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7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70화(370/405)
나는 멍하니 상태창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천만?”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는 듯 상태창은 다시 한번 빛났다.
「하지만 이걸로는 아직 부족하죠! 당신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봅시다.」
나는 문득 떠올렸다. 정말 만에 하나인데, 이렇게 불길한 생각 하면 안 되는 거 나도 아는데.
“만일 내가 이 미션을 거절하고….”
아이템 이용을 못 해서, 결국 백룡어워드 수상을 하제인한테 뺏기기라도 하면?
“그때의 페널티는…. 대체 뭔데?”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몰려드는 건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다.
고개를 떨군 내 눈에는 5성급 호텔의 폭신한 슬리퍼가 신겨진 발이 보였다. 새하얗고 때 타지 않은 슬리퍼.
하지만 곧 회색으로 얼룩덜룩한 낡은 운동화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회귀 전 신었던….”
얼룩진 신발은 몇 번이나 눈을 문질러봐도 그대로였다. 입안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내가 회귀 전 삶으로…. 다시 돌아가면….”
상태창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바닥에 깔린 호텔의 카펫은 예전 고시원 바닥으로 보였다. 무릎에 닿는 감촉이 차갑고 딱딱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건? 그건…?”
나는 처음부터 돌아가서 다시 빚을 갚아야 하나?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그걸 또다시 해야 되나? 그래. 이건 할 수 있어. 다시 처음으로 돌려도 잘 할 수 있어.
“하지만.”
몸이 덜덜 떨렸다.
‘천만이 되고 나면…. 상태창이 정말 끝날까.’
그 직전에 또 다른 미션을 준다면? 또다시 팔로워를 늘려야 하고, 늘려야 하고, 상태창이 주는 미션 대로 살아야 하나?
“…그럼 내 인생은?”
상태창이 하라는 대로 좋아요를 받고, 팔로워를 모으고, 그렇게 사는 거면 그걸 정말 ‘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나? 앞으로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내가 마지막 미션도 성공하지 못하면 상태창은 나를 어떻게 할까.
“이게 마지막 기회면?”
백룡 어워드 수상을 실패한다면 회귀 전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지금의 삶을 완전히 빼앗아 가버릴지도 몰라. 상태창이 나를 필요 없다고 판단한다면 버릴지도 모르니까. 재시작도 못 하고 그대로 빚더미에, 좋소에 다니면서 구독자 500명….
“…어어.”
뇌가 고장 난 듯 삐걱거렸다.
“어쩌지.”
나 정말 어쩌지.
「Error…Error…Error…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업그레이드를 시작합니다.
▶▶▶잠시 후 재부팅됩니다.」
삐이이-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상태창의 재부팅 알림과 함께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세잔뮤 홈페이지는 밤새 트래픽이 터졌다. 이를 관리하던 제인의 소속사 실장은 박수를 쳤다.
“돈 들인 보람 있네!”
제인이 어울리고 있는 <노모럴 호텔> 미국판 출연자들의 힘이 컸다. 그들은 한국 팔로워도 늘어났는데, 이른바 유명한 걸로 유명해지기 전략을 썼다.
[Hot/ 최근 하제인이랑 같이 틴톡찍는 애들 수준.jpg]평소에 틴톡하면 잼민들만 쓸거같다 오글거린다 이런 반응 많았어서ㅜㅜ 제목으로 어그로좀 글어봄
아직 한국에서만 틴톡..? 흠;; 이러지 외국에서는 이미 유스타만큼 전부 쓰고있음ㅇㅇ 오히려 저런 반응하는게 더 찐따인거임ㅋㅋㅋ 틴톡에 하트 눌러줄 애 없어서 억지로 못하는 그런 애들..ㅋㅋㅋ대충 감 오지 캐비닛에 갇히는 애들
(제인과 친한 틴톡커.jpg) 얘가 무아무아 챌린지라고 해서 10억 하트 받은 애인데 제일 유명함!
