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6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68화(368/405)
호텔로 돌아온 제인은 헤어가 망가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아악!!!”
무대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윤슬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조악한 트로피를 침대 위로 집어 던진 제인은 곧장 핸드폰을 켰다. 틴톡 어워드 라이브 덕에 실시간으로 팔로워가 몇십만이나 늘어나 있었다.
“서윤슬은?”
제인의 눈에 더 중요하게 들어오는 건 자신의 팔로워가 아닌 윤슬의 팔로워였다. 아이디를 검색한 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seo_yoonesul
TeenTok
팔로워 312,191명
@jane_agnes
TeenTok
팔로워 1,277,812명
다행히 아직 자신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인의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어디로 도망쳐봤자 곧 서윤슬이 쫓아 올 거라고.
지잉- 지잉- 지잉-
핸드폰 화면에 소속사 실장의 번호가 떴다. 제인은 잠시 뜨거운 호흡을 고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정말 축하해요, 제인님! 저는 정말 상 받을 줄 알았다니까요?
“…….”
-제인님? 아직 실감이 안 나시는구나~. 이걸로 이번에 예상 팔로워가….
“그러실 필요 없어요. 소속사에서 힘 써주신 거 아니까.”
제인의 말에 정곡을 찔린 것처럼 수화기 너머에서는 어색한 웃음이 들려왔다.
‘뻔하지.’
<노모럴 호텔> 미국판 정식 출연자도 아닌 제인이 만들어낸 챌린지가 상까지 받았다는 건 누군가의 개입이 있다는 말이었다. 가령 레드카펫에 커다랗게 스폰서 로고를 넣는 브랜드라던가.
제인의 소속사는 제인을 필두로 인플루언서 영입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에이. 저희가 힘 좀 썼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죠. 왜 그러세요~. 제인님이 잘해서 받은 거지~
서글서글한 목소리로 애써 분위기를 풀려 노력하는 실장에게 제인은 쉽사리 답을 해줄 수 없었다. 매분 매초 자신의 무능함을 확인당하는 기분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감사 인사를 전할 뿐이었다.
-이따 노모럴 호텔 출연자들이랑 수상 라이브 하는 거 아시죠? 메이크업 잠깐 고치고 또 이따 뵈어요. 아참! 피곤하신 건 아는데 표정 관리. 조금만 신경 써 주세요. 국내에서 벌써 라이브 화면으로 말 나와서요.
“…그럴게요.”
제인은 통화를 끊고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씁쓸한 술맛이 오늘따라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제인은 다시 핸드폰을 켜 인튜브에 들어갔다.
[Intube] [하제인 표정관리 안되는 순간… 예민하네 화났네]조회수 121,331회
-ㅋㅋㅋㅋ라이브를 키지를 말지ㅠㅠ 그냥 혼자 받을거라 확정지은듯
-굳이 외국인들 사이에 꼽사리껴잇는것도 좀 길팈ㅋㅋㅋㅋ
-상받을때랑 상받는거볼때랑 표정 차이 심하다; 갑질할때도 저표정이었을거라 생각하니 떨려용 언니ㅜㅜ
악의 가득한 댓글들은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끝이 나지 않았다. 제인은 벌컥벌컥 와인 한 잔을 깔끔히 비웠다.
“너네가 아무리 그래도….”
백룡 어워드 수상. 그것만 받아 내면 이런 비참함 따위는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자 제인의 눈빛이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던 제인은 마음을 다잡았다.
‘얼마 안 남았어.’
백룡 어워드까지 남은 날은 4개월. 제인은 다시 한번 글로벌 인플루언서로 자신을 자리매김할 준비를 했다. 마침 틴톡 어워드가 끝난 뒤 세잔뮤 행사를 돌 예정이었다.
* * *
빡빡빡빡빡빡!!!!
이곳은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한 카페. 체크무늬 셔츠를 유니폼처럼 입은 사내들이 박수를 쳤다.
