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8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80화(380/405)
행사장은 그야말로 돈지랄이었다.
‘어머. 이거 전부…. 생화를….’
온통 장미투성이었다. 고급 수입 장미로 만든 화관이 곳곳에 걸려 있었고,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투명한 줄에 장미 원석과 함께 엮어 만든 장식들이 샹들리에 아래로 내려왔다.
‘몇 년 전부터 상승세긴 했지. 라모레가.’
윤 교수는 본인의 심미안에 걸맞는 행사장이 몹시도 만족스러웠다. 핑거 푸드로 나온 음식도 맛이 훌륭한데다가, 로제 샴페인은 꽤나 가격이 나는 제품이었다. 윤 교수는 느긋하게 라모레에서 새로 나온 장미 패드를 구경했다.
“어? 윤 교수님?”
그때였다. 나직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네? 저를 아세요?”
“그럼요. 어떻게 윤 교수님을 모르겠어요.”
눈썹 한 올까지 단정히 생긴 미남이었다.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가 그린 듯이 시원시원했다. 미학과 교수답게 아름다움에 약한 윤 교수는 잠시 넋을 잃었다.
“저 모르시는구나. 저 최강묵 장관님 댁 손자예요.”
“아, 그러고 보니!”
몇 번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있었다. 유학을 갔다 돌아왔고, 그 이후에 <카페 In>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윤미숙 교수 역시 몇 번 인튜브에서 본 적이 있었다.
‘실물이 훨씬 더….’
윤미숙 교수가 정신이 팔린 사이 최백휘는 수줍게 말을 덧붙였다.
“윤 교수님 작품을 제가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정다희 이사님한테 초대해달라고 졸랐어요.”
“…네?”
“세잔뮤 제주 쪽에서도 윤 교수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는데. 라모레에서도 전시 진행해 주시면 어떨까. 저희끼리 그런 얘기 하고 그랬거든요.”
듣기 좋은 나긋한 목소리에 한 번, 그 내용에 한 번 놀란 윤 교수는 멍하니 있다 정신을 차렸다.
“어머. 나 좀 봐. 당황해서…. 그러니까, 그 정다희 이사. 말하는 건가요?”
“네. 정 이사님도 윤 교수님 작품 좋게 보고 계시거든요. 아참. 저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사진 한 장 찍어주실 수 있으세요? 제 핸드폰으로.”
최백휘는 지나가는 스태프를 불러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포토존에 함께 서게 된 윤 교수는 가장 촌스럽다고 생각하던 브이 포즈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따 정 이사님 오시면 말씀들 나누세요.”
최백휘가 그렇게 사라지려 할 때였다.
“잠깐!”
아쉬웠던 윤 교수는 곧장 핸드백을 뒤졌다.
“내 핸드폰으로도,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요!”
그 말에 최백휘는 환히 웃었다.
* * *
지잉-
[누나 ㄱㄱ 개부자같이 등장바랍니다(。•̀ᴗ-ღ)]“나 개 부자 맞거든!”
차재겸의 어이없는 연락에 정다희는 심호흡을 했다. 이제 자신의 차례였다. 저 멀리에서 타깃을 노린 정다희는 오늘따라 구두 굽 소리를 크게 울리며 걸었다.
“안녕하세요~”
“어…. 정 이사님!”
“백휘랑 같이 계셨네요. 백휘야, 말씀드렸어?”
“네. 간단하게는요. 근데 제가 사진 같이 찍고 싶어서 자세히는 말씀 못 드렸어요. 하하.”
다이아수저가 반갑게 윤 교수의 손을 잡았다. 여러 개 낀 화려한 반지가 조명 아래에서 어지럽게 빛났다.
“우리 윤 교수님! 이렇게 와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와 동시에 사진을 찍어 주고 있던 서버에게서 최백휘가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윤 교수의 것이었다. 다이아수저는 자연스레 윤 교수의 어깨를 감싸고 행사장 이리저리 걸었다.
