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8화(38/405)
“그러니까…. 서윤슬이?”
“그래. 나도 이거 말해줄까 말까 하다가….”
조용히 은주를 교실 밖으로 부른 건 은주의 중학교 동창이었다. 숫기 없어 보이는 얼굴에 머뭇거리는 입으로 자신이 들은 소식을 전했다.
“진짜? 그랬다고?”
“응. 급식실에서…. 너 요즘 소문 이상하더라.”
중학교 때 있었던 사건 이후로 은주에게는 같은 편이라고 말할 만한 친구가 몇 없었다. 눈앞에 있는 친구는 그중 하나였다.
“윤슬아, 너 조은주랑 친해?”
“아니…. 말 한번 안 해 본 것 같은데.”
“그치? 근데 걔 아까부터 너한테 자꾸 왜 그래?”
‘어, 저거 은주네 반 애들인데….’
급식실에서 윤슬의 무리 바로 옆 테이블을 차지하고 조용히 다른 친구 한 명과 밥을 먹고 있던.
“걔, 잘생겼다는 애 소개받고 싶어서 계속 남친이냐고 묻는 거 같은데. 속 너무 보여.”
“그래. 너무 친한 척하는 거 같으면 그냥 거리 둬버려.”
은주의 중학교 동창은 그날 윤슬의 테이블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은주…. 또 같은 일이 있었구나.’
친구라 측은한 마음이 드는 건 아니었다. 그냥 은주는 어딘가 위태위태해 보이는 면이 있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것에 빠져 있고, 갤러리 안에는 은주의 기준으로 예뻐 보이는 여자들이 한가득이었다. 연예인이건, SNS 스타건, 그리고….
Gallery [서윤슬] 643
주변에 있는 인물이건. 은주는 마음에 들어버리면 주위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는 했다.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어, 은주를 둘러싼 친구들끼리 조용히 시선을 공유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홀로 동떨어지게 된 은주는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게 죄냐며 울먹거렸었다.
은주의 친구는 그런 은주를 멈춰 주고 싶었다. 하나의 목표가 생기면 돌진하는 그 버릇은 단체생활에서 너무 튀기 좋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은주를 두고 하는 이야기 같았다.
그러니까, 정말로 걱정되어서 하는 얘기였다는 거다.
“조금… 시간을 두고 친해져 봐 은주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친구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면이 있더라.”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은주의 친구는 윤슬의 나코스테 가디건을 입은 은주의 어깨를 도닥였다.
은주는 머리가 하얘지는 걸 느꼈다. 윤슬에게서 훔친 립스틱이 발려진 입술을 아무렇게나 짓이기며 이를 물었다.
‘서윤슬, 니가. 뭔데 나한테….’
푹 숙인 고개에 자신의 신발이 보였다. 서윤슬이 신던 운동화를 신은 발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너는 인생 편하게 살잖아. 남들이 그냥 다 다가와 주고 여기저기서 떠받들어 주고. 얘도 지금 봐. 자기 친구가 너한테 이런 꼴을 당했는데, 니 욕이라고는 하나도 안 하잖아.’
“친구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면이 있더라.”
다정하게 말한 그 문장이 은주의 하얘진 머리에 박혔다.
띠링-
「♥호감도: 270(10↑)/999」
윤슬을 미워하기엔 이미 은주는 너무 윤슬이 되고 싶었다. 은주의 머리 위에 스킬이 빛났다.
「[스킬: 영원히 함께해 (S)]
상대를 향한 호감도가 200 이상일 때 발동되는 스킬입니다. 해당 스킬은 사람이 아닌 사물 에게도 적용됩니다.
※ 스킬 실패 시, 목표물을 향한 호감도가 –200 이하로 변경됩니다.
※ 주의: 호감도가 떨어진 다음은 돌발 이벤트가 생성될 수 있으니 명심하세요!」
* * *
은주는 윤슬이 나온 나연의 SNS 사진들만 캡쳐해 둔 것이 아니었다. 윤슬과 나연 그리고 그 둘을 다 아는 친구의 계정까지 모조리 꿰고 있었다.
