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4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46화(46/405)
‘…진짜 잠은 죽어서 자겠다.’
‘죽지 뭐.’
열심히 뭔가를 확인하는 윤슬을 보던 둘은 또다시 눈이 마주쳤다. 이제 말하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는 사이가 되어 버렸지만. 친구냐고 물으면 둘 다 이렇게 대답할 것이었다.
“친구…?”
“무슨.”
그렇게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초여름의 햇살과 함께 테이블에는 노트북의 타자 치는 소리만이 분주하게 늘어졌다.
피곤한 듯 윤슬이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꾹 누르자. 바라보고 있던 백휘가 기다렸다는 듯이 쇼콜라 케이크 접시를 내밀었다.
“윤슬아. 케이크 먹어.”
“치즈…. 치즈 좋아해?”
그와 동시에 반쯤 자신 없는 목소리로 재언도 치즈 케이크를 내밀었다. 새로 오픈한 베이커리의 알바생들처럼 조심스럽게 시식을 권하는 두 사람이었다.
“어? 어. 둘 다 좋아해.”
갑자기 눈앞에 내밀어진 두 개의 케이크에 윤슬은 어쩔 줄을 모르다 이윽고 옆에 놓인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케이크를 작게 잘라 입 안으로 넣었다.
“아! 당 들어온다…. 야~! 이거거든.”
맥주를 마시는 가을야구응원단 아저씨같이 말한 윤슬의 첫 선택은 치즈 케이크였다. 포슬한 치즈가 윤슬의 입 안으로 들어가자 재언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대부호 같은 표정으로 백휘를 바라봤다.
‘봤지…?’
‘아, 내가 치즈 할걸.’
둘의 희비가 엇갈렸다. 백휘는 싸늘한 눈으로 재언을 바라봤다. 손에 들린 쇼콜라 케이크가 조금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쇼콜라 케이크를 한 입 떠먹은 윤슬이었다. 순식간에 재언을 파산시킨 신 부흥 세력이 된 백휘는 너그러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완전 좋아.”
“그치? 쇼콜라가 더 맛있지.”
“…치즈 기죽이지 마.”
“응응. 너네도 먹어~”
별 신경 쓰지 않고 노트북 화면에 집중한 윤슬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둘의 기 싸움과는 별 상관없는 선택이었다. 윤슬은 비교적 덜 단 치즈 케이크를 먼저, 그다음 진하게 단 쇼콜라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인의 포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다시 입 안을 개운하게 해 계속 초심과 같은 마음으로 디저트를 먹고 있었을 뿐이었다.
‘좋아. 아메리카노가 싹 내려준다.’
다시 치즈 한 입.
의도치 않게 공평해진 순간이었다. 어플 준비가 본격적으로 최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키키 게스트 본사. 여전히 바쁜 마케팅 1팀이었다.
따르르릉-!
“네. 키키 게스트입니다.”
“팀장님! 어제 리젝된 캠페인 수정 작업하려고 하는데요.”
“응. 이번 여름 기획 이번 달 말까지는 정리해야 하는 거 알지? 아, 그리고 이번에 엘더아머 측에서 광고 내고 싶다니까 미팅 약속 잡고.”
“네, 팀장님. 그런데 어디 가세요?”
“응. 일층 카페에서 미팅.”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전화벨 소리를 뒤로 하고 키키 게스트 마케팅 1팀의 팀장은 핸드폰을 확인하며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목에 걸린 사원증이 경쾌하게 흔들렸다.
꼭대기 층에 머무른 엘리베이터를 보며 기분 좋게 내려감 버튼을 누르는 팀장에게서는 콧노래가 나왔다.
‘이건 되는 건이다.’
윤슬은 지켜본 결과 놀라운 성실함과 날카로운 감이 있었다. 일주일에 몇 개씩 올리는 글마다 인기 게시글로 올라갔으며 그에 따른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심지어 커뮤니티 반응까지 몰고 다니는 운이 따랐다.
광고주들이 앞다투어 키키 게스트로 PPL 연락을 하고 있는 지금, 일등 공신은 마케팅 1팀의 팀장이었다.
“윤슬님~”
“팀장님!”
둘은 해사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어쩐지 둘 다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피곤해 보였지만 반가운 표정으로 키키 게스트 본사의 1층 카페에 자리 잡았다.
“제가 윤슬 님 시간 내서 식사 대접이라도 한 번 해야 하는데….”
“에이~. 아니에요.”
“요즘 저희가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식사는 다음에 꼭 날짜 잡아요. 오늘은 케이크로 봐주세요. 여기 그래도 괜찮거든요. 뭐 드실래요, 치즈? 쇼콜라?”
마케팅 팀장은 윤슬을 바라봤다. 쇼케이스 안에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케이크들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코끝에 닿는 달달한 설탕 향기에 윤슬은 잠시 고민하다 선택했다.
“음. 저는….”
* * *
“어플을 만들고 계시다고요?”
“네, 이제 다음 달 말이면 버그 수정까지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윤슬은 딸기 케이크를 포크로 한 입 떠 크게 왕. 물었다. 마케팅 팀장은 벌린 입을 갈무리하지 못하고 입가에 생크림을 묻힌 윤슬을 바라봤다.
