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4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47화(47/405)
키키 게스트의 마케팅 팀장 역시 윤슬이 광고하는 것마다 좋은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뷰 수와 클릭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댓글수만 봐도 윤슬이 쓰는 글들이 압도적이었다. 다른 에디터들 글 10개를 합쳐야 간신히 윤슬의 글 1개의 효과가 났다.
‘글 참 잘 써… 사진도 잘 찍고.’
아메리카노를 홀짝 마신 재은은 윤슬을 기특한 눈으로 바라봤다. 오늘도 광고주들의 연락을 쉴 새 없이 받은 팀장이었다. 본디 광고주는 갑 중의 갑. 어떤 행동을 해도 이쪽에서 숙이고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윤슬이 맡은 회사의 광고주들은 모두 분위기가 유했다. 아마 광고를 맡기고 난 후 늘어난 판매량 덕분이리라.
‘어디에서 이런 복덩어리가 굴러 들어왔을까.’
마케팅 팀장은 그저 흐뭇하게 윤슬이 케이크를 다 먹는 걸 바라봤다. 큼직한 딸기를 꿀꺽 삼킨 윤슬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는 무료 어플, 하나는 유료 어플로 전환을 하려고 해요. 무료 어플은 대신 몇 개의 기능을 이용할 때, 광고를 봐야 하는 걸로 할 건데요.”
마케팅 팀장은 말하면서 윤슬의 얼굴이 서서히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윤슬이 내민 태블릿 PC에 있는 자료들도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는지 구석구석 노력이 묻어났다.
“광고 넣을 스폰서. 팀장님이 연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킬: 직장인의 마음가짐 (S)] [스킬: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B)]」
마주한 팀장의 머리 위로 두 개의 스킬이 한 번에 빛난 그 순간. 윤슬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팀장님 스킬 너무 좋다니까.’
반드시 이 일이 잘될 거라고 장담하는 듯한 반짝임과 함께 마케팅 팀장도 시선을 맞추고 웃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험 기간은 지나갔지만, 셋은 시험 기간만큼 바쁜 하루들을 보내고 있었다.
“형~”
“…….”
이상하다. 왜 형이 며칠 내내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오지?
절대 밥과 운동을 거르는 일이 없던 형이 대체 왜, 방에서 갑자기 히키코모리가 된 것인가. 태언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작은형의 방문에 똑똑, 노크를 두 번 했다. 여전히 둘째 형은 묵묵부답이었다.
“…….”
“형? 들어간다.”
재언은 언제 들어와도 석고상처럼 책상에 앉아 뭔가 또 만드는 것 같았다. 한 번 빠지면 미친 듯이 집중하는 형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했던 적은 없는데….
“큰형이 김치볶음밥 먹을 건지 새우볶음밥 먹을 건지 정하래.”
“…안 먹어.”
“뭐? 밥을 안 먹어?”
태언은 잠깐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 그리고는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 살면서 처음 듣는 종류의 대답이었다. 몇 번이나 물어도 둘째 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밥을 굶다니.
“첫째 형!!! 이리 와봐!!!”
“헉, 뭐야….”
권 씨 형제네 요리 담당, 네이비색 앞치마를 두르고 볶음밥 위에 올릴 계란프라이를 하려던 첫째 형 승언은 막냇동생의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계란을 쥔 손에 힘 조절을 잘 못 했다.
“…….”
깨진 계란이 묻은 손을 조용히 닦은 후 둘째 방에 들어간 다음에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진짜 밥 안 먹어?”
며칠 새 조금 살이 빠진 재언의 눈에는 프로그램 화면밖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러 가기 귀찮아서 가만히 있던 재언은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가만히 다시 손가락만 움직일 뿐이었다.
탁-
“이따 정신 들면 먹어라.”
승언은 재언의 책상 근처에 예쁜 계란프라이를 세 개나 올린 볶음밥 접시를 하나 두고 다시 나갔다.
타닥타닥. 재언의 방 안에는 볶음밥의 고소한 냄새와 재언의 타자 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윤슬이가 좋아하려나….’
어플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샀던 책들의 모서리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세련된 디자인의 정석』
『개발자들의 편의만 생각하는 디자인, 실패 100선』
『누구나 클릭하고 싶은 어플』
중간중간 포스트잇까지 붙여진 그 책들은 누가 봐도 오래된 책 같았다.
재언은 밤을 샌 다음에야 책상 옆에 차갑게 식어 있는 볶음밥을 발견했다. 졸린 눈으로 대충 숟가락질을 하며 혼자 또 멍하니 생각했다.
‘윤슬이는 아침 먹었을까….’
창문 밖으로 새들이 아침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 번인지 셀 수 없는 밤샘의 나날이었다.
* * *
띠링-!
