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40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401화(401/405)
제인의 어머니는 이를 꽉 물었다. 차가운 12월의 바람이 몸을 사정없이 때렸다.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혹사당한 폐가 아렸다.
“택시!!! 택시!!!”
큰길까지 정신없이 달려 미친 사람처럼 손을 마구 흔들었다. 간신히 잡은 택시를 타고 기자들을 따돌리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이제 끝이야.’
홍삼 캔디 냄새와 꿉꿉한 가죽 냄새가 뒤섞인 택시 안에서 몰락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원래 자신의 차에서 나는 향기로운 플로럴 향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했다. 그녀는 빠르게 핸드폰을 켰다.
검색: 로마행 비행기
―한국대 학생회는 성명문으로….
“으휴! 저거 저거 아주. 같은 자식 둔 학부모 입장에서 속이 터집니다. 에! 안 그래요?”
눈치 없이 켜 둔 라디오를 들으며 택시 기사는 분통을 터뜨렸다.
“부모가 싸고돌아서 이게 문제야. 반면에 말이에요. 요즘 그, 같이 뜨는 서윤슬인가? 그 사람 봐. 부모가 얼마나 잘 키웠어? 내 딸이었으면~”
제인의 어머니는 택시 기사의 말 따위에 동조해 줄 마음은 없었다. 정신없이 매만지고 있는 핸드폰에는 새로운 알람이 떴다.
[대한항공: 하 제인님의 프레스티지석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내 딸은 너네랑 달라.’
그때였다. 택시 기사가 틀어둔 라디오에서 들어서는 안 될 말이 흘러나왔다.
―속보입니다. 현재 한국대 입시 비리의 핵심 인물인 재연재단 하철인의 아내가 자택을 벗어나 도주 중입니다. 경찰은 이에 긴급 출국 금지 조치를 요청….
‘아직 시간은 있어!’
백룡 어워드 시상식까지 D-day 7일.
백룡 어워드 투표 마감일까지 D-day 2시간.
* * *
“너, 너 당장 일어나.”
온통 엉망이 된 집 한구석에 제인이 화분처럼 시들어 있었다. 잘 쌓여 있던 재고 박스는 바닥을 뒹굴었다. 한강 뷰가 보이는 건 손바닥만 한 틈새였다.
“술 냄새! 너 여권 어디 있어!”
제인의 어머니는 술에 취해 비몽사몽 한 팔을 힘주어 잡고 소리 질렀다.
“정신 차려! 하제인!!!”
“…엄마?”
“언제 마지막으로 마셨어? 술. 너 약 같은 거 손댄 거 아니지?”
“나…. 자기 전에…. 서윤슬 때문에. 잠 안 와서…. 걔 이름만 들으면. 가슴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던 제인은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지 못했다. 제인의 어머니는 미친 듯 집안을 뒤져댔다.
“캐리어 안…. 여깄다!”
그리고서는 끝끝내 제인의 여권을 찾아냈다. 제인의 어머니는 두툼한 니트를 누워 있는 제인에게 억지로 입혔다. 모자까지 푹 눌러 씌우고 나니 꽤나 그럴싸했다. 마스크까지 씌우고 나면 사람들은 제인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너 지금부터 엄마 하는 말 잘 들어. 아직 정문 앞에만 기자들이 있으니까 지하 주차장 뒤쪽 통해서 당장 인천공항으로 가. 간 다음에 삼촌네 잠깐 있어. 일 잠잠해질 때까지만.”
“…왜?”
“왜냐니! 니가 지금 한국에서 얼굴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지난번 뒷광고 때는 참고인 조사로 끝냈지만 지금은 그렇게 못 해. 너 기자들 앞에서 추한 꼴 보이느니 그게 나아.”
제인을 거칠게 흔들며 바라보는 눈에 광기가 서려 있었다.
“리콜. 리콜은…?”
“그걸 왜 걱정해? 니 명의며 동생들 명의로 증여해 둔 재산은 세잔뮤랑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제인아, 그 회사 니 거 아니야. 문제 생기면 넌 아무 책임 질 거 없게 엄마랑 아빠가 다 만들어 놨으니까 걱정 말고 일어나. 시간 없어.”
차가운 손에 핸드폰과 여권을 쥐여 주며 제인의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잠깐이야. 연예계를 봐. 마약한 사람도, 음주운전 한 사람도, 학교 폭력이며 양다리에 불륜, 갖은 범죄 다 저지른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사랑받아. 너라고 못할 거 있니? 넌 몰랐다고 하면 돼.”
그리고서는 제인을 문밖으로 떠밀었다. 신발을 제대로 신지도 못한 제인은 그대로 휘청거리며 나갔다.
“우리 딸. 잘해! 니 위치에 맞게 일등석이야. 다시 시작하는 거야! 알았지!”
쾅.
문이 닫혔다.
* * *
#한국대_입시비리_해명하라
어느새 태그를 탄 게시글은 수도 없이 늘어났다. 기사며 뉴스며 인튜브 영상까지 콘텐츠가 쉬지 않고 나왔다.
[익명게시판/ 고연티비 개떡상함ㅋㅋㅋ 구독자 느는 속도 장난 아님]이제 한국대 빼고 KY만 대학으로 치자고 댓글달린다ㅠ
-근데 한국대 수시합격 다음주에 발표 아님? 이거 어떻게 되는건지 아는사람
˪양심 있으면 올해도 조사해야 되는거 아니냐고ㅋㅋ 아 존나화나네 진짜
˪한국대 홈페이지 터져서 아직 아무도 몰라.. 공지 뜬게 없어서ㅠㅠㅠㅠ근데 한국대만 밀리는거 아닐거같애 다 조사 들어갈거같애
모두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있을 때였다.