“와… 윤슬님, 정말 대단하세요.”
“아니에요~”
“아니 진짜로. 어떻게 고등학생이 몇 개나 일을 하는 거예요?”
꾸준히 유입량을 늘려주는 기특한 에디터. 서윤슬.
10대들은 여가 시간 중 핸드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극도로 높았다. 전 연령대에서. 20대가 학교 다니고 알바하며 여행 다닐 때, 30대가 직장 다니고 자기 개발 학원 다니며 호캉스 다닐 때, 10대가 달리 뭘 하겠는가.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집에 와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만한 곳은 딱히 많지 않은 법이다. 인터넷은 좋은 스트레스 풀기의 도구가 되어주었다.
▶살짝 더워지는 것 같은 날씨, 브랜드 샌들 모아보자♡
▶눈꼬리 올라간 사람들 모두 주목~. 강아지 눈 메이크업 고수들의 비법
▶이달의 컬러는 로즈핑크♥ 라몽드 립펜슬 발색모음!
▶향수 고민된다고? 이벤트로 소분한 향수 받아가자!
갖고 싶은 물건을 쉽게 사지 못하는 만큼, 클릭해서 다시 읽고 또 읽고 하는 비율이 특히 압도적으로 높았다. 광고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키키 게스트의 글을 보다가 또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하고, 댓글에서 제품명을 자주 본 실질적인 구매자 20대와 30대가 이어서 클릭했다.
그러니까, 윤슬은 황금을 캐는 광산으로 이어주는 지름길이었다.
[Youstagram]라몽드 립펜슬 🙂 요즘 자주 쓰는 건 로지베리 핑크!
주름끼임 없이 촉촉해서 추천합니당
지금 1+1 행사중이에요! 로지베리랑 레드베리 꼭꼭 기억하기~(ღˇ⊖ˇ*)
주혀니가 바른 건 레드베리♡
@라몽드
좋아요 1,420
댓글 163
-언니 주현언니랑 둘이 데뷔해줘요ㅜㅜ
˪제가 더 좋죠?
˪윤슬아 비켜 내가 더 좋다고 하시는데?
-언니 각질 부각 없나유?ㅠㅠ 저 고민중..!
˪위에 립밤 바르니까 저는 완전 촉촉하더라구요ㅎㅎ
-오늘도 존예.. 교복 너무 청량하고 좋아요~.
‘광고비 비싸게 주는 브랜드에는 사전 작업도 좀 쳐놨지….’
사람은 항상 광고 없는 정보 글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뷰티 블로거야 뭐 이미 몇 번이나 원고료 논란이 터졌고. 몇 년 뒤에는 인튜버와 인플루언서.
제아무리 ‘솔직하고’, ‘입에 발린 말 안 하고’, ‘내돈내산’ 하는 유명인일지라도 통장 잔고에 0이 쌓이면 달라지기 마련이다. 돈은 참 좋은 거니까. 윤슬은 이 점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지인짜 오래 써보고 추천드리는 건데요! 이 공병 보이시죠?” =3개월 썼다
“제가 별로면 추천 안 해드리는 거 아시죠?” =근데 돈 많이 주면 함
“이게 요즘 인튜버 사이에서 추천을 많이 하길래 저도 사봤어요!” =다른 애들한테만 광고주네? 나도 줘
“내돈 내산입니다~!” =담당자가 본다면 다음 광고는 양심껏 줘라
그럼 이때,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게 되는 건 커뮤니티다. 익명게시판에서 가감 없이 말하는 넷상의 이용자는 실제 친구와도 같은 느낌을 받게 되니까. 지난 세 달 간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진 아이템들은 모두 윤슬이 만들어낸 흐름이었다. 물론 광고비가 세서만은 아니었다.
[익명게시판] 친구가 자꾸 립 물어보는데 ㅋㅋ알려주기 싫어 나 비정상? (댓글80)(사진)
최근에 샵 가서 원장님한테 메이크업 받았는데 립 너무 찰떡인거..그래서 품명 물어봐가지고 나도 샀거든
근데 친구가 자꾸 따라 사고 싶은지 뭐냐고 연락 와;
이런 립 제품 발색이 엄청 특이한 것도 아니고 찾아보면 비슷한 거 얼마든지 있는데 꼬치꼬치 물어서 좀 정떨어짐
나 메이크업 받을 때 청담까지 가서 17만원 내고 받은 건데 친구는 꽁으로 받으려고 하니까.. 솔직히 알려주기 싫어 내가 예민해? 색은 이런 거임 혼자 찾을만한 발색
-이쁘다 나도 궁금함ㅋㅋ 비댓으로 품명 알려주면 안됨?
-엥? 하나도 안 예민 오히려 친구가 이상한데;
-나였으면 걍 알려는 줄듯.. 사람마다 어울리는 게 다르니까
-너만 쓰는 것도 아니고 왜 굳이ㅠ? 내 기준 좀 쎄함 너ㅋㅋㅋ
-왜 굳이 사진 첨부한 거야? 예쁘단 소리 듣고 싶어서..?
