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6화(36/405)
서은이는 그 뒤로 두 번 더 전화를 해줬다. 하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
왠지 평일에 야금야금 훔쳐 가는 도둑이라면, 남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는 주말을 노릴 거란 예상이 틀렸다.
시험 기간 직전이라 개방한 학습실을 핑계로 등교를 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곧 저녁 아홉 시. 학교 야자실이 문을 닫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물함의 물건들은 그대로였다.
‘왜지? 제대로 훔칠 거라면 오늘이 제일 최적의 기회 아닌가…. 오늘 훔쳐 갔으면 당장 잡을 수 있었는데.’
나는 쥐고 있는 펜을 가볍게 한 바퀴 돌렸다. 머리가 복잡했다.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답답함에 머리가 아팠다.
‘아, 집이 학교에서 좀 먼가?’
도둑은 굳이 주말에 물건을 훔치러 올 만한 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없어진 물건들을 생각했다. 엄청난 고가는 아니다. 협찬 사진은 받자마자 모두 올렸으니 없어져도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
‘훔쳐 간 물건들도 다 제각각이고….’
자리로 돌아가 공부를 하면서도 나는 어쩐지 계속 찜찜함을 느꼈다. 그러다 갑자기 도둑맞은 물건들 사이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윤슬아, 왜 그래?”
“아니야. 잠깐만….”
백휘가 물어왔지만 나는 빠르게 핸드폰을 켜고 유스타 사진을 체크했다. 내 추측이 분명하다면.
[Youstagram]레스쁘아 이번 신상 존예ㅠㅠ 오렌지 레드 잘 안 바르는 편이었는데
이제 매일 바르고 있어요.
친구들한테도 한 번씩 빌려 줬지롱 ( ღ’ᴗ’ღ ) 우리 반의 컬러 오렌지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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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 업로드
‘맞네.’
그건 바로 유스타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았던 것들.
그러니까 남들이 제일 많이 부러워했던 것들만 쏙쏙 골라 훔쳐 간 거다. 눌러진 하트의 개수를 따라서.
‘이래서 지금 부러움을 너무 많이 사는 건 독이라니까….’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제 도둑 잡기는 시간문제일 수도 있겠다. 어렴풋이 추측했던 범인이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유독 자신의 SNS에 집착하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사진을 업로드할 때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누르는 은주를.
* * *
윤슬은 오늘도 평소처럼 행동했다. 도둑이 안심하고 다시 물건을 훔칠 수 있게끔. 열심히 예상 문제지를 보고, 협찬 사진을 찍고. 주변에서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한 번씩 빌려주고. 찰떡지수가 눈에 보이는 건 참 편한 일이었으니까.
윤슬의 유스타 계정으로 협찬받은 화장품은 학교에서 사진을 찍을 때 친구들에게 좋은 장난감이 되어주고는 했다.
늘 별거 없는 학교. 지루한 일상들 사이에서 윤슬이 가져오는 것은 매번 새로웠다.
“이거는…. 입술이 도톰하니까 진짜 잘 어울리겠다.”
찰떡 지수가 잘 맞는 친구들에게 윤슬은 가끔 스스로 몇 번 발라주기도 했다. 아직은 어린 나이. 스스로에게 잘 맞는 스타일링을 찾기 어려운 때에 주변의 칭찬과 조금 더 예뻐진 자신을 거울로 보며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어? 진짜 잘 어울린다.”
“지금 바르는 거보다 이게 더 예쁜데?”
윤슬은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서은아, 민경이 저거 진짜 잘 어울리지?”
“응. 오렌지 잘 받는다.”
원래 예쁜 애가 예쁘다고 칭찬해주면 더 좋은 법이다. 윤슬은 반 내의 권력 구도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원래 나이 먹고 보면 더 잘 보이는 법. 같은 무리 내에서도 미묘한 서열이 있음이 빠르게 보였다.
“우리 화장실 가자.”
이렇게 말했을 때, 순순히 따라가 주는 쪽이 있는가 하면.
“어? 혼자 갔다 와. 난 지금 별로.”
라고 하면 당연히 이쪽이 더 우위에 있는 것이다. 아주 미묘하고 사소하지만. 거절한 상대의 칭찬이 거절당한 상대에게 더 잘 먹혔다.
띠링-
「♥호감도: 77(7↑)/999」
‘봐. 이렇게 호감도가 잘 오른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지영의 칭찬을 유도하는 것도 빠르게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지영아, 민경이 블러셔는 너가 좀 해주라.”
“그래, 무슨 색?”