“하 정말 대단해! 글로벌 시대에 맞춰서 이렇게 말이에요. 저기 레드카펫에 있는 스폰서 브랜드! 저기에 일성전자가 딱 들어가야 십만이 되는 건데. 이번에 노트북 기술 이슈로 주가가 또 파란장이에요. 또….”
“우리 재언 군도 저기에 갈 수 있었는데…. 참 아쉽게 되었지 뭐야. 틴톡으로 ‘쉽게 하는 코딩 챌린지’ 이런 거 어떤가? 응?”
“김 교수님, 역시 딸 있는 사람은 달라요, 벌써부터 트렌디한데!”
LA와의 시차 덕에 모두가 틴톡 어워드를 볼 수 있었다. 재언은 지금 감격한 공대 교수님들과 카페 회의실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형…. 저 언제 갈 수 있나요….’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재언을 계속해서 꼬시려 하는 교수들의 노력은 지치지 않았다. 평소 재언과 친하게 지냈던 조교를 미끼로 이용해 재언을 낚았다.
“재언아! 방학인데 너 뭐하냐? 너 틴톡 어워드. 거기 안 갔다는 소문이 있던데?”
“…네. 그쵸. 저 틴톡 안 하니까. 어워드 슬이 혼자 갔어요. 따라가려고 했는데….”
“형정말너무급한일이있어서그런데도와주면안될까재언아너밖에없어.”
너무나 급해 보이는 조교 형의 간절한 요청에 속은 재언이었다.
교수들은 재언이의 군대와 향후 가질 직업, 더불어 앞으로의 대한민국에서 IT 영재를 어떻게 영입할 것인지까지 대화하다가 윤슬이의 틴톡 어워드까지 주제가 뻗어나갔다. 그래도 재언은 틴톡 어워드를 챙겨 본 것에 의의를 뒀다. 화면 너머 윤슬이는 오늘도 반짝거렸다.
“에휴. 윤슬 학생도 우리 과에 와주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저런 열정 있는 젊은 피가 필요해요.”
‘안 돼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따지고 보면 이 코딩이란 건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고 저렇게 우직하게 한 쪽만 파는 사람이!”
‘안 돼요….’
재언은 교수님들이 정성껏 쌓아 올려준 휘핑크림을 떠먹으며 윤슬이 돌아오는 날 공항으로 데리러 갈 계획을 짰다.
그때였다.
“요즘 성적 좋은 학생들은 전부 메디컬로 빠지려고 하지. 수능이 아니라 메디컬 고시야, 고시!”
“수능이 공정한 사다리라는 것도 옛말이죠. 특히 예체능 말이야. 교수들 뒷돈 받는 건 언제까지 할는지…. 솔직히 말을 안 해 그렇지 알음알음 다 알지 않나?”
“점수나 수치로 나눈다고는 하지만, 주관적인데다가 공개도 하지 않다 보니까 쯧.”
교수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재언이 오늘 처음으로 질문을 했다.
“…혹시 조금만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재언의 첫 질문에 교수들은 반색을 했다.
“그럼!!! 재언 군. 예체능. 그러니까 아름다운 색색깔의 로봇공학에 관심이 좀 있나?”
“박 교수님! 로봇공학과 무슨 상관입니까! 예술이란 본디 미래와 과거의 조우지요. 그러니까 우리 미래에너지….”
“거 참 사람들. 재언 군 내가 답해주지. 나 AI 핵심전략 강의하던 제갈준기 교수예요. 내가 궁금한 것에 제대로 답해주는 참교수인 거 꼭 기억하고! 뭐 별 거 있나? 실기면 교수들이 점수 더 주고, 수상 경력 양념 좀 치는 거지.”
제갈준기 교수의 대답에 다른 교수들도 하나둘씩 입시와 관련해 간접적으로 들었던 것을 말해줬다. 재언은 침착하게 그 정보를 한데 모아 기억해두었다.