˪ㄱㅆ) ㅋㅋ왤케 꼬임 누가 봐도 과한핑크 이런 것도 아니고 평범한 핑크인데 계속 캐물어서 보여주려고 사진 첨부한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 어서 오고~ 안 알려줘서 화난 듯
포토샵으로 적당히 턱 라인과 입술을 다른 사람인 척 보정하고, 긴 머리에 살짝 가려놓는다. 이렇게 하면 익명 게시판 안의 사람들도 왠지 궁금하니까. 처음 봤을 때 대충 예뻐 보이니까. 반응은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쉽다.
-그래서 그 제품 품명이..?
˪나도 이제 알고 싶음ㅋㅋㅋ
˪나도 살래ㅋㅋㅋㅋ 그 청담 메컵샵이라도 알려 줘 봐 나도 17만원 내고 알아오게
˪부자다.. 니가 알아오면 우리도 알려줘
이렇게 어그로를 끌어놓으면 빠르게 댓글이 올라간다. 그러면 대충 훑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궁금증에 한 번씩 클릭을 하게 되고.
그렇게 조회수는 조회수를 끌어모은다. 자석처럼.
[익명] 친구가 자꾸 립 물어보는데 ㅋㅋ알려주기 싫어 나 비정상? (댓글137)-ㄱㅆ) ㅋㅋㅋㅋ 핫플 됐으니까 그냥 여기에만 풀게 오분 이따가 빛삭함
라몽드 립펜슬 로지베리고 매트립인데 그냥 깔끔보송 정도지 각질 부각 없어서 좋음
나는 어두운? 채도낮은? 핑크보다는 좀 맑은 느낌 좋아해서 데일리템으로 맨날 씀
새벽 익둥이들이니까 알려준다 ㅠ
-헐 고마워 라몽드!ㅋㅋㅋ나도 사러감
-이거 실물발색 어디가 제일 정확함?ㅠㅠ 지금 네에버 쳐보는데 블로거들 보정 오져서…
˪ㅋㅋㄱㅅㅌ 친구 없는 페이지 들어가봐 거기가 ㄱㅊ
˪고마워!
-그냥 친구한테도 이렇게 알려주면 안됨?ㅠ 내가 친구라면 서운할 듯
˪글쓴이가 싫다잖아; 친구가 음침하게 떠보나 보지
그리고 이렇게 몇 번 댓글이 많은 글마다 자신의 페이지를 자연스럽게 언급하면 버즈량이 늘어난다.
열 개의 글을 올리는 것보다 이런 댓글 하나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걸 윤슬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꿋꿋이 키키 게스트 1위 에디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논란글은 널리널리 퍼지기도 쉽지….’
[Hot] 나였으면 안 알려준다 Vs 알려준다 [인기] 청담 메컵 알아내려고 하는 손민수 친구 [유머글] 여자들 기 싸움 레전드-왘ㅋㅋㅋㅋㅋ 근데 이해는 함 얼마나 예뻤으면
-엥 내가 쓰는 건데 좋긴 좋음ㅇㅇ 근데 안 알려줄 정도는 아닌디… 애초에 기성품이잖아 공장에서 만드는 건데 나만 알고 싶은 그런 게 있나?
˪사람마다 다른 거지 난 싫음
이렇게 한 번 반응이 좋은 제품은 자연스러운 파도를 만들어낸다. 나도 모르게 몇만 원짜리를 가볍게 소비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띠링-
▷New))!! 라몽드 허니 립펜슬
☞일시 품절입니다
>01 레드베리: 재고 없음
>02 블루베리: 재고 있음
>04 로즈베리: 재고 없음
>05 오렌지 베리: 재고 없음
윤슬의 능력이었다.
「[스킬: 직장인의 마음가짐 (A)]」
마케팅 1팀 팀장이 거의 10년 차에 이뤄낸 S급 스킬, 윤슬은 삼 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A를 찍을 수 있었던 이유.
-게시글이 삭제 완료되었습니다.
띠링-
띠링-
띠링-
[익명게시판] 방금 핫플 게시판 뭐야?ㅠㅠㅠ 나만 못 봤어 [익명게시판] 지워진 글 청담 메컵샵 그 립 이름 뭐야? 나도 알려줘 [익명게시판] 라몽드 글쓴애야 이거 읽어봐 난 그 친구 입장인데..타인의 궁금증을 이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윤슬은 내년에 있을 재계약 때 연봉을 두 배 가까이 불러볼 생각이었다.
커뮤니티와 에이스북을 이용해 꾸준히 유입을 늘려놓았으니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기 전에, 윤슬은 어떻게든 몇 년 안에 아빠가 하던 사업에 다시 손댈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었다.
확실히 회귀 전 상황과 똑같을지 모르지만, 만에 하나라도 똑같다면. 그렇다면… 아빠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윤슬은 그 하나를 생각하면서 PPL을 맡은 브랜드의 광고 작업들을 착실하게 해냈다. 몸값을 어떻게든 빠르게 올려놔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