오늘 밤샐 준비도 하고 왔다!”
나연이는 챙겨 온 파자마와 마스크팩을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백휘와 재언이가 시선을 피했다.
야, 오늘 약속은 우리만의 비밀 아니었어? 이걸 말하면 어떡해.
“근데 너네건 없는데 어떡하지….”
“…괜찮아.”
“하하. 들어가.”
나연이 마스크팩이 모자란다고 말하며 현관으로 들어왔다. …집주인은 난데. 자기들끼리 알아서 내 집에 초대하고 초대받고 그러는 거야?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나연이를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디까지 말한 거지.’
있는 그대로 말하면 나연이가 또 걱정할 테니까 적당히 둘러대고 보내야….
딩-동-!!!
“안녕? 나 안 늦었죠?”
“뭐야. 왜 오셨…. 술 먹었어요?”
“응, 쪼끔~.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집에 있는 것도 몇 병 가져왔지. 위스키 좋아해요?”
나는 또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이 주정뱅이는 왜 부른 거야 너네!”
“주정뱅이라니! 내가?!”
집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은 초대객의 행렬은 이 뒤로도 계속되었다.
“하하. 들어가도 되죠?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언니. 안녕하세요…. 저 언니 이거 근처 가게가 다 닫아서, 제가 그래도 편의점에서 제일 비싼 아이스크림을. 언니가 좋아하는 허X 에스프레소 초코딸기크런치예요.”
하진과 하경이 왔고.
“야! 서윤슬!!! 진작 말했어야지! 너 옛날에 비밀 없기로 약속하지 않았어? 이나연 있네? 잘됐다. 너 이리와서 말해 봐. 내 말 틀려?”
“예원이 말이 맞지. 우리 그때 맹세했었는데 그걸 또 어기고.”
예원이가 왔다.
“짠~! 김유리 등장! 뭐야뭐야? 오늘 사람 많네?”
유리도 왔고.
“와아아!!! 모모 왔써요~. 이렇게 집까지 초대받다니 우리 완전히~ 친해진 기분이에요. 헉!!! 와아 김유리 씨도 계시네!!!”
“어!! 안녕하세요!!! 저희 지난번에 인터뷰 이후로 처음이죠?”
“맞아맞아! 완전 반갑다!!! 이렇게 된 김에 번호 교환~!”
모모가 도착했다.
“우리끼리 하는 종방연인 줄 알았는데! 슬아. 설마 오늘 무슨 날이야?”
“허허허. 사람 많으니 좋으네요. 전부 윤슬 양 친구…?”
“역시 샌드위치를 넉넉하게 만들어오길 잘했습니다. 하나씩 먹으면 딱 맞겠군요. 늦은 시간에 먹어도 되나 싶겠지만 이건 저칼로리 마요네즈를 넣어 속이 편안한 계란 스크램블-”
카페인 식구들도…. 아니, 잠깐만. 이거 어디까지 오는 거야?
“하. 아주 바글바글….”
현수정 PD까지 왔다. 어느새 내 집은 사람으로 가득 들어찼다.
내 옆으로 다가온 재언이와 백휘에게 한 쪽씩 팔을 붙들려 나는 손님들 앞에 섰다.
“자 그럼….”
“하하. 대책 회의해 볼까요.”
눈을 보니 몇 명은 대충 일을 알고 있고, 몇 명은 제대로 모르는 듯했다. 나는 무슨 얘기부터 꺼내야 할지 머뭇거렸다. 방금 전까지 소란스러웠던 내부가 조용해졌다.
‘저 때문에 여러분들의 평판이 나락갈 수 있으니 모두 조심하세요? 사실 몇 분은 이미 저 때문에 어그로가 끌렸습니다…?’
이걸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냐고.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재언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다들 윤슬이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분들만 불렀어요.”
그러자 내부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서윤슬이 말하는 도와달라는 건 니 지갑 털겠다는 건데. 털리는 건 내 전문이지. 진짜 내가 가장 많이 털렸을걸?”
“그럼~ 난 슬이랑 제일 친한 친구니까. 그것도 아주아주 오래된!”
“잠깐 이나연. 말이 이상하다? 우리는 ‘셋’ 아니었어? 김유리, 이나연, 서윤슬 셋의 만남 너무 기뻐야 되는 거 아니었냐고.”
“얘네는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 같은데. 똑바로 말 전해 들은 건 나 뿐인 거야?”
다이아수저는 본인의 털린 역사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나연이와 유리는 우정의 무게감에 대해 얘기했다. 예원이는 그런 둘을 보며 어이없어했고.
“하하. 음…. 무슨 일인지 들으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하경아. 먼저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 윤슬 씨 아이스크림 좀 꺼내 줄래요?”
“오빠! 아직 언니가 먼저 드시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래! 창피하게 진짜!”