[HOT/ 지금 하제인네 엄마 도주했다고 속보뜸]조사 관련해서는 하제인네 엄마+하제인 제외하고 걔네 아빠만 데려갔는데 기자 차로 치고 튀었다함;
(박동진 기자가 업로드한 영상 캡처.jpg)
하제인 집앞에 기자들 깔려있는데 거기로 간듯
-???뭐임 오 ㅐ안데려간거지;; 아직도 누가 도와주나봄ㅋㅋㅋ영화에서나 보던일이 왜 찐이냐고요
˪걔네 엄마는 관련 없는 인물이니까..;; 그런식이면 범죄자들 일가친척 다 잡아가야지ㅠㅠㅠㅠ
˪근데 하제인은 관련인물 아니냐고 걔가 대학들어간건데ㅋㅋ 왜 조사안받지ㅠ 출두OOTD보고시픈데
나는 핸드폰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해외 도주까지는 생각 못 한 부분인데.
“어떻게 되는 거야, 대체.”
증거를 한 번에 다 터뜨릴 걸 그랬나? 그래도 규모를 키우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투표 마감 시간에 맞춰 마지막 증거를 터뜨리기로 계획을 세워놨었으니까.
나는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11시 40분. 오늘이 지나려면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딩- 동-
현관문 벨이 울렸다.
* * *
크리스마스를 맞아 눈에 닿는 모든 것이 반짝이는 12월. 나는 크고 작은 불빛들이 아른거리는 도로 위를 달렸다.
“자기야자기야자기야 문열어봐~”
“…나 주차장 먼저 가 있을게.”
“슬아. 신발 신자.”
갈 곳이 있다며 급하게 나를 찾아온 세 사람에게 끌려 차를 탔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듣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동호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지금 어디 가는데?”
“…있으면 알아.”
“공항? 아닌데? 여긴 반대편이라…. 하제인은?”
“음, 어차피 못 갈 거야. 출국 금지는 아직이지만 입국 심사 때 걸러질 테니까.”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차재겸이 시간을 확인했다.
“자기야, 지금부터 진짜 파티 시작이야. 아!!! 소리지를 준비 됐지!!!”
“소리는 왜 지르는디. 이것보다 더한 파티가 있어? 지금까지도 충분히 도파민-”
“지금! 5, 4, 3….”
그리고 차재겸이 ‘1’을 외치는 순간, 운전 중이던 재언이가 창문을 내렸다.
지이잉-
나는 눈을 찌르는 바람에 잠깐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밖에 봐.”
그 창 너머에, 거기에 내가 있었다.
[부드럽고 새하얀 요구르트가-] [하루의 휴식 백록화] [사랑을 담아, 윤슬 패드] [도전의 시작은 지금부터야 Elder armor]고층 건물의 전광판마다 보여지는 얼굴에 나는 넋을 잃었다.
“뭐야….”
정식 광고가 아니었다. 광고를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찍혔던 비하인드 영상이었다. 심지어 브랜드 로고가 찍혀 있는 영상만 있는 게 아니었다. 대충 어림잡아 세보기에도 내가 보이는 전광판이 열댓 개가 넘었다. 저 멀리 한강을 밝히고 있었다.
“감동이지! 눈물 나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차재겸이 노트북을 내밀었다. 촘촘히 칸마다 들어차 있는 건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와!!! 윤~슬~앙~
-야, 이나연! 카메라 셀카 모드 말고! 니 얼굴 비추지 말고!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나연이와 주현이었다. 나연이의 얼굴이 커다랗게 들어 있던 화면은 카메라를 이동해 무언가를 비췄다.
* * *
백룡 시리즈 어워드 D-day 47.
예정된 투표일을 알았을 때 하경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원 중 하나를 이룰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카페IN 마이너 갤러리]입력: 갤주 조공 한번 들어갈 때 되지 않았음?ㅋㅋ 백룡어워드 타기 전에 뭐 하나 하자
바로 조공이었다.
그간 갤러리에서 늘 얘기가 나오던 것 중 하나였다. 다들 윤슬에게 뭐라도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아 ㄱㅊㄱㅊ대상은 당연히 우리거라고요~!ㅋㅋ 카페인이 먹여살린 넷홀릭스 아니냐고
-레터링케이크 원두진한테 시켜도 잘할거같지않냐?
˪만들다 지혼자 감동해서 눈물 닦는데만 37시간 걸릴듯 안댐
-모금 ㅈㄴ잘될거같애 벌써 뽕찬다
-윤슬적금통장준비완. 윤슬이만의ATM 이몸 등장
‘지금 해야 돼…!’
하경이 곧장 모금을 열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금액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하경은 입을 틀어막고 감탄했다. 상상하지도 못한 액수가 들어찼다. 하경은 바로 주변에서 조공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갔다.
“오빠! 나 좀 도와줘!”
“조공…?”
하지만 별 쓸모가 없었다.
“오빠 잘 모르는…. 어! 어디가! 야! 하경!”
하경은 알고 있는 언니들에게 모두 연락했다. 방송부였던 주현 언니, 최근에 많이 친해진 예원 언니, 이런 일에는 빠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나연 언니.
모두 윤슬 언니 일이라면 바로 달려와 줄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