[윤슬님 거래처 파일 첨부합니다]키키 게스트 마케팅 팀장은 어플에 광고를 넣을 의향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 회사들은 싹 다 긁어 윤슬에게로 전해줬다. 처음 들어보는 자그마한 회사들부터, 로고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는 회사들까지.
그리고 윤슬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브랜드가 있었다.
‘엘더아머가 여기 왜?’
Elder armour,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윽고 스포츠 의류계에 새로운 바람을 집어넣을 브랜드였다.
[스포츠 게시판] 엘더아머 입지 마세요… 큰일납니다ㄷㄷ (댓글17개)축구하다 엘더아머 단속반에게 엎어치기 당했읍니다..
한 번만 봐달라고 했는데도 너 같은 멸치 놈은 입을 자격이 없다며 인정사정 봐주지 않더군요…. 멸치답게 나인키 입어야 겠읍니다…. 소주 한 병 깝니다…
-[허리케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더아머 단속반 ㄷㄷ
-[사랑한다아잉유] 근데 진짜 일반인이 3대 500을 칠수 있기나 함?ㅋㅋ 운동 오래했는데도 500치는 놈들 많지가 않은데
˪[우리날강도형] 제 주변은 많은데요. 아무래도 체격 따라서 들 수 있는 무게의 차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180넘고 운동한다는 놈들 치고 3대 500 못 치는 놈 없죠. 저도 운동 하나도 안했을 때 3대 300 바로 쳤습니다ㅋ
-[리버필영원하라] 어이-, 그런 엘더아머 단속반은 이 너굴맨에게 맡기라구?
˪[스테판카레라이스] 너굴맨..! 역시 우리를 구하러 온거야?
˪[리버필영원하라] 아니 나도 잡혔는데?
남자다운 강인함, 미국의 세련됨, 브랜드 특유의 잘 빠진 매끈함.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엘더아머 단속반’이라는 밈을 만들었다.
몸이 좋은 사람, 적어도 운동할 때 몇백 kg를 거뜬히 들 수 있을 몸이 아니면 엘더아머를 입지 못한다는 뜻이다. 단속반이 나와서 옷을 빼앗아 간다고.
멋진 옷, 태가 나는 옷, 그래서 입고 싶은 옷.
하지만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옷. 그것이 엘더아머가 추구할 방향성이었다.
‘곧 주가가 엄청 오를 거야.’
지금 이 시기, 한국으로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도 미국에서 아디너스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선 기업 브랜드였다. 그리고 그 기세를 타 한국에서의 입지도 제법 탄탄하게 다졌다.
꾸준히 판매량 상위권을 기록했던 브랜드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한국에서 엘더아머가 미친 듯이 인기를 얻기 바로 그 직전이었다.
‘물론 몇 년 뒤에는 초반 이미지 다 없어지고 내리막길을 걷지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요즘 K- 일진패션-ㄴㅇㄱ 진심 일진분석및연구과 수석박사님
-한지유 ㄹㅇ 현실반영임 저 엘더아머 쫄티ㅠㅠㅋㅋㅋㅋ
-뽀삐뽀삐 대체 왜 육수들이 운동복을 입고 돌아다니는지..몰겟음;
˪장철호 저 정도면 남자답고 딱 좋은 몸 아님?ㅋㅋ
˪ESTP 니나좋겠죠 아저씨; 걍 돼진데
-민뀨 여기에다 스톤하일랜드 걸쳐주면 완성ㅇㅇ
급하게 유행을 하면 곧 절벽으로 떨어지는 게 패션 브랜드의 숙명이었다. 명품도 이 당연한 논리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특히 가격대가 한번 사볼 만한 스포츠 브랜드일수록 빠르게 이미지가 퇴색됐다.
“예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예시지.”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엘더아머의 외국 광고들을 체크한 윤슬은 이것도 인연인데 한번 도와줘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플 안에 팝업 광고를 띄우는 것 말고도 조금 더 일을 키워보고 싶어졌다.
사실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이 얼만큼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될 것 같은데?”
핸드폰을 쥐고 있던 윤슬은 바로 팀장에게 연락했다. 이걸 잡아야 한다. 생각보다 어플이 물어다 줄 광고비가 클 것 같았다.
* * *
-그러니까….
“응, 혹시 색감을 좀 조정할 수 있을까? 흑백을 씌우는 느낌으로.”
-괜찮아. 틀은 거의 잡혔으니까.
윤슬은 마음이 급해졌다. 회귀 전 가장 아날로그 보정 어플 시리즈에서 가장 히트를 쳤던 건 핑크빛이 들어간 벚꽃 시리즈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온통 사진에 핑크 필터를 끼웠었다. 그 느낌을 베낀 아류 어플들도 속속들이 출시되었기도 하고.