(제인과 라이브를 한 틴톡커.jpg) 얘는 얼마전에 음원 냈는데 틴톡 챌린지용으로 냈거든ㅋㅋ 근데 그게 반응 또 터져서 빌보드 들어간 애임
미국에서는 얘네 천만틴톡커라고 해서 젊은부자로 랭킹매기고있음
마무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틴톡커로
(하제인과 MBTI song 챌린지를 하는 틴톡커.jpg)
제인의 이름값은 더욱 드높아지고, 원하던 넘사벽 이미지까지 챙길 수 있었다. 어제의 틴톡 어워드로 이미 한차례 뜨거워진 만큼 조회수가 상당했다.
-틴톡으로 빌보드는 와 생각도 못했다ㅠㅠㅠㅠㅠ 돈 잘버는 애들은 이유가 있구나
-어제 라이브에서 호텔 와인 서스럼없이 따는거보고 진짜 그사세 느낌… 이모는 콜라도 손떨려서 못마셔
˪ㄹㅇㅋㅋㅋ 하제인은 좀 취한 것 같더라 계속 마셔서
-이러니까 하제인이 외국에서 대학교 다니고 싶다 그랬구나.. 나였어도 저기서 살고싶을듯
˪엥 진짜? 한국대로는 만족이 안되나봄..
˪아이비리그 가려했다함!ㅋㅋ (제인의 라이브 영상 클립 링크)
“이걸로 세잔뮤 진출도 성공적이고-”
소속사 실장은 <노모럴 호텔> 미국판을 시작으로 제인의 미래를 그렸다.
“이대로 한국에서 배우 데뷔는 문제없겠어!”
OTT 오리지널 IP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때, 해외 팬층을 이미 확보한 제인에게 쏟아지는 투자비가 상당했다. 벌써부터 들어오고 있는 시나리오가 쌓여 있었고, 소속사에 미팅을 잡자 권유하는 감독들도 꽤나 많았다.
“세잔뮤까지 잘~ 나가고 있으니. 이대로면 나중에 제인 씨를 주인공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나 찍어도 좋고!”
브이로그를 넘어서는 리얼리티 쇼는 거대한 브랜디드 광고 영상이 될 터였다. 외국의 10대 사이에서도 제인은 k-pop gossip girl이 되어 있었다. 케이팝의 나라에서 온 예쁜 금수저 여자애. 그 나라에서 제일가는 명문대에 다니고, 화려한 집에 살며, 무엇보다 자신들이 원하던 그 유명 틴톡커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 동양인으로 약간의 힙스터 감성 채우기도 좋지.”
제인은 오늘도 틴톡커들과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특급 호텔에서 세잔뮤로 샤워를 하고, 핸드 크림을 바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룸으로 불러 외출 준비를 했다.
[Teentok] [(live) How to Master the ‘That Girl’ Aesthetic jane]시청자: 567,223명
“작은 논란들이 있긴 했지만. 그게 스타를 더 스타로 만들어주는 길 아니겠어~”
제인의 귀국 날짜에 맞춰 공항 패션으로 또다시 바이럴을 준비하고 있는 소속사 실장의 심장이 기분 좋게 뛰었다.
“그러고 보니까 서윤슬은 오늘 아무것도 안 올리네? 흠. 늦잠 자나?”
스토리도, 틴톡도, 인튜브도 잠잠한 윤슬의 계정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신경을 돌렸다.
“어워드에서는 서윤슬한테 스포트라이트를 조금 뺏기긴 했지만 뭐~. 그다음이 더 중요한 거지.”
윤슬은 윤슬 그 자체로 사랑을 받았지만, 해외에서 제인은 이미 인맥을 만들어 두었다. 근처에 있는 다른 틴톡커들로 인해 계속해서 화제에 화제를 꼬리 물고 이어 나갈 거란 뜻이었다.
식지 않는 관심. 이거야말로 최후 승리의 조건이었다.
“이제 제인이는 외화벌이할 거니까!!!”
이대로라면 제인이 백룡 어워드 트로피를 거머쥘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제인은 외국 투자자들을 물고 올 테니. 키보드를 두드리는 실장의 손가락이 가벼웠다.
* * *
사이다 샵 대표는 마음이 급했다. 메일이 보낸 지 벌써 24시간이 되어 가고 있는데 읽음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틴톡 메시지는? 유스타랑 다 보내 봤어요, 수잔?”