하진은 시계를 힐끗 바라보다 하경을 챙겼고, 하경이는 나를 무슨 어르신 대하듯 깍듯이 모셨다. 고맙다.
“설마…. 윤슬이 최근에 난리났던 그런 논란들 때문인 거야? 나는 아직 팔로워 몇만밖에 안 되지만…. 도울 수 있는 건 다 도울게.”
“허허허.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아는 사람은 참 많지! 도와달라고 여기저기 연락 하나는 제대로 해볼 수 있네.”
“지난번의 사건으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유명인은 구설수에 한번 휘말리게 되면 정말 힘들다는 것을요. 저 때문에 윤슬 씨가 피해를 입은 걸 생각하면…. 뭐든지 해드려도 부족하지 않….”
카페인 식구들을 바라보며 모모는 입을 틀어막고 감동했다.
“뭐야? 정말 카페인은 가좍이잖아…. 정말 최근에 본 프로 중에 제일 재밌었는데. 이거지. 출연자들이 진심이어야 정말 예능이 나오거든요, 윤슬 씨!!! 나 감동했어!!! 이거 뭐야? 영화 같잖아?”
“…….”
현수정 PD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휘는 손바닥을 두어 번 맞부딪히며 소란을 잠재웠다.
“음, 짧게 상황설명부터 하고 시작할게요. 얼마 전 윤슬이가 하제인 씨와 엮여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요. 그 뒤로도 꾸준히 물밑에서는 엮이고 있었어요. 소속사 측에서 손을 쓴 것 같습니다.”
나는 유리와 하진, 그리고 모모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네…. 그리고 제 추측으로는 아마 세 분이 최근 루머와 억까에 시달리신 것도, 하제인 쪽에서 한 짓이 아닌가 싶어요. 저 때문에. 정말 죄송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아니, 그게 왜 윤슬 씨 때문이야?”
“허허허. 방송계 사십 년 있으면서 별의별 꼴 다 봤지만 정말 드러워서…. 허, 참.”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체적으로 그래도 세 분께서 대중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음에는 틀림없으니까요. 지금은 잠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걸 겁니다.”
세 사람 중 가장 심하게 욕을 먹었던 유리는 가볍게 손으로 브이 모양을 그리며 웃어 보였다.
“야! 이게 바로 김유리야. 몇 년 전 인터뷰 하나만으로도 까이는 게 슈퍼스타의 삶 아니겠냐고. 오히려 아무런 화제성이 안 되면 난 그게 더 짜증날 것 같은데~”
하진도 별것 아니라는 듯이 웃어 보였다.
“유리 씨 말에 저도 동감. 원래 연예인은 그런 게 화제성의 지표에요. 트집 잡히는 게 우리 일이니까…. 그리고 제가 아니면 아닌 거죠. 뭐 별거라고 그렇게 울상을 하고 그래요.”
모모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그치. 그리고 윤슬 씨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죠. 죄지은 사람이 윤슬 씨가 아닌데. 에이~. 이거 말하려고 불렀구나?! 근데 하제인 씨 정말 의외다. 사람이 그렇게 안 봤는데 좀 추하네?”
아니 이렇게…. 가볍게 넘어간다고? 나랑 엮이지 않았으면 당할 일도 아니었는데.
“대충 분위기 보니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전부 윤슬 씨한테 빚진 거 한두 개씩은 있는 사람들 같은데. 마음 무겁게 갖지 말고 각자 할 일이나 말해 주죠.”
현수정 PD는 눈만 깜박이고 있는 나한테 산뜻하게 의견을 던졌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불안하게 뛰던 심장이 점차 차분해졌다.
“그러니까….”
딩동! 딩동딩동딩동!
이 시끄러운 벨소리는…. 분명….
“자기야!!! 문 열어줘!!!”
그래, 얘가 빠질 리가 없지.
나는 마지막으로 도착한 차재겸을 위해 문을 열었다.
* * *
대책 회의 며칠 전, 재겸은 이번에도 외주를 반강제로 맡아버렸다.
“우리가 정리한 자료인데. 라이브 방송 때문에 마지막 검토까지는 못 할 것 같거든. 하하. 알지?”
“그래서 그걸 나한테 하라고 지금?! 야 나 지금 이상한 애들이랑 맨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타격이 상당해요.”
“…이거 없이는 슬이가 미안하다고 말도 똑바로 못할 것 같아서…. 걔 제대로 잠 못잔 지 며칠 됐어.”
차재겸은 이를 갈아가며 하제인을 원망했다.
백휘와 재언이 모아 둔 하제인 측의 바이럴 증거는 윤슬이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꼼꼼히 정리되어 있었다. 윤슬은 미안한 마음에 괜히 차재겸에게 툴툴거렸다.
“뭐야….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
“고맙다는 말 할 거면 그냥 해. 자기야~”
웃으며 생색을 내던 재겸은 턱짓으로 윤슬의 양옆을 가리켰다.
