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4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45화(45/405)
날이 화사하다고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 4월의 어느 날. 살랑이는 봄 공기와 함께 출근한 스타박스 카페의 신입 직원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아니, 왜 우리 카페만 오는 거야? 원래 피크 타임이 지나면 손님이 줄어들어야 맞는 것 아닌가? 그리고, 왜 아까 커피를 한 잔 마신 사람들이 또 재주문을 하지…?’
그냥 휴일이라서 라는 이유를 대기에는 재주문이 너무 잦았다.
“하….”
“막내야, 힘들지.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나가서 테이블 정리하면서 숨 좀 돌려.”
그보다 1년 먼저 들어 온 선배가 손이 안 보이게 커피 샷을 내리며 막내를 내보냈다.
‘어라….’
이상하다. 카페 테이블을 치우려고 나갔는데.
‘…테이블이 빈 곳이 없는데요, 형.’
자세히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한 구석에 몰려 있었고, 자기도 모르게 따라간 신입은 곧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렇게.”
“버그 확인 어제 해놨어?”
“할 만큼은….”
모자를 대충 눌러썼지만 캡 아래로 내려오는 콧등이 남자다운 까만 티셔츠의 남자, 그리고 반대편에는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넓은 어깨, 흰색 셔츠를 입은 남자가 노트북으로 뭔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야, 가서 번호 따 봐….’
‘눈을 봐라. 안 줄 사람이다.’
‘이따 식당 취소해. 여기서 샌드위치 먹자.’
‘그래….’
주위의 테이블은 그 자리를 바라보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흐뭇하게 웃으면서.
그 둘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르는 건지,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종종 서로 인상을 찡그렸다가, 한숨을 쉬었다가, 머리를 헤집었다가를 반복하며 마주 앉아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형.”
“그래, 막내야. 이제 사람 좀 빠질 것 같니?”
딸기 스무디를 갈던 블랜더를 든 형이 절박한 눈으로 쳐다봤다. 막내는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보기에는요.”
“그래, 네가 보기엔!”
“오늘 빵… 아니 쿠키까지도 3시 전에 다 나가요….”
말도 안 돼. 선배 직원은 믿지 않았다. 쇼케이스에 담긴 빵은 이제 절반도 채 남아 있지 않았지만. 쿠키는 항상 재고로 있는 품목이었다.
“어? 샌드위치 없네.”
“넵 고객님. 오늘은 샌드위치가 조기 품절 되었습니다.”
“…괜찮아요! 쿠키 주세요.”
샌드위치가 없으니 어서 나가라는 직원의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은 모양인지 손님은 아무렇지 않게 주문을 했다. 직원은 괜찮지 않은 마음으로 애써 괜찮은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 세 잔째 아닌가?’
카페 최고의 명절인 크리스마스보다 많은 양의 음료를 만드는 스타박스의 직원들은 조금 눈물이 났다.
딸기가 아니고 직원들이 갈려 나가는 햇살 좋은 삼청동의 스타박스였다.
* * *
“야… 어디 가.”
“여기 있어.”
갑자기 일어난 최백휘를 의아한 시선으로 보던 재언은 곧 허겁지겁 뒤따라갔다. 아이스 초코 사건으로 이미 둘 사이에는 은은하고 확실한 불신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눈치 빠른 새끼….’
혀를 찬 백휘는 조금 더 빨리 걸어 계산대 앞에 먼저 도착했다.
시야각이 넓은 백휘는 아까 전부터 주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케이크 재고가 얼마 남지 않으리라는 것도.
쇼케이스에 딱 두 개 남은 케이크 중 윤슬이 더 좋아할 만한 쇼콜라 케이크를 집어 주문하려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쇼콜라 하나랑, 치즈 하나요.”
“네, 쇼콜라 케이크 하나 치즈 케이크 하나 18,300원입니다.”
“…카드! 두 개로 나눠서 반반 결제할게요.”
백휘의 카드 옆으로 재언이 급하게 카드를 냅다 내밀었다. 인상을 쓰자 한층 매서워진 눈을 마주한 직원이 자연스럽게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아니요. 저 혼자 결제할게요.”
맑게 웃으면서 카드를 내민 백휘는 직원에게 싸늘한 눈빛으로 얼른 계산할 것을 종용했다.
“…친구끼리 그럴 수는 없지.”
“친구? 허… 제 걸로 결제해주세요.”
말만 들으면 서로 결제하겠다고 사이좋게 투닥거리는 것 같았지만, 둘의 눈은 4월에도 눈이 올 것처럼 차가웠다.
“제 걸로.”
“…제 걸로.”
‘그냥 내가 내 카드로 사줄까….’