“그럼요. 이미 비니지스 계정으로 적힌 곳에 컨택 모두 끝마쳤어요.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구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인기 검색어에서 윤슬이라는 이름이 도무지 나갈 생각을 안 하는데!”
여전히 사이다 샵 플랫폼에서는 윤슬이 입은 옷이 베스트에 올라가 있었다. 마침 레드카펫에서 착용했던 옷은 새하얀 화이트 컬러의 짧은 미니 드레스로, 곧 열릴 락 페스티벌이며 바캉스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려, 윤슬을 몰랐던 구매자들도 고민 없이 사들였다.
“그보다 지금 제품이 모두 동나버렸는데요. 전 사이즈 다요! 모델 컨택도 중요하지만 제품 수급이 먼저 아닐까요. 보스?”
“뭘 모르는 소릴 하는군요. 지금은 제품 두세 개가 날개 달고 나가지만요. 모델 하나 제대로 잡으면 그의 몇십, 몇백 배 효과는 낼 거라고. 으으…. 전화번호라도 알면 좋을 텐데. 무슨 방법 없어요?”
“한국 대사관에 찾아가서 서윤슬 내놓으라고 시위라도 할까요?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오, 세상에…. 어젯밤 라이브에서 착용한 파자마도 전 사이즈 모두 나갔어요. 매진이에요!”
비서의 호들갑에 사이다 샵 대표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행운의 여신이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손이 빨라야 했다. 지금 윤슬을 지켜보고 있는 사업가는 분명 자신 한 명이 아닐 터였다.
“정말 대사관이라도. 아니면 공항, 공항에 있다가 보이는 순간….”
“차라리 호텔 로비에나 한번 가보지 그래요? 여기까지 왔는데 외출 한 번을 안 하고 공항에 가겠어요?”
“…바로 그거야!!!”
딱-!
대표는 때마침 좋은 생각을 한 비서의 말에 손가락을 맞부딪혔다. 그리고는 곧장 윤슬의 라이브에서 보였던 호텔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로비에 하루 종일 앉아 있었음에도 윤슬은 만날 수 없었다. 컨시어지에 부탁해봤지만 개인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아, 이런 젠장….”
사이다 샵 대표는 투자금을 몽땅 윤슬에게 갖다 바치고 싶은 마음이 점점 광기처럼 확실해졌다. 혹시라도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의류 업체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초조해졌다.
“수잔? 나예요. 뭘 물어. 목소리 듣고서도 모르겠어요? 그래요. 못 만났어요. 호텔 로비에 열 시간이 넘게 있었는데도. 계약서부터 들이밀어 봐요. 지금의 조건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일주일 안에 잡지 않으면 소문 듣고 다른 업체들이 개처럼 몰려올 테니까.”
사이다 샵 대표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며 호텔을 빠져나갔다. 윤슬은 뭘 하고 있을까.
대표는 그게 너무나 궁금했다.
* * *
그 시각, 윤슬은 사이다 샵 대표의 연락뿐만이 아니라 모두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었다.
[다이아수저: 윤슬씨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지? 뭐야ㅋㅋㅋ 가서 또 무슨 일 하는중?] [차재겸: 자기야 나 안드로메다 잡았다니까ㅠㅠㅠㅠㅠㅠ 빨리 읽어봐 나 칭찬해] [차재겸: ‘차재겸’ 님께서 보내신 선물을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차재겸: 자기야?] [명진주언니: 슬아~ 너 두고 다른 스케줄 가려니까 발이 잘 안떼진당ㅠㅠ 언니가 주고간 컵라면 먹엇징?] [백휘: 잠깐 일이 있어서 지방으로 왔어. 잠깐 통화 돼? 바다가 예뻐서] [백휘: (부재중 페이스톡)] [백휘: 슬아?] [재언이: 한국 오는 비행기 티켓 보여줘 데리러 갈게] [재언이: (부재중 보이스톡)] [재언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 1000 ]만 팔로워를 만들어 보세요.」
그저 멍하니 주저앉아 상태창을 읽고 읽고 또 읽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