“저희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아서요. 워낙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근데 아시잖아요? 이런 건 만나서 해야 하는 거. 아, 여기 한잔~”
윤 교수의 정신을 제대로 빼야 했다.
“여기. 샴페인도 특별하게 골라봤어요. 한잔하세요. 물론 나중에 저희는 훨씬 더 좋은 걸로 해요? 단둘이서. 아니, 윤 교수님 이끄시는 제자분들 같이.”
손에 불필요한 것들을 들리고.
“샴페인 향 좋죠? 아, 이거 테스트는 해 보셨나? 이게 새로 나온 로즈 패드인데요. 장미가 은은하게 미백에 효과 있는 거 아시죠. 여기 손등. 엄청 촉촉해졌죠. 어머 손이 원래 이렇게 고우세요? 부럽~게~”
오감을 탁하게 만들었다.
“교수님 제자 중에서도 꽃 위주로 그리는 작가가 있던데. 저 그 작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아시다시피 저희 라모레도 그간 팝업이 늘 성공적이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제주에서….”
윤 교수는 제 핸드폰이 사라진 것도 모르고 다이아수저의 대화에 끌려갔다. 그런 둘을 뒤로하고 최백휘는 잠시 퇴장했다.
* * *
“형, 여기요.”
그리고는 밖에서 스태프 중 한 명인 척 대기하고 있던 박동진 기자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박동진 기자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재언에게로 향했다.
“재언아, 지금부터 한 시간.”
박동진 기자는 책상 위에 있는 스톱워치를 켰다.
[59:59]째깍째깍째깍째깍
초침은 빠르게도 움직였다. 기다리고 있던 재언은 잠금되어 있던 핸드폰을 곧장 풀었다.
“야, 너 어떻게 한 거냐…? 패턴도 아니고 비밀번호인데.”
“…보통 비밀번호는 통일해두니까요. 한국대 홈페이지에 가입되어 있던 윤 교수님 비번 알아냈어요.”
“엥….”
재언은 느릿한 대답과는 달리 빠른 손놀림으로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시가 급했다.
[56:12]째깍째깍째깍째깍
Folder >[kakao talk]
>/storage/emulated/0/KakaoTalk/Chats/KakaoTalk_Chats_200914_2023_82812636)
내보내기 진행 상황
[1%]“작년 입시 시즌이랑…. 이번 세잔뮤 건으로 여름 것만 뽑을 건데…. 아무래도 사진이 많아서 좀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그 속도에 박동진 기자는 경악했다. 현대인의 비밀 금고가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탈탈 바닥까지 털리고 있었다.
‘이거, 진짜….’
만일 이게 정말 입시 비리의 증거들이라면, 지금 자신은 한국을 뒤흔들 대형 특종감의 실마리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 * *
“어~! 누나누나~!!!”
대화가 살짝 루즈해질 때쯤, 차재겸이 나타났다. 다이아수저가 라모레와 함께 신진 작가들을 대거 고용하겠다는 달콤한 떡밥을 던진 이후였다.
“어 재겸아. 인사해. 이쪽은 한국대 미학과 윤미숙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도 한국대생이에요! 언론과 학부생 차재겸입니다.”
오랜만에 한계치까지 꾸민 차재겸의 관상에는 전혀 한국대가 없었다. 누가 봐도 지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윤 교수는 처음엔 농담인 줄로만 오해했다.
“이 친구 아버지가 태극일보 사장님이세요.”
“어머….”
“제가 이번 프로젝트는 좀 신경 써서 준비를 했거든요. 재겸아, 너 혼자 왔어?”
누가 봐도 호화스럽게 꾸며 낸 행사장, 코스메틱 재벌의 웅장함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으니 윤 교수는 잠시 현실을 잊은 것 같았다.
‘다들 여기를 쳐다보네…. 나한테서 눈을 못 떼. 아주!’