신입 직원은 조금 벅찼다. 보통 이렇게 계산대 앞 싸움은 빨리 끝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앞에 있는 두 남자는 진심으로 서로의 카드를 떠밀고 있었다.
‘얘네 왜 이래. 얼굴만 잘생기면 다야?’
다시 보니, 다 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뒤에 사람들이 밀려있었기에 서비스직답게 웃으며 두 개의 카드를 받아드는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던 손님들은 짜증 난 기색 없이 그들의 등짝과 어깨를 구경하고 있었다.
‘야, 대박 왼쪽 웃었음.’
‘미쳤다….’
카드 결제가 두 개로 나누어지자, 재언은 이제야 오늘 처음으로 웃었다.
“쇼콜라 내 거다.”
케이크가 나오자 백휘는 인심 쓴다는 듯 ‘그래, 치즈 너 한번 해라.’하고 재언에게 순순히 넘겨줬다. 백휘는 쇼콜라 케이크가 가보라도 되는 것처럼 진지하게 쳐다보며 조심조심 자리로 옮겼다.
“…….”
“윤슬이는 초코 더 좋아하는데….”
어쩔 수 없지. 재언은 커다란 손으로 작은 치즈 케이크 접시를 소중하게 쥐었다.
그렇게 앉아 작업을 한 지 몇 분째.
‘어? 그러고 보니….’
‘…어라.’
곧 윤슬이 올 시간이었다. 둘은 소파 자리에 마주 앉아 노트북을 하고 있었고.
‘윤슬이 누구 옆자리에 앉지?’
‘오늘 혹시 옆자리….’
둘은 잔뜩 긴장한 채로 서로 같은 기대를 했다. 재언은 윤슬이 도착하기 5분 전부터 뒷머리를 쓸어 넘겼고 백휘는 오른손을 꽉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노트북 화면을 띄워놓기만 했다. 진도가 조금도 나가지 않고 있었지만 둘 다 눈치를 채지 못했다.
딸랑-
몇 번이나 들어오는 사람의 종소리가 들릴 때마다 둘은 지치지도 않고 문을 바라봤다.
“안녕~”
봄날의 햇살처럼 윤슬이 다가오는 순간 둘은 빠르게 테이블을 세팅하려 했다. 의자를 자연스럽게 밀어 윤슬이 여기에 앉기를 준비하려던 순간.
“혹시 이 의자 안 쓰세요?”
“아? 네… 네. 쓰세요.”
재언과 백휘의 바로 옆 테이블에서 1열로 감상하던 여자는 갑작스럽게 들린 윤슬의 질문에 넋이 나간 상태로 의자를 하나 빼 줬다.
“자, 이러면 노트북 서로 안 좁고 좋지.”
“…응.”
“하하, 그러네.”
윤슬은 의자를 가져와 테이블 모서리, 가장 상석에 앉았다. 둘과는 정확히 사이좋게 다 떨어진 채로.
“이제 시작할까.”
노트북을 펼친 윤슬이 결심하며 말했다. 오늘은 드디어 어플을 이용해 보는 날, 컬러 작업을 하는 첫날이었다.
“사진 스캔해둔 거 재언이 메일로 보낼게.”
“…응. 지금 왔어.”
“압축 풀어서 확인해 봐. 내 것도 보냈어.”
셋은 진지하게 스캔해둔 사진 파일을 주고받으며 색을 하나씩 입혀 봤다.
재언과 백휘가 먼저 만나 사진 보정 값 작업을 해 둔 덕분에 윤슬은 최종 컨펌만 진행하면 되는, 그러니까 삼분의 이 정도는 끝난 듯한 시간이었다.
“음… 너무 좋은데, 뭐라고 해야 하지.”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바로 말 해줘 윤슬아.”
얘가 고칠 거니까. 뒷말은 하지 않는 백휘였다.
“맞아…. 지금 말 해줘.”
쟤가 컬러 값을 네 맘에 안 들게 잡았지. 뒷말은 하지 않는 재언이었다.
“일단은 다 좋은데,”
직장인의 경력으로 나오는, 처음은 칭찬하기를 시전한 윤슬은 그 뒤로 개선할 점을 딱딱 집어 말했다.
“보정 No.7 이 필터는 초록색이 너무 강해서…. 자연 보정할 때는 좋은데 우리가 생각하는 건 인물 사진이 대부분이니까.”
“음.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은 나무가 많으니까…. 안 되나?”
“차라리 초록색을 줄이고 파란색을 좀 더 키우자. 파란색이 조금 더 강하면 피부가 하얗고 창백해 보이지만 초록색은 그게 아니니까.”
윤슬의 의견에 맞는 말이라며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주고받았다.
‘맞아. 윤슬이 하는 말이 다 맞아. 내가 잘못했네.’
‘그래 네가 잘못했네….’
