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39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398화(398/405)
인튜브의 알고리즘 세계라는 건 대개 그렇듯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것만 띄워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의 알고리즘은 달랐다.
[나도 이거봄ㅋㅋㅋㅋ] [너네 이거 봤어? 렉카긴한데ㅠ 내가 평소에 보는건 아니구…] [이거 진짜인거같아 사건 터지자마자 거의 바로 올라옴 쩔ㅇ넜다]모두가 그 사건에 주목하고 있었다. 피드마다 관련된 영상이 하나라도 떴다.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뜬 영상만 해도 벌써 네 개였다.
한국대의 입시 비리 고발 타임라인 영상.
서윤슬의 한국대 합격 영상.
하제인의 아이비리그 발언 영상.
고연티비의 한국대 모의고사 영상.
주인공은 확실했다.
“아, 그치!”
“우리 과 대장인데!!!”
모두 한데 모여 있던 윤슬의 과 동기들이 반응을 보며 격분했다.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12/15 12:40
지금 입시비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연락온다ㅋㅋ 나만이러냐? 폰 사고나서 이렇게 뜨거운 관심 처음이다; 주인공 된기분임
-익명1: 친척들이 나한테 묻더라 제가 몰 아는데요ㅠ
˪익명4: ㄱㄴㄲㅋㅋㅋㅋ 그래서 나도 나중에 뉴스보시라고함
-익명2: 나도ㅋㅋ 시험끝나고 터져서 다행이다 시험기간이었으면 어쩔뻔했누
-익명3: 진짜 수시로 들어온 애들 이래서 한국대라고 하면 안됨ㅋㅋ
˪익명5: 어허 그분 제외해드려 말 가려서 하거라
“이제야 뭐가 좀 제대로 돌아가네~. 진짜 시원하다.”
“아직 멀었어. 총장은 안 잡혀가나?”
“학생회 대체 뭐하냐. 이런 게 터졌는데 입 닥치고 있는 거 보면 얘네도 뭐 있는 거 아니냐고~!”
“야. 우리 그거 업자분한테 연락왔는데. 마무리 확인했냐?”
동기들이 에타를 보면서 일이 어떻게 될지 진지하게 추측했다.
그때였다.
평소의 침착함을 잃은 형범이 소리 질렀다.
“이건 뭔 개소리지! 난 전혀 납득할 수 없는데!!! 나를 이긴 대장이 이런 치졸한 짓을 했을 리 없어!!! 모함이다!!!”
동기들이 우르르 형범의 곁으로 몰려갔다. 얼굴이 시뻘게진 형범의 핸드폰에는 말도 안 되는 렉카 영상이 띄워져 있었다.
[Intube] [한국대 수시 과연 하제인만 문제일까?] 05:22 [한국대 수시는 하제인 말고 서윤슬도 있는뎅~] 03:47윤슬 역시도 비리로 대학에 간 게 아니냐는 의문이었다.
* * *
이번 하제인 입시 비리 폭로 영상으로 렉카들은 역대급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진짜ㅋㅋㅋ 하제인 지난 영상도 같이 떡상중ㅠㅠ 그래프 이뽀다♥] [오분 넘긴 영상 수익 쩔었다링 중간광고 최고야 ₍₍ (ง ˘ω˘ )ว ⁾⁾]태극일보 영상이 일등을 가져가면서 받은 낙수 효과였다. 돈맛에 미쳐버린 렉카들은 하제인의 영상에서 그치지 않았다.
[하제인 연관검색어로 오는 애들 많넹ㅋㅋㅋ 나 서윤슬도 해야겠다] [헐 천재적발상~! 걔도 수시자낰ㅋㅋㅋ] [개꿀ㅠ 나만의 작은 ATM 윤슬아 미리고마엉]하제인이 논란이라면 늘 그랬듯 뒤에 따라붙는 서윤슬의 이름까지 이용해야 했다. 마침 두 사람 다 한국대였고, 두 사람 다 수시 전형이었다.
―백룡 어워드가 코 앞인 지금, 제가 서윤슬이었으면 어떤 전형으로 들어갔는지 당당히 밝힐 겁니다. 근데 걔도 수상한 이력이 있지 않아요?
―대회를 만들었다. 여기에 초점이 잡히니까 찔려서 그런 건 아닌지. 흠….
교묘하게 윤슬이 직접 입을 열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었다. 렉카는 어디까지나 렉카. 그게 얼마 전까지의 대중적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근데 여기서 입시비리 거의 최초로 터뜨린거 아님?;;
-아 렉카 믿기 싫은데 이번 폼 보면 진짜인거같기도 하고ㅠㅠ 나도 몰겟당 일단 중립기어 칵~!!!