타고난 집중력, 혹은 집착 때문에 은주는 항상 시험 성적이 좋았고, 시험 기간에도 벼락치기 공부 없이 평소와 똑같은 양의 공부만 한 다음 또다시 핸드폰을 켜고 누워 있었다.
지루한 자신의 일상과는 달리 SNS에서 찾아보는 윤슬의 친구들은 화려하기만 했다.
[Youstagram]그냥 날씨가 좋아서 풀셋팅! 네일은 역시 타미나 네일♥ 파츠 사이 꼼꼼하게 메꿔주셔서 하나도 안 불편하고 존예ㅠㅠ
장소-압구정 네일샵 타미나네일
좋아요 138
댓글 8
자신은 새로 나온 로드 숍 화장품도 간신히 사는 데 비해 윤슬의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연예인들이 다니는 청담동 숍에 가서 머리를 받고 메이크업을 했다. 마음에 들면 뭐든지 할 수 있고 갈 수 있고 살 수 있는 삶을 사는 또래의 SNS는 은주에게는 너무 큰 자극이었다.
윤슬과 나연의 동창이자 제인과 DDP에서 윤슬을 만났던 중학교 동창, 고은하의 계정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SNS 업로드를 자주 하는 은하였으니까. 은주가 바라는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전시하고 있는 그 계정은 이미 쉴 새 없이 들여다보며 캡쳐를 마친 뒤였다.
심지어 이미 몇 번은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도 있었다. 이미 수십 개의 계정을 가지고 있는 은주였다. 과시욕과 허영심이 강해 보이는 고은하에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eunha_fan
은하 팬계정
하나의 계정을 만든 다음 고은하의 피드에 있는 사진을 캡쳐. 외국인들이 검색하기 쉽게 영어로 태그를 걸고, 진짜 고은하의 계정을 걸어 외국인 팔로워가 늘어나게 한다.
#korean #koreangirl #koreaulzzang #ulzzang
고은하의 계정에 사진이 올라오면 좋아요를 빠르게 누르고, 댓글이 별로 없는 게시글에는 댓글도 꼬박꼬박 찬양하며 달면 마음속 경계심은 쉽게 풀린다. 과시욕이 있는 사람에게 떠받들어 주는 것만큼 효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매번 댓글 달면 역효과지.’
지나치게 친한 척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건 이미 중학교 때 겪었던 일들로 몸소 깨달았던 은주였다. 몇 번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꽤 잘 받아주고 있는 은하를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주변에 있는 고만고만한 애들과는 달리 은하는 인터넷에서 말하는 진짜 부자인 것 같았다. 하루에도 쉬지 않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찐부자’에 대한 글을 볼 때마다 은주는 은하를 떠올렸다.
[Youstagram]―오랜만에 같은 반 된 나연이랑 🙂
장소-압구정에서
좋아요 360
댓글 40
‘이번에도 메시지 보내볼까.’
나연과 친한 것 같았지만, 밑져야 본전이지. 은주는 인간의 가장 음습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Youstagram message]-언니ㅠㅠ 오늘도 넘 예뻐요.. 유스타 잘 보고 있어요
-언니가 태그한 나연언니도 존예
-근데 나연언니 왜 윤슬? 언니랑 요즘 잘 안 놀아요..? 혹시 윤슬언니가 뭐 잘못 했나유ㅠㅠㅠㅠ
-셋이 얼굴 합 너무 좋아서.. 물론 언니가 젤 이쁘지만요
-같이 찍은 사진 보는 거 소원이에요(˃̣̣̥᷄⌓˂̣̣̥᷅ )
‘오늘도 답장하겠지.’
-go_eunha_ 님이 답장을 보내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윤슬이는 이제 이 동네 아마 안 올 거예요~.
입력: 헉 왜요..? 크게 싸웠나요…
-아니요 그냥~ 원래 압구정 벗어나면 다시 이사 오기 힘들어요ㅋㅋ
입력: 네넹..! 언니 사진 자주 올려주세요ㅠㅠ 제 워너비에요
말투에서 느껴지는 묘한 승리감.