지금까지 만든 건 주로 핑크 색감을 베이스로 한 필터들이었다.
하지만 스포츠 브랜드 광고에 맞춰 지금까지 제작한 필터들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하단에 뜨는 광고영상을 넣을 마음이 있다고 말한 만큼, 윤슬은 광고비를 더 받아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인기 어플보다 브랜드 컨셉에 잘 맞는 어플에 돈을 더 많이 주겠지.”
물론 인기도 많을 테지만. 자신만만하게 머리를 굴려 윤슬은 흑백과 레드 위주의 필터로 변경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재언을 설득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순순히 재언은 알았다고 했다. 역시 천재는 달랐다.
“벌써 두 시네…. 오늘은 그냥 안 자는 게 낫겠다.”
윤슬은 재언과의 통화를 끝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을 샐 준비를 시작했다. 어느새 머릿속에는 어플을 사용한 사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엘더아머 이미지에 맞는 색감으로 보정하는 어플 하단에도 브랜드 광고가 뜬다면? 얼마를 받아낼 수 있을까. 지치지 않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밤새 어두운 방 안은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그리고 윤슬은 몰랐지만, 재언 역시 오늘 밤도 잠들지 못했다. 차갑게 식은 볶음밥과 밤새 새로운 필터를 만들어내느라.
* * *
오늘도 카페에서 백휘와 노트북을 마주하고 앉은 재언은 어쩐지 조금 서러워졌다. 이제는 윤슬보다 백휘와 만나는 시간이 잦았다.
“음? 뭘 보지.”
백휘는 눈 안 돌려? 라는 뜻을 담고 자신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는 재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왜 또 저래 저거는….’
말 한마디 없이 미칠 듯 집중할 때는 집중하다가, 가끔 멍해지고는 했다. 아마 윤슬의 생각일 테지. 백휘 역시 그랬으니 이해는 했다. 윤슬은 며칠째 작업량을 체크만 한 뒤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덕분에 둘만 마주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어플 자판기.”
“…그거 나 말하는 거?”
인권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명칭에 재언은 픽, 웃고 말았다. 넌 정말 싸가지가 없다…. 낮게 중얼거렸지만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백휘는 마주 웃으며 가볍게 목을 돌려 스트레칭했다.
“샌드위치. 뭐 먹을래.”
턱으로 쇼케이스를 가리킨 백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손으로 지갑을 들고 빨리 말하라는 듯 재촉하는 시선을 보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만난 둘은 일하다 아직 저녁도 못 먹은 상태였다. 주변에는 이미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웃으며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 칙칙하게 한마디 없이 키보드만 두드리던 테이블은 재언과 백휘가 유일했다.
살이 빠져 턱선이 더 날렵해진 재언은 어딘가 피곤함을 가득 묻혀 놓았다. 느슨한 눈이 더 졸려 보였다.
“하나만…?”
“…됐다. 그냥 알아서 사 온다.”
조금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눈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재언을 보며 백휘는 그래, 밭 가는 소도 밥은 먹이고 한댔어,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샌드위치를 계산했다. 재언은 어느새 어플 자판기에서 밭 가는 소로 전락해 있었다.
“페퍼로니 파니니 하나, 치킨 샌드위치 두 개랑 크로크무슈 하나, 트리플 치즈 샌드위치 하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64,500원입니다. 포장이세요?”
“아뇨. 먹고 갈게요.”
“포크는 몇 개 준비해드릴까요?”
“두 개요.”
“…네? 두 개요?”
귀를 의심한 것 같은 알바생의 눈을 피하며 백휘는 조금 창피했다. 너무 많이 시킨 걸까. 트레이 위 산더미처럼 쌓인 샌드위치를 들고 테이블로 걸어갈 때까지만 해도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와. 대체 이거는….”
“그렇게 보면 좀 부끄러워.”
그러나 뻔뻔한 얼굴로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재언은 한 입도 남기지 않았다. 둘은 카페가 닫을 때까지 함께 마주 앉았다.
‘집 좀 가줬으면….’
재언과 백휘의 테이블 근처 손님들까지 마감 시간을 꽉꽉 채워 몇 번이나 새롭게 주문한 음료를 마시며 넷홀릭스 보듯 그들을 보고 있었다. 처음엔 눈 호강한다고 좋아했던 카페 알바생은 끝없이 재주문되는 음료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댔다.
“언니. 이 카페에 손님 많이 안 온다고 했잖아요….”
“…옛날엔 그랬다.”
“이게 뭐예요. 지금 스무디 통 닦다가 하루 다 가잖아요….”
“…그렇게 됐다.”
카페의 사장만 기쁜 비명을 질렀다.
재언과 백휘, 윤슬 역시 너무 힘들어 속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끝나지 않는 어플의 늪에서 열심히 발버둥 쳤다.