-ㅋㅋㅋ개꿀잼 몰라 윤슬아 너도 나와봐라~ 켕기는거 없음 입열어밬ㅋㅋㅋ
태극일보 기사와 함께 렉카 영상을 올린 전적이 있어서인지 하나둘 믿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그럼 이제 안드로메다….”
윤슬은 당연히 안드로메다를 이용해 그들의 정체를 밝히려 했다.
[Intube] [한국대 수시! 대한민국 입시판을 제가 낱낱이 파헤쳐드립니다] 12:40또 다른 렉카가 나왔다. 윤슬이의 계획엔 없던.
―사실 이제 사다리는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죠. 무슨무슨 전형해서 대학 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금수저 집안이다. 하면 고등학생 때 해외 좀 나가 있다가 서류 이쁘게 뽑아서 내면 됩니다. 흙들이 뺑이칠 때 금들은 아니라고요.
대한민국은 입시판에도 렉카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튜버였다.
―제가 하나 보여드릴까요? 자. 2년 전에 종로구에서 한 국가 사업인데요. 청소년을 상대로 빌딩까지 사무실로 대여해주면서 진행한 게 있어요. 그중 한 개가 이거.
▶리뷰(18)
다이어트 중에 입이 계속 터져서 고민이었어요ㅠㅠ 근데 이렇게 칼로리 낮은 잼을 발견하게 되다니 대박존맛~!
윤슬에게 정면으로 도전해왔던 거북이 삼총사의 건강 딸기잼 리뷰가 증거로 나왔다.
―키워드는 [건강잼], [저칼로리잼]. 이거 보시면 리뷰 사진 바닥이 다 똑같죠? 이거 다 입시 컨설턴트가 붙어서 관리해주는 거예요. 이렇게 대회 한 개, 두 개 수상해서 포폴 꾸미기 하면 대학 붙거든. 하제인처럼.
다시 한번 윤슬이 언급되었다.
―근데 꼬신 게 얘네는 대학 못 갔을 거예요. 상을 못 받았그든. 이때 얘네가 붙어서 깨진 게 뭔지 아세요? 네. 지금도 여러분들이 죽어라 찍는 그 인생필름이 같은 대회에 짠~! 바로 끝났죠. 서윤슬이에요.
다른 렉카들의 주장이 허무하게 무시되었다. 증거까지 들고 나타난 영상은 조회수를 끌어당겼다.
-이거지 이거지 이거지
-ㅋㅋㅋ입시판은 우리센세가 꽉잡고있다고~! 신뢰TV의맛
-진짜 금수저 담당일진 아니냨ㅋㅋㅋ 뭐가 나와서 붙어도 다이기네 ㄷㄷ
오히려 렉카 영상들 덕에 윤슬이 더 주목받게 되었다. 그리고 타이밍을 맞춰서.
[메짱아 나 이제 렉카들 신상 올림~~ㅋㅋㅋ] [너도 보러와(*’∀`*)ノ♡ ㅋㅋ개것들]안드로메다의 영상이 올라왔다.
차재겸의 렉카 학원 마지막 날이었다.
* * *
[Intube] [자칭 ‘금수저들’ 트릿터 계정이 궁금하다면? 얼굴 다까고 말해보쟝] 11:20―제가 뭘 제보받았냐면요. 아니 글쎄 트릿터에서 자칭 ‘금수저’로 활동하는 애들인데. 진짜 넷상 믿을 거 못 된다니까. 지금부터 하나하나 보여드릴게요~ 웃긴 만큼 좋아요 누르고 가!
그간 트릿터에서 금수저 일상계로 유명했던 계정들은 모두 끌려 나왔다. 메롱이가 직접 키운 렉카 인재들이었다. 실제 이름, 얼굴, 지금 사는 곳, 직업까지 낱낱이 까발려졌다.
-아니 진심 어질어질해 바이럴의 바이럴의 바이럴이라고? 이게 말이되는
-그러니까 지금 트릿터에서 금수저인척 하던 애들이 사실은 렉카? 였다? 이거 맞죠?
-그러니까 금수저 찬양좀 그만하랫잖아~!!!ㅠㅠ 능지딸리는애들이랑 같은랜선 쓰기싫어…
-내 탐라에도 들어왔던 사람들이넼ㅋㅋ 다 아는사람들이구만
계정들이 까발려질수록 사람들의 충격은 더해졌다. 하제인의 금수저 브랜딩은 손쓸 도리 없이 망가져 버렸다. 사람들은 눈을 떴다.
이들이 업로드한 윤슬 수시 비리 의혹 영상은 댓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ㅋㅋㅋ지금 얘네 정체 보고오세요 그냥 금수저선망호소인 그뿐
타고난 것과 넘을 수 없는 것만을 찬양하는 시대에서 윤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가 있었다.