“이거~. 이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처음 인상은 마냥 노는 애 같기만 하지만, 말 한 번 안 해 본 사이에도 툭툭 칭찬을 던지고, 잘 꾸미는 지영과 남몰래 친해지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았다. 비록 기분파라 안 좋으면 티가 나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성격이어도.
“오, 민경~. 이거 진짜 잘 어울린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사람이 해주는 칭찬만큼 잘 먹히는 게 없다.
윤슬은 반 아이들을 점점 두루두루 놀게끔 관계를 구축해나갔다. 중간중간 은주의 눈치 없는 끼어들기가 끊이지는 않았지만.
“윤슬아, 나는 뭐가 잘 어울릴 것 같아?”
“음…. 은주 너는 이거. 한 번 발라봐.”
그리고 윤슬은 은주에게 화장품을 집어 주고 은주의 무리에서 조금 더 발언권이 있는 친구에게로 말을 돌렸다.
“서희는 진짜 핑크다.”
“아 진짜?”
은주는 같은 무리 내에서 배척당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윤슬은 그걸 알았다. 자신에게 치대다 떨어져 나가도 돌아갈 곳이 있으니 계속 시도하는 것이다.
소속된 곳을 지키는 건 고등학생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었다. 혼자 엎드려 있는 쉬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려면.
“가영이도 이거 잘 받는데. 서희랑 가영이 서로 파우치 구경하면 되겠다.”
“서희~. 틴트 뭐 써?”
은근히 은주의 무리 중 은주만 빼고, 윤슬은 자신 무리의 친구들과 엮어 놓았다. 서로서로 좋은 분위기를 구축할 수 있도록. 그래서 은주에게 더 피곤한 일을 당했을 때 은주의 친구들이 본인의 편을 들어 더 이상 피곤하지 않도록.
“…….”
눈치를 보던 은주는 주변 방청객이 되었다.
윤슬은 잠시 그런 은주를 보다 시선을 돌렸다. 아직은 심증뿐이었으므로.
* * *
은근히 꾸미는 것에 관심 있는 무리를 옆으로 이끌어 왔으니.
‘그리고 그다음엔, 당연히……!’
띠링-
「▶System
【미션: 히든】
▶짝짝짝! 칭찬하고 싶은 애
반 안에서 정말로 ‘칭찬하고 싶은 애’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
○히든 보상 랜덤 뽑기☜ Click」
‘그치. 나와 줘야지! 이럴 줄 알았어.’
예상했던 효과음이 울리자 윤슬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 소원석을 뽑았을 때와 똑같았다. 주변인의 호감도를 사면 보상이 뒤따라왔다.
소리를 지르려던 윤슬은 간신히 참고 ‘칭찬하고 싶은 애’라고 써진 글자 위에 작게 띄워진 물음표를 클릭해 창을 띄웠다.
「▷같은 반에서 ( 10 )명 이상의 사람으로부터 ♥호감도 ( 70 )을 넘겼습니다.
▷당신의 뒤에서 모르는 칭찬이 들려요.
▷당신을 칭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숫자가 ( 10 )명 이상입니다.」
히든 보상 랜덤 상자에서 튀어나온 종이들이 폭발했다. 이번에는 유난히 더 종이가 많았다.
기억력을 증가시켜 주는 로판 영애 소원석과 함께 쓸 수 있는 게 나오길 노리던 윤슬의 눈이 빛났다. 시험에 도움 될 만한 건 뭐든지 감사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팔랑팔랑-
“이거!”
윤슬의 손에 펼쳐진 건. 황금색의 종이였다. 처음으로 뽑는 가장 좋은 등급의 보상.
「▶[스킬: ‘토끼네 찰떡방앗간’ (A) 획득!]
상대방의 찰떡같은 선호도를 열람할 수 있는 스킬.
―축하합니다!
※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50 미만인 경우는 아주 작은 정보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 A급 스킬이네. 금색에 쓰여질 만하다.’
윤슬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시험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이제 정체도 알 수 없는 ‘직장인의 마음가짐’ 같은 스킬이 아닌 진짜 A급 스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번에 뽑은 스킬은 상태창이 준 것 중 가장 윤슬의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 * *
“왜? 손이 건조해?”
“응…. 어떻게 알았어?”
“그냥 보면 알지. 이거 써!”
“비싼 거 아니야?”
“비싸니까 너한테 쓰라고 하지~”
윤슬은 스스럼없이 같은 반 친구에게 본인의 핸드크림을 빌려줬고, 호감도의 변화를 앞에서 지켜봤다.