압구정 벗어나면 다시 이사 오기 힘들다는 말은, 이미 서윤슬은 우리와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과 같았다. 은주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갔다.
“망한 거 맞네! 그럴 줄 알았어.”
은주는 눈치가 빨랐다. 급을 나누는 사람이 하는 말은 누구보다 잘 캐치할 수 있었다. 은주 역시 누구보다 급 나누기를 잘했으니까.
핸드폰을 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알 수 없는 쾌감이 밀려 들어왔다. 이 비밀을 자신 혼자 간직하고 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협찬받아서 옷 팔 때 알아봤지….”
너무 대단하지도 않지만 너무 평범하지도 않은 존재.
은주에게 윤슬은 그랬다.
* * *
“자, 시험 매일 반 바꿔가며 보는 거 알지? 오늘은 오른쪽 분단 애들이 옮긴다. 옆 반으로 가~”
명문 사립 고등학교답게 컨닝에 예민한 덕현여고의 시험 방식은 이랬다.
시험 첫날은 분단의 오른쪽에 앉은 아이들이 옆 반으로, 또 옆 반의 오른쪽은 이쪽 반으로. 그리고 둘째 날은 반대로 분단의 왼쪽에 앉은 아이들이 옆 반으로.
대대적으로 컨닝 사건이 있던 이후로 철저하게 바뀐 방침을 고수했다. 보통 옆 반 아이들과 컨닝을 시도할 만큼 배짱 있는 녀석은 없었으니까.
“윤슬이, 잘 갔다 와!”
“응, 너네 시험 잘 봐~”
윤슬과 서은만 오른쪽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둘만 옆 반으로 옮기게 됐다. 주현은 자신의 반으로 오게 된 윤슬에게 작은 초콜렛을 하나 건네줬다.
“슬이 화이팅~”
“주현이 너도 잘봐잉~”
며칠째 은주가 잠잠했고, 주말에 와서 CCTV 메모리 카드를 갈아 끼웠어도 딱히 찍힌 건 없었다. 없어진 물건도 더 이상은 생기지 않고.
“시험지 뒤로 넘겨라.”
윤슬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시험지에 있는 문제들이 쉽게 풀렸다.
“윤슬아, 우리 답 맞춰보러 가자.”
“뭐하러 답을 맞춰. 이미 봤는데.”
“그래도….”
은근히 성적에 신경 쓰는 서은은 옆 반으로 답을 맞춰 보러 가자고 했고, 윤슬은 이미 끝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소희한테 우리 다음 과목 시험문제 몇 개 찝어달라 할까?”
“그래. 그러자!”
어찌 됐건 옆 반으로 갔다. 소희도 시험을 잘 봤는지 표정이 밝았다. 소희가 마지막으로 집어 준 예상 문제 다섯 개 중 두 개가 시험지에 나왔고.
“일 번에 삼-”
“악! 일 번부터.”
“조용히 해.”
답을 맞출 때. 윤슬은 이번 미션은 100% 통과한다고 생각했다. 성적을 얼마큼 올려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상태창이 양심이 있다면 황금색 종이만 가득 찬 보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동그라미가 가득 그려진 시험지를 챙겼다.
‘미쳤어. 진짜. 난 천재인가 봐. 얼른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입력: 나 시험 잘 본 거 같아ㅠㅠㅠㅠ 동그라미 보여? 영어 두 개 틀렸다
아직 셋이 같이 있는 단톡방이 없다는 걸 깨달은 윤슬은 다음에 단톡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재언과 백휘에게 카톡을 보냈다. 빠르게 1이 사라졌다.
“윤슬아, 이제 집에 가자.”
“그래~”
종종 집에 같이 가는 서은과 함께 운동장을 가로질러 벚나무 사이로 나갔다. 날씨가 진짜 좋지 않냐, 공부하기 아깝다 같은 실없는 얘기를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어…?”
“왜 그래, 윤슬아?”
“학생, 카드 찍어야지.”