* * *
“뭐 없어? 우리는 뭐 없냐고!”
“지금 트래픽이 전부 태극일보 측에 몰렸습니다. 저희 포털 사이트에서도 기사 순위가 밀려서….”
다른 언론들은 난리가 났다. 한국대가 판을 다 잡아먹고 있는 중이었다. 으레 이런 사건들은 둘 중에 하나였다.
길게 끌고 끌어 사람들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중간에 누구에게 덮어씌우고서 끝내거나.
“지금 대한민국이 들썩이는데 뭐하는 거야! 어!!! 뭐라도 올려봐!!!”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모든 정황이 맞아떨어졌다. 막힘 없이 앞으로 뻗어 나가는 이 사건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었다. 미친 속도에 모두가 휩쓸렸다. 거대한 사건들이 해일처럼 밀려 들어왔다.
“그, 제가 평소에 서윤슬 팬이라서요. 이렇게 된 김에 서윤슬 얘기 정리해서 따로 칼럼이라도 올려볼까요.”
“오!!! 그래! 그거 좋다!”
[노력하지 않는 금수저만이 사랑받을 수 있는 시대에서. 서윤슬이 말해주는 노력의 가치]모든 걸 처음부터 갖고 태어나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 시대다.
집은 청담동이어야 하고, 부모님은 우아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세상 풍파라고는 몰라야 모두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신분의 사다리는 이제 끊겼고, 그들은 저 벽 너머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굳센 믿음이 주는 차별성이다.
그렇게 가지고 있는 수저의 색에 따라 개개인의 삶이 정해지는 지금 우리에게 손 내민 이가 있다.
치열하고 힘들게 살아도 된다고.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좌절하지 말고 위로 한번 올라가 보자고.
그들이 말하는 신분의 사다리를 올라 넘을 수 없는 벽 위에 우뚝 선 서윤슬이다.
윤슬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일대기가 정리된 칼럼은 곧장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렸다. 누군가는 감동했고, 누군가는 경악했고, 누군가는 감탄해 마지않는 윤슬의 하루하루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윤슬은 8학군의 입시 컨설턴트도, 본투비 금수저도, 거대 자본의 바이럴에도 결코 지지 않는다.<<이 부분 미쳤다 눈물나ㅠㅠㅠㅠㅠ
-서윤슬 지켜본 사람이면 다 알지ㅋㅋㅋㅋ 이제야 하제인악귀 벗어난거 ㅊㅋ드림 다들
어느새 대중은 윤슬에 대한 존경심이 일기 시작했다.
* * *
통화 내역, 문자 내역, 카톡 내역, 핸드폰 안에 잠들어 있던 메모와 증인. 쉴 새 없이 나타나는 증거들에 수사는 전례 없던 속도로 진행되었다.
한 시간마다 계속 터지는 사건들에 모두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주목했다.
―현직 한국대학교 교수들이 특정 입시생들에게 유리한 점수를 주어 불법 합격을 시켜줬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대 미대 입시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은 한국대학교를 포함해 윤 교수 외 해당 교수들의 자택에 압수 수색을 들어갔습니다.
백룡 어워드 시상식까지 D-day 7일.
백룡 어워드 투표 마감일까지 D-day 10시간.
―정치석 기자입니다. 서울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13시 55분, 한국대 교수 7명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전시 관련과 미팅 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7명 모두 작년 한국대 미대 입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교수들입니다.
-카르텔이다! 대학교수까지 되어서는. 저 작자들을 포함해서 전부 끄집어내라
-탐욕과 비리로 쩌들어서는… 휴식 운운하며 비누팔이 하다니^^ 이런 코메디가 없다ㅋ
-드디어 터지는구나 예체능 입시판 썩을대로 썩은 것 누가모르나~~ 예술예술 뻔지르르한것들중에 멀쩡한 것 하나없는 개한민국 쯧쯧!
한국대 학생들은 곧장 성명문을 냈다.
12월 11일. 한국대 총장은 작년도 입시에 한해 비리의 정황이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총장 측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겠다 통보했으나 한국대 학생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성명을 발표합니다.
첫째. 해당하는 기업에서 주최한 대회 수상자들의 학생부 공개를 요청합니다.
둘째. 작년 수시 면접 풀이 메모지 공개를 요청합니다.
셋째. 해당 교수진의 진실된 사과와 해임을 요청합니다.
넷째. 모든 조사 과정을 투명히 공개함을 요청합니다.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바라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 한국대 학생임에 자긍심을 가지고 조국에 이바지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노력을 퇴색시키는 대학에 우리가 배울 것이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진실된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사건이 올바르게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한국대 학생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