“참고로 정보 모은 건 저쪽이니까 나한테는 한 20% 정도만 고마워해?”
“어?”
“너 잠 못잘 때 쟤네도 안 자고 모았다는데.”
재겸의 말을 들었음에도 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원래 자신들이 해야 했을 일처럼.
윤슬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냥 웃고 말았다. 이제는 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와. 진짜…. 그래. 이상했어. 하제인 게이트 2차 터지고 나서부터 갑자기 유명인들 논란이 터지기 시작하더라. 그것도 10대부터 30대 여자들한테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사람들 위주로.”
자료를 빠르게 읽은 예원이 자신이 봐 왔던 바이럴의 증거도 털어놓았다.
“그래. 나도 하제인 씨가 그렇게 끝날 리 없다고 생각했거든. 적당히 자숙하다 나올 줄 알았지만 이건 좀. 젬스톤 나와서 들어간 소속사 입김도 쎄네.”
다이아수저는 지난번 해결했던 젬스톤이 사라지자 더한 게 왔다며 몸부림쳤다.
“이 정도라면…. 나는 당분간 윤슬 씨도 가만히 있는 걸 추천하고 싶은데. 이렇게 논란이 계속 나다 보면 정말 대중들이 피곤해하는 순간이 올 수 있어. ‘대세’ 타이틀 달았던 연예인들이 대부분 그렇게 사라졌던 것처럼.”
현수정 PD는 냉정하게 답을 내놓았다. 그간 수없이 많은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다운 대답이었다.
“…저희가 떠올렸던 것 중에 그런 방안은 없었어요.”
현수정을 바라보며 재언이 대답했다.
“대체 왜? 이게 가장 현실적이잖아. 몇 달 동안 휴식기를 가진다고 대중이 윤슬 씨를 잊을 리도 없고.”
“음…. 그건 그래도 화제성에서 갈리니까요.”
이번엔 백휘였다. 그들은 윤슬의 목표를 함께 알고 있는 만큼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이대로 계속 얼굴을 비춰야….”
“백룡어워드에서 상을 받죠.”
백룡어워드 수상이라는 말에 일제히 눈동자가 윤슬을 향했다. 그 시선들에 잠시 머뭇거리던 윤슬은 입을 열었다.
“네. 저 상 받아야 해요. 백룡어워드에서.”
띠링-!
셋의 눈에만 볼 수 있는 상태창이 떠 올랐다.
몇 달 전에 뜬, 1년짜리 미션이.
「▶System
【미션: 일반】
당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17주] 동안 [1위]를 유지하고,
[백룡 시리즈 어워드]에서 수상해보도록 합시다.」오늘 막방으로 드디어 상태창의 미션 중 하나였던 17주 동안 1위를 완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5월이었다. 시상식까지는 반년 넘게 남아있는 상황이었고, 그사이에 또 새로운 예능이 나와 버즈량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에 하나 카페인을 뛰어넘는 OTT 프로그램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하긴. 나였어도 욕심날 것 같구만. 허허허.”
“윤슬 씨라면 지금도 안정권일 것 같기는 하지만…. 좋은 목표에요.”
“언니! 벌써 그런 생각까지 다 하고 계셨구나…. 그래서 그 추운 크리스마스이브에 놀이공원 곰차에서 그 개고생을…. 저는 PD님이 협박해서 억지로 간 줄 알았어요.”
“쿨럭.”
모두가 윤슬이 백룡어워드에서 상을 받겠다는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는 저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말했다.
“그렇다면 내 후배 중에 괜찮은 피디가 있는데, 거기 게스트로 일단 꽂아 넣고….”
“아니면 하제인 씨의 자리가 임시 공석이 되었으니, 그분이 잡던 컨셉 중에 흡수 가능한 몇몇 컨셉은 윤슬 씨가 가져가는 것도….”
“아, 그거 좋네요. 다른 건 몰라도 여기 보니까 화장품 브랜드 운영으로 고급 사업 이미지 제대로 구축했는데. 인생필름 매출액이 더 높으니까. 커리어 쪽은 이쪽이 더 이미지 잡기도 좋을 것 같고.”
“슬~!!! 패션 위크 같은 건 어때? 이제 곧 여름이라 또 행사 한 번 크게 할 텐데.”
“나 옛날에 출연했던 <별이 다섯 개>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주제로는 어그로도 잘 안 끌리니까.”
“어! 최근에 모모 씨 꼭 출연해달라고 거기 피디가 말했었는데!!! 윤슬 씨 나랑 같이 출연해 보는 거 어때요? 어때어때!”
방송이 끝난 지금은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윤슬을 도와주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자기야. 다들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한마디 해봐. 아까부터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윤슬은 처음으로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태창이 시켜서가 아니라.
“…저 꼭 받고 싶어요. 백룡어워드.”
마음에서 시키는 대로 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