「▼상세 설명▼
[샤르도네 레몬 향기 핸드크림]45,000
→프랑스에서 건너왔다. 설탕을 가득 넣고 졸인 레몬 잼 향기로, 갑자기 맡게 된 상큼함에 사용자의 기분도 상큼해진다.
▶찰떡지수: 98
특성: 건조한 피부에 즉각적으로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주는 크림, 시어버터가 피부 흡수력이 좋아 오래 지속된다. 은은한 향기로 상대방의 체력을 3~7%(↑) 시켜준다.
※ 상승은 랜덤.」
띠링-
「♥호감도: 82(4↑)/999」
‘몇 명을 채우면 또 다음번 보상이 뜨려나…. 일단 80% 넘는 애들이 절반 이상인데.’
윤슬은 잠시 한숨을 쉬고 다시 한번 시험공부에 집중했다. 자신의 사물함 안에 넣어 둔 소형 CCTV에 잡힐 도둑을 기다리며. 도둑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더 넣어 뒀으니 지금쯤 다시 손댈 생각이 가득할 것 같았다.
* * *
4일 전.
‘…진짜 없잖아?’
윤슬은 모두가 떠난 다음 가영과 단둘이 남아 학교 사물함을 정리하며 몇 개가 없어졌는지 확인했다.
“봐. 내 말 맞지. 그 파운데이션이 처음이 아니야.”
“어…. 아, 근데 기억이 가물가물해.”
“애들이 네 거 자꾸 빌리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왜 자꾸 빌려줘? 그냥 너만 써~. 착해서 문제야.”
어깨를 으쓱하는 가영은 윤슬이 걱정됐다.
얘가 처음에는 그래도 좀 똘똘한 애인 줄 알았는데 호구처럼 맨날 남한테 다 퍼줬다. 반 아이들이 두루두루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인 건 알겠는데. 이러니까 이상한 애가 붙는 거다.
“에휴…. 다 적었어?”
“어. 다 적었어.”
윤슬은 처음부터 사물함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할 생각이 없었다. 이건 오히려 좋은 미끼가 되어줄 것이었다. 반짝이는 것에 눈먼 누군가에게.
쥐를 잡으려면 덫 앞에는 치즈를 넣어 놔야 했다.
드륵-
뒷문이 다시 열렸다.
* * *
3일 전.
“소희~”
“가영아, 망 좀 봐줘.”
“오키. 아! 라고 외치면 누구 오는 거야.”
쥐를 속이려면 누구보다 철저해야 한다.
점심시간이 끝난 5교시. 일부러 소희는 은주의 짝에게 말을 걸었다.
“민경아, 네가 지난번에 레스쁘아 립 품절이라 못 샀다고 했잖아.”
“응응. 왜~?”
“나 오늘 윤슬이랑 레스쁘아 근처 지나갈 것 같은데, 재고 있으면 사다 줄까?”
“헉, 그럼 나야 고맙지~”
얼마 전 윤슬이 가져온 쏘 허니 매트매트 오렌지 립을 발랐던 민경이었다. 주변의 끝없는 칭찬에 기분 좋아진 민경은 그날 저녁 올리브일 사이트로 들어가 주문을 하려 했지만 이미 모든 컬러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었다.
“아, 씨…!”
▷New))!! 레스쁘아 쏘 허니매트 립
☞일시 품절입니다
>01스칼렛 레드: 재고 없음
>04뉴욕 시티 핑크: 재고 없음
>05오렌지 필링: 재고 없음
광고를 참 많이 한 레스쁘아는 언제 재입고가 되는지 적어두지도 않았다. 아무리 클릭을 해 봐도 알람만 뜰 뿐. 민경은 허망하게 한숨 쉬었었다.
그런데 소희가 마침 사다 준다니! 뷰티 블로거 발색만 보며 그냥 윤슬에게 쓰던 거 팔라고 할까, 고민했던 차였던 민경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 때문에 가는 건 아니지?”
“응, 내가 다니는 독서실 윤슬이가 궁금하대서. 앞으로 같이 다닐까 하거든.”
“그 독서실이, 어딘데…?”
옆에 있던 은주가 조심스레 물었다. 소희는 레스쁘아 매장 근처에 있는 독서실 이름을 댔다.
“그랜드 파워 독서실.”
“아….”
머릿속으로 입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조은주는 오늘 학교가 끝나면 레스쁘아 매장 근처에 있을 것이다. 우연히 만난 척하기 위해.
참고로 윤슬은 소희의 독서실에 가려 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