* * *
“자! 윤슬 씨의 틴톡 팔로워가 몇 시간 만에 이십만 올랐습니다! 이게 뜻하는 바는 뭘까요? 대답해 봐!”
“하하. 윤슬이 귀엽다?”
“그건 당연한 거고!!! 그거 말고! 사업가의 뇌를 좀 굴려보란 말이에요.”
다이아수저는 윤슬이 수상을 하자마자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여기 한 명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주말이어도 사무실에 있던 최백휘였다. 의외의 불청객에 불편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지만 다이아수저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핸드폰을 흔들어댔다.
“물 들어온다 이거지! 지금 하제인 라이브 하는 거 보이죠? 앗차차. 곧 세잔뮤가 미국 진출을 한다네? 아! 이거를 진짜 지금 알아가지고!!!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음. 근데요.”
“생각해 봐…. 하제인이 잘나가는 게 윤슬 씨 입장에서 즐거운 일일까? 아니거든. 백룡어워드와 하제인이 더 가까워지는 거거든. 그럼 여기서! 최백휘! 뭘 맡아야 하느냐!”
탕-!!!
다이아수저는 책상 위에 두 손을 짚었다.
“듣자 하니 할아버지가 힘 좀 쓰시는 분이신데. 세잔뮤 좀 족쳐 봐요. 어? 이대로 미국 시장까지 순조롭게 진출하면 간신히 며칠 전부터 잘나가기 시작한 노픽션이 간당간당하고, 그럼 우리 라모레도, 아니 윤슬 씨도….”
“방금 속마음 보였는데요. 하하.”
최백휘의 정곡 찌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이아수저는 계획을 늘어놓았다.
“지금 세잔뮤를 막아놔야지. 곧 노픽션도 미국 진출할 예정이란 말이에요! 그간 세잔뮤 제품 중에서 건강에 치명적인 이상이 있는 성분이 있다. 이런 식으로 미는 거 어때요? 어? 한국 사람들 그런 거 잘 휩쓸리잖아. 대만 카스테라라든지, MSG 논란.”
“나쁘지 않은데요. 좋은 생각 같고…. 음, 근데 그런 식으로 족치면 노픽션도 미국 진출할 때 문제 안 생기겠어요? 화장품 성분이 거기서 거기인데.”
“그건 상관없어요. 노픽션은 제품으로 진출하는 거 아니거든. 아무튼 할아버지한테 뭐라도 좀 부탁해 봐요. 이건 좀 무겁게 접근해야 할 문제- 아이씨, 얘 금수저라이팅하는 거 봐.”
다이아수저가 아직 틀어 놓고 있는 화면에서 제인이 유창한 영어로 댓글에 대답하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대학을 선택한 이유? 글쎄요. 부모님의 압박…이라고 해야 하겠죠. 전 사실 아이비리그 중 한 곳에 가고 싶었어요. 잠시 메사추세츠에 살았거든요. 2년 정도. 그때의 기억이 힘들 때마다 저를 지탱해줘요. 여기 메사추세츠에 계신 분? 손 한번 들어주실래요?
“지금 시작해도 국회가 족치려면 두 달 이상은 기다려야 되잖아요. 어? 계속 보고 있을 거야?”
최백휘는 다이아수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서 판매된 제품도 리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죠. 그래야 분위기가 심각해질 테니까. 뉴스에도 나오면 좋겠고.”
“이거야! 백휘 씨랑은 말이 잘 통할 줄 알았어. 진짜 윤슬 씨를 뛰어넘는 악당이야~! 내가 보는 눈은 있다니까!”
두 사람은 빠르게 세잔뮤를 족칠 계획을 얘기했다. 그사이 제인의 라이브가 끝났다. 그리고 다이아수저의 핸드폰에 다시 한번 알림이 왔다.
“어!!! 이제 라이브 시작하네? 타이밍 잘 맞추는 거 봐~”
윤슬도 틴톡 라이브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