예술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만 모인 행사였다. 그중에서도 라모레의 차기 회장이라 일컬어지는 사람이 자신 옆에만 붙어 있었다. 윤 교수는 묘한 고양감에 도취되었다.
같은 시각 아래층에서는 윤 교수의 핸드폰이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었다.
[40:23]째깍째깍째깍째깍
[메모장]1일>김성진, 이하영,
7일>노정아, 고재준, 황민규
18일>조병선(요주), 박영찬…
내보내기 진행 상황
[48%]빙글대며 웃던 재겸은 마침 행사장으로 들어온 박동진 기자를 불렀다.
“에이! 혼자 아니죠. 윤 교수님 잠깐 짧게 인터뷰 가능하시죠? 저희 아버지도 이번 전시에 관심이 많으셔서요. 단독 기사 낼까 하는데. 문화 평론 쪽으로 해서.”
“안녕하세요. 태극일보 박동진 기자입니다. 최근 저희 쪽에서도 세잔뮤 제주 매장…. 아,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가요?”
“나 신경 쓰지 말고 얘기해요. 뭐 어때? 앞으로는 윤 교수님이 세잔뮤 대신 라모레 얼굴이 되어 주실 텐데.”
라모레의 얼굴….
[25:07]째깍째깍째깍째깍
[캘린더]2일 세잔뮤 방문
4일 바이올린 레슨실 방문…
7일 곽팔식 교수…
내보내기 진행 상황
[67%]윤 교수는 그 말에 완벽하게 넘어가 간이 인터뷰를 열심히도 해 댔다. 그렇게 정신없이 떠들던 중이었다.
“제가 요즘에 신경 쓰고 있는 작품은 이건데, 한 번 보시면…. 어라, 내 핸드폰…. 어디 갔지?”
윤 교수의 앞에 있던 세 사람이 멈칫했다.
[04:27]째깍째깍째깍째깍
[메시지]하제인/하철인/바이올린방선생…
내보내기 진행 상황
[88%]“어머, 내 가방 안에 핸드폰 없네…. 어디 갔더라?”
[03:55]째깍째깍째깍째깍
[최근 통화]02-XXX-XXXX 13:40
곽팔식 교수: 13:00
바이올린방선생 11:27
조병선 9:40
내보내기 진행 상황
[90%]핸드백을 뒤적거리던 윤 교수는 재겸을 붙잡고 말했다.
“저 혹시 핸드폰 한 번만. 내 폰으로 전화 좀 해줄 수 있을까요?”
윤 교수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핸드폰 안에 무언가 보면 안 되는 것들을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네 그럼요~. 교수님 번호가…. 공, 일, 공. 그다음은요?”
“팔.이.팔.이”
“팔.이.팔.일.”
[03:00]째깍째깍째깍째깍
[E-mail] [세잔뮤 제주 전시 작업 파일 전달합니다(첨부파일 3개) (대용량)] [세잔뮤 제주 전시 신청서 파일]내보내기 진행 상황
[96%]“그리고 뒤에는 칠!구!칠!구! 빨리.”
“네. 칠~구~칠~공.”
“아니! 칠.구.칠.구.”
차재겸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못 알아들은 척을 했다.
“음. 전화 안 받으시는데~. 소리도 안 들리지 않아요?”
“봐봐. 내 번호 맞아? 아니네! 팔.이.팔.이 라니까? 중간 번호 틀렸어요! 다시 한번!!!”
일부러 잘못 누른 번호가 전화를 받을 리가 없었다. 다급해진 윤 교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씨씨티비. 여기 있어요? 내가 그거 좀 확인해야겠어!”
급기야는 CCTV까지 찾으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01:39]째깍째깍째깍째깍
[E-mail] [파일 저장 실패] [다시 한번 시도해주세요]내보내기 진행 상황
[99%]윤 교수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불안감에 이성을 잃을 때쯤.
“교수님. 아직 계셨네요.”
최백휘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