“그리고 그리드 격자무늬가 있었으면 좋겠어. 사진 찍을 때 수평 못 잡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미 찍어둔 사진을 보정 하는 건 클릭을 두 번 하게 되는 거라…. 갤러리에서도 찾아야 하고, 그러니까 어플 켠 순간부터 필터 골라 촬영하는 게 더 편하겠지.”
윤슬의 의견에 맞는 말이라며 둘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윤슬이 말이 다 맞아. 내가 잘못했네….’
‘그래 센스가 없었네.’
“음, 또…. 하나는 추가를 더 해야 하는 일인데, 재언아 괜찮아?”
“…응. 그럼.”
‘괜찮지. 다음 생도 있으니까 잠은 그때 자면 되는 거지…. 나 환생 좋아해 윤슬아.’
“아, 그리고 컬러 값도 하나만 더 만졌으면 좋겠는데….”
“뭐든지. 말만 해주세요.”
‘괜찮지. 나 원래 밤새는 거 취향이야. 윤슬이 네가 27일 전에 나한테 연락 안 해서 핸드폰 쥐고 밤 샌 적도 있어.’
“조금 더 아날로그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
흐르는 머리를 귀에 꽂은 윤슬이 노트북 화면을 보며 집중한 듯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둘은 그런 윤슬의 행동 하나하나를 열심히 눈에 담았다.
“지금 시즌에 세련됐다고 해봤자, 1년만 지나면 유행에서 멀어지니까. 이왕 오래 어플 다운로드 받게 할 거면 아예 아날로그로 노선을 잡아야지. 오래된 건 오래된 분위기가 있잖아. 어차피 오래된 거니까 촌스럽다고 해도 그만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맞아.”
“…그럼.”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세련된 컬러라며 새파란 필터를 셀카에 입히는 시대, 따스한 감성으로 샛노란 필터를 셀카에 입히는 시대.
[잡담] 얘들아 우리 청현이 셀카 어떻게 하냐…진짜…포카로 나온건데 이 오줌필터 대체 뭐임? 나 믿을 수가 없어
이번 헤메코로 이목구비 다 죽여 놓은 것도 모자라서 오줌…필터요…?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소속사 팩스 총공이라도 보내야 정신차림ㅇㅇ
˪이미 지난번에 팩스 총공으로 헤메코 샵 바꾼게 저거임
˪안 되겠다…..
몇 년 뒤 모든 사람들의 원성을 사는 그 색감. 우리는 그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어플을 보여 줘야 한다.
“핸드폰으로도 필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느낌을 내보자.”
우리가 지금 만들려는 건, 이름부터 지어 놓은 어플. ‘아날로그 벚꽃 필름’
“사진 찍은 날짜가 위에 찍히는 기능이 있고, 그리고 필름 카메라 디자인처럼 아래에 필름 로고 같은 걸 넣는 기능을 만드는 거지.”
거기에 필름 어플 효과를 더한.
“그리고 그 필름 필터만 하나 더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자.”
유료 어플이면 초반 다운로드 유입이 적을 테니까.
“진짜 필름처럼 2주 지나서 보이는 건 안 되겠고, 12시간이 지나야지만 그때 찍은 사진이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조금 더 특별한 콘셉트를 잡고.
“만일 바로 확인하고 싶으면, 하단에 뜨는 버튼을 클릭해서 10초 미만의 광고를 하나 보면 되는 거야. 그러면 필름 한 롤… 그러니까 36장을 바로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거지.”
세상엔 의외로 어플에 쓰는 돈 이천 원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럴수록 광고를 클릭해서 편의를 보려고 하는 사람 역시 많다는 거겠지.
“너네가 그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난 광고주를 알아볼게.”
학생들이 만드는 어플에 힘을 실어 줄 광고주. 윤슬은 키키 게스트의 팀장을 떠올렸다. 확실하게 판단력이 좋았던 사람.
윤슬은 키키 게스트의 인기 에디터였다. 10대의 클릭률이 모든 에디터 중에 가장 높은. 단 두 달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SMS]입력: 안녕하세요 주재은 팀장님! 저 키키 게스트의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에디터 서윤슬입니다.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다름이 아니라 사업상의 이야기를 하고자 만나뵙고 싶은데 언제가 편하실…│
‘아직 사진 어플을 돈 주고 결제한다는 인식이 흐릿하니까… 무료부터 풀고 돈은 아래 하단 팝업 광고로 벌어야지.’
그렇게 윤슬은 노트북으로 요즘 인기 있는 메이크업 제품, 브랜드, 새로 나온 신상품들을 모조리 확인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이번 SS 시즌에 인기 있는 것이라면 벌써 FW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출시할 건 7월이니까. 누구보다 좋은 홍보처가 되어 줄 것이다.
윤슬은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