“…잠깐만요. 기사님 저 내릴게요, 서은아 내일 봐!”
황급하게 외친 윤슬은 그대로 버스에서 내려 허겁지겁 학교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지갑, 지갑이… 없어.’
손을 넣어 휘적여 봐도, 지퍼를 내리고 활짝 열어 봐도 가방 안에는 있어야 할 윤슬의 지갑이 없어진 상태였다. 온전히 시험지와 백휘가 준 요약집이 있었을 뿐 여전히 어디에도 지갑이 없었다.
“헉… 허억.”
윤슬은 입에서 피 맛이 나도록 뛰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학교 운동장까지 정신없이 머리칼을 휘날리며 다리를 움직였다.
‘혹시 내가 아까 요약집 꺼내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던 거 아닌가? 아마 맞을 거야. 그럼 옆 반 아니면 우리 반에 있을 거야. 내 학생증이 들어 있으니까 누군가가 주워 줬을 거야. 그럼 꼭 사례해야지.’
그렇게 조급한 마음으로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계단을 몇 칸씩 뛰어올라 반으로 갔을 때.
“아….”
바닥 어디에도 윤슬의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분실이었다.
어쩌면 도난일지도 모르지만.
* * *
「[♣‘괜찮아질 거야’ 소원석 (등급 중) (1개)]
많이 힘들고 버거워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는 소원석. 폭발할 수 있는 감정을 일시적으로 눌러줍니다.
[지금 사용하기]」‘이것 때문이었구나. 이따위 상태창이 뜬 건….’
윤슬은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급하게 상태창을 켜 아이템을 사용했다. 지금 울면 안 됐다. 당장 내일도 아직 시험을 봐야 하고, 울려면 적어도 이틀은 기다리고 울어야 했다.
「[♣‘괜찮아질 거야’ 소원석 (등급 중)]
47:59:59」
‘쩨쩨하게 이런 것도 시간을 재네.’
정말이지 너무너무 피곤했다. 며칠 전부터 아이템 숍 금지가 풀려 박키스 포션을 먹어가며 밤을 새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몸이 피곤하지 않다고 정신까지 피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꾸역꾸역 넣어 둔 머릿속의 암기 내용들이 빠져나올 것 같아 잠깐 머리를 짚었다.
“강아지, 무슨 일 있누.”
표정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노크를 한 할머니가 걱정스럽다는 듯 들어왔다.
“일은요, 무슨….”
“집에 오자마자 바로 방 안에 들어박혀 있고 왜 이리 울상이야. 떡볶이 먹을까?”
앉아 있는 침대 옆에 앉아 주름지고 따뜻한 손으로 등을 살살 쓸어줘서, 하마터면 소원석이고 뭐고 눈물이 날 뻔했지만.
“내일 수학 시험 봐요. 걱정돼 죽겠어요.”
“1학년 때는 좀 망쳐도 되는 거야. 가장 병아리인걸.”
다정하게 말한 다음 아무 말 없이 등을 쓸어준 할머니가 쉬거라, 하고 방을 나갔다.
“후….”
쉬면 안 된다. 쉴 수가 없다. 일단은 당장 눈앞에 있는 시험부터 생각하자. 그래야 한다.
책상 구석에는 핸드폰 화면에 다시 한번 불이 들어왔다. 읽지 않은 카톡 알림이 떠 있었다.
[윤슬 괜차나? 아까 왜 갑자기 갔어?ㅠㅠ]하나는 서은의 카톡, 그리고 또 하나는 아까 전에 보내고 잊었던 카톡이었다.
[기특하네. 두 개는 컨디션 때문에 틀린 거지 모르는 거 아닐 거야.] [수학 내일이지? 모르는 거 있으면 전화해.]‘이러면 또 열심히 해야지.’
자기 일처럼 신경 써 주는 친구들의 연락 한 번으로 다시 체력이 차는 것 같았다. 나는 잠깐 눈을 감고 있었다가 이내 수학 문제지를 꺼냈다.
시험을 끝내야 한다.
“시험 끝나면, 진짜 가만 안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